[오디오] 케이블 가지고 논쟁하는 이유
1. 오디오 케이블에 음질 차이가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극소수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인들은 오디오용 케이블에 아예 관심이 없기 때문에 수백만 원짜리 USB, 랜 케이블이 음질 차이가 있다고 하면 황당하게 여기겠죠.
하지만 오디오 관련 카페와 커뮤니티에선 케이블에 따른 음질 차이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고(심지어 최근엔 디지털 케이블까지도!) 그것을 부정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뭇매를 맞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2. 당장 이곳 게시판에서도 '케이블'이란 제목으로 검색해 보면 불과 몇 년 전엔 특정 브랜드의 케이블들을 극찬하는 글들이 무수히 올라온 걸 볼 수 있습니다.
DP에서 케이블 무용론이 대두된 건 최근의 일일 뿐입니다.
3. 물론 성인이 자신의 돈으로 자기가 쓸 물건을 구입하는 일에 타인이 왈가왈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분야의 취미든 새로 입문하는 초보자는 그 분야 고수(?)나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조언을 참고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장비 구입에 있어서는 경험이 없으므로 먼저 입문한 경험자들의 추천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죠.
그런데 오디오 카페나 커뮤니티에선 초보자가 '케이블은 어떤 걸 사야 되나요?'라고 질문했을 때 당연하다는 듯이 '전체 예산의 10% 이상은 케이블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거기다 쇼호스트 자칭 오디오 평론가라는 사람들은 15~20%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말하며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케이블에 쓰라고 권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케이블마다 정말 음질 차이가 있는지 검증해 보자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 당연한 요구 아닐까요?
저는 오디오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이런 검증 노력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일들이 계속 박제돼서 자료로 남게 되면 비싼 USB 케이블을 꽂았더니 정보량이 늘어났다고 하는 무당의 부적 같은 이야기들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는 촌극은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테니까요.
4. DP는 이제 케이블 무용론이 대세가 됐는데 왜 계속 DP에 케이블 관련 글을 올리는 거냐고 하신다면, 회원들이 서로 중복되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
인터넷 커뮤니티에 높은 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디오에 관심있는 분들은 여러 곳에 동시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으니까요.
문제는 오디오 관련 카페와 커뮤니티들 대부분이 오디오 수입 & 판매 업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거나 심지어 업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곳들이라는 겁니다.
그런 카페와 커뮤니티들은 본인들의 매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케이블 무용론에 대한 논의 자체를 금지시키거나 오프라인에서 돈독한 인맥을 쌓아온 충성스러운 네임드 회원들이 대신 나서서 케이블 무용론을 논의하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죠.
반대로 최근 DP에선 케이블마다 음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자기 경험을 이야기할 수도 없는 분위기라고 불만을 토로하시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저는 케이블마다 음질 차이가 있다는 분들의 의견도 자유롭게 올라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논쟁의 주제와 관련없는 인신공격이나 악의적인 조롱은 지양하되, 흑백을 명백히 가릴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서로 논쟁하면서 진실에 다다를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건 없으니까요.
케이블 관련해 어느 쪽 입장을 갖고 있든 악의적인 인신공격을 하는 사람에겐 제재가 이뤄지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요즘 오디오 관련 카페에선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케이블 간에 차이가 없다는 글을 예의 갖춰 올려도 아예 회원 자격을 박탈하고 강퇴시켜 버리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최근 난민(?)이 되어 DP로 유입된 분들도 계시고요.
하지만 DP도 오디오 관련해선 만만찮은 회원수를 가진 곳이니, 이곳에서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진다면 다른 카페와 커뮤니티 회원들에게까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지속될수록 자칭 오디오 평론가라는 사람들이 말 같지도 않은 현란한 문구로 고가의 케이블을 뽐뿌질할 때 거기에 현혹되는 애호가들의 숫자도 줄어들 것이고요.
실제로 최근 오디오 관련 카페와 커뮤니티에선 케이블에 대한 글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죠.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며 업자들이 숨을 고르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5. 과거에 제가 쓴 글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이곳 게시판에서 케이블이 아닌 다른 주제의 오디오 관련 글들도 나름대로 성의껏 작성해온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알량한 지식이지만 제가 아는 내용을 묻는 질문글이 올라오면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댓글을 달면서 게시판 생활을 해온 사람이고요.
그런 제가 최근 몇 주 동안 집중적으로 케이블 무용론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건 과거 저의 부끄러운 경험 때문입니다.
저는 과거에 케이블마다 음질 차이가 있다고 믿었던 시기가 있었기에 수천만 원대까진 아니어도 나름 비싼 케이블들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인 여러 자료와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 시행해본 더블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제가 플라시보 효과에 빠졌었다는 것을 깨달은 후 가지고 있던 케이블들을 중고로 팔았더랬죠.
네, 저 스스로 사기와 다름없는 형편없는 물건이라고 판단한 제품을 타인에게 폭탄 돌리기한 겁니다.
저는 그런 저 자신이 굉장히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같은 취미에 입문하는 초보자분들이나 오디오를 오래 즐겨 오면서 조금씩 케이블에 관심을 가지게 된 분들이 저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에 최근 몇 주에 걸쳐 케이블의 차이를 부정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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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님께서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셔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하고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