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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장문주의] 이소라 LP 음질 이슈 - 좋은 음질과 깨끗한 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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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9-28 21:33:27

노이즈가 있냐 없냐, 음질이 좋냐 나쁘냐, 이 두 가지는 엄연히 다른 문제라 생각되어서 긴 글 남겨봅니다.

물론 폭 넓게는 음질이 좋다는 것은 노이즈가 없다는 것을 포괄합니다만 저는 이 두가지를 구분해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LP를 좋아하는 이유는 상당히 많습니다.

 

1. 큼직한 커버아트

2. 옛 향수와 분위기

3. 좋은 음질

4. 깨끗한 음질

5. 음악에 대한 높은 집중도

 

이 중에서 3번 / 4번의 이유가 아니었다면, 저는 LP를 매체로서 소장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말했듯 좋은 음질과 깨끗한 음질은 엄연히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요즘 판을 들어보면 기저에 깔린 음질은 좋은데 노이즈가 심한 경우가 있기도 하구요, 노이즈 없이 깨끗하게 재생은 되지만 음질이 아주 안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앞선 글에 좀 과격하지만 요즘 재발매되는 대부분의 프레싱은 '쓰레기' 라고 표현을 했는데, 좋은 음질도 아니고 깨끗한 음질도 아닌 경우가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LP에서의 '좋은 음질'이란 (다소 표현이 애매하긴 합니다만),

해상력(고역/중역/저역을 분리해 내는 능력)과 음의 질감 (두툼한지 얇은지, 윤기가 있는지 건조한지 등), 그리고 깊게 떨어지는 저음, 단단한 저음, 고역의 영롱함, 넓게 펼쳐지는 스테이징, 그리고 3D 처럼 앞으로 쭉 다가오는 음상 등 청감 상 여러모로 더 낫게 들리게끔하는 요소의 복합체입니다. 

 

반면, '깨끗한 음질'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CD 처럼 깨끗한 재생을 말합니다. 좋은 음질의 요소 중 '맑고 투명한 음질'을 얘기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런게 아니라 말 그대로 노이즈 없이 재생되는 표면의 물적 상태를 말하는 겁니다. 물론 매체 특성상, 먼지가 앉을 수 있고, 바늘이 물리적으로 판을 눌러서 굴리기 때문에 그 소리 또한 어느 정도 증폭이 됩니다만, '정상적인' LP의 경우 지글거리는 소리도, 장작타는 소리도 나지 않습니다. POP 노이즈와 틱노이즈도 전혀 없는 것이 정상입니다. LP 전성기 시절이었던 50-80년대의 프레싱된 음반 중 보관이 잘 된 것들을 들어보면, 한결 같이 믿을 수 없이 '깨끗' 하게 재생됩니다. 장작타는 듯이 탁탁 튀거나, 지글거리는 LP 소리는 오랜 세월 동안 문제가 생긴 판입니다. 손 때가 묻고, 긁혀서 물리적 손상이 생기고, 먼지가 끼거나, 침과 음식물이 튀거나, 습에 의한 곰팡이가 피어서 나는 소리이지 LP 고유의 특징이 아닙니다.

 

마스터가 좋고, 잘 프레싱 되고, 잘 보관된 LP는 깨끗하고 좋은 음질을 냅니다. 

  

그렇게 봤을 때 제가 구입한 이소라 A면의 경우 '좋은 음질' 의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깨긋한 음질' 이 결코 아닙니다.

A-B-C-D 좋은 음질 / B-C-D 깨끗한 음질,

제가 느꼈을 때는 A면의 세 곡 역시 해상력도 좋고, 베이스의 양감과 타격감도 좋고, 스테이징도 좋습니다. 즉, 마스터링이 잘 되어 아주 좋은 음질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먼저 글에도 썼듯이 마치 보관이 잘못된 음반처럼 장작 타듯이 탁탁 튀기도 하고 지글거리기도 하는 등 노이즈가 꽤 심한 편입니다. 음원과 음원 사이에 무음 공간에서 이런 노이즈는 가장 크게 느껴지고, 조용하게 흘러가는 간주 부분에서도 음악 듣기에 거슬릴 정도로 느껴집니다. 바닥 노이즈 (Floor Noise) 라고 하죠. 소리가 없는 소릿골을 지나갈 때 특유의 바늘이 판을 긁는 소리가 깔리긴 하지만 반복적인 팝 노이즈는 나지 않아야 합니다. A면은 확실히 문제가 있는 수준입니다. 어떤 분이 두번째 곡 'midnightblue' 의 중간 부터 심해진다고 그러던데 저도 두번째 곡 중간부터 끝날때까지 부분이 가장 심합니다. 그리고 A면 전체적으로 그렇습니다. 

 

제가 A면에 문제를 지적했을 때, 같은 곡 / 같은 위치 / 같은 면에서 그럴 수도 있을 거라 말씀드렸고, '아마도'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상황일 것 같다고 예측을 했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분들이 꽤 여럿 있는 듯 합니다. 저는 LP 공장을 가본적도 없고 공부해 본 적도 없고 따라서 프레싱에 대한 기술적 지식은 없지만, 오랜기간 구입하고 교환해보고 판별해가면서 경험적으로 알게된 점입니다. 교환해도 같았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약간' 괜찮아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일단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선 교환했다가 더 심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판 닦는 것도 소용 없습니다. 이런 경우 30분간 미온수 중성세제에 불리고 곱게 닦아도 안됩니다. 일정 분량의 프레싱이 똑같이 찍혀서 나온다는 얘기입니다. 일정 분량이 500단위 일 수도, 1000단위 일 수도 있습니다. 

 

QRP 와 RTI 프레싱의 경우 비싼 만큼 이런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는 거죠. (그러나 저도 몇몇 판은 비슷하게 음질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판이 휘는 경우도 있고, 작은 날벌레가 같이 눌려서 프레싱 되는 경우도 있고, 이소라판처럼 노이즈가 전면에 깔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직구한 경우가 많고 교환이 어려우니 그냥 그러려니 했던 상황)

그러나 정말 확률적인 면이나 기대면에서 봤을 때, QRP / RTI 프레싱에서 저런 일이 일어나는 건 재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판값이 얼만데...

 

모든 것을 감안했을 때 이소라의 이번 LP가 A면의 음질 이슈가 받아들여지고 교환해 줄 물량에 여유가 있다면 저는 교환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 것은 두가지를 전제로 하는데, 첫째는 '양품'으로 노이즈가 나지 않는 판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판별해서 보내줄 수 있는 것인지가 확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몇몇 분이 깨끗하다고 하시는데, 문제가 없는 판이 다수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물론 제조/판매처에서 A면의 음질 이슈가 받아들여지고 교환해 줄 물량이 있어야 하겠죠. 이 경우, 품절 사태에다가 손해를 떠 앉고 싶지 않은 판매처에 맞길 일이 아니라, 갈변 블루레이 교환해 준 것 처럼 제조/기획사 측에서 방안을 내 줘야 할 듯 합니다.

 

만약 모든 판이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고, 기획측에서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을 의지가 없다면  (추가 제작을 하거나, 교환해줄만한 의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저는 온전한 B-C-D 에 만족을 하는 동시에 다소 무책임한 기획사를 비난하겠습니다. 한편, 공연 포함 매사에 완벽을 기하는 이소라님의 귀에도 이런 문제가 들어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분들과 문제가 전혀 없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서로 다투거나 감정 소모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문제가 없다면 운이 좋으신 분들일 거고 그 자체로 훨씬 더 만족하실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저라면 더 해피할 것 같습니다.

반면 문제가 있으신 분들은 보아하니 저와 거의 비슷한 상황이신 것 같으니... 제조사/판매사에게 촉구 정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리 1. 양품도 있는 것 같다.

정리 2. 가능하다면 Disc 1 만 교환받고 싶다.

 

덧댐 1. 제가 최근에 새롭게 구입해서 들은 QRP / RTI 프레싱들은 수십장이 되는데요. 대략 50장이라고 치면, 그 중 두 앨범에서 치명적 결함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바늘이 출렁거릴 정도로 엄청나게 휘어져 있었고, 하나는 잠시 잠깐 찢어지는 틱노이즈가 발생했습니다. 전자는 반품, 후자는 모든 프레싱이 그렇다는 것을 알고 그냥 소장 중입니다. 그 외는 말그대로 '무결점' 완벽 프레싱이었습니다.

 

 

재즈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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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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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8 21:12:48

 핵심과 문제점을 잘 적으신 글이네요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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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9-29 00:02:41

잘 설명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제가 지식이 짦아,  현상 설명이 참 어려웠습니다 (예전 산수유 광고처럼요.. "..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진짜 뭐라고 하기도 그런 크진 않지만, 자주 들리는 cracking noise랑 빈공간에서 들리는 마루에 묵직한 볼링공 스멀스멀 굴러가는 듯한 소리 (floor noise 라고 하는군요, 아하) 가 있어서, 특히 헤드폰으로 들으면 명확하게 들리는 상황입니다. 

 

제가 약간 고민된다고 한 이유중 하나가, 마스터링 측면에서는 개인적으로 ABCD 모두 좋았거든요 (이승환 이번 엘범만큼은 아니지만). 

 

여튼 많이 아쉽습니다. 10여만원 주고 산 엘범인걸 생각해보면요. 이거 대신 GENE이나 헬로윈 박스셋을 살걸.. 하는 생각도 들고 좀 그렇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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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8 21:21:21

음악을 즐기고 좋아하시는 분들은

적정한 용돈 또는 지출 가능한 한도 내에서

많은 음반을 접하고 만져보고 듣고 싶으신 마음 같으실것 같아요

13.5라는 금액으로 30.0짜리 행복감을 주었다면 참 좋았을것을요

1
Updated at 2020-09-29 01:12:43 (121.*.*.42)

밑에 제가 문제제기를 하니까 온갖 악플이 넘처나던데
아니다 이정도 노이즈는 왼만한 국내엘피에 모두 있으며 이정도로 컴플레인 한다면 엘피수집 접어야 한다는둥 이런 댓글이 올라오니 어이가 없더군요
물론 굉장히 고가이기도 했고 그야말로 경쟁이 치열해서 그걸 다 이겨내고 얻은 수확이라 뜻밖의 일련의 음질 사태로 실망이 큰건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다수 사람들이 검증한 사실이기도 한 문제인데 현실자체를 부정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네요
음질에 문제 없다고 현실을 부정 한다고 해서 그 문제가 없어지는건 아니니깐요
물론 재즈주앙님이 언급하신대로 정말로 양품이 존재하는건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저의 경험에 비춰볼때 프레싱 시기가 다르면 이야기가 또 달라지지만 같은 시기에 동일한 스탬퍼로 양산해낸 결과물은 대체로 동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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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9-29 10:09:14 (218.*.*.55)

본인 생각과 반대 의견은 다 악플이군요.

2020-09-29 02:13:14

60~80년대 음반은 중고로, 그것도 2000년대 이후에나 손에 넣게 되어서, 몇 명의 손을 탔는지 알 수 없겠구나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구입한 민트급 음반들이(일본반, 수입반)연식에 비해 상태가 좋아서 당시 반질을 추정해 볼 뿐입니다.
제가 듣는 음악은 주로 60~70년대 음악이라 그런지 LP에서 얻는 음향적 쾌감이, CD보다 큰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좋은 음질 깨끗한 음질에 대한 표현이 저는 좀 감이 안오네요.
이소라 음반에 대해서는 뭔가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한게 아닌가 싶구요, 이쯤되면 오디오가이 쪽에서도 사태를 인식하셨을 것 같은데...

2020-09-29 08:58:20 (210.*.*.2)

눈썹달... 한국 가요 LP '음질'의 분기점이 될 거라고 했는데 '가격'의 분기점이 되버렸네요...ㅠ

Updated at 2020-09-29 11:06:57

이번 앨범은 음원 자체나 제작 상태에 따른 음질이 45rpm이 무의미 합니다 그냥 일반 LP로 만들어도 충분한 것을 마스터 음원 자체는 못따라가는데 옷을 잘못 입은 느낌입니다.
차라리 김윤아 3집 LP의 음질이 더 세밀하고 풍성합니다. 45rpm이라면 Stan Getz & Charlie Byrd LP 정도 음원, 제작상태가 되어야 할거같습니다. 고작 8만원대 인데 비교불가 음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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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9-29 11:26:19

 사실 LP에 노이즈가 있는건 아주 흔한 일입니다.

문제는 눈썹달 LP의 경우 13.5만이라는 가격에서 오는 허탈함이겠지요.

역대급 가격을 책정했으면 그에 맞는 퀄리티를 보여주는게 맞는데

쟈켓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건 음악 자체인데 음질 부분을 놓친게 아쉽습니다.

뭐 대대적으로 2년이상 개고생했다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으니 기대가 더 컸던만큼 실망도 큰거겠죠.

4~5만원짜리 LP였다면 논란 자체가 되지도 않았을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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