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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게]  영화골동품점 (13) -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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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1-23 12:00:22

주의) 이글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년에서 어른으로 바뀌는 순간.

소년들은 어른인척 흉내를 내며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딛게 됩니다.

그 세계는 그동안의 제약들을 풀어버리는 마법의 열쇠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발을 내디디는 어두운 어른의 세계는 한편으로 두려운 미래이기도 합니다.


1963년 11월 21일, 막 훈련소를 마치고 오키나와로 파병을 앞둔 4명의 해병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훈련소 동기인 이들은 해병들의 괴상한 전통인 속칭 'Dogfight'를 위해 못생긴 여자들을 찾아 파병 전날의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돈을 모아서 가장 못생긴 여자를 데리고 오는 해병에게 상금이 주어지고, 모인 돈으로 술집을 빌려 흥청망청 술을 마시며 노는 것을 Dogfight라고 한다는군요.

4명의 훈련소 동기 중 한명인 '에디 버들레스'(리버 피닉스)는 카페 한구석에서 기타를 만지고 있는 '로즈 페니'(릴리 테일러)를 희생양으로 데리고 가는데 성공 합니다.

'로즈'는 이 잘생긴 청년의 갑작스런 파티 초대에 한껏 멋을 내는데, 몸에 맞지 않는 그녀의 꾸밈만 보더라도 이런 데이트가 생소한 그녀 입니다.

뒤늦게 'Dogfight'의 내막을 알게 된 '로즈'는 상처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런 그녀를 '에디'가 다시 찾아 옵니다.

이름도 생소한 곳으로 파병을 떠나기 전날.

'에디'와 '로즈'는 그들의 생애 첫 데이트를 같이 보내게 되고, 두사람은 짧은 사랑을 나눕니다.

편지를 약속하며 '로즈'에게 받은 그녀의 주소를 적은 쪽지는, 친구들과의 헛된 과시욕 속에 찢어져 버려지고 '에디'는 파병을 떠납니다.

'에디'가 떠난 날, '케네디'대통령이 암살로 사망한 소식이 TV로 전해 집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베트남에서 '에디'의 친구들은 사망하고 '에디'도 다리에 큰 상처를 입고 4년만에 미국으로 다시 돌아 옵니다.

전쟁의 상흔은 한잔의 술로서 위로 받을 뿐, 세상은 군인들을 살인자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에디'는 '로즈'를 찾아가고, '로즈'는 말 없이 '에디'를 따뜻하게 안아줍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 예고편)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 마지막 장면)

 

 

1991년 만들어진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Dogfight)은 갓 어른이 된 19세 '에디'의 이야기 입니다.

징집병의 달콤한 말에 해병에 자원 입대한 '에디'는 입에 욕을 달고 살면서 자신의 허세를 과시합니다.

그런 그의 태도는 아직 여물지 못한 소년의 세상에 대한 포장일테지요.

'에디'의 신분증 사진을 본 '로즈'는 "세상에 화난 거 같다"고 이야기 하는데, '에디'는 "화가 난게 아니라 준비된 거"라고 이야기 합니다.

'에디'의 눈에 어른들은 그렇게 화난 거 처럼 보여왔던걸까요?

친구들과 함께 있을때에는 허세 가득한 대화를 나누다가도, 친구들을 떠나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선한 '에디'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다시 친구들은 만나면 그 그룹에 끼기 위해 어른인척, 또는 나쁜 남자인척 자신을 포장하게 됩니다.

'로즈'의 집주소가 적힌 쪽지가 버스 밖으로 버려지고 '에디'는 어른의 그룹에 속해졌다고 생각하지만, 그 어른의 그룹이 전쟁으로 산산히 헤쳐된 후 '에디'가 찾는 것은 그가 버린 쪽지의 그곳입니다.

 

 

('에디'와 '로즈'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

 

누구에게나 소년에서 어른으로 바뀌는 순간이 있고 그 순간은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게 됩니다.

처음의 설레임이 함께하기도 했고,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순간도 많았습니다.

가장 아름다웠을 그때가 그 순간에는 세상 가장 막막한 현실일 수도 있지요.

이 영화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은 우리의 한때를 돌아볼 수 있는 거울과 같은 영화 입니다.

무기를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에디'와 의식 있는 노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로즈'의 만남은 이들이 살았을 1960년대의 사회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전쟁에서 돌아온 '에디'를 비난하는 것은 그와 같은 또래의 청년들이고, 그런 '에디'에게 말 없이 술 한잔 사는 것으로 그들을 사지로 보냈던 어른들은 미안함을 대신합니다.

삶이 팍팍해지며 세대간의 갈등이 부추겨지는 요즘, 모두가 그 시기를 보냈고 모두가 그 시기가 된다는 것도 한번 생각해볼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젊음의 고통을 당연히 여긴다면 세상은 앞으로 나가지 않을테지요. 

 

시나리오를 쓴 '밥 콤포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지금은 볼 수 없는 '리버 피닉스'의 매력이 살아있는 작품 입니다.

 

1970년생인 '리버 피닉스'는 '스텐 바이 미'(Stand by Me), '허공에의 질주'(Running on Empty), '아이다호'(My Own Private Idaho) 등으로 가장 잘 나가는 젊은 스타였습니다.

 

('해리슨 포드'의 아들로 출연하여 이후 '인디아나 존스'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발판이 되기도 하는 '모스키토 코스트' 예고편) 

 

('허공에의 질주' 예고편)

 

('아이다호' 예고편)

하지만 1993년, 친구인 '조니 뎁'이 운영하던 클럽 '바이퍼 룸'에서 그의 여자친구 '사만다 마티스', 동생 '호아킨 피닉스'가 보는 앞에서 약물 과다로 사망하여 그를 아끼는 팬들을 깊은 슬픔에 빠지게 했습니다.

그의 나이 불과 23세때 입니다.

외모와 연기력 모두가 출중했던 그가 살아있었다면, 지금의 헐리웃 영화 캐스팅 1순위는 변함없이 '리버 피닉스'였을 겁니다.

 

'로즈'를 연기한 '릴리 테일러'는 1967년생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의 시나리오상 '로즈'는 뚱뚱한 여성으로 묘사 되었다고 합니다.

감독인 '낸시 사보카'는 뚱뚱한 여성에 맞는 배우들을 만나던 와중에 '릴리 테일러'의 연기를 보며 바짝 마른 그녀를 선택합니다.

'로즈'를 연기한 '릴리 테일러'는 비록 외모는 못생겼지만 당차고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로즈'를 성공적으로 연기 합니다.

이후 '랜섬'(Ransom), '더 헌팅'(The Haunting), '컨저링'(The Conjuring) 같은 영화들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펼쳐 보입니다.

작가인 '닉 플린'과 결혼한 그녀는 꾸준한 연기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랜섬' 예고편)

 

('더 헌팅' 예고편)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에는 해병들과 싸우는 해군으로 '브랜든 프레이저'가 잠깐 출연하는데, 그의 첫 데뷔작이라고 합니다. (사진 맨 왼쪽)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은 국내에 DVD로 출시 되었고, 감독과 제작자의 음성해설에도 한글자막을 지원합니다.

아쉽게도 한글자막이 들어간 블루레이는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사용된 이미지와 동영상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고, 그 권리는 원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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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01-22 19:49:53

작년에 원제로 라이센스 뮤지컬도 올려졌죠.뮤지컬도 볼만합니다.

WR
2019-01-23 11:51:49

뮤지컬로 나왔었군요. 좋은 정보 감사 합니다.

2019-01-22 19:59:34

영화에 대한 부연 설명으로 작년에 뮤지컬 보고 제가 쓴 후기 일부를 옮겨 볼게요. dvd코멘터리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1989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던 [신부는 왼손잡이]로 독립 영화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여류 연출가 낸시 사보카는 이후 많은 작품을 제안 받았는데 대부분은 [신부는 왼손잡이]의 성공에 묻어가려는 아류 기획물들이었다. 전작과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연출하고 싶었던 낸시 사보카는 800만불 예산의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에 흥미를 느끼고 이 작품을 헐리우드 진출작으로 정했다.

말하자면 낸시 사보카는 독립 영화의 자유로운 틀에서 본인이 각본과 연출까지 주도했던 [신부는 왼손잡이]와 달리 워너가 제작한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으로 헐리우드 상업 영화의 고용 감독직에 들어간 것이다. 본인이 쓴 각본으로 헐리우드 영화 진출을 모색할 수도 있었는데 기존에 제안 받은 다른 사람의 각본 중에서 차기작을 정한 것을 보면 작가주의의 자아가 그리 강하진 않았던 것 같다. 800만불 예산은 제작이 진행되던 1990년에도 상업 영화 기준에선 저예산 규모였지만 낸시 사보카의 출세작인 [신부는 왼손잡이]의 10배에 달하는 액수였다. 예산 자체로는 저예산이었지만 작품 자체가 워낙에 소품 규모여서 예산의 압박에 시달리진 않았다. 기획부터 개봉까지 안정적으로 진행됐다.

'개싸움'을 뜻하는 '도그파이트 게임'은 오히려 영화를 통해 많이 알려지게 됐고 영화의 구성과 완전히 겉도는 제목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부연 설명이 따라 붙어야 했다. 영화가 나온지 27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이 작품의 원제는 일일이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별로 유명한 게임은 아니다. 유명한 게임이라면 [도그파이트]란 제목을 들었을 때 액면 그대로의 '개싸움'이 아닌 게임이 연상되어야 하는데 대부분은 제목의 진짜 뜻을 분간하지 못했다. 1992년 6월 1일자로 비디오로 직행한 국내에서도 원제보다 나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이란 제목으로 바뀌었는데 모호하게 함축된 원제로 인해 애초부터 제목이 바뀔 운명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에 라이센스 뮤지컬로 기획되면서 처음으로 원제를 찾았지만 원제의 함축성이 여전히 모호하다 보니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이란 국내식 제목을 부제로 깔았다.

파티에 못생긴 여자를 데리고 와 가장 점수를 많이 딴 사람에게 상금이 주어지는 '도그파이트 게임'은 한 시절 특정 지역의 군인, 어리고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 잠시 유행처럼 번졌던 천박하고도 무례한 성차별적인 게임일 뿐이다. 친구들끼리 놀기 좋아하는 파릇파릇한 시절에는 새롭고도 자극적인 놀이를 찾기 마련이고 한창 성장할 때는 성별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아직 여물지 않은 성장기의 남성성에 대한 과시가 우르르 몰려 다니며 욕하고 침 뱉는 또래의 거친 의리 문화와 결합하면서 '도그파이트'같은 정신 나간 규칙의 게임이 만들어진 것이다. 친구들끼리의 의리, 승부욕이 어린 나이 특유의 객기에 맞물려 도덕적인 죄책감은 게임 속 유희에 가볍게 묻히고 만다. 우르르 무리 지어 움직이는 놀이 문화에선 객관성을 잃기 쉬운 것이다. 쉽게 실체가 드러나는 일회성 게임의 환상이 허무하게 걷혔을 때 비로소 각성을 하고 반성을 하게 되는 것인데 회고 형식의 이 작품은 그 과정을 전부 다 보여준다.

소재의 독특함에 끌려 연출직을 수락하긴 했지만 낸시 사보카도 제목의 뜻을 한번에 파악하진 못했다. 각본을 쓴 밥 콤포트가 젊은 시절에 또래 친구들과 공유했던 동네 게임을 이야기로 확장시키면서 굳이 알 필요도 없고 하나 영양가 없는 '도그파이트'란 게임을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알린 것이다. 배경은 극히 제한적이고 구성은 소박하며 다루는 내용도 작다. 전개를 보면 알 수 있듯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1940년생인 밥 콤포트는 실제로 영화 속 리버 피닉스 나잇대에 해병대에 입대했고 베트남 전쟁에도 파병됐다. 작가 본인이 1960년대 초에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공유했던 지역의 놀이 문화를 이야기로 옮긴 것이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목이 품고 있는 게임의 실체를 모르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특이하긴 하지만 그 뿐이다. '도그파이트 게임' 형식은 문화로 번지기엔 너무 번거롭다. 유행이 되기에 한계가 있었다. 돈을 걷어 장소를 대여하고 술값까지 치루고 남은 돈을 상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보니 상금이 크지도 않고 순위가 매겨지기까지 일부러 못생긴 여자를 섭외해 아첨 발림까지 하며 데이트를 하는 과정 자체도 피곤한 일이다. 게임으로 즐기기엔 너무 비효율적이고 성가시다. 워너는 소재의 특수성을 높이 사 기획에 올린 것일테고 소재의 위험성 때문에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여류 감독인 낸시 사보카를 섭외한 것 같다.

WR
2019-01-23 11:54:09

'dogfight'라는 제목으로 행여 공중전을 다룬 영화로 오인할까봐 포스터 제목 밑에 깨알같이 'a love story'라고 적어 놓았더군요.

2019-01-22 20:57:38

리버 피닉스 참 일찍 져서 아쉬운 배우죠.
어린 인디로 처음 본 배우였는데..
죽은 어린애 찾아나서는 4아이들(5?) 얘기 나오는 성장 영화에도 나왔었던거 같네요.
글 써놓으신 영화 처음 들어봤는데
리마스터링 블루레이 정발 나오면 사고싶은 매력적인 영화군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WR
2019-01-23 11:55:21

'스텐 바이 미'에서도 눈에 확 띄는 연기를 보여 주었었죠.

정발 블루레이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Updated at 2019-01-22 23:21:16

20대 초반에 TV에서 더빙으로 처음 본 영화...

밥 딜런의 음악이 참 좋았고..

파병 후 상이군인이 되서 찾아온 에디를 품어주던 로즈...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WR
2019-01-23 11:55:51

엔딩이 너무 마음에 든 영화였습니다.

2019-01-23 11:35:01

허공에의 질주에 같이 출연한 계기로 연인이 된 배우는 마샤 플림튼 아닌가요? 잘못적으신거 같네요. 글 잘봤습니다. 좋아하는 영화에요.

WR
Updated at 2019-01-23 11:59:35

제가 착각 했었네요. 왜 사만다 마티스가 여기 나왔다고 생각했는지...

말씀하신 것처럼 허공에의 질주 촬영시엔 마샤 플림튼과 연인이었네요.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01-24 21:46:22

아 정말 좋아하는 영화에요 정말로..
모든 장면이 아름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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