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블라인드 테스트 후기 2부입니다.
안녕하세요.
블라인드 테스트 1부에 응원과 추천 및 댓글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모든 분께 일일이 답글을 달아 드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1부의 댓글 내용 중 참석했던 다른 참가자들의 느낌은 어떤지 알고 싶어 하는 회원님들이 계셨고, 원 카페에서도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카페 내에서는 다른 입장이었지만, 의정부 테스트로 처음 만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xx희 님에게 전후 사정을 얘기했더니 아래와 같은 블라인드 테스트의 개인적인 경험담을 쪽지로 저에게 보내 주셨습니다.
---- 청취 곡으로 내가 평소에 많이 들어 보았던 김필의 "다시 사랑한다면"을 선택했는데요. 저 정도 케이블의 차이에선 단번에 구별되는 소리가 들릴 거라 기대하고서 듣는데, 헉.... 뭐.. 뭐냐?? 막 선과 고가 케이블에서의 소리의 차이를 도통 구별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 청각 능력이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고수분과 집 주인장은 이 정도 케이블 차이에서는 아주 쉽게 구별이 가능할 거라 했는데 내가 카페에서 조롱당하고 조리 돌림 당하는 그 막귀인 건가? 하는 불안감이 밀려오는데.
그때 문득 카페에서 고수라는 분들이 댓글에 많이 달았던 글이 구세주처럼 떠올랐습니다. 고가 케이블은 막선에 비해 해상력이 좋아서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리고 배경이 적막해지며 저음이 살아나고 무대가 넓어진다.
집중해 보자! 이 곡에서도 분명 그런 부분이 있을 거다. 그 소리가 무얼까? 곡의 중간쯤에서 관중들이 박수 치는 소리가 나오는데 아마 이 부분이 아닐까.... 이 부분에서는 구별할 수 있을 거다.
이런 상상을 하면서 기대감을 갖고 한 번, 두 번, 그리고 네 번을 다 들었는데 왜? 왜 나는 구별이 안 되지.... 헉! 이게 뭐지. "내가 정말 막귀였던 거야." 혼자서 속으로 씁쓸하게 되뇌이며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습니다.
창피하긴 하지만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자포자기하면서 막귀임을 인정해야지. ㅠㅠ
그리고 테스트 곡 네 번을 다 찍었습니다. 카페 내에서 케이블에 따른 소리의 차이를 현란하게 표현하던 고수라는 분들이 새삼 더 대단하고 존경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아! 나는 언제나 저런 경지에 도달하냐.... 나도 이런 고수들한테 많은 것을 빨리 배워서 막귀를 탈출해야겠다.
점심 먹고 방향 테스트 중 고수분은 한 곡을 듣자마자 20초도 안 되어 극성이 바뀐 것도 곧바로 알아차리는데.... 부럽고 배우고 싶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그렇게 쉽게 극성을 구별할 수 있어요?
포인트만 알면 어렵지 않지요.
그... 그게 뭔데요...
극성이 맞으면 지금 듣고 있는 Chant라는 곡에서 둥! 하는 베이스 음이 스피커 가운데쯤에서 들리는데 극성이 맞지 않으면 훨씬 위쪽에서 들려요.
아하! 그래서 곡의 그 부분이 나오면 곧바로 알아채시는 거군요.
네 그렇죠, 예전에 세팅해 주기 위해서 어떤 집을 방문했는데 극성이 맞지 않아서 저음이 천장에서 쏟아져 나오드라구요.
헉, 그럴 수도 있나요....
그럼요 내가 다 잡아줬죠.
오... 나도 고수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정녕 오늘의 이 시간이 헛되지 않고 보람찬 하루가 될 수 있겠구나, 귀를 쫑긋 세우고 고수분의 말씀을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
xx희 님의 쪽지 내용입니다.
이제 그날 못다 한 이야기 2부를 시작하겠습니다.
셀프 지정곡 블라인드 테스트 도중 참가자 모두 함께 점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장소를 제공해 주셨던 주인분은 오후 3시 쯤 약속이 있어서 일정을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가족과 외출을 해서 참가자 5인만으로 나머지를 진행했습니다.
가족이 모두 집에 계셨음에도 우리를 위해 다른 방에만 계셨고 장시간 장소를 제공해 주신 주인분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다행히 고수님과 주인분은 스스럼없이 집 열쇠도 서로 주고받을 만큼 매우 친밀한 사이여서 나머지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집 주인분의 말씀에 의하면 테스트 장소의 모든 기기와 세팅을 고수님이 직접 다 해주셨고 알고 지낸 지는 5년이 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가 끝나고 참가자들끼리 담소 중 ‘막선인데도 구별이 어려운데 고수님은 어떠시냐?’고 물었더니 고수님은 ‘우리가 전문가는 아니지 않느냐, 그리고 원래 케이블 바꿔서 무엇을 구별하는 건 쉽지 않다.’라는 의견을 내셨구요.
이어서 본인이 케이블 방향 테스트를 위해 집에서 막선 4개를 가지고 왔다. 집에서 미리 듣고 케이블 방향을 표시했으니 이걸로 케이블 방향 테스트를 하자고 했습니다.
(케이블 방향 테스트도 시간이 남으면 진행하기로 사전에 협의한 내용입니다.)
dac -> 프리앰프 rca 케이블, 프리앰프 -> 파워앰프 rca 케이블.
이렇게 본인이 집에서 사용하면서 표시해 둔 케이블 2조(4ea)를 동시에 정 방향, 역 방향으로 바꿔 구별하기로 했습니다. 2조를 사용한 이유는 1조만 바꾸는 것보다 큰 차이를 만들려는 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지정한 곡은 Fourplay의 Chant 이고, 전체를 듣지 않고 구별이 되면 중단하는 것으로 진행했습니다.
처음에 고수님 본인께서 직접 모든 케이블을 정 방향으로 채결 후 기준을 잡기 위해 테스트 곡을 들으면서 우리도 같이 듣자고 해서 모두 같이 들었습니다.
참가한 다른 분이 ‘도대체 어떻게 구별이 가능하냐? 우리도 옆에서 듣고 있는데 우리는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무엇으로 아는 거냐?’ 가르침을 나누어 주시라 청하니 고수님이 말씀하십니다.
‘방법과 포인트를 알면 어렵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쉽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Chant 곡을 10초쯤 듣다 보면 쿵! 하고 때리는 베이스 음이 있는데 극성이나 방향이 맞지 않으면 이게 높은 위치에서 나오고 방향이 맞으면 눈높이에서 울리게 됩니다. 보컬도 정 방향이라면 가슴 높이에서 느껴지는데 방향이 어긋나면 아래나 위로 올라갑니다. 이건 전원 케이블의 극성에서도 나타나므로 연습하면 구별할 수 있습니다.’
야호~~ 그렇구나, 둥! 하는 베이스의 위치와 보컬의 높낮이를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기준이 되는 음악을 30초 정도 여러 번 듣고 드디어 테스트 시작입니다.
번외로 하는 만큼 노래를 모두 듣지 않고 케이블 방향이 결정되면 중단하고 다음 세팅으로 바꾸기로 했고, 방향만 바꾸는 거라 마스크는 쓰지 않고 눈도 감지 않았습니다. 눈으로 봐도 같은 케이블이니까요.
테스트 기록지에는 4회차까지만 프린트되어 4번을 진행하기로 하고 기준이 되는 세팅으로 곡을 들은 후 다른 방으로 이동했습니다.
우리는 세팅을 어떻게 할 건지 의논 중에 동전을 던져 앞이 나오면 케이블 교체, 뒤가 나오면 케이블 미교체로 정했는데 희한하게도..... 동전을 던지니 3번 연속 바꾸지 않는 뒷면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아........ 좀 너무한 거 같아 마지막 4번째는 교체로 정했습니다.
우리는 세팅을 바꾸지 않았으니 할 게 없었고 바로 준비 완료했다고 전달하면 무언가 진심이 안 느껴져 그냥 덜그럭덜그럭 케이블 들었다 놨다 2~3분 정도 후에 완료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처음 노래가 나오고 포인트인 저음 쿵!~ 한 20초 되었나? 구별했다고 정지시켰습니다.
우리는 입이 쩌억.... 벌어졌지요.
말이 돼? 어디서? 다르게 들리는 부분이 있더냐, 모두 고개를 가로저으며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요.
청취 시 재생, 멈춤 리모콘은 청취자가 조작했습니다.
1 세팅: 테스트 시작 전 기준으로 들었던 정 방향 그대로, 한 20초 듣더니 음악을 끄고 종이에 작성.
속으로 ‘오~~ 이건 진짜인가부다.’
2 세팅: 변경 없는 정 방향, 20초 듣고 다시 한번 처음부터 10초 듣더니 작성.
이때는 반복으로 듣거나 중간에 종료하는 등 자유롭게 청취하기로 했습니다.
‘오오~~ 찐 이다.’
3 세팅: 변경 없는 정 방향, 20초 정도 듣더니 고개를 살짝... 의심은 가는데 확실치 않다. 다음 노래를 듣고 이번 거랑 같이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4 세팅: 역 방향으로 교체, 20초 정도 듣더니 종이에 작성. 그리고 3번 세팅을 수정했습니다.
테스트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얼마든지 수정 가능했으니까요.
총 4회 실험 중 1개 맞췄습니다.
세팅: 정 정 정 역
기록: 역 정 역 정
음...... 같은 방향이 3번 연속인데 다르다고 작성한 걸 보고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결과지를 바로 보여 드렸습니다. 고수분이 말을 안 했지만 마주치는 눈빛에서 우리에게 케이블 방향과 세팅지에 적은 게 다른 거 아냐? 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건 저의 생각일 뿐입니다.)
참여자인 다른 분이 혹시 모르니 케이블 방향 제대로 되어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보시라 했고 고수분은 앰프로 가서 케이블 방향을 확인해 보고 아무 말 없으셨습니다.
확인되셨으니 다시 한번 더 해 보실 거냐? 물었고 흔쾌히 승낙하셨습니다.
두 번째 진행은 5번 세팅했고 대부분 20초 ~ 30초 안에 결정했습니다. 근데요.... 이 마지막 5번의 기록 종이를 제가 잊어버렸어요. ㅠ.ㅠ
어떻게 세팅되었고 어떻게 작성했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5번 중 2번 또는 3번 맞췄습니다.
이 5번 세팅도 제 기억으로는 역역역정역 이었던 거 같아요. 이번에도 역역역 에서 서로 다르게 표기했습니다.
케이블 방향 테스트는 총 9번 중 3~4번 맞추었습니다.
이렇게 블라인드 테스트의 모든 과정을 마친 후 결과를 카페에 어떤 식으로 작성해서 발표할 것인지에 대해서 제 친구인 외부인을 제외한 4명이 논의를 했습니다.
이번 결과를 사실대로 있는 그대로 카페에 올리면 파장이 너무 클 것 같고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그동안 카페에서 막귀에 싼 장비만을 사용해서 케이블의 차이를 못 느낀다고 무시를 당했던 무용론자들은 유용론자들을 조롱할 거고 집단을 형성해 분열될 것이다.
업자들도 공존하고 있는 카페에서 이익이 침해 당할 수 있으니 공격해 올 수도 있다.
분란 방지를 위해서 이번 블라인드 테스트는 당분간 개인적 감정이나 의견을 표현하지 말고, 익명으로 실험적인 데이터만 발표해서 결과의 판단은 글을 읽는 각자 개인이 결정하게 하고, 번외로 테스트한 케이블 방향은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하고, 감정적인 댓글에는 어떠한 대응도 하지 말자고 약속했습니다.
여기까지 하다 보니 어느덧 오후 5시, 마무리하고 청소하고 집에서 나왔습니다.
잘 마무리했다고 주인분과 통화하면서 무료주차 등록하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참가한 분과 짧게 몇 마디 나누었습니다.
나중이라도 공개하는 글을 작성하면 이 말도 꼭 전해달라구요.
"내가 케이블에 의한 소리 차이를 구별할 수 없는 막귀임에 부끄러워했던 것처럼,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다면 소리 차이가 없는 것을 소리 차이가 있고 그것이 개인의 능력처럼 뽐내는 구라쟁이 고수들과 업자들의 상술에 휘둘려 스스로 고수 반열이라 생각하는 분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보다 글이 길어지네요. ^^
3부에는 방문한 곳의 고가 기기의 간단 측정치 해석과, 이번 테스트와 별도로 4월 말쯤 고수님 댁으로 직접 방문해 네트워크기기 튜닝 내용과 usb 케이블 블라인드 테스트 후기로 모두 마무리하겠습니다.
(근데 측정치는 노이즈 정도밖에 없습니다. 시간관계상 못 했어요. 저는 고가 기기들 성능이 무척 궁금했는데 그 당시에는 다음에 또 와서 하면 되겠지........란 생각을 했었는데 그대로 마지막이 된 거 같네요.)
그리고 이 글이 누구를 폄하하거나 놀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카페 활동을 하면서 그 고수님과 가장 친해졌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카페 활동을 하면서 두 번이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있었고, 많은 얘기를 나눈 좋은 정 미운 정 포함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서로 추구하는 길이 다를 뿐이지요.
3부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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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물리, 공학 이야기나 수치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이런 경험기가 더 쉽게 와닿는것 같습니다. 3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