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CD로 풀어보는 껍데기 이야기 3편...LP미니어처 (스압주의)
2편에서 이어집니다.
.
.
시대의 흐름에 따라 CD로 갈아타고
음악 감상 취미를 이어갔지만
그만큼 컬렉션에 대한 눈도 높아지니
역시 아쉬웠던 건
오리지널 아트워크의 재현이었습니다.
그러다 만난 Simon&Garfunkel의 전집
박스셋에 들어있던 미니어처가
첫 만남인 샘이지요.
내용물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었기에
더욱 놀랐던 이 박스셋으로 인해
새로운 세상이 열렸고
늘 부족하게 느껴졌던
오리지널 아트워크에 대안으로
LP미니어처를 선택,
다시 교체라는 막연한 시기를 보냅니다.
대신, 아트위크의 가치나
아티스트 간의 의미 등 좀 더
세밀히 정해놓고 선별하기 시작합니다.
***명칭의 혼잡을 피하고자
재킷의 옆면, 즉 책으론 '책등',
스틸북 타이틀로는 '스파인'의 부분을 통칭해서
LP시절 불렀던 '옆면'이라 하겠습니다. ***
.
.
첫 만남이라 개인적으론
의미가 큽니다.
이후, 어느 정도 표준화된 사이즈의
미니어처에 비해 살짝 작은 데다
CD 알맹이만 달랑 들어가 있었지만
앞, 뒤의 오리지널 아트워크를
그대로 재현했다는 점 만으로도
참 반갑더군요.
바로 이들의 주얼 케이스는
모두 정리하게 됩니다.
옆면까지 제대로 살려줬지요. (이후에 나오는
대부분이 보급형 박스셋은 옆면을 생략한 것인데
개인적으론 미니어처로 인정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새롭게 만나게 됐던 미니어처는
이런 형식이었습니다.
확실히 두툼, 묵직한 게
나름 뽀대도 나고 뭐 그랬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생각해보니
결국 기술력이 부재였기에
이렇게 만들었지 않았나 싶습니다만...)
두꺼운 종이지만 엠보싱과 게이트폴드 형식까지
어떻게든 그럴듯하게 재현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두 장씩 묶기 시작한 거며
너무 두꺼운 종이를 사용해
옆면의 폭이 넓을 수밖에 없었던 건
참 아쉽습니다.
확실히 미니어처보단
디지팩 같아 보이지요.
이후에도 미주, 유럽발 미니어처들은
조금씩 다른 규격이나 재질 등의 형태로
발매를 이어갔습니다.
.
.
.
하지만
압도적 퀄러티에 규격까지 통일시킨
일본반들의 등장으로 미니어처의 패러다임은
바뀌어 버립니다.
OBI를 적용한 일본반들에 의해
당연히 있어야 하는 구성물로 자리 잡게 되며
결국 멀쩡히 있던 주얼 케이스들을 중에
좋아하는 음반, 아트웍 재현이 불만이었던
음반들을 선별해 바꿔버리기 시작합니다.
일본반들을 맛본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미주, 유럽도 정신을 차리기 시작합니다.
원본의 질감을 살리고
엠보싱까지 그대로 재현하는
약진을 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10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는
복원력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너 슬리브의 앞, 뒤까지
완벽히 재현함은 물론
CD 인쇄면에
오리지널 라벨을 그대로 살렸다는 것은
높게 평가할만합니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선호하는 타입이지요.
이 부분은 각 레이블마다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가지며 다양하게
적용되어왔고 소비자의 선호도도 다 다르기에
어느 것이 옳다 말하진 않겠습니다.
외에도 평범을 거부하며
오리지널에 더욱 다가서는
구별된 시도들을 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일본반은 기본 이상을 합니다.
인쇄의 질은 말할 것도 없고
LP 원본의 종이 재질을
그대로 적용한다거나
이너 슬리브의 완벽한 복원과
후면에 기록된 수록곡 순서까지도
CD의 순서와는 상관없이
LP의 A, B 면을 그대로 적용하는 등
오리지널 아트워크에, 목말랐던 유저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킵니다.
특히나 퀸의 전작처럼
완벽한 복원력을 통해
"LP 미니어처는 이래야 한다"라는
지표를 마련하게 되지요.
외에도 두 개의 버전이 존재하는
동일한 타이틀이나
각기 다른 아트웍이 존재하는
영국, 미국의 버전의 경우
시리즈를 몽땅 다시 구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버립니다.
아예 두 개의 아트웍 버전을
하나로 묶어 발매해버리기도 했지요.
때론 아트위크의 형태나
정보 전달 의미에 따라 OBI를 변형해
적용하기도 했으며
구별된 이미지 전달을 위해
OBI를 전면 전체로 덮어버리기도 합니다.
물론 오리지널 이너슬리브의 재현은 기본,
한정판 고유 넘버 자리를 넣으려고
오리지널 LP의 라벨 디자인이 인쇄된
카드를 별도로 만드는 센스까지.
이경우만 봐도
주얼 케이스로 나왔던 아트워크들에
얼마나 많은 원본 훼손이 있었는가
알 수 있습니다.
두 눈을 현혹시킬 고퀄의 디지팩도 만들었지만
LP미니어처만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역사적인 명반들의 경우 더더욱 그렇지요.
일본반 미니어처는
예술품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분명 허점은 있습니다.
오리지널은 싱글 재킷인데
미니어처를 게이트폴드로 만들었다거나
오리지널이 게이트폴드인데
미니어처는 또 싱글로 만드는 등,
아직도 이해하기 힘든 경우지요.
초반은 싱글이었군요...
제것을 기준으로 적다보니
정보전달이 잘못되어 수정합니다.
또한,
이렇게 CD 인쇄면까지 LP의 이미지를
재현한 건 흠잡을 데 없지만
같은 재현이라도
없던 게이트폴드를 만들어
억지로 이미지를 채운 데다
뒷면에 추가 보너스 수록곡까지
넣어버리면 어쨌든 원본은 훼손되는 것이며
오리지널 아트워크의 재현으로는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
.
우리나라도 제법 이 분야에
노하우가 쌓였습니다.
국내 음반들을 다루는
다양한 제작사들과,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반이 되어버린
음반들을 꾸준히 발매해주는 열정은
이미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게 됩니다.
외적인 완성도도 일취월장했지만
무엇보다 선정하는 음반부터 차별화를 두었지요.
이렇게 오리지널 이너슬리브까지 살린 건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색상 재현에 차이가 확연한 것도 있으며
이렇게 전면을 잘 재현하곤
후면을 흑백으로 처리한 거며
게이트폴드였던 오리지널을
싱글로 단출히 만들어 버린 건
참 아쉬운 부분이지요.
제게 LP가 없었더라면 몰랐을 일이고요.
다시 돌아가서...
.
.
어쨌든 미니어처 시장이 자리를 잡자
박스셋도 미니어처 형식을 빌려
폭넓게 가담하게 됩니다.
고급 라인은 해비 컬렉터를 입맛에 맞게
좀 더 고급스럽게 만들었고
보급 라인은 좀 더 넓은 대중을 대상으로
접하기 쉽게 자리를 잡습니다.
더블음반의 경우도
보급 라인업이지만 이 정도까진
재현하며 따라갑니다.
하지만 보급 라인에도
퀄러티 차이가 있습니다.
앞, 뒷면의 아트워크는 훌륭히 재현했지만
온전한 완성은 역시 옆면의 확보지요.
요 얇은 두께로 인해
미니어처의 정체성은 판가름 납니다.
물론 분량이 많을수록 그 부피도
그만큼 늘어나기에
부득이한 조치로 보일 순 있지만
이 정도까진 충분히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결국 부족했던 건 정성과 돈이겠지요.
특히나 클래식 라인은
이 부분이 가장 아쉽습니다.
이런 점만 놓고 봐도 이쪽이 알짜배기 라인업이죠.
뜨겁게 달아올랐던 미니어처의 시장도
전만큼 못합니다.
나올만한 굵직굵직한 음반들은
거의 다 재현했고 이제는 다양한 방식의
리미티드 에디션중 일부 구성물로
끼워 넣어졌다거나
소량의 고급 한정판만 기획하며
레코드 회사의 브랜드 가치 유지용 정도로
이용되는 게 현실이지요.
아마 거대 뮤지션의 미니어처화는
최근까지 리마스터링이란 이름으로
재발매를 이어왔던 이들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후엔 단발적 발매들만 이어가겠지요.
무엇보다
LP 시대에 처음 나왔던
오리지널 아트워크에 대한 가치나
그를 추종하는 유저들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만큼 또 시대도 변했고
아날로그 회기 열풍까지 겹쳐
미니어처보단 다시 LP라는 공식이
자리 잡게 됩니다.
이젠 신보가 나와도 여러 가지 버전이나
히트 이후의 이벤트성 리패키지 등
최초의 오리지널 아트워크에 대한 기준은
모호해졌고 그에 대한 인식, 문화부터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지요.
CD 시대 이후에 나온 ECM의 타이틀 경우
미니어처라 부르긴 하지만
재질과 형태, 사이즈가 얼추 비슷해
통칭해 부를 뿐
엄밀히는 미니어처라 부르기도 애매합니다.
이 경우 역으로 LP가 만들어지게 되면
그게 오리지널 아트워크에서 변형된
LP형 리패키지 아트워크가 되는 것일 테니까요.
결국 현재에 발매되는 음반들의 경우
구분되어 분리됐던
미니어처와 디지팩의 경계가
다시 희미하게 되는 것이지요.
.
.
.
LP 미니어처라는 껍데기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그렇습니다.
일단 겉과 속에 대한 정보량이
원본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
LP 미니어처의 존재 이유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서 색상과 종이 재질,
이너 슬리브의 유무와
원본 라벨 디자인 적용 등을
논해야겠지요.
겉 껍데기야 말로 원작자인 아티스트와
커버 아트 디자이너의 철학이 온전히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서 내용물은
부과 보너스일 뿐~~
4편엔 국내 아티스트의 박스셋과
LP미니어처를 다뤄볼까 합니다.
***제가 쓰는 모든 내용은
개인의 체험에 기인하며
역사적 기록, 검증으로는
별 효력이 없음을 알립니다~^^***
p.s:
십수 년 전, 가미자케란 주제로 꾸준히
구입기를 올려주신 회원분의
엄청난 컬렉션을 재미있게 봐왔는데
다시 찾아보니 도저히 못 찾겠군요.
어느 순간 잊혀졌는데 이젠 닉도
기억이 안 나고...
글쓰기 |
최고십니다. 빅데디님글 언제나 기다려지고 반갑습니다. 가지고 있는 희귀 국내 음반들 재발매 될때마다 가슴 아픈(?) 기억들이 많지만 다음편도 정말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