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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스포)<기생충> - 킁킁! 이것이 가난의 냄새로구나?

마스터충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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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11
Updated at 2019-06-03 20:22:35

 

  숨은그림찾기는 이제 그만

  봉준호의 대표적인 별명은 '봉테일'이다. 영화를 보면 깨알 같은 부분까지 치밀한 복선을 심어 놓았다. 그 요소를 찾는 재미가 매우 쏠쏠하다. 이렇게 자잘한 부분에서 의미를 찾는 방식을 나는 '숨은그림찾기'라고 부른다. 숨은그림찾기가 나쁜 것은 아니다. 이 또한 영화를 즐기는 방식의 하나이다. 영화를 씹고 뜯고 맛보는 데 있어 최고라고 할 수도 있다. 서로 나눌 썰이 넘쳐 흐르기 때문이다. 덕후의, 덕후를 위한, 덕후에 의한 감상법인 셈이다. 

  하지만 숨은그림찾기에 너무 몰입하다 오히려 핵심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마더>에서 고물상 벽에 걸린 달력에 갖가지 의미를 부여하는 썰이 오간 적이 있다. 그러나 정작 봉준호는 이렇게 밝혔다. 
  "그 달력, 소품 팀에서 그냥 갖다 놓았거든요."
  숨은 그림 찾다가 헛발질한 대표적인 경우다. 

  이야기는 상징과 비유로 전개되지 않는다. 이야기는 인물과 사건으로 전개된다. 인물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행동이 벌어지면 그게 사건이 된다. 그래서 어떤 작가는 이야기란 만드는 게 아니라 따라가는 거라고 말한다.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완성된다는 의미다.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다. 억지로 상징과 비유를 욱여넣으려다 교훈충, 의미충이 되어버리면 졸작이 된다.

  봉준호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그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 흐름 끝에 명확한 결말을 내놓는다. 봉준호는 절대 관객과 숨바꼭질하는 감독이 아니다. 그래서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마냥 환영하지 않는다. 숨은 그림 찾기보다 핵심과 주제에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생충>에는 이러한 그의 생각을 녹여낸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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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정(박소담)은 박 사장네 아들 다송(정현준)의 미술 선생으로 취업한다. 그는 다송의 그림을 보며 갖가지 해석을 말한다. 하지만 이는 전부 헛소리였다. 미술 심리 치료에서 들은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내뱉은 것에 불과했다. 사모님(조여정)은 그것도 모르고 껌뻑 속아 넘어간다. 마치 숨은그림찾기에 몰입해 본질을 놓치는 모습 같지 않은가?

  작품을 감상할 때는 작가의 입장이 되어보면 좋다. 어떤 텍스트라도 상관없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감독이 상징과 비유를 넣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수준 떨어지는 관객은 절대 알아차리지 못하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작가는 없다. 오히려 반대다. 모든 작가는 '지식의 저주'를 걱정한다. 나는 아는데, 너는 모를까 봐 전전긍긍한다. 그래서 노골적으로 상징임을 밝히기도 한다. 
  "와... 이거 졸라 상징적인데?"
  기우(최우식)가 수석을 보며 던진 대사다. 얼마나 수석의 상징성을 어필하고 싶었으면 이런 대사가 나왔을까? 감독은 숨바꼭질하지 않는다. 오히려 알아봐 주길 원한다. (하지만 수석의 의미를 놓쳐도 주제와 핵심에 닿을 수 있다. 봉준호는 상징과 비유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초짜가 아니다.)

  간혹 독자와 숨은그림찾기 대결에 나서는 감독이 있다.
  "이제까지 관객이 영화를 평가했다면, 이 작품은 사상 최초로 관객의 삶에 대한 경험 수준과 이해력을 평가하는 영화가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진정한 지존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기쁨을 느낄 것이고, 고수라면 슬픔을 느끼게 될 것이다. 중수라면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게임을 다시 접속하고 싶어지겠지. 하수라면 아예 영화를 보지도 않을 것이다. 이 영화가 가져올 파장이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이것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연출한 장선우 감독의 인터뷰다...





  냄새라는 낙인

  박 사장네 가족은 기택네 가족에게서 냄새를 맡는다. 반지하에서 밴 퀴퀴한 냄새. 가난의 냄새다. 나는 이 요소를 보며 봉준호가 너무도 잔인하게 느껴졌다. 가난은 숨길 수 없었다. 옷을 차려 입고, 출신을 속여도, 냄새로 남는다. 냄새는 감출 수 없다. 또한 벗어던질 수도 없다. 극복할 수도 없다. 자신감 없는 모습이나, 꾀죄죄한 몰골 같은 거라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냄새는... 냄새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마치 타고날 때부터 정해진 것처럼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은 낙인이다. 노예의 낙인처럼 가난의 냄새가 온몸에 박혀있다. 아아... 냄새라는 낙인이라니... 봉준호는 너무도 잔인하다. 가난이 이토록 뼈저리고 무겁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냄새가 빈부 격차의 후각적 표현이었다면, 홍수는 빈부 격차의 시각적 표현이다. 박 사장네서 가까스로 탈출한 기택이네는 끝없이 하강한다. 그들과 함께 빗물도 끊임없이 내려간다. 내리막과 계단이 계속해서 스크린에 펼쳐진다. 만약 그게 오르막이었다면 얼마나 아찔했을까? 그 기나긴 간극이 박가네와 김가네의 상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끝에서 후각적 표현과 시각적 표현이 결합한다. 역류하는 변기 위에 앉아 담배를 꼬나문 기정(박소담)의 모습은 굉장했다. 이보다 감각적인 가난의 이미지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 이후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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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는 너무도 잔인했다

  가난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전달한 것으로도 충분히 잔인한데, 더한 잔인함이 그 뒤에 이어진다. 기우(최우식)는 아빠 기택(송강호)에게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기택은 이렇게 대답한다. 
  "무계획이 최고의 계획이야."
  이보다 암담한 말이 또 있을까? 물론 계획을 맹신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기택의 주장과 맥락이 전혀 다르다. 너무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다 타이밍을 놓치거나, 계획을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적절하게 수정하는 게 더 좋다는 말이지, 정말 아무 계획도 없이 되는대로 살라는 말이 아니다. 기택은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 사실 생각할 능력조차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웃기게도 기택은 지하에 살던 남자에게 계획이 없다며 훈계하기도 했다.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무계획이 최고의 계획이라고? 이것은 '망언'일 뿐이다.

  (지하에 사는 남자는 아마 고시생이었던 것 같다. 끝내 합격하지 못하고 잉여 인생이 되었다. 한국사회에만 존재하는 밑바닥 인생이다.)

  그에 반해 아들 기우는 계획을 세우려고 한다. 기택처럼 자포자기하지 않고, 상승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끔찍한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 (결과는 카운터였지만) 비록 눈앞의 기회는 놓쳤지만, 기우는 포기하지 않는다. 끝까지 계획을 세우려고 한다. 그런데, 그 계획이란 너무도 허황됐다. 돈을 모아서, 박 사장네 고급 주택을 구입하겠단다. 너무 어려서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뇌를 다쳐서 그런 걸까? 무엇이 되었든 그것은 결코 계획이라 부를 수 없다. 이것은 '망상'일 뿐이다. 

  <기생충>의 세계에는 가난을 극복하는 방법 따윈 없다. 아무런 희망도 없다. 그들은 절대 냄새를 씻겨내지 못할 것이다. 영원히 구역질 나는 존재로 남을 것이다. 이것이 비뚤어진 감독의 B급 감성이라면,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계급 상승의 사다리가 걷어차인 한국 사회를 빗댄 우화다. 뛰어난 실력이 있다면 모를까, 그저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는 절대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 게다가 기택네 가족에게 남은 것은 망언과 망상 뿐이다. 그들에게 뛰어난 실력은 기대할 수 없다. 봉준호는 너무도 잔인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릴 작은 공마저 빼앗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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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댓글
아는남자
1
2019-06-02 22:45:56

좋은 해설이네요

moongchi
1
2019-06-02 22:50:15

좋은 글 잘봤습니다!

더쇼™
1
2019-06-02 23:29:38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영화를 빨리 관람해서 이런 좋은 글도 안심하고 볼 수 있어서 행복하네요.

Listener
1
2019-06-02 23:31:59

 "계급 상승의 사다리가 걷어차인 한국 사회를 빗댄 우화다. 뛰어난 실력이 있다면 모를까, 그저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는 절대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 게다가 기택네 가족에게 남은 것은 망언과 망상 뿐이다. 그들에게 뛰어난 실력은 기대할 수 없다. 봉준호는 너무도 잔인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릴 작은 공마저 빼앗아버렸다."

 

아아~~ 너무나 냉정하고 잔인한 그러나 현실인...!(스포)&amp;lt;기생충&amp;gt; - 킁킁! 이것이 가난의 냄새로구나?

으앙쥬금
6
Updated at 2019-06-03 09:14:00

사실 [기생충]이 그려낸 한국사회는 최신 버젼이 아니고 약 20여년 전 버젼이죠. 실상은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이 1인가구 마냥 각자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게 2019년도 현재의 모습이니깐요. 고로, 2019년도 버젼에서 해피 엔딩은 홀로 사는 젊은 남자가 여자 하나 잘 꾀어서 데릴사위로 들어간 이후 가족들과 달리 본인만 신분 상승을 하는 것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 봤을때 실감나지는 않지만 혼돈스럽고 고립되고 내면이 비어 버린 인간들이 넘쳐나는 [버닝]이야 말로 최신 버젼 한국을 그려내고 있다 할 수 있겠네요. 마치 최신 버젼 일본을 그려 낸 [어느 가족]처럼 말이죠.

별똥별집사
2
2019-06-02 23:52:01

 지하실 남자는 대황 카스테라 사업 실패자죠. 송강호와는 동병상련인 셈이죠.

WR
마스터충달
2019-06-03 01:09:41

맞다! 대왕 카스테라 얘기가 있었죠. 그것 때문에 동변상련을 ㅠㅠ 

do&be
1
2019-06-03 00:00:40

카스테라가 잘못했네....

조은사
1
2019-06-03 01:10:22

 저는 변기똥물 역류하는데도 소담이 그위에 앉아서 태연히 담배피는장면에서 충격이더군요

보통 냄새나서 코막고 찡그리는게 당연히 한컷이라도 잡히는데 이런 냄새에는 늘 적응한것처럼...


RadiusER
3
2019-06-03 02:23:59

엔딩씬에 기우가 집을 구매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바로 다음 현실로 돌아올때

 

"꿈 깨라."라고 말하는 잔인함을 느꼈습니다... 

WR
마스터충달
2019-06-03 03:48:13

흨 ㅠㅠ 기우야 정신 차려 ㅠㅠ

Coma
3
2019-06-03 05:41:3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감독의 별명(봉테일) 때문에 모든 상징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영화를 보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며, 간혹 감독이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럴듯한 해석이 나오기도 해서 재미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너무 경도되면 오히려 영화를 편하게 감상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하죠. 

rossiter
Updated at 2019-06-04 05:06:43

저도 이런 상징을 찾는것도 영화의 소소한 재미라고 볼수도 있지만.. 감독이 의도했든 아니든 짜잘한 상징까지 구석구석 찾는건 감정적으로 그닥 끌리지 않고 오히려 영화를 온전히 감상하는데도 방해가 된다고도 생각되어집니다. 아 물론 원글쓰신 충달님의 글은 딱 필요한 부분의 해설이였던거 같구요.

무유
1
2019-06-03 06:37:32

좋은글 감사합니다. 어제 영화봤는데 오늘 또 본 느낌입니다.

DP흥해라!!
1
2019-06-03 13:15:26

Master 충달님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 저도 한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충달님의 고견 궁금합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movie&wr_id=2318571&sca=&sfl=&stx=&spt=0&page=7 감사합니다

역시골룸이최고
2
Updated at 2019-06-04 12:51:55

충달님 글 보러 왔다가 덕분에 이 글도 잘 읽었습니다. 훌륭한 해석이네요.

역시골룸이최고
1
2019-06-04 12:50:37

잘 읽었습니다. 역시 제가 영게 유일하게 북마크 해놓은 충달님 글이네요. ^^

WR
마스터충달
2019-06-04 13:48:41

역시 골룸이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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