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어린 중학생을 불끈하게 만들었던 음반
어릴 때 집에서 DJ박스가 있는 맥주홀을 운영하던 친구네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형이 거기서 DJ를 하며 음악을 틀어줬었죠.
그래서 그 친구네 집에는 LP가 꽤 있었는데, 대부분이 빽판이었습니다.
저는 종종 그 친구네 가서 밤새 음반을 들으면서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해 오기도 했지요.
어느날 그 친구가 "죽이는 거 하나 틀어주마" 라며 음반 하나를 꺼내 들었습니다.
그 음반이 Hot Stuff 으로 유명한 디스코의 여왕 Donna Summer 의 [Love to Love You Baby] 였습니다.
Hot Stuff 이야 워낙 유명한 곡이어서 방송에서 많이 들었지만 이 곡은 그 때 처음 들었는데, 한 마디로 우리나라에서는 절대로 발매될 수 없는 숙명의 음반이었죠.
남녀칠세부동석의 중세 암흑시대를 살던 어린 중학생들이 그 노래를 들으면서 어찌나 불끈불끈을 느꼈는지...
이런 거 듣다가 걸리면 처벌 받는 줄 알던 시대였습니다.
이 곡은 무려 17분의 러닝타임으로 앨범 A면 전체를 차지합니다.
청음실에서 LP 틀어놓고 앞부분만 찍어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가지 의아한(?) 점이 있는데, 전 작년에 이 LP를 사기 전까지 오랫동안 이 음반의 커버가 다른 그림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 친구네 집에 있던 그 빽판의 커버는 오리지널과 달랐거든요.
그 빽판의 커버 아트는 노래 못지 않게 섹슈얼 이미지를 암시하는 그림이었습니다.
구글에서 아무리 뒤져봐도 그 그림이 없더군요.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이미지를 가져다가 빽판 커버로 만들었는지...
40년 전 어릴 때의 어렴풋한 기억을 짜내서 비슷하게 그려봤는데, 대략 이런 분위기의 그림이었습니다.
일부러 컬러를 빽판의 단색 컬러 분위기로 그려 봤습니다.^^
도나 섬머가 입을 벌리고 느끼는 옆모습이 나오고 그 앞에는 비스듬하게 내려오는 마이크가 있는데, 그 마이크가 땀을 흘리며 흠뻑 젖어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저와 친구는 구석탱이에서 음반의 그림을 보며 킬킬거렸죠,
"야, 마이크가 왜 땀을 흘리냐...?"
어린 시절 까까머리 중학생들의 성적 환타지를 자극하던 추억의 음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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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켓도 역시 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