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영화골동품점 (13) -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
주의) 이글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년에서 어른으로 바뀌는 순간.
소년들은 어른인척 흉내를 내며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딛게 됩니다.
그 세계는 그동안의 제약들을 풀어버리는 마법의 열쇠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발을 내디디는 어두운 어른의 세계는 한편으로 두려운 미래이기도 합니다.
1963년 11월 21일, 막 훈련소를 마치고 오키나와로 파병을 앞둔 4명의 해병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훈련소 동기인 이들은 해병들의 괴상한 전통인 속칭 'Dogfight'를 위해 못생긴 여자들을 찾아 파병 전날의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돈을 모아서 가장 못생긴 여자를 데리고 오는 해병에게 상금이 주어지고, 모인 돈으로 술집을 빌려 흥청망청 술을 마시며 노는 것을 Dogfight라고 한다는군요.
4명의 훈련소 동기 중 한명인 '에디 버들레스'(리버 피닉스)는 카페 한구석에서 기타를 만지고 있는 '로즈 페니'(릴리 테일러)를 희생양으로 데리고 가는데 성공 합니다.
'로즈'는 이 잘생긴 청년의 갑작스런 파티 초대에 한껏 멋을 내는데, 몸에 맞지 않는 그녀의 꾸밈만 보더라도 이런 데이트가 생소한 그녀 입니다.
뒤늦게 'Dogfight'의 내막을 알게 된 '로즈'는 상처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런 그녀를 '에디'가 다시 찾아 옵니다.
이름도 생소한 곳으로 파병을 떠나기 전날.
'에디'와 '로즈'는 그들의 생애 첫 데이트를 같이 보내게 되고, 두사람은 짧은 사랑을 나눕니다.
편지를 약속하며 '로즈'에게 받은 그녀의 주소를 적은 쪽지는, 친구들과의 헛된 과시욕 속에 찢어져 버려지고 '에디'는 파병을 떠납니다.
'에디'가 떠난 날, '케네디'대통령이 암살로 사망한 소식이 TV로 전해 집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베트남에서 '에디'의 친구들은 사망하고 '에디'도 다리에 큰 상처를 입고 4년만에 미국으로 다시 돌아 옵니다.
전쟁의 상흔은 한잔의 술로서 위로 받을 뿐, 세상은 군인들을 살인자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에디'는 '로즈'를 찾아가고, '로즈'는 말 없이 '에디'를 따뜻하게 안아줍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 예고편)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 마지막 장면)
1991년 만들어진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Dogfight)은 갓 어른이 된 19세 '에디'의 이야기 입니다.
징집병의 달콤한 말에 해병에 자원 입대한 '에디'는 입에 욕을 달고 살면서 자신의 허세를 과시합니다.
그런 그의 태도는 아직 여물지 못한 소년의 세상에 대한 포장일테지요.
'에디'의 신분증 사진을 본 '로즈'는 "세상에 화난 거 같다"고 이야기 하는데, '에디'는 "화가 난게 아니라 준비된 거"라고 이야기 합니다.
'에디'의 눈에 어른들은 그렇게 화난 거 처럼 보여왔던걸까요?
친구들과 함께 있을때에는 허세 가득한 대화를 나누다가도, 친구들을 떠나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선한 '에디'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다시 친구들은 만나면 그 그룹에 끼기 위해 어른인척, 또는 나쁜 남자인척 자신을 포장하게 됩니다.
'로즈'의 집주소가 적힌 쪽지가 버스 밖으로 버려지고 '에디'는 어른의 그룹에 속해졌다고 생각하지만, 그 어른의 그룹이 전쟁으로 산산히 헤쳐된 후 '에디'가 찾는 것은 그가 버린 쪽지의 그곳입니다.
('에디'와 '로즈'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
누구에게나 소년에서 어른으로 바뀌는 순간이 있고 그 순간은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게 됩니다.
처음의 설레임이 함께하기도 했고,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순간도 많았습니다.
가장 아름다웠을 그때가 그 순간에는 세상 가장 막막한 현실일 수도 있지요.
이 영화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은 우리의 한때를 돌아볼 수 있는 거울과 같은 영화 입니다.
무기를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에디'와 의식 있는 노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로즈'의 만남은 이들이 살았을 1960년대의 사회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전쟁에서 돌아온 '에디'를 비난하는 것은 그와 같은 또래의 청년들이고, 그런 '에디'에게 말 없이 술 한잔 사는 것으로 그들을 사지로 보냈던 어른들은 미안함을 대신합니다.
삶이 팍팍해지며 세대간의 갈등이 부추겨지는 요즘, 모두가 그 시기를 보냈고 모두가 그 시기가 된다는 것도 한번 생각해볼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젊음의 고통을 당연히 여긴다면 세상은 앞으로 나가지 않을테지요.
시나리오를 쓴 '밥 콤포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지금은 볼 수 없는 '리버 피닉스'의 매력이 살아있는 작품 입니다.
1970년생인 '리버 피닉스'는 '스텐 바이 미'(Stand by Me), '허공에의 질주'(Running on Empty), '아이다호'(My Own Private Idaho) 등으로 가장 잘 나가는 젊은 스타였습니다.
('해리슨 포드'의 아들로 출연하여 이후 '인디아나 존스'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발판이 되기도 하는 '모스키토 코스트' 예고편)
('허공에의 질주' 예고편)
('아이다호' 예고편)
하지만 1993년, 친구인 '조니 뎁'이 운영하던 클럽 '바이퍼 룸'에서 그의 여자친구 '사만다 마티스', 동생 '호아킨 피닉스'가 보는 앞에서 약물 과다로 사망하여 그를 아끼는 팬들을 깊은 슬픔에 빠지게 했습니다.
그의 나이 불과 23세때 입니다.
외모와 연기력 모두가 출중했던 그가 살아있었다면, 지금의 헐리웃 영화 캐스팅 1순위는 변함없이 '리버 피닉스'였을 겁니다.
'로즈'를 연기한 '릴리 테일러'는 1967년생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의 시나리오상 '로즈'는 뚱뚱한 여성으로 묘사 되었다고 합니다.
감독인 '낸시 사보카'는 뚱뚱한 여성에 맞는 배우들을 만나던 와중에 '릴리 테일러'의 연기를 보며 바짝 마른 그녀를 선택합니다.
'로즈'를 연기한 '릴리 테일러'는 비록 외모는 못생겼지만 당차고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로즈'를 성공적으로 연기 합니다.
이후 '랜섬'(Ransom), '더 헌팅'(The Haunting), '컨저링'(The Conjuring) 같은 영화들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펼쳐 보입니다.
작가인 '닉 플린'과 결혼한 그녀는 꾸준한 연기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랜섬' 예고편)
('더 헌팅' 예고편)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에는 해병들과 싸우는 해군으로 '브랜든 프레이저'가 잠깐 출연하는데, 그의 첫 데뷔작이라고 합니다. (사진 맨 왼쪽)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은 국내에 DVD로 출시 되었고, 감독과 제작자의 음성해설에도 한글자막을 지원합니다.
아쉽게도 한글자막이 들어간 블루레이는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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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원제로 라이센스 뮤지컬도 올려졌죠.뮤지컬도 볼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