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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2019년 상반기 개봉작 베스트 10+1 을 생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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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1-10 20:26:44

이 리스트는 한 달 전인 7월 10일에 만든 것입니다. 무심히 만들었지만 은근히 신경쓰여 시간이 지난 후에 작품 한 개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리스트를 보시다가 "아니 왜 그 영화가 없어!?" 라고 분노하실 분들이 계실텐데, 그건 제가 그 작품을 좋게 보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사실 그보다는 못 봐서 안 넣었을 가능성이 훨씬 크니까 그러려니 이해하시면 됩니다.

개봉일 순이고 따로 순위는 없습니다.

 

 

레토 (Лето)

-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2019년 1월 3일 개봉)


90년대 삼성 나이세스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빅토르 최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게임 <GTA 4> 였다. 자동차를 몰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혈액형' 은 빅토르 최의 존재감을 드러내 줬다. 시간이 흘러 마더 러시아에서 등장한 <레토>는 빅토르 최가 지녔던 무게감을 선사한다. 실존인물들의 출생년도와 사망년도를 보여주는 연출만으로도 엄청나게 아련한 감정을 갖게 만든 것은 이 작품 뿐일거다.

 


 

언더독

- 오성윤, 이춘백 (2019년 1월 16일 개봉)


기술적인 면에서도 눈여겨볼만 하지만 무엇보다 <언더독>을 보고 있으면, 인간들은 짐승들과 더불어 살기는 커녕 그것들의 터전을 너무 많이 빼앗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틀어서 이 정도로 개들 좀 생각해 보라고 외치고 개들의 시각에서 만든 경우가 있었나 싶었던 작품. 그래서 흥행실패했을까? 나중에는 DMZ 나온다는 이유로 개들이 주인공임에도 빨갱이 만화 소리 하던데... 나는 이 작품을 응원한다.



 

맨디 (Mandy)

- 파노스 코스마토스 (2019년 1월 29일 VOD 공개)


<맨디>를 보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올 해 제작 중인 호러 드라마 <스필버그의 애프터 다크> 가 생각난다. 무조건 밤에만 시청 가능하게 만든 드라마라던데, <맨디> 도 비슷하다.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처음부터 극한의 사이키델릭한 어둠 속에서 촬영한 탓에 불 끄고 관람해야 알아볼 수 있다. 너희 관객이 내게 맞추라는 배째라 정신. 그래서 좋다. 유작이 된 요한 요한손의 음악, 분노한 케서방 와꾸까지 완벽하다.

 

 

 

드래곤볼 슈퍼: 브로리 (ドラゴンボール超 : ブロリー)

- 나가미네 타츠야 (2019년 2월 14일 개봉)


이 작품은 정말 놀라웠다. 우주 최강자를 가리는 외계근육마초들의 이야기는 아무리 늦어도 20여년 전에 그 약발이 다 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기 때문이다. <드래곤볼 슈퍼: 브로리>는 꽤나 큰 설정변화를 이루면서 코어 팬들을 크게 잃지 않는 괴력을 발휘한다. 최근 범람하는 수많은 유니버스들보다 약발 다 된 줄 알았던 드래곤볼 유니버스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질 정도다.

 

 

 

영시

- 최시형 (2019년 2월 20일 VOD 공개)


<영시>를 처음 봤을 때는 홍대스럽다고 생각했다. 평소 현실과 동떨어진 공간이라는 부정적 인상을 받는 지역인데 이 작품도 비슷한 인상이었다는 얘기다. 그래도 크리스토퍼 도일을 흉내낸 듯한 카메라워크를 구사하며, 비루했을 일상을 특별하게 담아내려는 시도가 돋보이는 면은 있었다.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곳과 오고 가는 곳들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낸다. 감독이 실제로 옥탑방에서 자취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 멘탈이면 앞으로 그 곳에서 더 오래 산다 할지라도 잘 버텨낼 것 같긴 하다. 



 

살인마 잭의 집 (The House That Jack Built)

- 라스 폰 트리에 (2019년 2월 21일 개봉)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오! 마이 보스>를 기점으로 그 나름대로 흥행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다. 돈도 벌고 관객에게 본인 우울증을 전염시켜 (본인)상태 호전시키는 합리적 방법을 잘 써 왔다. <살인마 잭의 집>은 정점이다. 쉴틈없이 끔찍한 장면과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이를 합리화하고자 예술을 들먹일 때 얼마나 정 떨어지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 감독과 작품은 그렇게 하늘 위에 동동 떠 있는 듯 했던 영화예술의 발을 붙잡고 내려와 기어이 지옥의 나부랭이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이 자폭 공격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때 그들 (Loro)

- 파올로 소렌티노 (2019년 3월 7일 개봉)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은 비위가 너무 좋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따위로 이토록 감상적인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니. 이탈리아의 기질인가. 한 인간에 대한 이해와 경멸.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를 놓고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그때 그들>은 특히 위험해 보인다. 이 인물을 이렇게 다뤄도 괜찮나 싶을 때, 작품은 결말에 이르러서 영혼의 한 타를 날린다. 다 좋지만 결말이 특히 좋은 작품.



 

오늘도 평화로운

- 백승기 (2019년 4월 4일 개봉)


주제가 받아올 시간에 잉여스러운 본편 분량들을 좀 줄이고, 최종적인 만듦새에 좀 더 신경썼으면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장면들이 빠지면 백승기 감독 작품 답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감독은 <숫호구>를 찍었던 바로 그 자리에서 어떻게든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이도 아닌 잇몸으로 거칠게 자기 세계를 만들고 있다. <오늘도 평화로운>을 보고 있으면 사람은 배가 고파야 좋은게 나오는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감독이 또 사기 당하길 바라면 몹쓸 짓이겠지.



 

바이스 (Vice)

- 애덤 맥케이 (2019년 4월 11일 개봉)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그때 그들>과 함께 자기 나라 정치인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비교할 수 있는 좋은 예시가 되지 않을까. <바이스>는 자연인으로서 딕 체니가 지닌 매력은 인정하지만, 그가 정치인이 되자 얄짤없이 행적을 평가하는 냉소적인 보고서로 돌변한다. 다루는 인물에 대해 냉혈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연기 고수들이 자기 내공을 뽐낼 공간까지 절묘하게 남겨둔다. 이런 작품 만들 수 있게 해 준 안나푸르나 영화사가 요즘 재정 상태가 많이 어렵다던데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스페리아 (Suspiria)

- 루카 구아다니노 (2019년 5월 16일 개봉)


리메이크를 만들 때 꼭 원작을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다지만 이 정도로 제멋대로 만들 줄 몰랐던 작품. 감독이 원작을 은연 중에 계도해줘야 할 대상으로 의식하지 않았나 의심하게 만든 측면도 있었지만, 이 재창조에 가까운 리메이크는 분명 원작을 존경하고 있다. 구아다니노의 <서스페리아>는 아르젠토 원작이 명예의 전당에 오른 호러이면서 후대에서 새로운 뭔가로 만들 수 있을 재료로서 그 여지를 남겨뒀다는 증명이다. 알고보면 원작 칭송 리메이크. 물론 다른 사람에게 추천은 못하겠다.



+ 1

 

논-픽션 (Double Vies)

- 올리비에 아사야스 (2019년 5월 16일 개봉)


<논-픽션>이 코미디라는데 냉정히 얘기하자면 보면서 웃은 적은 별로 없었다. (이런 '프랑스 홍상수 스타일' 로는 클레르 드니 감독의 <렛 더 선샤인 인> 이 더 웃겼다.) 그럼에도 재밌었는데, 주인공 캐릭터들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자꾸 스스로 기발한 농담을 하고 있다며 착각하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 모습이 상상됐기 때문이다. <하얀 리본>을 볼 바에 머리 벗겨진 뚱땡이의 물건이나 빨겠다는 그 심술. 코미디의 최고 경지이자 기본은 스스로 웃음거리가 되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보자면 감독은 최고의 코미디언이다.



p.s.


1) 원래 <바이스>의 자리에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넷플릭스를 위해 연출한 <높이 나는 새> 가 있었습니다. 분명 재밌는 작품이었지만, 뽑아놓고 얼마간 생각해보니 제가 그 작품보다 <바이스>를 좀 더 즐겼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고민하다가 결국 바꿨습니다.



2) <높이 나는 새> 와는 다르게 '베스트에 넣을까 고민하다 뺀 작품' 으로는 장재현 감독의 <사바하>, 라스 클리브버그 감독의 <사탄의 인형>, 수잔 비에르 감독의 <버드 박스>가 있었습니다. 셋 다 재밌게 봤는데 베스트에 넣기엔 하나씩 모자란 부분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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