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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남산의 부장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감상후기(노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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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1-21 15:43:46

 

 *지난주 시사회로 남산의 부장들을 보았고,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일반관 확대개봉 덕분에 오늘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길지 않은 글이라 두편을 같이 올립니다.

 

 

남산의 부장들

 

 원작자와 감독의 말에 따르면 80%의 사실과 20%의 영화적 창작을 섞어서 만들었다는데요. 감독이 직접 관여하는 나머지 20%가, 80% 실화 사이의 틈새를 무겁게 잡아끄는 우직함이 남다릅니다. 좋은 연기가 있는 영화가 있고 평범한 연기를 잘 엮어나가는 영화가 있다면, 이 작품은 시작부터 클라이막스까지 빛나는 연기들을 모아서 한순간에 폭발시키고, 마지막 캐릭터의 선택으로 강렬한 여진을 남기는, 잘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한번 성공하면 한번은 대차게 망했던 우민호 감독의 전작들과는 달리, 명배우들의 연기력에 짓눌리지 않는 연출력을 드디어 보여줍니다. 다만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가지고도 이만한 작품을 다시 낼수 있을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것 같네요. 다소 김규평(김재규) 역할에 비중이 높아서 자연스레 이병헌에게 감정이입하기 좋지만, 결국 이 영화는 10월 26일 밤의 장본인인 박통 역할이 누구보다도 중요했음은 당연지사입니다. 그 어려운 일을 이성민 배우가 해내네요. 분장부터 말투, 호흡까지 완벽 빙의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약왕때도 남달랐지만, 이번 작품의 고증은 역대급입니다. 그야말로 관객들을 역사 속으로 데려가서 직접 체험하게 만드는 느낌이네요. 이 영화를 굳이 극장에서 봐야할 이유가 있다면, 한 상영관 안에 여러 세대들이 모여서 함께 목격하는 그날의 역사가, 관객들 하나하나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직접 목격할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잡음이 없지 않겠지만, 오히려 이 영화의 흥행을 도와주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드네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이 영화를 상영관에서 봐야 할 이유는 다름아닌 음악 때문입니다. 이 작품 전체를 두고 음악이 흘러나오는 씬은 15분 남짓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요. 배경음악이 전혀 없는 이 영화의 주의를 환기시키는데 이어, 마지막 클라이막스까지 어느 대사로도 하지 못한 감정들이 음악에 실려서 관객의 마음을 자극합니다. 일반적인 가정 환경에서 보기엔 아까운 장면과 사운드가 존재하므로, 이왕 볼 마음을 굳히신 분들은 상영관을 찾으시는게 낫겠네요. 

 

 아름다운 앵글과 화면에 아름다운 배우들이 나오지만, 다소 정적인 연출에 지루함이 없지 않았는데요. 이렇게 된 큰 이유가 단지 작품이 원래 그래서라기 보다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당시의 자막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느꼈습니다. 대사 뒤에 숨은 여백이 더 중요한 영화라 할지라도, 그 인물의 성격과 신분에 맞는 뉘앙스의 대사 번역이 뒤따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완전히 지울수는 없었네요.

 

 그렇지만 그토록 천천히 주인공들의 감정을 한겹 한겹 그림을 그리듯 쌓아가던 영화가, 후반부에 와서 격정적인 호흡으로 바뀝니다. 무심코 넘겼을지 모를 영화속 장면들이, 막판에 다시 생명을 얻으면서 폭풍우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하는데요. 그 멜로디 위에 얹힌 배우의 연기는, 단지 그 10분만을 위해서 상영관을 다시 찾을 가치가 있을만큼 강렬했습니다. 우리 인생도 그렇듯이, 단 하룻밤의 인연을 평생 간직하며 살아가는 일도 있는 것처럼 말이죠. 누구에게나 추천하기는 힘들겠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기억속에 오래 남을 영화가 될수 있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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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1-21 15:57:22

마약왕보고 진짜 이 좋은 소재로 또 망작만들면 어떡하나했는데 평들을 보니 걱정은 안해도 되겠군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정적이라 지루한 점도 있었는데 후반부는 확실히 좋았습니다. 임펙트있는 결말이 비슷한 소재인 캐롤하고도 비슷하더라구요.

WR
2020-01-21 16:02:35

우민호 감독 퐁당퐁당의 법칙은 계속되는것 같더군요.

 

이제 다음 작품을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해서 성공을 해야 벗어날것 같습니다.

2020-01-21 16:07:57

교제중인 분과 명절연휴 '남산의 부장들'과 '히트맨' 중 어느 것을 볼 것인가를 두고 상의중입니다.
전 전자, 그분은 권상우 팬이라 후자...
둘 다 볼 수도 없고... 흐흐흑ㅜㅜ

WR
1
2020-01-21 16:11:21

일단 교제중인 분이 계시다면 무조건 그분의 뜻에 따르시는게..

 

남산의 부장들은 나중에 혼자서 몰입해서 보시면 될것 같네요. 

3
2020-01-21 16:35:00

부장님은 금욜에 영접하러 가려구요. ㅎㅎㅎ
보고나서 나오는길에 나쁜놈이라고 잘 뒈졌다고(?) 얼마나 욕을 한바가지 하게될지 ㅎㅎㅎㅎ

WR
2020-01-21 16:37:21

욕을 많이 할수록 이성민 배우의 가치가 올라갈겁니다. 아낌없이 퍼부어(?) 주세요.

1
2020-01-21 18:10:39

남산의 부장들 기대하면서도 걱정 했는데 혈맹님 후기를 믿고 봐야겠네요!
당장 같이 보기로 한 약속이 두번인데 미리 보고 싶은데요..그러면 세번인데 이거 참

WR
1
Updated at 2020-01-21 19:29:25

그럼 그냥 두번만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마블히어로님의 청춘사업을 응원합니다!!

1
2020-01-21 19:43:20

아...남정네들끼리 약속입니다 ㅋㅋㅋㅋ

WR
1
Updated at 2020-01-21 19:44:49

드릴건 그저 추천뿐..

1
2020-01-21 22:03:36

역시 노스포 후기의 장인...동물의 삽님 팬입니다. ㅎㅎ

개봉 초기 영화들은 노스포 후기가 얼마나 달가운지요.

남산의 부장들 잘 뽑혔나보군요.

 

WR
2020-01-21 23:14:33

어익후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아마도 구정 연휴의 승자, 그리고 연초의 승자는 남산의 부장들이 차지할것 같습니다.

 

걸작은 아니지만 흠잡을데가 없어요.

2020-01-22 01:25:40

이성민은 한번씩 엄청난 연기를 뽐내는군요. 공작에서 연기 보고 깜짝 놀랐는데요.

WR
2020-01-22 09:00:55

남산의 부장들에서도 카리스마 폭발합니다. 그분들(?) 심기를 거스를 정도로요.

2020-01-22 04:47:50

ㅋ 70대 어머니 50대 누님 모시고 오늘 영화보려는데 남산의 부장들, 히트맨, 해치지않아 중 어는게 좋을까요? 저야 남산이지만요 ㅋ

WR
2020-01-22 09:01:32

세분이 함께 보셔야 한다면 제일 무난한 해치지 않아가 낫지 싶습니다.

2020-01-22 09:11:26

말씀 감사합니다.

혹시 동물의 삽...이것때문에 해치지 않아 추천하신 건 아니시죠? ㅋㅋ

농입니다. 불쾌해하지 마시고요 -_-

 

저는 사실 히트맨 보고 싶고, 남산은 당연히 볼테고,

연로한 분들에게는 해치지 않아가 젤 좋아 보이긴한데 ㅋㅋ 좀 고민해 보겠습니다.

2020-01-22 09:22:57

남산의 부장들..급 기대되네요.
김재규 장군이 재평가 되었으면 합니다.

WR
2020-01-22 09:32:46

이번 영화에서는 인간적인 면모를 묘사하는데 많이 할애했더군요.

적어도 50대 이하에게는 어느정도 먹힐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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