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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남산의 부장들> "각하, 제가 어떻게 보길 원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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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1-24 12:43:25

개봉하기도 전에 "각하,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

"제가 각하의 옆을 지키겠습니다" 같은 대사가 귀에 맴돌았던 영화

<남산의 부장들>.

 

개봉일에 일찌감치 챙겨봤습니다.

요즘엔 극장 나들이가 잦은 편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저로선 이색 행보.. ㅎㅎ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 스릴러 장르가

주는 재미, 영화를 본 다음에 주변인들의 감상과

실제 사건은 어땠는지를 챙겨보는 수고마저도

재미의 일부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1979년 10월 26일 그 날 밤,

대한민국의 역사 흐름을 뒤바꿔버린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실제 사건 이외에도 김충식 기자가 연재했던 논픽션 회고록

'남산의 부장들'이란 원작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논픽션 회고록이라지만 원작 역시 다른 사람의 진술과 기억에 의존하는

부분이 큰 만큼 지금 우리가 CCTV를 통해서 확인하는

자료 화면과는 다른 맥락의 편집과 극적 서술이 추가됐을지도 모릅니다만,

영화 버전은 아예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다른데다 캐릭터와 사건의 세부 설정,

시간적인 간극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영화화'된 버전입니다.

 

다큐멘터리 같은 모큐멘터리?

허구의 틀 안에서 재현되는 그 날의 진실?

 

<내부자들>, <마약왕> 같은 전작에서 한국 사회의 굵직굵직한 사건 사고의

뒤에 담긴 영화적 우화를 보여줬던 우민호 감독의 신작 <남산의 부장들>은

'부장'이란 직함이 현재 우리가 '라떼는 말이야~'로

우스꽝스럽게 폄하하곤 하는 회사의 부장님들이 가진 권한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권력을 휘둘렀던

(그리고 그보다 더 큰 권력을 갈망했던)

어마무시한 부장들과 군인, 정치가들이 주인공 입니다.

 

네, 그야말로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내부자들>의 술과 지명 이름을 착각하는 캐릭터에서 '혁명'의 가치와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대통령에게

직언도 서슴치 않는 중정 부장 김규평을 연기하는 이병헌은 물론이요,

 

개봉 첫날 오후부터 장년층까지 움직인 기억, 추억, 향수, 악몽

(개개인에 따라 해당 인물을 표현하는 단어가

달라질 것입니다) 속의 '박통'을 메소드 연기를

통해 형상화하는데 성공한 이성민까지 이 영화엔 조연이란 없다,라고 웅변하는 듯

역사 속 인물을 모사한 연기를 펼치는

주요 출연진 모두가 불꽃 튀는 연기를 선보입니다.

  

그리고 영문판 포스터의 제목

<The man standing next>의 의미처럼,

그들 모두는 박통의 곁에서 총애받길 원하면서

자신의 논리와 전략에 따라 움직입니다.

 

영화 속 시간이 지날 때마다 우리가 뉴스나 자료 화면으로 접한

그 사람들의 모습이 배우들의 절제됐지만

일촉즉발 같은 연기에 오버랩 됩니다.

 

영화 속 시간에 대해 말하자면, 런닝 타임 내내 극적 재미를 느꼈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잘 알진 못하지만

어느 정도 알고 싶은 역사 속 바로 그 인물들에

대해 영화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이라고나 할까요.

 

이처럼 말 그대로 파워풀한 연기를 거쳐 무한 텐션과 함께

재현된 바로 그 날 밤의 암살 씬에서 마지막 장면 + 실제 인물들의 육성이 담긴

자료 화면에까지 이르면, 내내 긴장하며 본 것도 아닌데

굉장한 에너지를 소비한 것 같은

- 마치 저도 함께 그 상황에서 인정 받으려,

살아남으려, 한 몫 챙기려 했던 당사자 중 한 사람처럼 말이죠 - 상태가 됩니다.

(다음 일정을 취소하고 집으로 가서 쉰 1인.. ㅠㅠ)

 

그리고 다른 분들의 감상과 원작과 실제 사건 등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보는 수고가 이 작품을 챙겨본 또다른 재미가 되었습니다.

  

.. 40 몇년 전 그 날 밤

총성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됐을까요,

이런 가정은 영화에도 등장한 또다른 인물 때문에

무의미하게 되어버린 건지도 모르지만,

 

또 방아쇠를 당긴 장본인의 마음 역시 이 세상 누구도 정확하게는

알 수 없을테지만,

 

그 날의 무게를 기억하는 사람들,

학습한 사람들, 그리고 몰랐던 사람들과

별로 알고 싶어하지 않을 사람들에게조차

이 영화는 질문을 던지는 듯 합니다.

 

 

"당신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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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1-24 12:51:19

제발 미국에도... 우리동네에도 개봉하길..

6
2020-01-24 14:35:31

임자 보고 싶은 대로 봐~ 임자 옆에는 내가 있잖아 

2020-01-24 14: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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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4 18:26:02

솔직히, 자주 나와서 조금 거슬리는 느낌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의도'가 있었고, 저도 공감하게 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그동안의 '박정희'에 대한 알려진 모습보다 더 '리얼'하게 표현해서 놀랐네요.

2020-01-24 15:44:19

임자... 임자가 원하는데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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