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분주한 연말연시를 보내다 보니
디피 방문과 인사도 한 해를 한참 넘겨서야
제대로 하게 되는군요.
늦었지만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는 더욱더 일상에 활력이 되는
행복한 취미생활들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저야 뭐 다들 그렇듯이
한 해를 넘겨도 여전히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힘든 상황들을 맞이하고 있지만 그나마
수험생 학부형의 짐은 벗어버리게 되어
오디오 볼륨을 눈치 안 보며
맘 놓고 키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하며 한 해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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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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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으로 기억합니다.
CD라는 매체가 등장하곤
음악을 즐기던 애호가들 중엔
그나마 빨리 갈아탄 편인데
그때는 지금의 레트로 열풍과는
참 많이 다른 느낌이지요.
카세트테이프와 LP는 이미
나보나 세상에 먼저 나와 있던
구시대의 문물이었지만
뒤늦게 등장한 CD는
남보다 먼저 선점해 즐기는
신문화이자 개인의 이력으로 보면
얼리어답터의 시작 같은?
당시의 인식으론
LP는 결국 과거의 유물로 전락해
폐기처분될 수순이었고 CD가
모든 걸 대체하게 되는 분위기였죠.
그러다 보니
기존에 소장하던 LP들을 정리하며
CD로 대체하는 일에 누구보다 빨리 움직였고
그 기간은 불과 2~3년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LP만이 줄 수 있는
큼지막하고 화려한 아트워크와 정보량들이
얼마나 큰 매력이었는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냥 CD가 멋져 보였고
소리도 더 좋은 것 같았고
우습지만 값도 훨 비싸니
더 있어? 보였었지요.
요즘 같은 분위기가 다시 도래할 줄 알았다면... 음...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아쉬움들이
쓴 뿌리처럼 스며 올라옵니다.^^;;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그땐 다 그랬으니까요~
어쨌든 제 선택이었고 30년을 이어왔기에
애착은 LP와는 비교불가합니다.
(아, 물론 LP의 취미도 상대적으로 작아 그렇지
CD 화 되지 않았다거나 귀한 초반의 LP 위주론
여전히 끊지 않고 이어갔습니다. )
아래부턴 사진과 함께~
정확히 기록해놓지 않아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처음 구입하기 시작한 시기의
CD 들일 겁니다.
당시엔 최신 음반들이 우선이었고 이후엔
과거의 음반들을 CD로 대체하게 됩니다.
구입의 시작은 수입 CD들이었지만
때맞춰 출발한 직배사들의 공급과
라이선스화된 음반들에도
서서히 영역을 넓혀갔습니다.
당시, 국내 라이센스 계약을 종료한
직배사들이 직접 LP, CD를 공급했지만
퀄러티는 특별히 나아진 게 없었습니다.
일단 인쇄 질 자체의 편차는 들쑥날쑥했으며
어이없게도 EMI는
LP에 고유의 띠까지 둘러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이 구입했던 EMI 직배 LP들은
이때 거의 다 정리해버렸습니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EMI LP는...
옆길로 샜습니다. 여하튼 CD 껍데기는
투명 아크릴 주얼 케이스와
블랙 트레이 구성이 전통적인 형태였지요.
트레이 부분만 흰색 등,
일부 변형된 컬러가 적용되기도 합니다.
특히 일본반들이나 국내 제작사인
시완레코드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개인적으론 원 커버 아트 이미지에
시각적 왜곡을 불러일으키는
흰색 등 다른 계열의 컬러는 싫어합니다.
한때는 이것만 골라 블랙으로 몽땅
바꿔 끼우기도 했을 정도로...)
고급 라인으론
전에도 소개 드렸던 롱 박스, 카톤팩 구성과
아웃 케이스가 적용된 음반들은
일반판과는 거리를 두었지요.
이후 디지팩이 등장하며
좀 더 차별화를 시도합니다.
기본 성질 자체가 종이다 보니
내구성에 취약하긴 하지만
가공 방식이 잘 된 제품 & 보관만 좀 신경 쓰면
주얼 케이스보다 보기에도 훨 고급스럽고
컬렉션의 즐거움도 배가 됩니다.
유니버설은
아예 딜럭스 에디션이란 이름으로
시리즈를 이어갑니다.
당시에 나왔던 국내 음반들입니다.
꼼꼼하게 만든 제품들은
30년이 흘러도 별다른 손상 없이
원 형태를 잘 유지해줍니다.
하지만 아무리 보관, 관리를 잘 해도
원 재질부터 낮은 등급을 사용했다거나
공정이 성실하지 못하면
세월을 이겨낼 수가 없습니다.
최초 더블 음반의 경우는
이런 뚱댕이 케이스가 적용됩니다.
일단 두툼한 외관에다
부클릿이 별도로 들어있어
뽀대는 있었지요.
근데 이게... 양이 많아지니
공간에 대한 압박도 무시할 수 없더군요.
싱글 타이틀 5장 공간에 더블 타이틀 두 장이
몽땅 차지해 버리니..
게다가 전통적인 아트워크인 정사각형 재킷에서
가로가 세로보다 좀 더 긴 형태이다 보니
오리지널 정보량과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당시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차후에는 이 점이 가장 거슬리게 되더군요.
원본 아트워크를 재현한
정사각형의 부클릿과 비교시
아래 이미지가 상당 부분
잘려나감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정보량엔 변화가 없는데
이미지를 가로로 늘려
냉장고 체형의 마형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게다가 아웃 케이스에 외부형 부클릿까지
적용되면 부피는 더욱 늘어나지요.
이후 싱글 케이스 안에 폴더식 트레이를 적용한
더블 케이스의 등장으로 뚱댕이 케이스는
자연스럽게 소멸하고 맙니다.
정사각형의 오리지널 커버 아트도
온전히 보존하게 되고요~
그리고
전통적인 블랙 or 컬러 트레이도
투명한 아크릴 트레이로 변경되며
조금씩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이런 방식은 단면 슬리브 인쇄에서
양면 인쇄의 변화에 따른
두 배의 정보량 제공 등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합니다.
참, 잠시 거쳐갔지만
너무나 속 보이던 CD 트레이 부분에
하수구 구멍을 뚫어버리는 만행도
저지른 이력이 있군요.
생각할수록 참 참 참입니다.
외에도 소위 싱글 음반으로 불리던
타이틀들의 포장은 북클릿도 없이
뒷면 슬리브가 겉 표지 역할을 대신합니다.
(일본반등 간혹 싱글 레코드가 아닌데도
이런 케이스에 담는 기행도 있습니다.)
하지만 싱글 CD는 7인치 LP처럼
이런 사이즈로 나오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일단 플레이어에도 이들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보급화엔 실패합니다.
(보관이나 다루기가 힘들 정도로
너무 작기 때문이었을까요? 암튼... )
주얼 케이스 커버에 빗살 무늬를 넣어
입체감 효과도 시도합니다.
이후엔 아예 렌티큘러를 커버 아트로
넣어버리지요.
새 음반을 담아 발매하는 LP가
공식적으로 사라지고
본격 CD 시대가 도래하며
다양한 형태들이 차별화를 외치며 등장합니다.
CD의 춘추전국 시대가 열린 것이지요.
디지팩만 보더라도
기본적인 싱글 형태에서부터
2,3단으로 펼쳐지는 모형까지~
여기에 더욱 변형된
다양한 디지팩들이 생겨나고
커피북과 같은 형태의 커버 아트들과
베스트 음반 성격에 딱 알맞은
롱 박스 형태의 딜럭스 에디션들도
자리 잡게 됩니다.
점차 뭐라 설명하기도 어려운 형상의
변종 껍데기 음반들이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등장합니다.
이런 흐름에는
오리지널 LP를 재현하고자 하는 노력들도~
아웃박스에 기념품도 끼워 넣습니다.
일명 깡통...
이게 참 그런 게... 보관도 애매하고
일단 금속이라 세월의 흔적도 다분해집니다.
한쪽에선 주얼 케이스의 고급화에
SACD가 선점하며 시그니처 케이스로
자리 잡습니다.
DVD 사이즈의 슈퍼 주얼 케이스도
나름의 위치를 찾고자 했지만
음반시장의 고정된 이미지를 부수는 데는
실패하고 맙니다. 일단 비싸고 부피도 크고...
어쨌든
뭐니 뭐니 해도
디럭스 리밋 에디션으론
이만한 껍데기가 없습니다.
사이즈에 규격화도 되어있고
기본적으로 구성되는 내용물,
즉 패키지 구성도 검증이 되었기에
지금도 여전히 이 형태로 발매를 이어올 만큼
인정을 받았습니다.
여기서부턴 악수들이 등장합니다.
분명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차별화를 한 듯한데
이게 지나치면 대중은 버거워 합니다.
일반적인 사이즈가 아니다 보니
보관에 애를 먹습니다.
아트록과 포크록의 국내 보급에 크게 일조했던
시완레코드는
여기까진 좋았습니다만...
선을 넘어 이런 시도까지 해버립니다.
멀쩡한 모양새에서 펼치면...
뭐, 다 좋습니다.
하지만 일반적 디지팩 사이즈면 모를까
애매한 크기로 만들어 버립니다.
저처럼 만장이 넘는 CD를 모아온 컬렉터에게도
여전히 적응 불가한 계륵입니다.
이왕 이런 정성을 들였다면
아웃박스 하나 정도 더 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벌어질까 봐 세워서 보관하는 중에도
언제나 주얼 케이스 사이에 꽉 끼워놓습니다.
이 분은 참...
독보적인 껍데기를 만들고 싶다면
멋있거나 이쁘기라도 하면 모르겠습니다.
멋지지도, 이쁘지도 않은 데다
이 두 장의 음반은
2~30장의 일반적인 CD 사이즈가
들어갈 공간을 다 차지해 버립니다.
이렇게 만들고서 ‘친환경이 우선이다’라
말하겠지요?
애써 만들어 놓곤
주얼 케이스를 넣어놓는 건 또 뭘까요?
LP 아닙니다.
그냥 커다란 사이즈의 껍데기입니다.
이러려면 그냥 LP를 사지요...
인디 뮤지션들은
돈이 없어 단출히 낸다고 칩시다.
근데 이건 뭐 단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돈 쓴 티도 안나고
노트 두 권이 웬일입니까?
의외의 불만은 이런 것들입니다.
신경을 꾀나 쓴 아트워크인데
이게 참 애매한 사이즈입니다.
일반적인 주얼 케이스 CD를
세로로 세워놓은 비율이라
이런 디지팩은 책등 부분(스파인)이
위로든 아래로든
눕혀야 전용 장식장에 들어갑니다.
CD 사이즈지만
CD 장에는 눕혀야 들어가는 사이즈라...
희망고문이랄까요?
**우측의 디지팩은 사이즈 비교차 올려놨습니다. **
이건 뭐 언급하고 싶지도 않은...
말 나온 김에
과거 사례를 들어 쓴소리를 좀 이어가겠습니다.
음악을 귀로 즐기는 세대에게
눈으로도 즐기는 즐거움을 주게 됩니다.
이런 점이 LP 시대에 없던
새로운 문화이지요.
물론 LP도 박스 셋이나 레드 제플린의 3집,
롤링 스톤즈의 지퍼 재킷처럼
특별한 형태로 만들어
차별화를 두었던 타이틀들이 있지만
극히 일부이며 제작 단가의 부담이나
기술력의 부재 등
외관의 형태보단 정해진 정사각형의 틀에
아티스트의 철학을 담는 아트워크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조금 더 고급스럽게 신경 써봤자
게이트 폴더 형태 정도랄까요?
LP시대 변형 재킷의 예.
그런데 여기에 문제점이 생깁니다.
CD 시대에 음반을 발매한 레코드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LP 시대에 나왔던 정사각형의 레코드들을
CD 사이즈로 줄여 담는 것에 이해 부족, 내지는
한계에 부딪칩니다.
기획부터 큰 사이즈의 아트워크와
타이포그래피들이
1/4로 줄어들며 그 정보량을
온전히 담기 힘들어진다는 것이지요.
CD 화 초기엔 그러려니 했던 이유들이
세월을 거듭할수록 아쉬움은 커지고
레코드사들의 안일한 태도에
급기야 불만이 폭발하게 됩니다.
일단 전면은 크게 무리가 없지만
원본의 철학에서 벗어난 뒷면의 왜곡된 정보들은
무성의하기가 그지없습니다.
그나마 북클릿에라도 누락된 이미지를
넣어주는 배려면 땡큐지요.
이렇게 아티스트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거대 레코드사가 만들어 놓은 마스터 페이지에
서체까지도 변화 없이
수록곡과 일부 정보만 바꿔 넣어
발매하기도 합니다...
위 예시들과 비교해보니
온전한 앞뒤 정보 전달은 물론
게이트 폴더 안쪽 이미지까지
부클릿에 넣어주는 에픽사의 노력은
비록 미드 프라이스라는 보급 라인업이지만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아예 전면의 아트워크를
자기들의 시리즈 컨셉이라 우기며
말도 안 되는 표지에
얼굴을 드리 밀어버립니다. 아니,
1/4로 줄어든 CD의 사이즈도 버거운데
거기에 더 줄여 넣어버리면
어쩌자는 겁니까? 게다가
남는 면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리즈로 내놓는 모든 음반들을
이런 식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두 장의 타이틀을
한꺼번에 넣어 발매한 건 또 어떤가요?
기술의 발달로 별개의 타이틀을
한 장의 CD에 담아 발매하는 건 소비자에게
경제적 득이 될 수는 있다 치더래도
한 아티스트가
자신의 철학을 담아 발매한 아트 위크를
달랑 표지 한 장에 두 개씩 욱여넣어 발매하는 건
심각한 원본 훼손입니다.
대안이 없었으니
울며 거저먹어야 하는 입장이지만
불쾌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두 장은 양반이지요.
이렇게 네 장을 묶은 것도 있습...
그나마 부클릿의 앞뒷면에 두 타이틀의 얼굴을
나눠 담아줬다거나
표지에 이런 만행을 저질렀을지언정
3단 게이트 폴더 안쪽에라도
이렇게 구별해두면
소비자, 아티스트를 조금이라도
생각했구나란 위안은 생깁니다...
차라리 레드 제플린의 박스셋 구성처럼
이렇게 두 장씩 한데 묶었다면
내부에 별도의 인쇄를 통해서라도
오리지널 아트위크 정보들을 몽땅
친절히 넣어주는
성의라도 있었으면 합니다.
레드 제플린이 나온 김에 첨언하자면
리마스터링이라는 이름을 빌어
여러 번의 껍데기 장사도 있었습니다.
2부에 이어가겠지만
다양한 버전이 있는 만큼
나름의 장단점들이 있지만
역시나 일본판 LP미니어처의 완성도를
따라가진 못했습니다.
외에도 색상을 온전히 재현하지 못하는 경우나
원본을 심각히 훼손하며
멋대로 편집해 발매하는 등
별종의 껍데기들이 즐비하지만
스크롤의 압박으로 여기서 접습니다.
2부엔 ‘밧스셋’과 ‘LP 미니어처’의 세계로
내용을 이어갑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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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컬렉션과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