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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게]  겨울왕국을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보았던 때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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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9 14:43:29

어제 간만에 라따뚜이를 다시 봤습니다. 여전히 재미있고 잘 만든 수작이더군요.

라따뚜이는 확실히 제가 애정을 가지고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네요. (라따뚜이, 인크레더블 1,2, 인사이드 아웃, 겨울왕국 1,2)

 

요새 본 이들은 어떤 평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 네이버 평을 찾아 봤습니다.

그런데 베댓 중 하나가 '겨울뭐시기보다 훨씬 재밌다..'였는데 보고 좀 웃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요새는 어딜 가나 이런 류의 평을 많이 보는 것 같더군요.

특히 애니메이션 영화라면 거의 100%입니다.

 

얼핏 보면 겨울왕국은 세상에서 제일 잼없는 애니메이션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왜냐면 거의 모든 애니메이션 영화의 관객평에는  '겨울왕국 보다는 재밌다'는 소감이

빠지지가 않거든요; 뭐 이젠 싫어도 사실상 '국민 애니메이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숙명에 따른 반대급부려나요.

 

문득 제가 겨울왕국을 처음 접했던 때의 추억을 떠올려 봅니다.

원래 공포/고어영화 팬이었던 저는 데드 얼라이브의 피터 잭슨을 따라

전에는 존재조차 몰랐던 반지의 제왕 팬이 자연스레 되었습니다.

디피 영게를 눈팅하다 슬그머니 눌러 앉게 된 것도 그 덕분이구요.

 

그래서 호빗 시리즈에도 기대가 상당히 컸습니다. 시작부터 평이 미적지근했던 호빗 1편도

저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2편은 저도 좀...

특히 갑분싸 타우리엘 로맨스는...쌍둥이 자녀를 둔 애아빠가 그려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닭살 돋더군요.  

 

호빗 2편이 실망스러웠던 것과는 별개로 최소한 흥행 면에서 그 해 겨울의 승자가 되어 주기를

팬심으로 바랐습니다. 그런데 미국 현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웬걸... 먼저 개봉한 디즈니 애니의

역주행에 뒤처지고 있다는 겁니다!

 

디즈니 애니라... 소위 디즈니 르네상스 때 저는 이미 머리가 좀 커진 머스마라 시큰둥했기에

거의 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보다 좀더 이전엔 일요일 아침 미키 구피 플루토 등이 나오는

디즈니 만화극장을 종종 보긴 했지만 그냥 TV에서 해주니까 관성적으로 본 거고

그때도 톰과 제리나 딱따구리 등이 훨씬 재밌었으니까요.

 

여하간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전 호기심이 커져 갔죠. 일단 보기로 한 영화는 예고편이나

포스터 조차 스포가 될까봐 꺼려 하기에 다 피해 갔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포스터 한 장을 곁눈질하는 것마저 막을 순 없었는데 그때 본 게 이겁니다.

 

보자마자 시선을 돌렸기에 가운데 올라프만 얼핏 눈에 들어왔는데

그때도 그게 딱히 눈사람이라는 인식은 못하고 무슨 눈요정 같은 건 줄 알았습니다.

 

흠...예전 윌 패럴이 나왔던 엘프(사실 그 영화 본 적도 없지만..)같은

크리스마스 소재의 우당탕 코미디 같은 건가... 근데 왜 그렇게 입소문이 나고 인기가 있을까..

알 수 없는 의문은 커져 갔죠.

 

그래도 용케 모든 스포일러를 피하고 마침내 거진 두 달 가까이 늦은 국내개봉을 맞아

드디어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꼬맹이 엘사 안나가 등장할 때만 해도 얘네가 주역이리라곤 생각을 못했습니다.

전 이게 인간을, 특히 자매애를 다룬 작품이라곤 전혀 몰랐으니까요.

 

'흠 애들 나오네..뭐 나름 하는 짓이 귀엽네...어 근데 평화롭게 잘 놀다가 갑자기 돌발 사고가?

비밀을 숨긴다라...이 설정은 흥미롭네 이렇게 주욱 진행되는 건가

어 근데 김새게 벌써 들통나? 그리고 도망까지? 전개 개빨라!'

 

그리고 마침내 이어진 렛잇고씬. 끝나고 나서 전 제가 방금 본 걸 믿을 수가 없더군요.

그야말로 컬쳐 쇼크. 애니란 매체를 다시 돌아보게 된 순간이라 할까요.

 

한편으로 초반 30분 이내에 이런 굉장한 걸 보여줬으니 헐리웃 영화의 특성상 클라이막스엔

더한 게 기다리고 있겠지? 굉장한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근데 그 뒤로 영화가 좀 푸시식... 불완전 연소로 끝난 느낌. 그때도 첫 감상평을 썼던 거 같은데

아마 일단 렛잇고를 중심에 딱 박아넣고 주변에 모래성을 대충 쌓은 느낌이라 뒷맛이 씁쓸하다..

이런 요지였습니다.

 

그래도 렛잇고뽕의 위력이 워낙 강력했기에 끌리듯이 다회차를 했고 점차 다른 요소들도

좋아하게 되더군요.

 

어쨌든 겨울왕국은 그때까지 제가 갖고 있던 애니에 대한, 특히 디즈니 작품들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뒤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건 비단 저 뿐만이 아니라 국내 관객 상당수가 공유하는

경험일 듯 하네요.

 

지금 돌아보면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겨울왕국을 본 건 정말로 상당한 행운이었습니다.

렛잇고라는 킬러 시퀀스가 있대. 엘사란 애가 그렇게 이쁘고 매력적으로 나온대.

이 정도만 알고 보는 것과 비교해도 천지차이가 있으니까요.

 

님의 서명
et vitam venturi saeculi

해석: 이생망
13
Comments
1
2020-01-29 14:46:29

다회차 보면 후반부도 괜찮죠ㅋㅋ
워낙 렛잇고까지가 미친 완성도라 그렇지ㅋㅋ

WR
Updated at 2020-01-29 14:53:50

진짜 엘사가 도망가기 시작한 시점이 20분인가, 그리고 렛잇고가 끝나는 지점이 30분 안쪽으로

기억합니다. 이 초반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사람 만들래, 사랑은 열린문, 렛잇고까지 주요

오스트가 다 등장하니 말 다했죠.

 

반대로 2편은 후반에 힘빡준 느낌이라 그 점이 마음에 듭니다.

2
2020-01-29 15:38:18

전 보는 내내 눈의 여왕을 생각하고 엘사가 언제 악마화될지 기다리고 있었어요. 

WR
2020-01-29 15:51:04

렛잇고 엘사 정도만 알고 1편을 본 분 중 상당수가 엘사는 실질적으로 노래 한 곡 부르고 성에 짱박혀서 출연분량이 그리 많지 않다는데 놀라시기도 하더군요 ㅎ

2
2020-01-29 16:50:52

새하얀 도화지에 영화를 보며 감상을 그려갈땐 정말 행복한 것 같아요, 겨울왕국은 저에게도 소중한 추억입니다.

WR
Updated at 2020-01-29 17:00:45

본문에도 살짝 언급했지만 요즘 유명세 때문에 너무 까이는 거 같아 안타까워요.

어쩔 땐 비교대상이 되는 두 영화 관객수 바꿔놓고 비교해 볼까 그래도 평이 한결같을지..

묻고 싶기도 하답니다 ㅋㅋ

1
2020-01-29 17:21:58

저도 공감합니다. 아예 사전 정보1도 없이 본 것도, 디즈니 애니는 접해보지도 않은 편견에 선 채로 처음 봤을때 카타르시스가 어마어마했습니다. 그 세계관에도 빠져보고 음악에도 취하고 가사에 위로받으며 6개월을 지냈고 2때도 사전정보 없이 관람했지만 1때 만큼은 아니였어도 N회차 통해서 1때보다 더 강력하게 빠져들었어요. 물론 1때만큼 폭발적이진 않을지라도 1때 트라우마를 가지고 숨기던 주인공이 2를 통해 스스로 치유받는 과정이 1+2보면서 울컥합니다.

WR
2020-01-29 18:36:26

개인적으로 당시 여러모로 슬럼프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두어해 동안 극장을 전혀 못 찾았던

것 같습니다.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나도 우리 부모님 세대처럼 극장을 십수년 수십년 안 찾아도

무덤덤해지게 되는 걸까 그런 생각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겨울왕국 2가 개봉한다고 했을 때도 이걸 굳이 시간내어서 봐야 되나 하는 생각까지 가졌었네요.

그래도 막상 개봉일이 다가오니까 의리로 한 번은 봐줘야지 싶더군요. 솔직히 좀 실망할 준비도 되어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1편 이상의 어마어마한 힐링을 받았네요.

 

지금은 인생애니, 인생영화라고 부르기에도 좀 충분치 않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2020-01-30 00:34:22

1편때 모두 가장 슬럼프시기였고 1년 지나고정말 행복했었는데.. 2편도 기대해봅니다!! 화이팅 합시당!,

1
2020-01-29 17:43:55

아이들 때문에 요즘 넷플에서 다회차 관람을 하고 있는데 볼 수록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WR
2020-01-29 18:39:23

1편은 뭔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돌발상황 속에서 터져나온 계산되지 않은 매력이 있다면

좀더 숙고의 결과물인 2편은 더러 아쉬운 점이 있어도 이거보다 잘 만들긴 힘들겠다 싶을 정도로

제작진의 노고가 느껴져요.

1,2편 합쳐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었다는 제작진의 자평에 십분 공감합니다.

Updated at 2020-01-29 21:20:15

렛잇고 주제가가 흥한다해서 유튜브를 봤는데
어라? 이사람 위키드 목소리스타일인데?
엘사가 바닥쾅밟으면 육각형눈꽃 나오는장면
핸드폰보면서 소름돋는건 처음이더군요

아 이건 무조건봐야겠구나 싶어서 기다려극장으로 향했고
미리폰으로 본나를 원망했지만 그래도 최고였습니다 ㅋㅋ

WR
2020-01-29 23:55:49

개봉날 성적이 16만인가로 알고 있는데 이게 당시에 외화이자 애니로서는 상당한 기록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외 특히 북미의 뜨거운 반응 덕분에

지각개봉한 한국에서는 기대감을 부풀리며 벼르던(?)분들이 많았던 느낌이었죠.

정말로 렛잇고 클립은 '겨울왕국 신화의 원동력'이라 표현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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