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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극장] 대기업들의 극장사업 흥망성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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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2 13:18:00

*저는 삼성영상사업단에서 한 때 극장운영을 맡았던 적이 있습니다.
요즈음 멀티플렉스가 일반화된 시대를 맞아,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만일 IMF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이 멀티플렉스 시대는 조금 더 빨리
도래했을 것이고, 그 주인들은 지금과는 좀 달랐을 겁니다.

당시 그 흐름의 가운데 있었던 탓에 지켜봤던 대기업의 극장사업의
흥망성쇠를 회고해 볼까 합니다.

(아래 소개된 극장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을 약간 고칩니다)


아시다시피 IMF맞기 전 96-97년은 한국경제의 거품이 극에 달했던 시기죠.

이 때 대기업들이 남아도는 돈을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는 말에 혹해

너도나도 문화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국내 4대기업이던 삼성, 현대, 대우, LG가 모두 영화와 대중음악에

돈을 쏟아부었는데, 모두 영화제작과 더불어 안정적인 방구미(배급)를 위해

극장사업을 병행합니다. 당시만해도 전국체인망이 없고 각 지역 배급업자가

마음대로 영화를 주고 빼며 장난을 치던 시기라, 자사 영화의 안정적 흥행을

위해서는 직영극장이 꼭 필요했거든요.(결국 대규모 극장체인이 자리잡으면서

지방 토호격인 이 배급업자들은 몰락했죠.)


그래서 삼성은 서울극장 3,7관과 대전의 아카데미 극장을 임대하고

자체 브랜드 멀티플렉스를 만들기 위해 ''씨넥스''라는 브랜드명을 만듭니다.

첫번째 극장으로 당시 이건희회장의 지시하에 진행된 삼성본관-생명빌딩

지하 리노베이션에 극장을 집어넣습니다. 이게 씨넥스 1호였죠.

지금도 전설의 극장으로 회자되는 이 씨넥스 1호는, 당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던

기사분을 해외연수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미국에서 극장설계 전문가를 데려와서

만들어낸 당대 최고의 시설과 사운드를 자랑하던 극장이었습니다.

타 극장의 세 배가 들어간 프리앰프, 국내 최초의 7.1채널 (97년 당시!)SDDS 사운드

프로세서, 최고급 스크린, 국산보다 세 배 비싼 스페인제 피가레스 의자, 최초로

도입된 전자식 매표 시스템...개관전 3개월의 직원 서비스교육까지 당시로는 혁신

적이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씨넥스 2호(5개관)는 분당에 부지를 확보하고 건설에 들어갑니다.


한편, 대우는 씨네하우스를 인수하고, 역시 멀티플렉스를 만들기 위해

새로 건설되는 코엑스 지하에 큰 공간을 확보합니다. 15개 이상의 극장을

넣어 동양 최대의 멀티플렉스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어었죠.


하지만 당시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지하철에서 10분이 넘게 걸리는 위치의

불리함 때문에 절대 장사가 안될거다, 대우가 바보짓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현대는 씨네플러스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압구정동에 2개관을

우선 개관합니다. 여기는 씨넥스에 자극받아 국내에서 두번째로

SDDS를 넣는 등 씨넥스를 철저히 벤치마킹해 만들어집니다.

저와 함께 일했던 씨넥스 이경섭 실장님(한국 AV매니아의 1세대쯤 되시는
선구자이시죠.)이 이 씨네플러스에 대해 한 말씀 :

"씨넥스 따라가려고 현대애들이 돈은 많이 쳐 발랐는데, 소리를 몰라.

한 번 가서 봐. 돈만 많이 들인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거 알게될테니까"

그래서 일반관객인양 찾아갔습니다. "개미"(ANTZ)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씨넥스에서 본 예고편에서 리복 운등화가 개미 위로 지나갈 때

거대한 굉음이 들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개미 눈으로 본 거니까요)

근데 씨네플러스에서 그 장면은, 너무나 맥빠진 소리를 들려주더군요.

그 순간 씨넥스의 사운드가 얼마나 위대한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또한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극장은 스크린비가 맞지않아 2:35대

1 화면비 영화를 상영하면 좌우가 잘려나갑니다. 서울, 대한등도 마찬가지이죠)


마지막으로 LG는 스카라를 임대했는데, 가장 먼저 발을 빼면서 더 이상

문화사업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멀티플렉스 계획이 없었죠.


(두번째 글에서 이 대기업들의 극장체인이 어떻게 몰락하고,
운명이 바뀌는가를 소개해 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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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04-04-22 13:33:00

정말 씨넥스는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극장입니다. 씨넥스에서 봤던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평생 못잊을 듯하네요. 지금 아주아주 가끔씩 시사회도 하지만, 삼성생명 아줌마들 교육장소로 쓴다고 하던데, 정말 극장 시설이 아깝습니다. 그나마 옥의티로 지적받던 스크린도 다시 설치할 예정이었다던데, 정말 돈만 있으면 씨넥스를 인수하고 싶네요ㅜ.ㅜ

2004-04-22 22:56:00

씨네플러스는 2개관이 아니고 3개관입니다. 그리고 스크린도 1관은 아직 1.85:1 싸이즈지만 2,3관은 2.35:1싸이즈로 바꿨답니다. 그리고 현대는 씨네플러스 외에 명보극장도 임대해서 영상사업을 시작했답니다. 씨넥스는 음향은 알아줄만하지만 스크린 크기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죠. 원래 회의장 용도였던 탓인지 시야가 지나치게 벌어진다는 단점도 있구요.

2004-04-23 02:50:00

글쎄여 ^^ ~ 태클거는건 아니지만 씨넥스가 과연 국내 최고의 극장이었던가요?? 감히 제 생각엔 Sound의 질보다 양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영사기야 Christie 썼으니까 별 차이 없겠지만 CP500 그렇다치구 Power Amp, L/C/R/Sw/Sr 스피커 예를들어 돈X발라 물량공세 하면 내장까지 진동 팍팍오며 소리 좋은거... 어쩜 당연한거 아닙니까??

2004-04-23 02:53:00

그렇게 투자를 안하는데가 대부분인게 문제죠

2004-04-23 03:04:00

글구 Screen - Original Cinema Scope... 자꾸 얘기가 많은데... 멀티플렉스의 경우 여러관 설치하다 보면 방음이나 관람객 통로 그 밖에 설치시 기타 수많은 문제들 때문에 부득이하게 화면 가로길이를 줄일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생겨서 Top Masking 방식으로 땜빵하는게 아닐지...^^

2004-04-23 03:09:00

또 하나 영사기사도 A Chain + B Chain 조정이 어려운데 음분리도가 어떻구... Dolby SRD 로고나 THX 로고 나오면 " 와 소리가 장난이 아닌데...역시 THX는 뭐가 달라도 달라"...ㅋㅋ 아마 THX는 코쟁이들 설계요구 맞춰주고 + M (M이 뭘까??) 이면 OK ^^

2004-04-23 03:12:00

감히 제 생각엔 메가박스 1관도 소리의 질이 아닌 소리의 양이라 봅니다...(장 실장님 삐지실텐데...^^*) 장실장님 이경섭 실장님... 그 외 수많은 영사실 사람들은 다들 알걸요 Maybe...^^*

2004-04-23 04:01:00

결국 돈이 문제이지... 그렇다고 씨넥스나 메가박스가 나쁘다는 건 절대 절대 아닙니다. 저도 메가박스 1관 최고라는거 인정합니다... 거장님 하고는 담에 꼭 일잔하고 싶네여... 많은 분들 지켜보니 카페 잘 꾸미시고여... 그럼 화이링이여 ~ ^^*

WR
2004-04-23 08:58:00

filmhandler님 영사쪽 일하시는 분인가 보군요. 반갑습니다. 다만 한 가지, 예전에 드림웍스 스텝들이 이집트 왕자 제작중 아시아지역 프로모션 부분시사를 씨넥스에서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드림웍스의 첫번째 셀 애니였고, 한국지분이 많은 회사라 특별히 제작진이 직접 왔었는데 시사를 하고 나오면서 기사님과 저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더군요. 뭐, 그들의 판단이 꼭 옳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눈높이가 우리보단 훨씬 높은 이들 아니겠어요?

WR
2004-04-23 12:26:00

적어도 씨넥스는 볼륨만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센터의 선명도나 서라운드 분리는 아무리 막귀라도 분명히 들렸죠. 또, 높은 볼륨과 강한 중저음도 분명히 앰프랑 스피커, 방음이 받춰져야 가능하지 아무 극장이나 가능한 건 아니쟎아요? 적어도 돌비 트레일러 틀 때 씨넥스와 메가박스1관의 분리도나 음의 질감은 전혀 다릅니다.

2004-04-23 14:39:00

아 분당에 있는 씨네플라자가 씨넥스 2호 였군요..;;

WR
2004-04-23 14:44:00

아닙니다. 별개의 극장부지가 따로 있었죠. 한참 남쪽, 분당 맨 아래쪽입니다.

2004-04-24 11:09:00

저도 지금까지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는데요. 메가 박스의 장기사님께..^^* 그런데...씨넥스가 훌륭했다는 사실엔 이의를 제기 못하지만요. 그렇게 훌륭한 소리를 들려 주게 되는 이유가 시스템의 훌륭함이라기 보단 작은 사이즈의 영화관에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전 솔찍히 메가 같은 경우도 1관보다는 7관이나 9관 같은 조금 작은 크기의 관에서 영화를 볼때가 더 타이트한 소리가 나는것 같아서요.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이라고 해도 너무 크게 되면

2004-04-24 11:12:00

소리가 제대로 전달이 못 되는 법이죠. 씨넥스가 훌륭했던건 그런 측면에서도 해석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화면 사이즈도 솔직히 많이 작았잖아요. 그런데 작은 관에서 빵빵한 시스템으로 돌리니 당현히 소리가 머찌게 나오기 마련이었죠. 아마 같은 시스템을 지금 메가 1관에 설치한다면...글쎄요...^^* 잘 만들어 놓은 작은 영사관에서의 소리가 극장 소리 보다 더 좋게 느껴지는건 저만의 생각인가요?

2004-04-24 11:14:00

그리고 씨넥스가 아직까지 문을 열었다면(물론 일부 시사회는 하는걸로 압니다만) 지금의 훌륭한 극장들..부천 MAD9 6관이나..주안에 있는 MAC9 1관 보다 낫다라고 할수는 없는것 같군요. 그리고 저 개인적인 생각으론 화면 짜림만 없다면..대한극장 7관이 최고의 사운드를 들려 주는 극장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만...

2004-04-24 21:05:00

phlip님 제가 말하는 소리의 양 = 볼륨?? (X) --------> 출력, 음압의 양 = 소리의 찌그러짐, 왜곡 (소위 찐따) (O) ^^*

WR
2004-04-26 13:59:00

흠...씨넥스가 작은 극장은 아니죠. 단일관으로는 상당히 큰 극장입니다. 다만 층고가 낮아서 소리가 위로 퍼지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리고, 작을수록 서라운드에 반드시 유리한 것만 아닙니다. 작은 방에서는 스피커간의 음파가 겹치기 때문에 소리가 뭉게지기 십상이죠. 그걸 잘 맞추어내는 것도 기술이 아닐까요?

2004-04-26 16:41:00

필립님..맞습니다. 스피커 사이의 간격이나 배치가 굉장히 중요하죠..그런데 많은분들이 그걸 간가하고 무조건 시스템만 좋으면 좋은 소리가 나는줄 알더군요. 그런면에서 씨넥스는 현재의 큰 극장 관과 비교해 작았다는 말씀을 드렸던 것이고 방음과 방청기술..그리고 스피커의 배치도 훌륭했습니다. ^^*

2004-04-27 12:46:00

씨넥스의 스피커 배치를 기억해 보면, 요즘 멀티플렉스에 일반화된 사운드스크린을 사용하지 않고, 프런트를 좌우에 돌출시키는 형태였던것 같네요. 아직도 미국측에선 이런 형태에 혼스피커를 채용하는 것이 극장사운드의 최선으로 여기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적 있고요. 멀티플렉스들의 사운드 스크린은 아마도 좌우 공간을 좁히려다보니 어쩔수 없을뿐 배치의 최적화는 아니겠지요.

2008-06-15 20:12:34

오랜만에 좋은글 잘 읽습니다.

 
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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