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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게]  [퍼시픽] 과달카날 전투 일본군 병사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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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0-03-23 12:27:05

미본토에서는 퍼시픽이 방영되고있습니다. 과달카날 전장의 이야기가 2부까지 인것 같은데 앞으로

뉴기니아, 필린핀 전선 이야기도 나오겠지요. 당시 미 해병 1사단과 맞붙은 어느 일본군 병사의 일기 입니다.

이 일기를 쓴 병사의 부대는 전멸했다고 합니다. 영화도 좋지만 당시의 전장의 처절함을 느낄수있는것

같아 올려봅니다. 참고로 오스틴 산이라 함은 오스텐산으로 헨더슨 비행장 서쪽에 있는 산으로

일루강 전투(1부) 등 과달카날 섬의 크고작은 전투에서 패배한 일본 패잔병들이 게릴라전을 펼진

피의 능선입니다. 일본군들은 나고야 근처 지명인 기후현의 이름을 붙여 기푸(Gifu)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후에 기푸전투라고 불려지는 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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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군 명령에 의해 연대는 세번째로 오스틴 산을 사수토록 되었다.
운명의 산 오스틴 산이여.
나머지 병력 450명이 서로 어깨를 부둥켜안고 진지로 돌아왔다.


11월 23일

미군 주력은 해안방면에서도 총반격을 개시한 모양이다.
포탄이 쉴새없이 날아든다.
글자 그대로 북을 두드리는것 같다.
그들은 이 산을 눈위의 혹처럼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마어마한 쇠의 양이다.
제1선 진지는 정글과 함께 벌거숭이가 되다시피 파괴되어버렸다.
황혼을 기다려 제2선 진지로 후퇴했다.
드디어 마지막이 다가오는가 보다.
최후의 묘지로 기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신체의 쇠약, 형언할수가 없다.


11월 25일

요즘 아침 해를 보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영원히 아침 해를 보지 못하는 자가.
아사자는 대개 한밤중의 어둠속에서 승천하는 것이다.
어둠의 신비가 사람의 영혼을 가져가버리는 것일까?


11월 26일

이른 아침부터 포탄이 날아들었지만 20분 정도로 그쳤다.
오후에는 양지쪽에 앉아 언제나처럼 이잡이를 했다.
이제는 산에서도 도마뱀이 보이지 않는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바로 도마뱀 한 마리가 어디선가 나타나 말똥말똥
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있다.
기다리고 있던 참이다.
이놈은 일등 식료품, 아니 특효약이다.
통째로 집어삼키면 이상하리만큼 힘이 솟는다.
위주머니가 벌써 꼬륵꼬륵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미리 마련되어 있던 지팡이를 손에 잡았다.
최후의 힘을 기울여 내리치려 했을 때 도마뱀은 홱하고 도망쳐버리고 말았다.
검도 2단의 솜씨지만 이젠 도마뱀조차 잡을수 없게 된 것이다.
충혈된 눈으로 그 부근을 찾아보았으나 도마뱀은 눈에 띄지않는다.
위주머니만 꼬륵꼬륵 소리를 낼 뿐이다.
그러나 도마뱀의 목숨도 며칠동안밖에 지탱할수 없으리라.
진지에는 이미 네놈밖엔 먹을 것이 남아있지 않으니까.


11월 27일

오늘도 또 풀을 뜯으러 가야겠다.
그것만이 우리의 목숨을 연장시켜줄 유일한 식량이다.
이미 보통 인간의 대변같은 것을 볼수 없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염소똥같은 것이 나올 뿐이다.
이것으로는 비료도 되지 않으리라.
오늘은 저 아래 샘터의 맞은편 언덕에 가보기로 하자.
그러나 그곳에 가자면 포탄 세례를 받아야만 한다.
약간 오른쪽이라면 안전할 테지만, 우리들이 이런 위험한 곳에 온 것은 이미 이곳밖엔 풀과 나무가 서 있지 않기 때문이
다.
벌써 3개월에 걸친 농성이다.
샘터는 고작 50m가량의 거리이고 그 맞은편 언덕이라야 200m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의 내 몸에겐 10리 이상의 먼 길, 험한 길로 여겨진다.
쾅!쾅!
또 포격이다.
바로 저쪽 언덕바지의 나무가 뿌리째 뒤집혀진다.
포격이 그칠 때까지 잠시 큰 나무 아래에 드러누웠다.
어떻게 해서든지 빈랑나무 하나라도 잘라가지고 돌아와야겠다.
꽤 가까운 거리에 포탄이 떨어진다.
그러나 여기는 미군 포격의 사각이다.
우선은 안심할 수 있다.
갑자기 졸음이 온다.
몇 시간이나 잤을까?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해는 이미 중천에 떠올라있다.
포격도 그쳤다.
휘청거리며 맞은편 언덕을 기어올라갔다.
총검을 허리에 찬채 뒹굴고 쓰러지면서 한 발짝씩 기어오르는 것이다.
20m가량 앞쪽에 빈랑나무가 10여그루 솟아있는것이 보인다.
두 치 가량의 대나무같은 마디가 있는 나무였다.
나뭇가지에는 윤기 있는 잎사귀가 날개를 펴듯 달려있다.
원래 빈랑나무는 연한 나무지만 쇠약할 대로 쇠약한 내 팔은 그것조차도 단숨에 자를수 없다.
숨을 헐떡이며 혼신의 힘을 다해 총검을 휘둘렀다.
치고 두들기고 하여 가까스로 한 그루를 잘랐다.
이제부터는 빈랑나무 요리를 만들어야 할 차례다.
잎사귀가 달린데서부터 두 자 정도 아래쪽을 잘라버렸다.
나머지 그루를 한 장씩 겉껍질을 벗기고 나자 안에서부터 흰 속살이 드러났다.
엄지손가락 굵기의 보드라운 것이다.
군침이 돌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맛보는 산채 요리다.


12월 27일

오늘 아침에도 또 몇 명이 승천했다.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시체에 파리가 달라붙어있다.
우리들은 이미 인체의 한계점에 도달한 모양이다.
살아남은 자들 모두가 해골같은 얼굴을 하고있고, 머리털은 갓난아기의 그것처럼 듬성듬성 보드랍게 남아있다.
검은 머리가 어느새 이렇게 변한것인가?
체내에는 이미 머리털조차 키울만한 양분이 없어진것일까?
머리털이 쑥밭을 이루고....운운하는 소설에서 읽은 기억이 나지만 이런 체력으로는 그것도 불가능한 모양이다.
야윈 체형의 인간은 뼈만 남아 있을 정도로 바짝 마르고, 뚱뚱한 체형의 인간은 푸석푸석 온몸이 부풀어올라 생두부 같
다.
이빨이 모두 흔들리는걸 보면 잇몸이 무너지는 모양이다.
이 무렵, 오스틴 산에는 이상한 생명판단학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한계점에 접근하고 있는 육체의 지탱가능일수를 통계결과로 다음과 같이 분류한 것이다.
그런데 비과학적인 이 생명판단학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일어설수 있는 인간의 수명은 30일.
몸을 일으켜 앉을수 있는 인간은 3주일.
누운채 일어설 수 없는 인간은 1주일.
누운채 소변을 보는 인간은 3일.
말을 할 수 없게된 인간은 2일.
눈을 깜박이지 못하는 인간은 1일.

아아, 인생 50년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이제 22세로 끝장이 나려는가?
지금이 인생의 꽃이며 꿈 많은 홍안의 시기이기도 하다.
인생의 추악한 면과 사회의 이면도 모른 채 나는 아직 순결을 더럽히지도 않았다.
나에겐 앙양한 앞길이 있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의 나에겐 오직 아사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12월 31일

소화17년(1942)은 간다.
가버리는 이 해와 함께 오늘밤에 사라져갈 목숨도 많으리라.
인간세상에선 연말국수라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이미 딴 세상의 이야기.
요즘 오스틴 산의 사람들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대화란 체력을 크게 소모시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퍼온곳 :

지옥의 과달카날 일본군 병사의 일기 (밀리터리 군복 독일군 군용품 취미가를 위한 컴뱃샵 쉼터) |

님의 서명
文史哲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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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10-03-23 17:32:08

참 고통스럽게 서서히 죽었겠네요.
상황에 비해 글은 참 냉정히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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