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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바바둑-샤이닝의 가족 영화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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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0-15 15:49:18

 

가장 무서운 영화 탑10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영화 중 하나고, 소재도 독특해서 보고 싶었는데 넷플릭스에 있길래 감상했습니다. 평소 호러물, 특히 깜놀물에 유령 튀어나오는 그런거(주온같은거요. 비디오판은 리뷰 스샷조차 못 보는 쫄보입니다)엔 심하게 약하고, 더 위치같이 분위기로 조여오는 오컬트물은 재밌게 봤던지라 어느쪽일지 걱정됐는데 오컬트물에 가까운 영화네요.

 

스토리를 대충 요약하면 남편을 잃은 상실감과 힘든 현실에 고통받는 주인공 아멜리아가 내면의 공포를 극복하는데 성공하는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흔히 감동물에 자주 나오는 '결손가정 판타지'를 정면에서 반박해서 더 공포스럽게 느껴졌을거라 생각합니다. 싱글맘과 아들이면 감동적인 이야기가 나올거 같지만 아멜리아는 아들을 매우 짜증스럽게 여기고, 아들은 괴물 이야기만 좋아하면서 엄마 일은 방해만 하고 애들하곤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거치적거린다 생각하고 있어요. 초반 1시간 가량까지 아들이 굉장히 진상? 짜증 유발하는 역으로 나오는데 애들 못 견디시는 분은 못견딜거라 생각합니다. 안그래도 아들역의 아역배우 눈이 굉장히 커서 공포감까지 유발돼요.

 

공포영화치곤 귀신이 제대로 등장하는건 딱 한장면의 점프 스케어 뿐이지만, 소름끼치는 배경음악과 연기만으로 엄청난 압박감을 부여합니다. 거기에 대부분의 심장 쪼이는 장면들이 낮이라서 더 인상깊어요. 개인적으론 중간의 자동차 졸도씬이랑 전화를 칼로 끊어버리는 장면이 제일 베스트입니다. 바,바,바,둑,둑!은 영화를 봤으면 절대 못 잊으실겁니다.


제가 부모는 아니라서 확신은 못하지만, 적어도 부모님이라면 자식이 짜증나게만 느껴졌을 부분이 분명 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자식을 죽이자!는 너무 극단적으로 간 소재지만, 영화는 이 부분을 나름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저소득, 말 안듣는 아들, 잘 나가는 동생 친구, 남편에 대한 그리움 등... 그래서인지 아들을 지키려다가도 바바둑에 빙의되고 마는 아멜리아가 일반적인 공포영화의 빙의 희생자랑은 다르게 느껴집니다. 너무 나약할 수 밖에 없기에 내면에 지배당하고 마는... '너 대신 남편이 살았어야 했어!'는 분명 진심이 담겼던 말일겁니다. 

 

중반부에 아멜리아가 빙의 된 이후 샤이닝이 떠올랐는데, 크게 보면 확실히 샤이닝이 군데군데 연상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둘 다 주인공의 직업이 작가고, 자식을 죽이려는 부모에, 후반부의 문 두드리는 씬은  아무리 봐도 도끼씬이 연상되고. 미치게 된 이유도 비슷하죠. 샤이닝의 잭이 가장으로의 압박감, 고립감으로 인해 오버룩의 망령들에 씌인거면 바바둑에서도 가장으로의 압박감, 소외계층으로의 고립감으로 미쳐버린거죠. 아멜리아의 '편'이라 할만한 사람은 아들과 리츠 할머니를 빼곤 사실상 아무도 없습니다. 그 아들마져도 중반부까진 짜증 유발기고. 이러한 상황에서 아들이 먼저 바바둑을 눈치채고 굳세게 저항하는데 본능적으로 어머니에게서 풍기는 적의를 느낀거겠죠. 어머니는 아니라 하지만 이미 자연스래 적의를 뿜고 있었고 

 

샤이닝과 다른 점은 결국 아멜리아는 아들에 대한 가족애로 귀신을, 아들에 대한 원망을 극복하는데 성공합니다. 오히려 결말에선 그 귀신을 아들이랑 같이 사육하고요. 영화에서  '부정할수록 난 강해질거야'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말 그대로 아멜리아는 바바둑을 부정할수록 강하게 씌였지만, 결말에선 오히려 자기가 바바둑을 달래는 입장이 됩니다. 부정해도 떨쳐낼 수 없는 감정이기에, 차라리 인정하고 달래는 방향을 선택한거겠죠. 처한 상황이 크게 호전된건 아니지만 그 감정 하나를 인정한거 만으로도 그녀의 얼굴은 시작과 다르게 매우 보기 편해졌습니다.

 

1시간 30분정도라 러닝타임도 짧고, 점프 스케어도 1번 뿐이라 부담없이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매우 추천드리고 싶네요.

 

ps.넷플릭스엔 15세로 올라와 있지만 후반부 한번 있는 고어씬에 검열이 들어갔습니다.



님의 서명
RA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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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1-29 17:48:57

저는 우울증에대한 대상화와 극복과정으로 생각했습니다. 바바둑을 결국에 없애지 않고 컨트롤한다는 얘기는 자기 내면과의 투쟁을 극복하는 것으로 치환해 생각해서 말이죠. 주인공들의 표정을 보면 감독이 우울증을 겪었거나 가족이 겪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저도 매우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2020-01-29 18:07:05

아주 좋아하는 작품인데 블루레이 정발은 안 돼서 참 아쉽습니다ㅜ

2020-01-29 18:15:13 (175.*.*.112)

육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니 육아에 지친 부모를 달래는 영화로 느껴졌어요

2020-01-29 18:52:44

개인적으로 2010년대에 공포영화중 5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수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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