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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게]  최고의 영화 삽입곡들(2): 마이크 니콜스 감독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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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03-27 18:42:43

 2000년 전후였을 겁니다. 저의 20대 중반 찬란했던 연애시대의 절정에 만난 그녀는, 영화와 음악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이크 니콜스 감독님을 마르고 닳도록 찬양하곤 했습니다. 영화와 음악을 마치 봉제선이 없는 것처럼 멋지게 재단해내는 감독은 또 없을 것이라고 말이죠. 적어도 십년 이내에 가정을 이루고 누군가의 곁에서 살 것만 같았던 그때를 떠올려보면, 관계의 마술사였던 마이크 니콜스 감독님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오늘 감독님의 대표작과 그 삽입곡들을 다시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졸업, 1967

 

 

 왜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가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사이먼과 가펑클이 맡은 졸업의 사운드트랙에는 그 외에도 좋은 곡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오늘은 로빈슨 부인을 골랐습니다. 영화의 장면들이 삽입된 버전이므로 하이라이트 뮤비라 할 수 있으며, 리즈시절 더스틴 호프만 옹의 모습을 함께 감상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보면 아시겠지만 여주인공 캐서린 로스보다 로빈슨 부인역을 맡은 앤 밴크로포트의 미모가 더욱 빛나는데요, 실제 두 배우의 나이는(극중에서는 모녀지간이지만) 별로 차이(7살)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스틴 호프만 이전에 캐스팅 물망에 오른 배우는 헐리웃의 영원한 꽃미남 로버트 레드포드였다는데요, 50년이 흐른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봐도 호프만 옹의 모습을 지우고서는 상상이 되지를 않네요. 레드포드처럼 생긴 미남이 우유부단 소심남일리가 없잖아요! (안그래도 캐스팅 당시 레드포드에게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물었답니다. "자네, 사귀는 여자를 빼앗겨 본 적 있나?"  레드포드:"아뇨"(...))

 

 이 곡 "로빈슨 부인" 은 사운드트랙에서 가장 히트한 곡이기도 하며(빌보드 1위), 이후 듀오의 성공에 큰 기폭제가 되었죠.  그리고 유명한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는 사실 데뷔앨범에 있던 곡인데 별로 반응이 없었고 사이먼과 가펑클은 잠시 해체하기에 이르지만, 뒤늦게 이 곡이 반응을 얻으면서 재녹음되어 큰 인기를 끌었고 둘은 다시 합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도, 실제 그들에게도 정말 중요한 곡이었군요.

 

 

  워킹 걸, 1988

 

 

 영상에 소개되는 배우들 면면이 화려하죠?  화려한 캐스팅과 당시만 해도(1988년) 흔치 않았던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직장 생활의 애환을 그린 "워킹 걸'은  장기흥행하면서 28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월드와이드 1억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리면서 꽤 인기를 끌었던 영화입니다. 

 

 멜라니 그리피스가 지금은 비록 돈 존슨과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전처로 더 알려진 예전 배우일지 모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야말로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면서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써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죠. 최근 그녀의 (망가진)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헐리웃의 알아주는 미남배우들과 사느라 만만치 않은 노력이 필요했겠다는 연민이 느껴집니다. 그녀의 딸인 다코타 존슨은 돈 존슨과 그녀의 좋은 점만 닮은 차세대 배우인데요, 제발 그림자 연작에서는 벗어나길 바랍니다. 

 (여담으로, 이 영화에 출연한 시고니 위버, 멜라니 그리피스, 조앤 쿠삭은 183에 달하는 위버를 제외하고도 다들 170을 훌쩍 넘는 장신 배우들인데요, 만약 남배우가 해리슨 포드가 아니었더라면 어쩔 뻔 했나 하는 생각이 살짝 드네요)

 

 크리스 드 버그는 자신의 최고 히트곡인 "레이디 인 레드"를 이 영화와 함께 했군요. 곧 4월인데, 아마도 어딘가의 LP 바에서는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가 흘러 나올듯 합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레이디 인 레드보다도 더 인기있지 않았나 싶은 곡인데요, 팬심으로 살짝 올려 봅니다.

 

 

 

 

버드케이지, 1996

 

 

 감독님과 함께 지금은 볼 수 없는 로빈 윌리엄스와 네이던 레인, 그리고 진 해크먼이 공연한 "버드케이지"는 민감한 소재를 섬세함을 놓치지 않으면서 따스하게 그려낸 영화인데요, 이 영상에서는 무엇보다도 로빈 윌리엄스와 네이던 레인의 끝내주는 연기가 녹아 있으니 화질은 좀 별로지만 그때를 떠올리면서 다시 한 번 감상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네이던 레인은 브로드웨이에서는 엄청난 거물 배우이고 토니상 남우주연상 수상자이기도 하죠. 아카데미 위너인 진 해크먼과 로빈 윌리엄스에 절대 밀리지 않는 배우입니다)

 

 글로리아 에스테판과 마이애미 사운드 머신은 미국에서 그야말로 라틴 팝의 대모라 할 수 있는데요. 그녀 이후로 등장한 라틴 팝 가수들은 전부 그녀에게 어느 정도는 빚을 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버드케이지의 무대가 플로리다인 만큼 "conga"는 영화 분위기와 더없이 잘 어울리는 선곡이며, 글로리아 에스테판 하면 바로 떠오르는 대표곡입니다. 이 곡을 오랜만에 들으니 해가 지는 마이애미의 해변 펍에서 "콩가"에 몸을 흔드는 상상을 살짝 하게 되는군요.

 

 

클로저, 2004

 

 (이번 글에서 가장 쉽게 고른 곡입니다. 영화를 클로저로 선택한 이후에 다른 곡은 떠오르지 않더군요.)

 

 "hello, stranger" 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처음 보았던 2000년대 중반의 느낌과 10여년이 흐른 현재의 느낌이 마치 유리판화처럼 겹쳐지는 감정을 선사합니다. 본질은 그대로일지 모르나 많은 것이 덧칠되어서 원래 그림이 뭐였는지 한번에 떠오르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인지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인생을 꿈꾸던 제가 어느 덧 멈춰선 것은, 바로 이 영화 속 대사와 겹쳐지는군요. "사실을 말해줘, 화내지 않을께. 무슨 말을 하든 난 널 믿을거야" 라는 질문에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 답을 했을 그때와, 답을 할 수 없는 지금의 저를 알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이의 "모든 것"을 감수하는 한 발자국을 넘을수 있는지 아닌지를 아직도 고민하는 저는, 아마 앞으로도 결혼을 떠올리기는 힘들 것 같네요.

(실제 연극에서는 클라이브 오웬이 쥬드 로가 맡은 댄 역을 연기했다고 하는군요. 그것도 흥미로워 보이는데요, 영화와 연극의 결말은 상당히 다르다고 합니다)

 

  이 영화의 삽입곡 'the blower's daughter'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대미언 라이스는 2010년대에만 네번의 내한 공연을 가진 친근한 뮤지션입니다. (별명이 쌀집 아저씨(rice)라죠.) 클로저 시절만 해도 함께 했던 리사 해니건과 갈라선지 이미 오래 된 지금, 다시 이 곡을 들으니 묘한 느낌이 드는군요. 

 

 

 마이크 니콜스 감독님의 좋은 영화들이 너무나 많지만 오늘은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영화들로 찾아뵙도록 할께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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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8-03-27 13:16:24

크으.... Lady in red는 정말 명곡이에요.

크리스데버그의 감미로우면서도 조금은 불안정한 보이스와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 라인

간만에 좋은 곡 잘 듣고 갑니다

WR
2018-03-27 14:41:25

잘 들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1
2018-03-27 13:51:54

잘 봤습니다. 클로져 주문해야겠네요.
여러분 dp가 이렇게 무서운 곳입니다.

WR
2018-03-27 14:42:01

본의 아니게 지름신 영접을 도와드린건가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1
2018-03-27 17:13:06

감사합니다, 덕분에 오늘마무리를 음악과함께

WR
2018-03-27 18:43:42

별 말씀을, 읽어주셔서 제가 더 고맙습니다.

2018-03-27 21:33:35

워킹걸에서는 칼리 사이먼이 시원하게 질러주는 let the river run도 좋아해요.

WR
2018-03-27 21:37:50

 워킹 걸 인트로에서 깔리는 "let the river run"을 처음에 골랐다가 영상속 장면이 영화 인트로가 전부여서 이 곡으로 골랐습니다. 

 

 처음에 고른 만큼 저도 좋아하는 곡인데 영화속 장면도 나오게 하려니 불가피한 선택이었네요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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