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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판타지아 2000 (Fantasia 2000) OST - James Levine + Chicago Symphony Orchestra, Philharmonia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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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4-13 00:27:46

 

<판타지아>는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에 소속됐던 감독들이 애니메이션에 클래식 곡을 싱크 맞춰다가 시각적으로 음악을 표현한 작품이다. 개봉 당시부터 (부정적인 의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이 작품은 훗날 60년대부터 재평가를 받아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간판 중 하나가 되었다. 개봉 당시에는 클래식을 희화화 했다며 악평을 들었지만 그 전에 만들어졌던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나 이 작품이 존재함으로써 애니메이션에 대한 당대 미국 관객들 인식이 분명 달라졌다. <판타지아 2000>은 1940년에 개봉한 원작으로부터 60여년이 지나 제작된 속편, 혹은 리메이크다. 엄밀히 말하면 본국에서는 1999년 12월에 개봉했지만 외국 애들도 밀레니엄적 의미, 대단한 원작의 속편, '60' 이라는 딱 떨어지는 숫자를 포기하고 싶진 않았나보다. 그냥 60년만의 속편으로 퉁치는 분위기다. 

 

전편이 진지하게 대접받고자 몇몇 에피소드를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각 좀 잡았던 것을 생각하면 <판타지아 2000>은 원작을 향한 저자세를 유지하자는 컨셉이었는지 상영시간도 원작 절반 수준이며 당대 셀럽들이 해설자로 등장해 만담을 하는 등 해학적 분위기가 강해졌다. 원작이 세계 2차대전 기간에 개봉했던 점을 생각해보면 이게 전쟁과 밀레니엄 세대 간 차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누군가는 <판타지아 2000>이 <판타지아> 속편이라기 보다는 팬보이 창작물에 불과하다고 까기도 했는데, 난 이 작품도 좋다. VHS, DVD로만 봤던 이 작품을 메가박스 코엑스점 M2관에서 특별전 형식으로 개봉했을 때 원정가서 봤다. 작품은 '나를 담아내려면 이 정도 상영관은 돼야 해!' 라고 포효하고 있었다. 요즘은 그런 작품들이 많지 않아서 그 날의 기억이 더 소중했는지도 모른다.

 

 

<판타지아 2000> OST는 제임스 레바인이 지휘하고 있으며 여섯곡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두곡은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이 OST가 떠오른 이유는 올 해 제임스 레바인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디즈니 사가 항상 아끼고 자랑해왔던 <판타지아> 2부작은 모두 오점을 남긴 셈이 됐다. 40년판 <판타지 아>는 베토벤의 '전원교향곡'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반인반수들 중 노골적으로 블랙 페이스를 본딴 선플라워라는 캐릭터가 논란이 되어 훗날 해당 장면들을 삭제, 확대하는 식으로 흔적을 지웠다. <판타지아 2000>은 2018년에 거론된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의 동성청소년 추행과 성폭행 혐의로 문제가 되고 말았다. 물론 몇 년 전에 복귀하긴 했지만, 이 작품에 참여했던 소프라노 캐슬린 배틀이 끊임없이 갑질하다 자기 경력 망치고 오페라계에서 쫓겨난 전적이 있긴 한데 레바인이 워낙 최악이라.. 


 

 제임스 레바인은 이후 몸 담고 있었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쫓겨났는데 그 와중에도 소송을 걸어 돈을 챙겼다. 레바인은 정확히 3월 9일에 사망했고 모든 장례절차가 끝난 후인 17일에야 공식적으로 사망 발표가 보도됐다. 마지막까지 도망치려고 노력한 셈이다. 디즈니 측에서 아예 물리매체 발매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는 한 <판타지아 2000> 에서 레바인 얼굴은 계속 봐야할 것이다. 중단이나 삭제 신공은 디즈니가 자주 하던 짓이긴 하지만 사건이 생기기 19년 전에 개봉한데다 레바인이 아예 지휘를 맡았는지라 <판타지아 2000>에 한해서는 그 실력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레바인의 지휘 아래 시카고 심포니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는 일사불란하고 박력있게 연주하며 원작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는 명연주를 선보인다. 40년판 <판타지아> OST는 1990년에 리마스터링 되어 발매된 CD의 경우,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지휘한 녹음을 다소 맛이 간 음질로 담아내고 있어서인지 (이는 훗날 재발매된 레거시 콜렉션에서도 동일했다.) 여러모로 이 시리즈의 명성을 체감하려면 <판타지아 2000> 쪽이 더 좋다.

 


덕분에 <판타지아 2000> OST는 들을 때마다 난감하게 됐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 OST는 캐슬린 배틀 뿐만 아니라 랄프 그리어슨과 예핌 브론프만의 피아노를 비롯해서 두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연주가 없었으면 완성될 수 없었다. 만약 뒤져버린 제임스 레바인을 이유로 이 음반을 듣지 않는다면 곧 다른 참여자들의 역량을 깎아내리는 행위가 되지 않을까 싶고.. 그렇게 20여년 전 기억 속에서 박제된 줄 알았던 애니메이션이 논쟁의 대상이 되어 내 앞에서 현재진행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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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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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3 05:51:19

예전에 이거 합본 dvd를 구매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WR
2021-04-14 03:14:25

그게 좀 특이했던게 40년판 판타지아가 비디오 출시판과 동일한 120분 버전으로 담겨있었죠. 그 당시에는 미국판이 125분 버전으로 담겨있었기에 원본 잘라먹었다고 개인적으로 많이 분노했었는데, 미국판 버전도 인종차별의 여지가 있는 장면을 임의로 수정한 것임을 알고 나서는... 그냥 '1940년의 사람들이 만든 판타지아' 는 영영 볼 수 없겠구나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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