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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허슬러(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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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2-11 22: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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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마지막 상영일의 마지막 상영회차로 간신히 봤다. 멀티플렉스에서 개봉 14일만에 싹 내려간 [허슬러]를 마지막으로 튼 멀티플렉스는 메가박스 군자점이었다. 12월 10일 저녁 6시 15분 회차가 국내 멀티플렉스에서 틀어진 [허슬러]의 마지막 상영이었다. 이날 오전에도 용산이나 코엑스에서 한번씩 상영하긴 했는데 오전에는 시간 맞추기가 힘들었다.

 

이걸 보려고 메가박스 군자점까지 갔다. 지나가는 길이라면 모를까 순수하게 영화관람을 목적으로 메가박스 군자점을 갈 일이 생길거라고는 예상도 못했다. 메가박스 군자점은 지나갈 일도 없었던 곳이라서 이번에 처음 가봤다.   

 

동네 상영관에서 교차상영으로 해줄 때 챙겨봤으면 이렇게 발품 팔 일도 없었을텐데 계속해서 내일로 미루다가 개봉 2주차 끝에 가서 사서 고생을 했다. 어중간한 배급으로 아트관에선 상영하지 않고 일반관에서 위태롭게 교차상영하는 영화일수록 개봉 첫주에 보는게 상책이라는건 숱한 영화관 경험으로 깨달은 바지만 주마다 열댓편씩 개봉하는 영화 중 우선순위로 점찍은 영화 몇편을 일정 맞춰 챙겨보기란 여간 고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주마다 영화관을 가는데 [허슬러]는 어쩌다 보니 시간대가 연달아 엇나갔고 멀티플렉스에선 3주차의 가능성을 전혀 두지 않아서 2주차 끝물에 겨우 시간을 맞춰볼 수 있었다.

 

[닥터 슬립]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닥터 슬립]도 멀티플렉스에선 딱 2주 상영하고 접혔다. [닥터 슬립]도 2주차 끝에서 간신히 봤다. [허슬러]나 [닥터 슬립]이나 2주간 국내에서 모은 관객수를 보면 2주만에 멀티플렉스에서 내쳐진 이유를 알만하다. 아무리 교차상영이어도 일반관 배급으로 2주간 5만명도 끌지 못한 영화라면 3주차의 기회를 받는다 하더라도 달라질 건 없다. [허슬러]는 2주간 멀티플렉스에서 상영되면서 일부 회차의 경우 객석이 텅텅 빈 일도 있었을 것이다. 새벽에도 자리가 차는 24시간 영화관인 강남cgv에서도 인기없는 영화는 관객이 한 사람도 들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강남cgv에서 [여교사]를 혼자 봤었다.

 

12월 9일 2020년 골든글러브 후보작(자)가 발표되면서 매년 각설이 타령처럼 울리는 성차별 불만이 예상대로 또 터져나왔다. 감독상에 여감독이 한명도 들지 않았다며 올해 활약한 여감독 이름이 몇몇 거론됐는데 이중엔 [허슬러]의 각본을 단독으로 맡고 연출도 한 로렌 스카파리아도 있었다.

 

[허슬러]는 괜찮은 작품이지만 골든글러브 감독상 후보로 적합한 여감독 인재로 로렌 스카파리아까지 나온 것을 보면 이 시대 성평등을 위해 끼워맞출 여감독 인재가 어지간히도 없었나 보다. 골든글러브 후보의 성차별 논란에 '우린 영화로 투표한다'는 HFPA 회장의 답변은 정곡을 찌르는 것이었다. [허슬러]에 연출력이 발휘되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빅 쇼트][바이스]등의 아담 맥케이 영화들이 겹쳐서 잘 만든 아류 기획이구나 싶었는데 크레딧 올라가는걸 보니 제작자 명단에 아담 맥케이와 윌 페렐이 있었다.

 

호평받고 있는 제니퍼 로페즈의 연기와 강렬한 캐릭터 효과는 공동제작자로 참여한 제니퍼 로페즈의 기여도가 굉장히 컸고 2000년대 이후에 발생한 시사적인 실화 소재,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현란하게 진행되는 구성방식과 특유의 속도감, 편집의 호흡은 아담 맥케이 영화들을 쏙 빼닮았다. [허슬러]는 감독의 연출력보다는 제작자로 참여한 아담 맥케이와 제니퍼 로페즈가 아닌 제이 로로서의 영향력이 더 많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 세계의 거물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라모나의 구축이 이 정도로 생동감을 발휘할 수 있었던데는 배역 설정에 기인했다기 보다는 근 20년을 헐리우드와 팝계, 패션계를 오가며 멀티테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제니퍼 로페즈의 뛰어난 스타성 덕분이다. 제니퍼 로페즈가 지난 20년간 연예계에서 화려하게 쌓아온 악착스러운 이미지와 생존력이 물질만능주의적인 배역과 결합되면서 폭발력을 일으킨 것이지 배역이 뛰어나게 설정돼서 제니퍼 로페즈의 연기가 독보적으로 드러난게 아니다. 제니퍼 로페즈도 참여한 제작자 영향력에 빚진 요소가 많은 작품인데 이런 영화의 연출을 가지고 골든글러브 감독상에 들이밀려 하다니 얼척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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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여성 케이퍼무비처럼 소개됐지만 [오션스8]처럼 흐르지 않는다. 케이퍼무비의 오락적 성격보단 범죄극과 사회극에 더 큰 무게추를 달고 있다. 마틴 스콜세지의 범죄물과 아담 맥케이의 풍자극을 섞은 것 같다. 스트립클럽에서 일하는 스트리퍼 여성들의 직업 세계와 이들이 범죄로 연대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담아내기 때문에 마약, 랩댄싱 등 선정적인 소재가 연이어 등장하지만 자극적이지 않다.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처럼 생존력 강한 잡초같은 여자들의 그릇된 욕망 속에서 관계의 변화와 양상에 주목하는 작품이어서 가벼운 오락성과는 거리가 멀다. 화려한 소재와 달리 어두운 이면에 집중해서 자극적인 재미나 오락성은 보기와 달리 떨어지는 편이다. [바이스]나 [빅 쇼트]의 국내 관객수를 보면 유사품인 [허슬러]가 대중적인 지지를 받긴 어려웠던 것 같다.

 

꽃뱀에 불과한 여자들의 사기행각에 모성애는 정신병이라는 말로 포장하여 미화한 면도 있기 때문에 극에서 등장하는 여자들의 지나친 물욕과 범죄행위를 합리화시키는 태도에서 불편한 요소도 없지않아 있다. 도무지가 이 여자들은 돈을 모을 줄을 모른다. 버는 족족 흥청망청 쓰기에 바쁘니 하루만 공쳐도 금방 잔고가 바닥나는 것이다. 각자의 어려운 사정은 있지만 마약 탄 술 먹여서 금융가 남자들의 정신을 잃게 한 후 카드한도까지 긁어 현찰을 잔뜩 뜯어내서 이들이 하는 일이란 백화점에 가서 명품소비로 허영심을 채우는 것 뿐이다. 월스트리트 남자고객들을 상대로 스트립댄서를 하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손님이 뚝 끊기면서 생활이 곤란해지자 처음엔 동료 스트리퍼들과 공모하여 생계형으로 범죄를 저지르다가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는 일까지 발생시키며 일이 커져 버린다.

 

꽃뱀의 철두철미한 직업세계는 상세히 그렸지만 악독한 행위로 돈을 번 뒤에 하는 일이 백화점 명품관 쇼핑 정도로 제한적이기만 하니 위기의 순간에 인간성을 드러낼 때도 동정의 여지가 생기지 않는다. 그나마 가장 양심적인 주인공 데스티니만 해도 자신들의 범죄로 무고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뉘우침보다는 경찰에 덜미가 잡히면서 생긴 동료들에 대한 오해와 개인적 관계회복에만 집중하며 피해자 역할에 젖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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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가 주인공인 작품은 무수히 많다. [허슬러]의 불편한 점은 자꾸 월스트리트에 기생한 꽃뱀 무리들을 감싸안으려는 동정적 시선 때문이다. 데스티니와 라모나가 그릇된 성욕으로 스트립클럽을 배회하며 여자들을 노리개 취급할 뿐인 월스트리트 남자들의 발정난 탈선과 타락성을 이용했을 뿐이라며 자기들의 범죄를 합리화하고 속죄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영화까지 그러면 안된다. 대게의 실화 범죄극들은 완성도를 떠나 등장인물들의 범죄행위에 대한 비판과 교훈이 깔려 있는데 [허슬러]는 반성의 자세를 찾기 힘들다.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시키고 뉘우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영화가 도덕적 잣대를 적용하여 심판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감독이 등장인물들에 너무 감정이입을 한 것 같다. [허슬러]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에만 골몰할 뿐이다.

 

이들이 세상에 억울할 일이 있는가 싶다. 로빈후드나 홍길동처럼 부당한 방법으로 갈취한 돈을 가지고 정의구현을 실현하는 것도 아니다. 여성연대라지만 정말로 어렵게 사는 여자들에게 후원을 했던가. 범죄를 저지르다 감방에 간 남자친구에게 헌신적인 동료 스트리퍼의 밥줄에나 신경쓸 뿐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 여자들에겐 관심도 없는 꽃뱀들일 뿐이다. 300불인 줄 알고 랩 댄싱을 하며 구강성교를 해줬는데 알고보니 60불이었다며 눈물을 흘리는 데스티니의 사연에 공감하긴 어려운 이유다.

 

월스트리트 주변의 스트립클럽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썰렁해지면서 이전만큼의 팁을 받을 수 없고 최저임금 받으면서는 일하고 싶지 않고 편하게 돈 벌어서 떵떵거리며 살고 싶어 범죄를 저질렀는데 자꾸 모성애에 의존하고 없는 동기부여를 찾으려고 하니 후반으로 갈수록 기자 앞에서 털어놓는 데스티니의 고백과 눈물이 가증스럽고 짜증이 난다. 범죄로 연대한 관계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선 보다 인물과 거리를 두어야 했고 냉정했어야 했다. [허슬러]는 범죄실화극을 그리는 과정에서 [아이, 토냐]같은 작품과 비슷한 실수를 한 것 같다.     

 

찝찝한 요소에도 이 작품을 인상적인 수작으로 구제해주는건 아담 맥케이 영화를 보는 듯한 뛰어난 편집술과 적재적소에 쓰인 사운드트랙 선곡, 그리고 제니퍼 로페즈의 엄청난 존재감 덕분이다. 세속적이고 위선적인 백전노장 스트리퍼로 그릴 수도 있는 역할을 인간적이고 능력있고 부지런하며 주변 사람들을 포용하는 영리한 지도자로서 호감형으로 만든데에는 제니퍼 로페즈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고 그 결과는 무척 매력적이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뛰어난 사업가 기질로 20년 이상을 멀티테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제니퍼 로페즈의 친근한 스타성이 배역에 절묘하게 반영되면서 배역 이상의 폭발력을 일으킨다. 스트리퍼로서의 모습에선 가수 제이 로의 압도적인 모습이 표출되고 이후 동료들을 끌어모아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선 여장부의 존재감을 발휘한다. 후반으로 가면서 제니퍼 로페즈는 동료들과의 끈끈한 의리와 정, 모성애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뭉클한 드라마 연기로 이 범죄자 미화의 극에 온기를 전한다. 오스카 얘기가 나올만한 열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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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2 13:50:09

개봉날에 보고 왔는데 상영관에 저밖에 없더라고요

며칠 못 가겠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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