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ID/PW 찾기 회원가입

[영화리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약스포?)

 
1
  469
Updated at 2020-01-26 22:36:41

<p>디피 유저의 고마운 나눔 덕분에 봤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p>
<p>리뷰를 쓸 무엇은 안 되고 짧게 느낀 점 몇 줄 써봅니다.</p>
<p>&nbsp;</p>
<p>&nbsp;</p>
<p>&nbsp;</p>
<p>회상 장면 들어가며 나온 바다 장면에서 오래 전 본 제인 캠피온의 &lt;피아노&gt;가 떠올랐습니다.</p>
<p>그래서 누군가 빠질 것 같은데 빠지긴 하더군요.&nbsp;</p>
<p>하지만 그것보단 그 시절 사람들이 참으로 대단하다(물론 선택지가 없었겠지만) 생각이 더 컸습니다.</p>
<p>바다를 건너야 하는 일, 화면만으로도 벅찬 울렁거림과 공포를 실제 감수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죠.</p>
<p>좋은 시절을 살고 있구나 새삼 감사했습니다.</p>
<p>&nbsp;</p>
<p>다시 돌아가서 영화 첫 장면, 주인공 마리안느의 시선을 보면서 엄청나게 쫄았습니다.</p>
<p>사람을 저리 보면 어쩌누, 화면 속 시선인데도 오금이 저려왔습니다.</p>
<p>물론 나중에 마리안느가 바라보고 또 바라볼 또 한 사람 엘로이즈의 시선을 보면서도 그랬지만.</p>
<p>예고편 대사에도 나오지만 "당신이 나를 볼 때 난 누구를 보겠어요?" 란 말을 통해 초상화라는 걸 새삼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nbsp;</p>
<p>근대 사진이 나왔을 때도 모델이 되어 찍히려면 아주 오랫동안, 긴 시간을 그렇게 정지 화면처럼 기다려야 한다 했는데 하물며 초상화 속 모델이 되려면 어떤 시선을 마주하고 또 어떤 시간을 지나야 하는가 하는.</p>
<p>영화 내내 두 사람 사이의 강렬한 바라봄과 다르게 표현은 너무나 적요해서 간간이 깜박하기도 했습니다.</p>
<p>타닥타닥, 쏴아쏴아.&nbsp;</p>
<p>땔감이 타고 바람이 불고 바다가 우는, 시각만큼 소리가 때때로 강렬해서 간간이었지만 근래 이토록 정적이고 적요로 꽉 채워진 영화는 본 적 없었으므로.</p>
<p>&nbsp;</p>
<p>두 사람이 왜 그리 서로에게 빠져드는가, 거기에 대해 좀 아쉽다는 의견도 있지만 매혹과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랬고 춘향과 몽룡이 그랬듯 순간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인연의 마법이 부린 작용이고 영화에서도 그걸 그렸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비로소 이 둘의 뭔가를 봤구나 싶은 감흥이 음악을 통해 마구 휘몰아칠 때를 생각해본다면 더욱.</p>
<p>&nbsp;</p>
<p>다른 분 리뷰에 달린 댓글에 의문처럼 남긴 게 있습니다. 영화 시작 그림에서 등을 지고 불 타오르던 여인은 실제 상황에선 정면을 향한 상황이었는데 그건 왜 일까 하는.</p>
<p>댓글의 한 생각에 '오호' 하기도 했지만 결국 스스로 만든 의문은 스스로 해결하는 게 영화 보는 맛이죠.</p>
<p>이 영화에 쓰인, 후반부 다시금 주요하게 나오는 신화의 역할 역시 그런 것일 테고요.</p>
<p>&nbsp;</p>
<p>화가 마리안느와 모델 엘로이즈는 결국 그 시대의 인물이고 그 안에서 선택을 하고 감내하며 살아갑니다.</p>
<p>그렇지만 각자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자신의 열정을 지켜내는 것을 포기하진 않습니다.</p>
<p>기존 화가와 다른 해석을 오르페우스 신화에 반영하는 마리안느,</p>
<p>혼자서 공연을 자신만의 격정으로 즐기는(?) 엘로이즈. (또 다른 초상화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p>
<p>등을 진 채 불타오르던 여인의 그림은, 각자 삶을 선택했던(강요받던 것에서) 두 사람을 동시에 나타낸 게 아닐까 싶습니다.</p>
<p>마주보고 안타까이 멀어지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과정을 거쳐, 결국 서로를 그렇게 떠나보낸 듯 떠나보내지 않은 두 사람이 낳은 결과물을 나타내는.</p>
<p>영화에서 등을 진 채 불타오르는 여인의 그림은, 떠나가는 엘로이즈의 선택을 그림과 동시에 떠나보내는 마리안느의 의지처럼 중의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p>
<p>&nbsp;</p>
<p>늘 그런 말들을 하죠.</p>
<p>사랑은 뭘까? 사랑한다는 것은 뭘까?&nbsp;</p>
<p>&lt;타.여.초&gt; 영화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본다' 는 것을 가리키는 듯보이고, 관객인 우리는 감독이 의도한 바대로 본 이들도 있을 거고 또 다르게 받아들이기도 했을 겁니다.</p>
<p>문득 생각해봅니다. 아니 빌어봅니다.</p>
<p>내가 태어날 때 세상 처음 본 것은 무엇일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눈 감을 때 보는 것은 사랑이길 원한다고.</p>
<p>그게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p>
<p>나의 삶을 내내 채웠던 불안과 고통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 태어나 살았다는 사실 자체가 사랑이었음을..</p>
<p>&nbsp;</p>
<p>&nbsp;</p>
<p># 하녀 부분이 중요하게 나오죠. 영화를 보면서 내내 하녀가 안쓰러웠던 건 여러 번 시도되다 실패하고 그러다 무척 애달프게 성공되는 그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장면 참, 감독의 유머일까 독한 걸까 싶더군요)</p>
<p>그 넓은 집을 혼자 닦고 치우고 또 뭔가를 하려면 참 힘들겠구나 하는 거였죠.</p>
<p>그렇기에 아가씨가 음식을 하고, 하녀는 수 놓고, 화가가 술을 따르는 장면이 본편 주요 장면 이상으로 내내 기억났습니다. 이 영화에서 정지 버튼을 누를 수 있다면 그 장면을 꼽고 싶네요.</p>
<p>
<br />
</p>


1
Comment
2020-01-27 00:55:09

길님 정성껏 쓰신 글 읽다보니 갑자기 모모가 했던 질문이 생각납니다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있나요?”
하밀 할아버지처럼 대답하지는 말아야할텐데...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