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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우주에 갖힌 부자지간, 애드 아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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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9-19 21:28:47

시종일관 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독백인 만큼 우주여행과 지구멸망위기라는 스케일 큰 소재를 다룸에도 그 사건과 배경들이 온통 화자의 개인적인 입장(아버지의 부재에 따른 단절감)을 표현하는데 할애됩니다.

 

이건 철저히 모노드라마에요.

우주조차 주인공의 단절된 내면의 투영이고 지구를 벗어나 떠나는 우주여행은 극복이거나 탈출이긴 커녕 도리어 이면의 심리에 더 가둬진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우주를 마치 인물의 갖혀버린 정신세계인양 쫓아들어갑니다.

이후 우주에서 빚어지는 사건들이란 애초의 지구멸망이나 우주개척이란 주제와는 무관하게 오로지 점점 갈 수록 닫힌 자기 내면을 마주해가게 되는 인물의 갈등으로 다뤄지죠.

말하자면 보통의 드라마에서 갈등이 이뤄지는 '관계'를 이 영화에서는 '사건'이 대체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영화 내에서 사실 다른 사람들과 대화 다운 대화를 거의 아니 전혀 하지 않습니다.

전혀 인간적 내면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거에요. 감정이 극도로 자제된 단답형의 사무적 대화들만 오고 갈 뿐입니다.

오로지 독백에서만 드러날 뿐입니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주고 받는 관계는 관객과 주인공 단 둘 뿐이죠. 

마지막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와의 수십 년만의 재회에서조차 주인공은 아무 감정이 없는양 어디 마실 나가 술에 취해 있는 아버지 데리러 간 듯 한숨 섞인 연민에 지극히 일상적인 심정만을 나타낼 뿐입니다.

그렇듯 관계란 주인공에게 있어 텅빈 우주처럼 닫히고 비어져 있다 다시 열어 대면해야할 아프고 외로운 기억 그 자체였기에 46억km의 기나긴 여정을 우주처럼 빈 관계 속에 채워넣으며 만남과 접촉의 갈등들로 비로소 관계를 되찾아가기 시작하죠.

이 여정에 허락된 유일한 결과는 좋든 싫든 꽁꽁 닫혀버린 기억과의 재회였던 것이고 그 만남에서 단절되어 텅 비어있던 관계도 기억을 통해 슬픔이든 그리움이든 원망이든 화해이든 그 감정으로 다시 오롯이 되찾아졌던 것입니다.

 

가게 놓아달라는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은 그럼에도 아들이 우주에 갖힌 듯 갖혀있던 그의 마음을 깨부시는 고통이었고 그래서 응축돼있던 감정들은 늘 소리없이 비어있던 우주를 뛰쳐나와 절규하며 곧 생환을 위해 우주를 맨몸으로 대항하면서 가로질러 가게 합니다.

절망과 생환이란 대립적인 요소는 언뜻 한 쪽이 없어야만 다른 한 쪽이 생기는 듯 보이지만 절망을 겪어보지 않고는 살아야할 이유를 알 수 없듯 주인공은 모든 관계와 기억의 자물쇠였던 아버지의 비극적인 파멸을 통해 빗장이 풀리며 닫혀있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 거죠.

그의 생환은 단지 우주에서의 임무완수와 무사귀환이 아닌 마음으로의 기억 재건과 관계 회복이었습니다.

돌아온 그는 더이상 뛰어난 우주인이 아닌 한 여자의 자상한 남편이 되었고 더이상 에고이스트 아버지의 기억에 억눌려 관계를 우주로만 닫아걸지 않은 한 명의 자유로운 지구인이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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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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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9-19 21:20:57

애드 아스트라에 대한 최고의 감상기가 아닐까 합니다. 추천이 단 한번만 가능하다는게 아쉽네요.

 

꼭 우주가 배경이 아니라도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글이 가끔 보이던데,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넓은 장소를 배경으로 삼은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인것 같아요. 로이라는 개인과 철저하게 대비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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