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페인 앤 글로리> 감상후기(노스포)
*지난주에 시사회로 감상하고 후기 남깁니다.
올해 최고 기대작중의 하나였던 <페인 앤 글로리>는 알모도바르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입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연기하는 인물은 비록 시치미 뚝 떼고서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하지만, 누가 봐도 감독 자신의 이야기라는걸 알수 있을 만큼요. 특히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 속에 마음껏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펼쳐보이는 동안, 관객은 그의 이야기에 빨려들어가서는 부디 이야기가 빨리 끝나지 않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간 찍었던 무수한 수작들 사이에서도 특히 빛나는 이번 작품은, 발톱을 숨긴 사자가 단지 슬쩍 자국을 남긴것 만으로도 위엄을 느끼게 하는데요. 자신의 지난 인생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놓았기 때문에, 전혀 딱딱하지 않고 쉽게 몰입하도록 만듭니다. 그 와중에 조금씩 엿보이는 자신의 전작들에 대한 자조섞인 유머마저도 오히려 그의 위엄을 돋보이게 하더군요.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지금껏 그를 억눌렀던 여러 고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작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영화 막판에 보여지는 어머니와의 장면들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흘렀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는데요. 단지 삶과 죽음의 문제가 아니라, 비로소 고통과 직접 마주하면서 자신을 치유하는 모습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탁월한 이야기꾼이, 새로운 경지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자서전이자 선언문과도 같은 작품이라 하겠네요.
(이제 네 영화에 나오는걸 신경쓸 필요가 없어졌구나... 어머니...)
마음껏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찍어도, 바로 수작이 덜커덕 만들어지는 경지에 이렀음을 깨닫게 해주는 이번 작품은, 그야말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8과 2분의 1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제게 알모도바르의 최고작은 <그녀에게>이지만, 훗날 사람들은 이 영화도 그만큼 많이 이야기하게 될것 같네요. 아마도 이 영화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미리 미리 서두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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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게 작년에 접하게 된 작품인데 생각보다 울림이 크더라고요.. 국내 개봉시 다시 한번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