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2
사운드바‧PCFI
ID/PW 찾기 회원가입

[영게]  영화골동품점 (12) - 배니싱 포인트

 
4
  974
Updated at 2019-01-15 15:10:34

주의) 이 글에는 '배니싱 포인트'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금요일 저녁, 막 콜로라도 덴버에 자동차 배달을 마친 '코왈스키'(배리 뉴먼)는 쉬었다 가라는 만류도 뿌리치고, 다음 화물인 '1970년산 닷지 챌린저 R/T 440 매그넘'을 몰고 새로운 목적지인 샌프란시스코로 출발 합니다.

잠도 자지 않고 출발한 '코왈스키'는 각성을 위한 마약 '스피드'를 구입하러 마약 딜러인 친구 '제이크'(리 위버)에게 잠깐 들릅니다.

월요일까지 샌프란시스코로 가야한다는 말에 '제이크'는 말도 안된다며 정색을 하고, 두사람은 장난삼아 내기를 합니다.

'코왈스키'가 이기면 막 섭취한 '스피드'는 공짜가 되지만, 실패한다면 2배 가격을 지불하기로 한 것이죠.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코왈스키'.

과속단속으로 경찰이 붙지만 이 마저 따돌리고 도로 너머 지평선의 소실점(Vanishing Point)을 향해 '코왈스키'는 나아갑니다.

'코왈스키'를 잡으려는 경찰 무전은 맹인 라디오 DJ인 '슈퍼 소울'(클리븐 리틀)의 귀에 들어가고, '슈퍼 소울'의 입을 통해 '코왈스키'는 체제에 대항하는 영웅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코왈스키'에게 집중되면서 경찰들은 기를 써서 '코왈스키'를 잡으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수수께끼에 쌓여있던 '코왈스키'의 과거들이 하나 둘 회상을 통해 밝혀 집니다.

영화 내내 이름은 알려지지 않고, 그의 성인 '코왈스키'로 불리워지는 이 남자는, 한때 월남전에 참전하여 훈장을 받을 정도로 국가에 충성했던 전사 입니다.

제대 후 경찰이 되지만 경찰 내부 비리를 폭로하면서 경찰직을 벗게 되고, 목숨을 걸고 자동차와 오토바이 경주 선수로 활동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자동차 배달 운전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습니다.

한때 사랑했던 여자와 가슴 아픈 이별을 하기도 하구요.

마침내 '샌프란시스코'에 입성한 '코왈스키'.

그만 오라는 DJ '슈퍼 소울'의 외침 속에 '코왈스키'는 액셀레이터를 밟고 있는 발을 떼지 않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설치한 중장비에 충돌하며 '코왈스키'는 장렬히 산화 합니다.

사막의 가난한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배니싱 포인트' 예고편)


1971년 만들어진 영화 '배니싱 포인트'(Vanishing Point)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2007년작 '그라인드 하우스'(Grindhouse)를 통해 현대 관객에게 다시 한번 소개 되었습니다.

'그라인드 하우스' 중 '쿠엔틴 타란티노'감독이 감독한 '데스 프루프'(Death Proof)에서 '배니싱 포인트'는 걸작 자동차 영화로 언급되고, '배니싱 포인트'에 등장했던 바로 그차  '1970년산 닷지 챌린저 R/T 440 매그넘'이 과감한 스턴트 장면을 보여 줍니다.

 

('데스 프루프'의 마지막 액션 장면)

 

'배니싱 포인트'는 '길레르모 케인'이란 가명을 쓴 소설가 '길레르모 카브레라 인판테'가 경찰의 저지를 무시하고 경찰이 설치한 로드블록에 충돌해 사망한 과속 운전자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시나리오를 완성 했습니다.

한때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혁명군을 지지했던 '길레르모 카브레라 인판테'는 '카스트로'정권 아래에서 문화부 장관까지 역임하지만, 쿠바가 사회주의로 물들어 가는 것을 바라보며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영국에 망명한 그는 소설 '세 마리의 슬픈 호랑이'(Tres Tristes Tigres)를 비롯한 수필과 희곡, 영화평론 등을 집필 합니다.

그의 소설 '세 마리의 슬픈 호랑이'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비견되기도 한다고 하는데, 이런 그의 창작 경향은 '배니싱 포인트'에도 묻어 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잠도 자지 않고, 먹지도 않고 오로지 한가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코왈스키'는 영화 내내 지친 표정으로 일관 합니다.

감독은 '진 핵크먼'을 '코왈스키'로 밀었다고 하는데, 제작진에 의해 무명의 '배리 뉴먼'이 '코왈스키'를 연기하게 됩니다.

'진 핵크먼'보다는 '배리 뉴먼'이 확실히 제대로 된 캐스팅이라고 생각 됩니다.

이 수수께끼의 사내의 과거가 무엇인지, 지금은 무엇을 생각하는 것인지...관객들을 궁금하게 만드는 연기에 '배리 뉴먼'은 딱 입니다.


그리스 신화 속 영웅들의 여정이 그러하듯,  '코왈스키'는 다양한 군상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우리 막 결혼했어요'라는 팻말이 붙은 고장난 차를 끌고 가던 두 사내를 태워 주는 '코왈스키'.

갈 길이 구만리이지만, 새로 시작하는 게이 커플의 어려운 사정을 보고 태워준 것입니다.

하지만, 이내 자동차 강도로 돌변하는 이 두 남자는 다행히도 '코왈스키'에 의해 진압되어 차 밖으로 던져 집니다.

단순히 막 결혼한 게이 커플이라 생각되던 두사람, 돌이켜 보면 신혼부부를 헤치고 그 차를 몰고 가던 노상 강도였던 것입니다.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뱀을 잡는 노인을 만나기도 합니다.

노인의 도움으로 뱀을 사주는 사이비 종교 단체들을 만나는데, 이게 참 묘합니다.

성질 머리 나쁜 사이비 교주가 찬양하는 신도들을 가리키며, 음악이 있기에 이제부터 뱀은 필요 없다고 노인에게 말 합니다.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며 종교에 빠진 사람들을 보여주는 카메라.

이로 인해 노인은 물물거래로 받아가던 설탕과 생필품들이 끊기게 되었는데, 이것이 외지인인 '코왈스키'를 데리고 와서인지, 아니면 정말로 이제는 뱀이 필요없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면 사막의 종교 단체에서 뱀은 또 왜 필요했던 것일까요?

이 성질 머리 나쁜 사이비 교주가 행여 신이고, 인간에게 자유 의지를 소개한 뱀들을 잡아들이지 않아도 다시금 인간들이 찬양을 통해 자신의 자상한 꼭두각시로 돌아온 것으로 해석해도 될런지...

노인은 길을 묻는 '코왈스키'에게 선인장을 통해 길을 찾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것은 인생의 지혜라고 하면서요.

이건 또 인생의 이정표는 종교의 도움 없이 직접 찾을 수 있다는 은유인걸까요?


경찰의 포위망에 다가가던 '코왈스키'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거주하는 히피 커플을 만나게 됩니다.

각성을 위한 마약 '스피드'를 얻기 위해 남자 히피 '엔젤'(티모시 스콧)을 따라간 '코왈스키'.

'스피드'를 다 가지라는 제안에 '코왈스키'는 이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며 조금만 챙깁니다.

이후 발 벗고 도와주는 남자 히피 '엔젤' 덕에 경찰의 포위망을 벗어나게 됩니다.

조그만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가는 '엔젤'이 걱정되지만, '엔젤'은 걱정말라며 무심히 갈길을 갑니다.

그리고 벌거 벗고 오토바이를 타는 '엔젤'의 여자친구(질다 텍스터)는 '코왈스키'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 해주겠다며 선심을 씁니다.

심지어 잠자리 까지도...

하지만 '엔젤'의 여자친구 제안을 거부하는 '코왈스키'. 

곧 '엔젤'의 여자친구는 '코왈스키'가 경찰을 그만두게 되는 사건 스크랩을 전해주며 그동안 당신을 응원해 왔다고 이야기하며 사막 너머로 사라집니다.

뭐죠? 이 둘은 이름 그대로 '코왈스키'의 수호 천사인걸까요? 

 

미국 개봉판에는 삭제 되었지만, 영국 개봉시 추가된 장면도 있습니다.

'샬롯 램플링'이 여성 히치하이커로 분한 이 장면은 제작사인 20세기 폭스에서 관객들이 이해하기 힘들거란 이유로 미국 개봉시 삭제한 장면이라고 합니다.

죽음을 의미하는 이 여성 히치하이커는 '코왈스키'와 사랑을 나누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미국판에서 삭제 되었던 장면)

 

단순히 내기를 위해 내달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시나리오 작가의 이력부터 뜬금없는 사람들과의 만남까지...

'배니싱 포인트'는 다양한 함의를 가진 영화입니다.

인생에 지친듯한 주인공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경찰의 방어막에 돌진하는 장면은 긴 여정의 마침표가 아니라 탈출구로 보여집니다.

주연인 '배리 뉴먼'은 한 인터뷰에서 주인공이 중장비 사이의 태양을 보면서 그곳을 통과할 수 있다고 여겼고 그래서 돌진했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배니싱 포인트' 마지막 장면, 주인공이 웃으며 돌진하는 모습에서 그의 영혼적 안식처를 찾아가는 결단으로 읽혀 집니다.)

 

액션영화를 기대하고 보신다면 실망하실 작품이지만, '코왈스키'의 사색적인 여행에 동행하신다면 재밌게 보실 영화 입니다.

가급적 대화면으로 즐겨야 좋은 작품 입니다. 

 

 

('배니싱 포인트' 자동차 스턴트 장면 모음)

 

'배니싱 포인트'는 1997년 '비고 모텐슨'주연의 TV영화로 리메이크 됩니다.

여기서 DJ '슈퍼 소울'은 '제이슨 프레슬리'가 맡았습니다.

이 리메이크작은 원작의 모호한 요소들을 제거하고, 경찰과의 추격을 주내용으로 이야기를 단순화 시킵니다.

 

(TV영화로 리메이크 된 '배니싱 포인트' 예고편, 아내를 만나러 가는 설정이 추가 되었습니다.)

 

 

(TV영화로 리메이크 된  '배니싱 포인트' 마지막 장면)

 

('배니싱 포인트' 일본 개봉 포스터)

 

'스티븐 스필버그'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한편이고, '에드가 라이트'감독의 2017년작 '베이비 드라이버'(Baby Driver)에 영감을 준 이 작품은 아쉽게도 한글자막이 포함된 DVD나 블루레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국판 블루레이를 소장 중인데, 이 판본에는 영국 상영시 들어갔던 '샬롯 램플링' 장면이 빠져 있습니다.


- 사용된 이미지와 동영상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고, 그 권리는 원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

1
Comment
2019-01-19 12:12:17

아, 이 영화 예전에 흑백 티비 시절에 봤던 것 같은 기억이 납니다. 중학교 때였나, '스크린'인가 뭔가 하던 영화 잡지에 나온 설명을 듣고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티비에서 하더라구요. 제목이 무슨 뜻인가 단어도 찾아보고 해서 뚜렷이 기억에 남아있네요. 오랜만에 보니 반갑습니다. 배리 뉴먼 멋졌어요.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