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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스포)어벤저스 엔드게임, 코믹스 팬이 느낀 거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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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4-30 13:12:44

안녕하세요? 룰루아빠입니다.

아시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현재 국내 정발 중인 마블/DC 코믹스를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제가 느끼기에 마블이 가장 대단한 건, 그동안 원작 코믹스를 전혀 보지 않은 사람들도 영화만 쭉 보면 컨텐츠의 대부분을 별 부담이나 거부감, 혹은 길 잃은 느낌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그동안 차근차근 마치 레고 블록 맞추듯이 MCU를 잘 빚어 왔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게 말이죠.

 

그럼에도 코믹스에 친숙하지 않으면 잘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제가 이 글의 제목을 잘 지은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코믹스 팬으로서 느끼는 거리감은 제가 스스로 느꼈다기 보다는 '아, 코믹스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저 장면에서 감동이 덜하겠구나.'라는 차원에서의, 조금은 아쉬운 거리감입니다.

 

*제목에 스포 표시를 하였습니다만 한 번 더 적습니다. 지금부터는 엔드게임 스포가 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 

 

 

 

..

..

 

제게 엔드게임에서 가장 벅찼던 부분이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바로 "어벤저스, 어셈블."입니다. MCU의 신호탄이 된 아이언 맨이 2008년 개봉했는데, 제가 마블 코믹스 번역을 정식으로 시작한 게 2010년이니 제가 조금 늦기는 했지만 그래도 얼추 비슷하게 옆에서 나란히 걸어왔다는 느낌이 저 개인적으로는 있습니다. 안 그래도 그 길었던 여정이 일단락되는 느낌에 마음이 싱숭생숭한데, 그 여정의 막바지에... 그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 필연적이고 절대적인 힘에 압도되어 비브라늄 방패까지 반토막 난 상황에서, 

 

"어벤저스, 어셈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어벤저스,"하는 순간 알았습니다. 아, 나오는구나. 지금이구나. 바로 이 순간이구나... 아마도 지난 10년간 응축된 무언가가, 캡틴의 그것도 작은 목소리로 분출되었기 때문에 그 감동이 더 컸던 게 아닌가 지금은 생각합니다. 

그 직후 토니와 피터의 재회 신에서는 저도 모르게 옆에 고개를 돌려야만 했습니다. 안 그러면 펑펑 울 거 같아서 말이죠. "어벤저스, 어셈블."이라는 대사 하나 때문에 저 이후는 뭐가 어떻게 됐는지 별 기억도 없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옆에서 함께 본 아내에게 슬쩍 물었습니다. 혹시 아까 캡틴이 "어벤저스, 어셈블."이라고 했는데 그게 뭔지 아냐고요. 역시 모르더군요. 어쩔 수 없습니다. 이 간극은 생각보다 너무 큽니다.

 

이 문구의 번역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한국 관객을 위해 어벤저스, 집결... 집합, 공격 등으로 옮겼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의견을 보았습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영화는 영화이지 코믹스가 아니니까요. 그러나 확실한 건, 저 문구를 "어벤저스, 집결."이라고 옮겼다고 해서 제 아내가 그 감동을 느끼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점입니다. 이건 번역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벤저스, 어셈블."은 영화로서 MCU가 넘을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넣을 수밖에 없는 캡틴 아메리카의 혼이자 어벤저스의 혼과도 같은 문구입니다. 그렇다고 설명해서 해결할 일도 아닙니다. 이건 마치 해설하면 재미 없는 우스개와 같아, 그 순간 와닿지 않았으면 그대로 넘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쉬웠습니다. 해설하면 재미 없는 저 우스개가 제게는 폭포수처럼 눈물이 쏟아지게 만드는 방아쇠와 같았기 때문이죠.

 

 

 

 

PS. 이 글은 원작팬 vs 영화팬 이런 구도를 유도하려고 쓴 게 아닙니다. 혹시라도 그런 뉘앙스가 있었다면 절대 그럴 의도가 아니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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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3
2019-04-30 13:11:09

진짜 등에 소름이 쪼아악 돋던..

WR
3
2019-04-30 13:27:06

10년간 쌓인 소름이 한 방에 터지는 느낌이었어요.

2
Updated at 2019-04-30 13:26:47

직역하면 집합, 집결인데 영화 내에서 그 구호를 외칠 상황은 집합이 아니었죠

상황상 오히려 어벤져스 출격이나 어벤져스 진군이 더 어울릴 상황입니다

그리고 처음엔 이게 집합 같은 의미로 코믹스에서 쓰였지만

이게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의 시그니쳐가 되었다고 보기에 어셈블이 맞게 번역한거라고 봅니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가 고유명사이듯이 어벤져스 어셈블도 거의 고유명사에 가까워서

WR
2019-04-30 13:28:54

굳이 따지자면 코믹스에서도 여러 상황에 동일하게 쓰이기는 합니다. 이미 모여 있는 상태에서 다시 한 번 다잡는 의도로 쓰기도 하므로... 역자가 집결로 옮겼다 해도 크게 잘못된 번역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그랬다면 엄청 뚜드려 맞았을 거예요.

최선은 그래도 역시 어셈블이라고 생각합니다.

2
Updated at 2019-04-30 13:18:06

이번편이 팬서비스 영화인 제일 큰 이유 중 하나 같네요.
본격적인 액션시퀀스가 후반부에 하나뿐인 것도 알 사람만 아는 소소한 즐거움이 영화 내내 넘치기 때문이겠죠.

WR
4
2019-04-30 13:29:33

4시간이었어도 즐겁게 봤을 거 같아요.^^

2
2019-04-30 18:34:32

팬과 작품을 마블이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보여주는 반증이 아닌가 싶네요^^

1
2019-04-30 13:18:03

저는 아이언맨 (2008) 을 통해서 마블이라는 세계를 처음 접한 사람입니다.

(심지어 아이언맨 처음 개봉했을 때, 로다쥬가 너무나 아이언맨하고 안맞는다고 생각했었어요)

 

물론, 그간 나오는 마블영화 개봉때마다 보고, 틈나는대로 코믹스나 덕후님들 의견 보면서 나름 세계관을 이해했지만 그 광대한 스토리와 세계를 다 알기는 어렵죠. 그럼에도 저 역시 이번 영화에서 캡틴의 "어벤져스어셈블" 이라는 외침이 너무나 벅찼었습니다.

 

저 같은 초심자에게도 덕력 충만한 덕후님들이어야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선사해준것만 봐도 MCU는 정말 위대한 일을 한거라고 생각합니다.

WR
2019-04-30 13:30:49

맞아요, MCU 대단합니다. 히어로 영화를 양산한다, 불균형을 만든다, 말도 많지만... 엇나가지 않고 이렇게 일관성 있게 일단락지은 것만으로도 박수 받을 만합니다.

1
2019-04-30 13:21:35

어벤저스 어셈블을 번역읗 할수가 없는
그 자체로 뜻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어벤저스! 할때 아 지금이구나
드디아 어셈블을 외치겠구나 했는데
솔직히 저는 조용히 담담하게 외쳐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2019-04-30 13:23:20

분명히 크게 외치는 장면도 찍었을 거라고 봅니다

다만 상황상 담담하게 하는게 더 나은 장면이라 판단했을거 같아요

WR
1
2019-04-30 13:31:51

역시 사람마다 기대와 받아들이는 게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차분했기에 더 "크윽...!"하는 느낌이었거든요.

1
2019-04-30 13:55:48

존 소리 높여 외쳤으면..

"피식" 했을 것 같아요.. ㅎㅎ

2
2019-04-30 13:25:58

 코믹스 팬은 아니지만 왠지 어셈블을 집결이나 집합 등으로 표기했으면 뭔가 맛이 덜했을 것 같아요

그냥 닥터 스트레인지의 포털이 열리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정신 못차리겠더라구요

WR
1
2019-04-30 13:32:17

하하 맞아요. 저도 그때부터 심장이 갈비뼈 뚫고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Updated at 2019-04-30 13: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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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
1
2019-04-30 13:33:25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캐릭터들을 10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이렇게까지 재구축한 건 정말 대단해요.

2
2019-04-30 13:30:38

코믹스 번역하시는 분이군요. 덕분에 정발된 책들 잘 보고 있습니다.

저는 코믹스 덕분에 저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알고있었고 그래서 캡틴아메리카의 대사에 더욱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어셈블이라는 말보다 집합, 집결 정도로 번역해주시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코믹스를 봤느냐 보지않았느냐를 떠나서 어셈블의 뜻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영어에 친근한 세대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영어를 접할 기회가 적다보면 간단한 단어조차 잊는 경우가 많을 뿐더러 영어가 생소한 세대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울 단어라고 생각됩니다. 코믹스를 보지 않은 팬에게는 어벤져스 어셈블이라는 말의 울림이 적게 느껴졌을지언정 최소한의 의미전달은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WR
2019-04-30 13:35:14

분명 어떻게 옮겨도 아쉬운 부분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사입니다. 하퍼님 말씀도 일리가 있고요. 함께 본 제 아내도 전혀 감을 못 잡더라고요. 그냥 뭔가 그런 의미였겠거니, 하고 생각했대요.

1
2019-04-30 14:04:15

영화에 나오는 모든 대사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100% 이해될 필요가 없습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어느 정도 의마가 통하면 되지요. 어벤져스에는 양자역학 얘기도 등장하죠 “양자역학”이라는 단어 모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번역을 해봤자 소용없는 이런 단어들도 있는데 굳이 번역 안하는게 더 좋은 단어를 의미전달이 안된다고 불평하는건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2
Updated at 2019-04-30 14:29:36

의견일 뿐이었는데 불평으로 느껴지셨나 봅니다ㅎㅎ 이견일 뿐이지 불평하는건 아니에요. 모든이의 의견이 100% 일치하지 못하듯이 저도 번역에 나름대로의 의견을 갖고있을 뿐이죠. alfred 님이 다른 의견을 갖고있다고 해서 제가 님을 불평하는 사람으로 여기지는 않듯이요.

양자역학이라는 전문적인 단어 또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우리말과 영어에서 오는 차이점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양자역학은 최소한 ~학이 붙어있으니 어떤 학문의 일종일 것이라 유추할 수 있잖아요. assemble은 영어에 아주 능통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유추가 불가능하죠. 백퍼센트 이해될 필요는 분명 없습니다. 저는 최소한의 의미 전달을 말씀드린 거에요

2019-04-30 14:38:04

불평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퍼님의 의견도 소중한 존중되어야 할 의견중 하나에요~^^

2019-04-30 14:56:02

다른 말씀은 의견이라 해도 assemble이 영어에 아주 능통한 사람이라야 유추가 가능하다니 그건 참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1
2019-04-30 15:12:07

능통의 기준은 사람마다 받아들이기 나름이니 alfred 님의 기준에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으실지라도 너그럽게 이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룰루아빠님이 게시한 글의 주제에서 자꾸만 멀어지는 것 같군요. 제 의견이 더이상 불평으로 느껴지지 않으신다면 본문글을 위해서라도 대댓글은 이만 달겠습니다.

1
2019-04-30 13:32:08

코믹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예전 오락실에서 어벤져스(?) 하여간 그 게임에서 아이언맨, 캡틴, 호크아이, 비젼 등의 케릭을 플레이 했습니다. 꽤나 열심히 했었는데, 지금은 세월이 흐르며 완전 잊혀졌지요.

 

그런데, 이번 엔드게임에서 '어벤져스 어셈블'이란 말을 듣고, 뜬금 없이 그 게임이 생각나더군요. 제 기억에 그 게임의 어떤 씬에서 '어벤져스 어쎔블!'이라고 외치는 부분이 있었고, 어린 나이에 그 대사가 무의식 중에 남았나 봅니다. 상당히 독특한 경험이었네요. ^^;;

WR
2019-04-30 13:35:43

같은 캐릭터로 쭉 이어가는 매체만이 가질 수 있는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1
2019-04-30 13:39:57

본문과는 상관없지만,

 

선생님...

코믹스 인저스티스 좀 살려주세요...

WR
2019-04-30 13:52:23
... ... 콜록
1
2019-04-30 13:43:30

어셈블에선 정말 울컥했습니다.

혼자 봤으면 눈물 주루룩하면서 봤을거 같아요.

울컥한 장면이 몇군데 있었으나 저는 이장면이 제일 강렬했네요.

WR
2019-04-30 13:52:40

옆에 아내한테 티 안 내려고 엄청 참았습니다.ㅠ.ㅠ

1
2019-04-30 13:43:40

같이 본 와이프는 그장면에서 무반응. 저는 전율에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ㅎㅎㅎ

WR
2019-04-30 13:52:53

저희와 비슷하셨군요.^^

2019-04-30 13:46:44

"그러나 확실한 건, 저 문구를 "어벤저스, 집결."이라고 옮겼다고 해서 제 아내가 그 감동을 느끼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저는 좀 다른 생각입니다. 어셈블 번역 문제는 감동을 느낄 수 있냐 없냐를 떠나서 관객이 뜻을 알 수 있냐 없냐의 문제니까요. 일단 번역을 해놓으면 코믹스를 모르더라도 어셈블의 의미는 알 수는 있으니 누군가는 감동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코믹스를 아는 사람보다는 덜하겠지요. 반면 어셈블을 그대로 적어놓으면 뜻을 모르는 관객은 그냥 ??? 상태이고 분위기만 짐작할 수 있을 뿐이죠.

WR
2019-04-30 13:54:12

기본적으로 제가 드린 말씀과 비슷한 말씀이기는 합니다. '감동'과 '그 감동'의 차이 정도가 있는 것 같네요. "물론 코믹스를 아는 사람보다는 덜하겠지요."의 의미로 드린 말씀이거든요.

2019-04-30 14:01:35

네, 저는 단지 "어셈블을 번역한다고 해서 (코믹스 팬과 같은) 감동을 느낄 일은 없고 이건 번역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어셈블 번역 문제는 감동 이전에 의미 파악의 문제라는 얘길 하고 싶었습니다. 아무튼 글 잘 읽었습니다.

1
2019-04-30 14:12:10

영화관에서 보고 그 장면에서 정말 마블뽕이 북받쳐올랐습니다. 기대도 안하고 있었는데 말이지요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어벤저스가 벌써 몇편이 제작되었는데 그 동안에 그 상징과도 같은 “어셈블”을 한번도 쓰지 않았단 말이지요. 11년간의 여정에 큰 울림을 주기 위해서 그동안 쓰지 않다가 마지막에 딱 한번 써먹은거지요. 그러니 감동의 도가니탕이 되지 않겠습니까? 마블은 참 영리합니다

그래도 뜻은 전달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하는 분들에게는 “어셈블”의 의미전달적 측면에서 집합, 집결 이건 어벤저스에서 사용되는 의미가 아닙니다. 서로를 믿고 하나로 뭉쳐서 있는 힘 없는 힘 다 내서 싸우자 뭐 이런 의미지요

90년대 부산말 중에 “압” 이라는게 있습니다(지금은 잘 안쓴다고 하던데요). 이 말의 의미는 “난 너에게 어떠한 기대를 했었는데 니가 네 기대에 어긋나게 행동해서 실망이야” 이런 뜻입니다. 만약 이걸 영어로 자막을 단다면 번역자가 이렇게 풀어서 쓸까요? 절대 아니죠. 그냥 아는 만큼 보는 겁니다.

1
2019-04-30 14:24:45

저는 그런 관점에서 보더라도 번역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말씀하시는 요지는 "어셈블"이라는 단어는 집결, 집합을 뛰어넘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는 거 아닌가요? 그러니 집결, 집합 등으로 번역해도 의미가 온전히 담기지 않는다는 얘기구요. 근데 원래 그런 시그니처 대사는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단어의 일반적인 의미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담고 있죠.


문제는 그걸 번역하느냐 마느냐인데, 어차피 코믹스 팬들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단어고 어셈블을 집결이라고 해도 그 뜻이 온전히 담기지 않으니까 어셈블이라고 써야한다는 건 제가 보기엔 좀 이상한 주장 같습니다. 단어의 일차원적인 의미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코믹스 팬이 아닌 대다수의 관객을 배려하는 게 번역가의 의무 아닌가 싶고요. 아는 만큼 보이는 대사일지라도 번역을 안 해버리면 아예 보이지도 않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로 드신 부산의 옛말도 어셈블이랑은 경우가 다른 것 같구요.

 

댓글 달면서 문득 드는 생각인데 저는 이게 일종의 코믹스 팬들의 이기주의가 아닌가 싶습니다. 팬이라면 어차피 그 장면에서 어벤져스 다음에 어셈블이 나올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을 테고, 어셈블이 나오면 귀로 들리지 않나요? "어벤져스 어셈블"이라는 대사의 뜻에 그렇게 정통하다면 이미 다 들리고 이해되는데 그걸 왜 굳이 자막까지 어셈블이라고 쓰는 게 맞다고 주장하는지 의문입니다. 다른 관객들은 원작을 떠나서, 함축하는 의미를 떠나서 아예 그 단어가 뭔지도 모르는데요.

WR
1
2019-04-30 14:53:12

호불호님과 alfred님의 의견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느꼈어요. 꼭 누구의 의견이 옳고 틀리고 그런 게 아니라, 제가 제목과 본문에 썼듯이 이런 작품을 번역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간극이라고 봐요. alfred님 말씀처럼 어느 정도 그 문구와 의미를 알고 있던 사람들은 그냥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견도 맞고, 호불호님처럼 번역에 한계가 있어도 우리말로 옮겨야 일단 의미는 알 것 아니냐고 하시는 말씀도 일리가 있어요. 어차피 어떻게 해도 양측의 의견을 전부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번역이 참 어렵습니다. 누가 번역했는지는 몰라도 저 대사 때문에 고민 무진장 많았을 거예요.

1
2019-04-30 14:58:03

맞습니다. 저도 "난 어셈블이 더 좋다"는 개인의 취향에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는데 단지 "어셈블로 쓰는 게 옳다"는 주장과 거기에 대한 근거에는 자꾸 물음표가 생겨서 댓글을 달게 되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번역가가 고민 많이 했을 것 같습니다.

1
2019-04-30 15:10:33

완전히 같은 경우를 예로 든건데요 다르다고 하시면 음...

코믹스의 어쎔블이라는 단어를 알면 영화관에서 그 대사 칠 때 들릴 것이다는 논리적으로 잘못된 귀결입니다. 코믹스팬들도 대부분 한글 번역본을 보거든요. 영어청취 수준이 높으면 코믹스를 잘 알것이다라는 전제를 하신건데 그 전제는 명백히 틀린 명제지요

게다가 정말 원어민 수준의 히어링이 되지 않는 이상 영어로 들을 수 있어도 영화 볼 때는 자막 봅니다. 히어링에 너무 집중하다가 영화에 집중을 못하거든요. 자막만 따라가다가 나중에 아 저 “집합”이라는 자막이 어셈블을 번역한거구나라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감동이고 나발이고 지나간 다음이죠. 문제는 이 어셈블이 엔드게임에서 적어도 세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감동 포인트라는 것입니다. 이쯤되면 소수에게 의미전달에 실패하더라도(어셈블이 그렇게 어려운 영어단어는 아니니까요) 해볼만한거 아닌가 합니다.

물론 이걸 어떻게 번역하더라도 그 뜻이 제대로 전달 안될테지만 번역을 했다고 한다면 과연 무엇으로 번역해야 하는가 이거는 정말 장난 아닌 문제입니다. 모여라, 집합, 집결(이상은 이미 모인건데 왜 모이자는 거지라는 의문? 하지만 직역으로 의미 전달은 좋으나 성의없는 번역이라고 욕먹을게 뻔함), 싸우자, 나가자, 대판 붙어보자(그나마 약간 의미를 더한 것인데 과도한 의역이 될 수 있지요) 저는 사실 괜찮은 번역이 머리속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엔드게임이 맛깔진 번역은 아닐지 몰라도 지구인을 테란으로 표기한거 외에는 의미전달이 상당히 양호한 편입니다 그 와중에 어셈블을 집어넣은건 다 의도한게 있어서일 것이고 저는 그 의도를 존중합니다

2
2019-04-30 15:38:08
"어벤져스" 뒤에 "어셈블"이 나올 거란 걸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심지어 배경음 다 사라지고 캡틴 혼자 나지막이 "어셈블"이라고 하는 마당에 코믹스 볼 때마다 "어셈블"이라고 영어 발음을 음차로 써놓은 걸 접하는 코믹스 팬들이 그동안 활자로 접해왔으니 영화 볼 때도 청취의 가능성 없이 자막만 본다...? 저는 그게 더 이상한 것 같습니다. 애초에 코믹스는 소리 없이 활자로 접하지만 영화는 소리와 자막이 동시에 나오는걸요. 영어로 들을 수 있어도 자막만 보는 경우가 있다는 걸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 상황에선 정말 귀로 안 듣기가 힘든 상황이 아닌가 싶어서 그런 얘길 한 거였습니다. 더군다나 그 정도로 그 대사에 빠삭한 코믹스 팬이라면요. 이미 들을 준비 다 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얍"을 예로 드신 것부터 해서 "어셈블"을 도저히 번역할 수 없는 애매한 단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결국 alfred 님께서 풀어 써놓으신 그 대사의 의미를 요약하면 “모여서 싸운다”잖아요. 이 경우 "어셈블"이 가진 본래 뜻에서 그렇게 멀어지지도 않습니다. 앞에 싸워야 할 적이 있는데 모였으면 싸우는 건 당연한 거니까 “집결”이라고 해도 의미상 완전히 벗어나지 않습니다. “돌격”이라고 번역해도 어차피 전부 모인 상태이고 달려나가서 공격할 거니까 완전히 뜻이 달라지지 않구요. 번역하면 아예 의미가 달라져버리는 경우면 모르겠는데 어셈블은 그 정도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코믹스 팬들은 "어벤져스 어셈블"이라는 시그니처 대사가 이미 익숙하고 입에 달라붙은 상태니까 뭐로 번역하든 (본인들한테는) 의미가 충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뿐이겠죠.


저도 번역가가 어떤 고민을 했는지 그 과정을 모르니 어찌 됐든 번역가의 선택을 존중하긴 합니다. 다만 제 마음에 안 들 뿐이죠. 더군다나 영화 개봉 직후 네이버 실검에 어셈블이 오른 것만 봐도 대다수의 관객들이 영화 보면서 이해를 못한 게 맞으니 번역가의 선택에 의문이 생기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보구요. 영미권 국가가 아닌 곳에서 영어 대사를 번역한다면 대다수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2019-04-30 14:22:31

MCU는 모두 몇번이고 챙겨 봤지만 코믹스는 거의 본적이 없어서인지 어셈블 외칠때도 그냥.. 오 이제야 외치는구나~ 정도였지 크게 감동을 느끼지 못한게 너무 아쉽네요 ㅜ 그 의미가 얼마나 큰지도 감이 잘 안오구요

WR
2019-04-30 14:54:22

울트론(어벤저스 2) 마지막에 외치려다가 말았던, 감질났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반드시 나온다고 기대한 분이 많았을 거예요.^^

3
2019-04-30 14:29:20

 소름이 여러번 돋았는데 '어셈블'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WR
2019-04-30 14:54:50

어벤저스, 하는 순간부터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2019-04-30 14:43:08

 번역도 쉽지않은 영역이에요. 저는 어셈블이 훨씬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힘이 있었는데.. 달리 생각하면 단어 자체의 뜻을 모르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고 보기에 집결이라고 번역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매니아만큼은 아니겠지만 감동을 느꼈을 것 같아요. 뜻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전혀 감동을 느끼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전 어셈블에 한표!!ㅎ

WR
2019-04-30 14:55:40

번역 참 어렵지요. 특히 인터넷이라는 집단 지성을 대상으로 혼자 결과물을 내야 하기 때문에 참 힘듭니다.^^

2019-05-01 12:46:08

번역이라는 일도 참 매력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룰루아빠님의 글들 너무 잘 보고 있어요. 특히 반려묘,반려견 관련 글들은 냥이를 키우고 있는 초짜 집사로서는 매우 도움이 많이 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자주 부탁드립니다. 화이팅입니다!!^^

1
2019-04-30 14:46:15

어벤져스 어셈블 우리말 더빙판에도 어벤져스 어셈블 그대로 두지 않고

모여라 라고 이렇게 번역해서 많이 어색하더군요.

오늘 퇴근하고 집에 가서 더빙판 한번 더 보면서 다시 어색함을 느껴볼렵니다. ^^;;

WR
1
2019-04-30 14:56:18

저는 모여라 하니까 뒤에 저도 모르게 꿈동산이 나오네요. 이렇게 연식이...

1
2019-04-30 15:04:55

저는 이 부분은 어벤져스 어셈블로 번역하는게 가장 맞다고 봅니다.
해당 문구는 이미 코믹스에서 캡아의 모토같은 문장입니다.그렇기에 그 문장에 함축된 캡아의 의지를 표현하기에는 그 문장 그대로 나와야 하겠지요
우리나라 영화에서 주인공 파이팅!!이라고 할때 주인공 싸워라!! 라고 번역해서 자막 넣지는 않지요..
마찬가지로 무조건 외국어라고 어셈블을 집합으로 번역해야 한다면 어벤져스 집합이 아니라 복수자들 집합..이라고 번역해야 한다는건데..이건 이것대로 코미디이고..
어벤져스 어셈블은 최소한 마블내에서는 관용어구와 같은 문장이기때문에 그대로 번역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그 문장은 이해하고 감동을 받는가..모르고 넘어가는가는 관객의 몫이 아닐까요..

2
2019-04-30 15:27:27

왜 번역하지 않았냐는 반응이 이리 많은건 좀 의외에요.

직접 번역않고 그대로 어셈블 넣은게 원작 팬들을 최대한 배려한 센스라고 생각했거든요. (전 코믹스팬이 아니라 깊게 느끼진 못했지만)

말씀하신대로 집결이라고 번역해봤자 일반관객이 뭉클함을 느낄리도 만무하구요.

2019-04-30 15:41:33

최근의 MCU 작품들은 블루레이로 출시할 때나 넷플릭스, VOD에 우리말 더빙이 들어가는데, 더빙에서는 어떻게 변역할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우리말 더빙에서는 집합, 집결 등과 같이 번역할지, 아니면 그대로 어셈블로 할지 궁금해집니다. VOD나 블루레이로 나오면 그 때서야 알 수 있겠네요.

2019-04-30 16:43:01

마블 관련 더빙쪽(애니 포함)은 "어벤져스 모여라"라는 번역을 일관적으로 쓰고 있다고 하더군요
영화 성우들이 그대로 참여한 퓨처 어벤져스라는 애니메이션에서도 해당 번역을 사용하는 것으로보아 엔드게임도 같지 않을까 하네요

이부분은 임채헌 성우의 연기가 중요할 듯 합니다.
이미 녹음은 끝났을텐데 바로 못보는게 좀 아쉽네요.

1
Updated at 2019-04-30 15:50:27

어벤져스 어셈블은 무한도전에서 장풍쏘면서 멤버들이 무한도전 외치는것 처럼 정형화된 표현이지요.

제 생각엔
어벤져스 후속작이나 다른 MCU영화에서 앞으로 어벤져스 어셈블이란 구호가 더이상 나오지 않고,
엔겜 한정으로 이번 한번만 나온다면 집결이나 총공격등의 번역이 맞겠습니다만..

앞으로도 저 구호가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 같으면 어셈블이라 번역하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어셈블이란 구호가 MCU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메인 이벤트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어벤져스 디스어셈블이라던가.. 시크릿 어벤져스나..어벤져스 vs 엑스맨..이런것들)
어샘블이 맞는 것 같아요.

이 참에 여러명이 어셈블 뜻도 알고 많이 전파되었으니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습니까??

1
2019-04-30 16:03:26 (211.*.*.83)

전 만화를 안보고 영화만 봤는데도 그 소름은 대단했습니다. 개봉날 일회차 봤었는데 극장 분위기도 그 장면에서 정말 대단했어요. 울면서 환호하는 그 느낌. 관객 대부분이 그랬어요. 정말 잊지못한 순간이었습니다. T T

3
2019-04-30 17:28:18

저도 작성자님 의견대로 "Avengers Assemble"은 원어 그대로 자막 표기하는게 옳다고 봐요.


전 자막 없이 봐서 "Hail Hydra"를 어떻게 자막 처리 했는지 모르겠지만 "히드라 만세" 보다는 "하일 하이드라"가 훨씬 더 세련된 형태의 자막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자막이란게 당연히 불특정다수의 관객을 고려하여 포괄적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해야겠지만 어벤져스같이 20여편의 MCU 작품들을 시청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많은 영화에서는 좀 더 공부한 사람이 더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자막이 훨씬 더 센스 있다고 느껴지네요.

2019-04-30 18:50:31

히드라 만세는 정말^^;;; ㅎㅎㅎㅎ 하일 헤이드라 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2019-04-30 23:47:01

히드라 만세로 나왔습니다 ^^;;

3
2019-04-30 17:40:11

 전 한국에서 안 본 지라 번역 부분은 모르겠고, 캡틴이 어벤져스하고 외친 순간.....아 설마설마를 속으로 외쳤는데, 조금 뜸 들이고 바로 어셈블하는 순간 미쳐서 거의 의자에서 발광을 했습니다.^^ 나중에 영화 보고 나와서 마눌님하고 얘기했는데, 그 부분에서 갑자기 누가 의자를 마구 흔들어대서 누구야 하고 쳐다봤는데 그게 남편이었다고....-_-;;

1
Updated at 2019-04-30 18:48:04

저도 포털 열릴 때부터 정줄 놓고 있었네요^^ 직전에 블랙오더를 포함한 타노스 군대까지 전개되자 타노스에게 맞아 엉망이 된 채 서있는 캡틴이 너무 처연하던 참이었거든요.. 무수한 포털이 열리면서 등장하는 멤버들을 보면서 소름이 좌악...
그리고 캡틴의 어벤져스 어셈블 구호와 함께 전원 돌격 하는 모습은 정말 MCU 11년간 그토록 기다려왔던 장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019-04-30 19:30:09

에벤저스 어셈블!
(집합, 혹은 집결)
처럼 괄호로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9-04-30 20:09:59

코믹스 팬들이라면 익숙한 대사이긴 하겠지만 영화만을 보아왔던 팬들에겐 감정적으로는 감동을 받는데

문제는 없었을지 몰라도 무도의 "무한도전"처럼 친근감있게 느껴질리는 없을거라 여기기 때문에 시빌워 

이전에 한 두어 작품을 추가해서 관객에게 대사에 대한 숙지를 시켰다면 조금 더 대중적인 반응을 컸을거라

생각합니다. (허나, 그랬다면 엔드게임의 그 대사를 조금 더 짜릿하게 느끼지는 못했을것 같기는 해요.)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코믹스와 영화의 거리감이라기 보다는 관객에게 익숙함을 줄만큼의 작품이 부족

했다라는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캡틴의 과거에서 꼭 어벤져스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참여한 전투에서 집결

구호에 대한 고민하는(?) 장면정도로 뉘앙스를 풍겼다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고요.

2019-04-30 21:46:05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저도 해외에서 자막없이 봐서 한글로 어떻게 번역했을 까 궁금했는데, 

무난한 선택을 한것 같긴 하지만 집결보다는 어셈블이 더 나았지 않았을 까 하는 생각이 들긴하네요 ^^

단어라는 게 단순히 그 의미보다는 상황에 따라 들어간 의미가 많아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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