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CD로 풀어보는 껍데기 이야기 2편..박스셋 (스압주의)
1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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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새로운 물리 매체의 등장에
설레었던 소비자들에 비해
제작사는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새 상품은 그렇다 치지만
이미 LP시대에 나온 레코드를
다시 디지털 상품화하는 과정엔 분명
내용(음원)의 이전 만큼
포장(아트 워크)에도 보편타당한
이전의 과정이 필요한데
이 점은 확실히 무성의했습니다.
LP에 비해 CD의 외관 사이즈만
줄어든 것이지 그걸 담고 있는
껍데기의 정보량도 같이 줄이자는 게
아니었을 텐데 말이지요.
어쨌든 소비자는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그러려니 했습니다.
이런 권태기에 빠져있을 때 즈음
등장한 껍데기가
박스셋과 LP미니어처입니다.
개인적으로 워낙 미니멀한 것을
좋아해서 그런진 몰라도
완전 취향 저격이 더군요.
이후 올린 사진과 글들은
개인의 체험기를 바탕으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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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박스셋의 등장만으로도
CD를 즐기는 음악 애호가나
컬렉터들에게 관심이 집중하게 됩니다.
지금의 박스셋과 비교해보면
퀄러티가 약간은 떨어지는 데다
이미 단품으로 보던 주얼 케이스들이지만
박스에만 담겨있으면
껍데기 자체로도 있어 보이는 것이지요.
단품 주얼 케이스를 버리고
일체형으로 만들기도 하고요.
아예 사이즈까지 LP와 같게 만들어 버리면
거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사이즈가 커지니
담을 공간도 많아지고
당시에는 낯설던 특전 같은 것들이 들어갑니다.
이쪽 분야에 특히 즐비하던 덕후들을
홀리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런 형식은 최근에까지
리미티드 에디션 형식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 위와 같은 포맷으론
LP.CD 모두 완벽히 재현한 오리지널 아트워크나
리마스터링, 고급 재질의 화보 수록 등
전작을 모두 마친 레드제플린이
아직까진 원탑일겁니다.
다시 돌아와서...
타깃 소비층이 확실해지니
이런 기획까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여세를 몰아 기존 음원에다
미발표 트랙까지 추가로 넣은
음반계의 확장판들이 등장합니다.
그래도 초기의 대부분은 베스트 형식이나
미발표 트랙 모음집, 추가 확장판 같은
박스셋들이 주를 이뤘지요.
하지만 박스셋에 재미를 본 제작사들은
본격적으로 당당한 끼워팔기를
시전합니다.
이미 단품으로 발매했던 음반이지요.
몇 장이 빠져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이미 다 가지고 있는 열성 팬들은 다시
박스셋 앞엔 무릎을 꿇습니다.
이경우를 볼까요?
여기에 스파인(CD도 이걸
스파인이라 부르는 게 맞나요? 암튼..)만 살짝
디자인을 넣으면 새로운 상품이 돼버립니다.
이런 느낌?
팬들은 이걸 또 못 참 게 되지요.
결국 낱장으로 구입한 음반들을 정리하고
박스셋을 구입하는 이중고에도
웃으며 눈물을 쏟습니다.
이 멋진 껍데기를 과연
에어로스미스 팬들은 참을 수 있었을까요?
당시엔 이게 전집이었습니다... 만
이들은 이후에 이만큼 더
음반을 발표합니다... 쿨럭..
즉, 이 박스셋이 끝이 아니란 이야기지요.
같은 단품 주얼 케이스를 담았더래도
이렇게 개별로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건
높게 평가할만합니다.
최근에 발매됐던 UHD타이틀입니다.
이렇게 해 놓으니 수납의 관리도 편하고
보기에도 훨 좋잖아요?
제대로 만들어진
전집 박스셋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시초에 자리했던 제플린은
다음 LP미니어처 편에 정식으로
다루겠습니다.
그리고, 전집 박스셋에도
차별화가 시작됩니다.
주얼 케이스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LP의 형태를 축소하거나 디지팩이
그 자리에 대신 들어갑니다.
(여기가 아마 LP미니어처의 시작쯤이
되지 않을까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작정하고 LP의 형식과
재질까지 그대로 축소시킨
미니어처 박스들이 세상에 나오기 시작합니다.
원본의 종이 질감이나 엠보싱까지
완벽히 재현합니다.
이너 슬리브까지 살리는 디테일
레코딩으론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방대한 이력의 딜런도 이렇게 완벽히
축소해 넣어버립니다.
별도의 SACD박스셋도
특별하게 만들어 냅니다.
덕분에 CD로 전집을 모았던 단행본들은
다시 중고로 뿔뿔이 흩어집니다.
LP에서 CD로 교체 작업한 지 불과
10년도 안돼서 말이지요...
비틀즈같은 팀의 또 다른 버전이 있으면
회피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완성도가 높은
박스셋+LP미니어처 조합의 매력은
이미 음반을 개별로 가지고 있는 팬들에게도
중복으로 보유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주얼 케이스에 들어있던, 심하게는
반쪽짜리 정보들이 원본에 완벽히 부합하며
매력적인 예술품으로 다시 탄생하게 됩니다.
그냥 같아보이는 전면이
뒤로 뒤집으면
완전히 다른 음반이 되지요.
하지만 박스셋만 놓고 보면 클래식 쪽은 뭐
.... 건드릴 수가 없습니다.
일단 50장 묶음은 기본으로 깔고 가는
박스셋들이 허다합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낱장의 타이틀로 구하기 힘든 음반들이
박스셋안에 다 들어가 있습니다.
조금씩 모아오던 클래식 타이틀들은
결국 거의 정리하게 되는 상황까지 오게 됩니다.
일단 우리 예술가들의 레코딩부터
근사하게 포장해 발매해주는
도이치 그라모폰의 박스셋은
외관이나 내용이나 거의 완벽합니다.
외에도 히트작인 데카, 리빙스테레오의
박스셋은 그냥 맛배기로다~
외에도 재즈와 블루스 등
알짜배기 음반들만 골라 채운 박스셋들은
입문자는 물론 이미 낱장으로 가지고 있던
골수팬들에게까지 환영을 받았습니다.
근데 이런 현상이 결코 반가울 수가 없음을
어느 정도는 아실 겁니다.
바로 대중적 물리 매체의 몰락을
반증하는 현상이며 결국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전락하는
수순이라는걸...
이미 10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던
이런 저가형 기획 전집 박스셋들도
단물이 다 빠져버렸는지
이젠 보이지 않게 됩니다.
제 경우는 대부분은 가지고 있더래도
한두 장이 빠져 있다면
그때그때 구입해왔습니다.
일단 밧스셋이 개별 타이틀
2~3장 값뿐이 안되니...
LP미니어처로 부르긴 싫지만
그래도 최소한 앞, 뒷면의 정보량은
오리지널 LP의 그것을 그대로 다 담았기에
낱장이지만 주얼 케이스 단품보다
높이 평가합니다.
게다가 구할 수 없던 깜짝놀랄만한 음반들이
사이사이 끼워져 있어 좋습니다...쿨럭
박스셋이라는 껍데기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며
3편엔 본문에도 살짝씩 비췄던
LP미니어처어의 심화과정을
다뤄볼까 합니다.
***제가 쓰는 모든 내용은
개인의 체험에 기인하며
역사적 기록, 검증으로는
별 효력이 없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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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반 글에 이어 좋은글 감사합니다. 덕후질 할땐 특이한 버전이 나옴 '우와와 이건 사야되' 하고 지르지만 남는건 사이즈 문제로 골치덩이로 전락하는게 함정이죠. 지난번 언급되었던 라됴헤드의 음반들이 그렇고 SP EP CD box나 Blur Singles box 는 당시 가난한 학생에겐 천상의 아이템이었지만 정말이지 어디 모셔놓기 힘든 존재였어요 저에겐. 몇개되지 않은 롱박스 CD 는 나중에 박스를 다 버리는 만행까지 저지른 일인입니다. 엄청 후회중. 요즘도 LP중 좀 이상한 페키징 엄청 싫어해요. 겉에 쓸데없이 플라스틱 슬라이딩 커버 달린 Bon Iver 마지막 앨범 등 몇개 있어요. 얘네들은 왜 이런데 던 지랄할까 싶은 ????
전 개인적으로 LP미니어쳐는 끔찍히 싫어라 했어요. 일본애들 별 지룰울 다해 했는데 한국도 많이 만들었죠. 그런것보단 알레스 뮤직에서 초기 발매했던 인디타이틀 한국 특별반 CD들, 벨 앤 세바스챤, 아케이드 파이어 등등 몇개는 요즘 몸값 좀 하시더라구요. 저야 대부분 50달러 정도에 오래전 팔았지만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