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의정부 블라인드 테스트의 세부사항입니다. 1부.
안녕하세요.
요즘 디피에서 일어나고 있는 케이블의 유, 무용론에 관한 토론 글을 보면서 왠지 모를 죄책감과 책임감이 꿈틀거리고 마음이 무거워져 이 글을 쓰게 됩니다. 지난번 제가 참가했었던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와 세부사항을 공개했더라면.... 어쩌면 이러한 논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좀 더 발전적인 토론이 이루어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이곳에 그날 테스트 이후 말하지 못했던 내용을 말해 보려고 합니다.
(해당 카페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회원 활동정지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이곳에 글을 남기게 됩니다. 이해해 주셔요. 일기처럼 재밌게 작성해 보겠습니다.)
논쟁의 처음 발단이 된 것은 어떤 유저분이 ‘고급 스피커 케이블 사용과 옷걸이 철사를 케이블로 사용한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글이었습니다. 그 글 바로 몇 분 뒤 자칭 고수분께서는 ‘철사는 10초 만에도 구별할 수 있고 내가 가진 케이블은 내가 잘 알고 있으니 아무 케이블이나 가지고 오면 바로 구별해주겠다. 특히 무용론자들 와라. 맨탈을 가루로 만들어 주겠다.’라고 했으며 그 글은 아직도 있네요. ^^
제가 그 글을 보니 가슴이 미묘한 감정으로 뛰더군요. 이건 꼭 해야 해! 이런 느낌? 그래서 그 글에 댓글을 달게 되었습니다. 댓글의 요점은 ‘청취로 구분한다는 것은 대부분 자기환상이고 그걸 남들에게 유도하는 거다.' 실제로는 소리의 차이가 나지 않을 거니 자신 있으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티격태격, 댓글 지워라, 통화하자. 등등 우여곡절 끝에 유용론 2분, 무용론 1분, 중도론 2분, 저의 여친 1인, 이렇게 총 6인이 모여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유용론의 대표로 참가하신 자칭 고수분은 케이블의 방향도 20초 안에 감별할 수 있고 케이블 간의 차이는 바로 잡아낼 수 있는 오디오 초고수라 평가받는 그 카페에서는 누구나 인정해 주는 분이구요.
다수 회원의 집을 직접 방문해 기기 개조와 고가의 오디오 세팅을 도와주는 방문 및 튜닝기를 다수 남기고 계시지요.
그분의 자부심은 대단해서 본인의 청취 능력은 끝판왕급 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어서, 계측기로도 방향을 측정할 수 없는 랜케이블 마져도 자신이 소리를 직접 듣고 방향을 알아내어 회원들의 케이블에 방향을 자신 있게 표시해주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도 그런 매칭을 위해 활동하시구요.
양방향 통신인 랜케이블 방향을 음악을 듣고 정해준다. 그리고 본인이 정한 방향은 정확하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믿는 분들이 있으니 그런가부다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2022년 2월 12일 오전 9시 30분, 그 고수분이 지정해준 의정부의 유용론을 지지하는 분의 집에서 테스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제공된 오디오 장비는 총합 일억 가까이 되는 고가의 하이엔드 오디오 장비였습니다.
(에소테릭 k-01 dac, 코드 cpa-4000 프리앰프, 801 d4, 28b3 모노 앰프등이 기억나네요.)
비교 대상 케이블은 아래 그림처럼 고가의 Esoteric xlr 케이블 (3백만원이 넘을 거로 추정)과 연식이 오래되어 단자 도금마저 반 이상 벗겨진 다이소표 1,000원짜리 rca 막 선입니다.
(마지막에 말씀드리겠지만 단순 케이블의 차이가 아닌 밸런스 VS 언밸런스 구조로 전원 관련 노이즈에서 확연히 차이가 발생해 이 노이즈의 다름은 케이블의 다름보다 수천 배 더 큰 차이였습니다.)
과연 이 두 개의 케이블로 음질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가를 테스트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구분이 안 된다면 오디오 접으라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테스트하기 전까지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기 전 장소를 제공하신 유용론자 분께서 전날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해 컨디션이 좋지 않고 본인의 집에서 진행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는 본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케이블에 따른 소리의 다름이 있음에도 없다고 속일 수 있는 우려가 있으니 공개 청취로 하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케이블을 번갈아 바꿔 끼워서 함께 들어 보고 소리의 다름이 있는지 없는지 만을 서로 의견 교환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이에 중도적 입장이신 한 분도 이러한 오픈 테스트를 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의사표시를 했구요.
하지만 무용론 입장인 저와 중도 입장인 다른 한 분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계속 주장했습니다.
저는 ‘난 블라인드로 소리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지 확인하러 왔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안 한다면 여기 올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강하게 의견을 내세워 각자가 지정한 노래 한 곡을 4번 듣고서 4번 기록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블라인드를 할건지 논하면서 저는 평소에 측정하면서 abx 블라인드를 자주 해봤는데 노래 전체를 4~5분간 들으면 이미 기억에 지워져 누구라도 구별하지 못한다. 동의한다면 여기서 직접 30초 정도로 단순 편집해 그걸 가지고 해 보자.라고 제안했습니다.
장소 제공자인 분은 본인도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초보일 때 하는 대표적인 발상이다. 본인도 아직 초보고 자칭 고수님은 본인보다 100배는 민감한데 이런 고수들은 짧은 음악의 다름을 느끼는 게 아닌 노래 전체에서 악기 위치, 보컬의 높이, 조화로운 스테이지를 가상으로 그려 그걸 기억하고 케이블을 바꾸면 그런 조화가 달라져 구분하는 거다.’라고 했습니다.
이어서 ‘내 생각은 블라인드 할 것도 없이 구별 못 하는 경우는 없으며 이런 거 구분하는 건 밥 먹는 거보다 더 쉽다. 아이쿠도 이번 기회에 노래 듣는 법을 배우고 음상, 무대감, 보컬의 높낮이를 배워보라.’라고 했습니다.
전 속으로 뜨끔 했습니다. ‘아.... 진짜인가? 난 그런 걸 느껴본 적이 없는데 내가 타고난 막귀인가? 그렇다면 그동안 해왔던 측정과 기기들의 결과는 진정 아직 과학의 모자람인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더라구요. 고수들이 정말 100% 구별한다면 저는 완전 조리돌림 당할 텐데.... 걱정되었습니다.
고수가 구별하는데는 20초 남짓이지만 구별했다고 음악을 바로 종료하는 건 공평하지 못하니 모두 노래 한 곡을 다 듣는 거로 진행하자고 제안해 그렇게 결정되었습니다.
5분 노래를 4곡씩 X 케이블 교체시간 2~3분 X 6명 진행으로 하니 10시쯤 시작한 테스트는 오후 5시 정도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시간 동안 참가자 모두는 진지했고 서로 존중하며 테스트는 기분 좋게 진행되었습니다.
곡을 청취 중에는 청취자는 일반 덴탈용 마스크를 안대로 사용해 눈을 가리고 말하는 것을 금지해서 누구와도 눈빛 또는 의견교환을 할 수 없었습니다.
결과는
1. 무용론자인 저와 중도인 75%
2. 유용론자인 고수와 장소 제공자 50%, 25%
3. 다른 중도인과 제 여친 25%, 50%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100%와 0%는 없었고, 25%와 75%는 같으니 전체 평균이 딱 50% 나왔습니다. 유용론자에게는 참혹한 결과인 아무거나 무작정 찍었을 때와 똑같은 그런 확룰치가 나왔습니다. 우리들 모두가 믿었고 기대했던 고수분 역시 찍는 확률과 똑같은 50% 였구요 ...ㅠㅠ ... 초고수인 이분 만은 막귀인 우리와 다를 줄 알았는데....
자칭 고수분은 5번째로 세팅은 bbaa, 결과는 abba.
한마디로 같은 노래를 듣고도 다르다고 생각하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청취 능력입니다.
테스트 종료 후 결과지를 오픈 하기전에 각자의 소감을 얘기했는데 너무 막선이라 아주 쉽게 구별이 가능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의외로 참가자들 모두 감별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특히나 장소 제공자인 집 주인은 자기가 매일 듣는 익숙한 소리라 쉽게 구별할 거로 예상했는데 전날의 수면 부족 때문인지 자신도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들의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고수분은 비록 50%를 구별했지만 자신 있게 케이블의 방향도 맞출 수 있다고 번외로 극성 맞추기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케이블 방향을 구별하는 방식은 dac -> 프리, 프리 -> 파워에 연결된 rca 케이블 2조(4ea)를 정 또는 역으로 체결 후 듣고 결정되면 음악을 종료하는 것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케이블 방향을 구별하는 방법은 보컬의 음상 높이, 악기 소리의 위치와 높이 등이 확연히 다르니 우리도 들어보라고, 방법만 알면 누구나 10초면 구별한다고 했습니다.
케이블 방향 결과는 조금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블라인드 할 때 처음 1번 타자가 저였습니다. 1번 타자로 한 이유는 ‘아이쿠 너가 먼저 듣고 최고급 기기들의 조합과 너가 가져온 막선의 차이를 몸소 체험해봐라 놀랄 거다.’라는 뜻이 담겨있었습니다.
근데 웬걸요. 전 아무리 들어도 소리가 다른지 같은지 모르겠고 회차별로 처음 노래가 나올 때 소리 크기가 다른지 같은지조차도 구분이 안 되고 속으로 소리가 다른가? 볼륨이 좀 작아졌나? 라고 딴생각을 하고 있는데 노래는 계속 흐르고 있었고 이미 변별력을 잃은 저는 구별을 할 수가 없어서 모두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결과는 최고치인 75% 확률을 기록해서 제가 1등을 했습니다. ^_____^
다른 분들은 노래를 들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진지해 나중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케이블 방향성의 결과 및 xlr vs rca의 측정에 대한 설명은 2부에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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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흥미진진합니다..
2부도 빨리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