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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뉴스]  요즘 기생충으로 많이 언급되고 있는 지상만가(1997) 아카데미 합성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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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2-18 21:08:17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요즘 많이 언급되고 있는 1997년 졸작 [지상만가]의 아카데미 수상 합성 장면. 방화 시절의 미숙함으로 초상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원본을 무단으로 도용한 것이 문제가 되어 요즘은 볼 수 없게 됐지만 당시 국내 영화로는 굉장히 혁신적인 시도였고 도전이었다. 케네디 대통령과 악수하는 톰 행크스의 모습으로 화제를 일으킨 [포레스트 검프]와 같은 최첨단 합성 기법을 우리 영화에서 드디어 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진보된 기술력의 향상으로 의의를 둘만한 시도였다. 전례가 없던 촬영 방식으로 이병헌의 블루스크린 촬영은 연예 매체에서 비중있게 다루었다.

 

합성에 활용됐다가 초상권 시비로 사장된 문제의 원본은 1996년 제6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니콜라스 케이지의 수상 모습이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수상 모습에 이병헌을 합성한 것인데 당시에 볼때도 어색했고 지금 보면 코미디가 따로 없지만 기술적인 면에서 의미있는 시도였기 때문에 언론과 영화계에서 집중적으로 다뤘다. [지상만가] 자체가 야심찬 기획이었다. 폭삭 망하면서 금세 잊혀져서 그렇지 개봉 전만 해도 화제작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상만가]는 홍콩 대작의 느낌을 풍기는 사자성어 같은 제목으로 기획 단계부터 씨네21에 1년이나 지면 광고를 실어서 영화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주마다 씨네21 지면 광고에 찔끔찔끔 흘리는 영화 정보로 분위기를 어찌나 띄우던지 개봉 전엔 엄청난 대작인 줄 알았다. 막상 공개된 작품은 시시하고 썰렁한 청춘물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주간지에 1년이나 광고를 실은 것만 봐도 [지상만가]가 얼마나 의욕적인 기획이었는지 알 수 있다. [지상만가]는 [은행나무 침대]를 성공시키면서 부상한 강제규의 영화발전소가 내놓은 신작이었고 강제규가 각본과 제작총지휘를 맡았기 때문에 완성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작품이다. 지금은 강제규가 각본과 제작총지휘를 맡는다고 하면 불안감부터 들지만 [지상만가] 기획 당시의 강제규는 신뢰 받는 영화 작가였다. 실패하긴 했지만 강제규가 쓴 [장미의 나날]만 해도 당시 한국영화계에서 드물게 시도된 하드보일드풍의 에로틱스릴러였고 구성면에서 제법 짜임새가 있었다. [은행나무 침대]도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판타지 멜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여 장르적 가능성을 제시하였고 상업적인 면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 냈다.

 

강제규는 할리우드 영화처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연이어 불어 넣어주면서 한동안 국내 영화계에서 앞서 갔던 인물이다. 촬영과 음악에 공을 들인 태작 [지상만가]도 그 연장선격인 기획으로 출발한 작품이다. 충무로 기대주로 부상하던 신현준, 정선경, 이병헌이 주인공이었고 [은행나무 침대]를 기획한 영화발전소의 두 번째 작품이었으며 왕가위 영화를 연상시키는 홍콩식 작명에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최첨단 합성 기법까지 볼거리가 대단히 풍부해 보였다.

 

결과는 조잡할 뿐이었다. 하는 행동이 너무 극단적이고 자기도취적 과대망상으로 뒤덮여 있어서 도무지 몰입하기 힘든 만화적인 인물 설정과 앙상한 서사, 황당한 결말에 당시 유행하던 왕가위풍 스타일 흉내와 할리우드 장르 영화를 어색하게 짜깁기 시킨 초라한 구성에 암담했다. 고작 이 정도 얘기를 하려고 1년이나 씨네21 지면 광고를 실었고 그 요란을 떨어가며 매체 홍보를 진행했는가 싶었다.

 

당시 국내 cg기술력의 현주소를 보여준 화제의 아카데미 시상식 합성 장면도 초상권 문제로 dvd로 넘어오고 난 뒤부터는 볼 수 없게 돼서 허무하게 됐다. 약 20초간 등장하는 합성 장면에 1억 5천만원이 들어갔지만 기록으로도 남기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병헌이 블루스크린 앞에서 합성에 쓰일 니콜라스 케이지의 긴 얼굴 각도와 아카데미 시상식 동선을 맞추느라고 용을 쓰는 모습이 연일 매체를 장식했지만 어렵게 만든 합성 장면은 2차 시장에서 초상권 족쇄에 묶이면서 제거됐다.

 

원래는 위 사진에서처럼 촬영해서 실제 니콜라스 케이지의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모습과 합성시킨 장면은 현재 2차 시장에서 아래와 같이 진짜로 우스운 모습으로 수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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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DTpfgpDAnTc

 

16분 30초부터 1997년 개봉 당시엔 화제를 모았다가 이내 애물단지로 전락한 문제의 합성 장면을 볼 수 있다. 29분 29초가 지날 때도 현재의 수정된 장면이 다시 한번 나온다. 트로피 모양도 바뀌었는데 원래는 진짜 아카데미 시상식 장면을 가지고 만든 합성이었다.  

 

원래는 저게 니콜라스 케이지의 오스카 수상 모습에 이병헌을 그대로 합성시켜 넣은건데 초상권 문제가 걸린데다 극의 맥락상 도저히 뺄 수가 없어서 저렇게 조잡한 형태로 수정한 것 같다. 1992년작 [보디가드]의 오스카 수상 장면만 해도 [보디가드]가 할리우드의 대규모 기획이었음에도 각종 저작권 문제가 걸려서 실제 아카데미 시상식의 흔적을 몽땅 지우고 만들었는데 [지상만가]는 무지의 힘으로 무개념 합성이 용감하게 시도된 것이다. 저작권이나 초상권 개념이 없던 시절에 만든 작품이라 아무 생각 없이 도전했다가 결국 본전도 못 찾았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오스카를 수상했을 당시의 마누라가 패트리샤 아퀘트였는데 니콜라스 케이지 얼굴에 이병헌을 합성시켜 패트리샤 아퀘트와 키스하는 모습을 만들다니 이건 초상권 침해를 넘어 니콜라스 케이지와 패트리샤 아퀘트에 대한 모독이다. 정말이지 당시 한국 영화계의 초상권과 저작권에 대한 개념은 무지렁이 수준이었다. 3초간 조막만한 크기로 나오는 유튜브 동영상도 동영상 게시자의 동의를 구하는 지금은 정말 많이 발전한 것이다.   

 

https://youtu.be/6jXi-Z3M9Us

 

원래 합성에 쓰였던 1996년 제6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니콜라스 케이지의 남우주연상 수상 모습

 

이 외에도 [지상만가]는 2000년대 들어 이병헌을 위시한 한류 장사로 넘어가면서 자체 검열에 들어가야 했다. 1997년 당시 개념없이 써먹은 초상권 문제가 뒤늦게 걸림돌이 되었고 그 바람에 국내외 출시된 dvd는 사방에 뿌옇고 까맣게 블러 처리가 입혀졌다. 가장 문제가 된 이병헌 오스카 합성 장면은 완전히 수정된 채로 난도질당했다. 극중 이병헌이 돈키호테 같은 망상증으로 영화 배우를 꿈꾸는 영화광으로 나오기 때문에 외화 포스터와 해외 배우들 브로마이드가 수시로 등장하는데 이게 다 초상권과 저작권 문제가 붙으면서 텔레비전의 담배 블러처럼 흐릿하게 처리된 것이다. dvd로 보면 예고편에서 감각적으로 편집됐던 멕 라이언 브로마이드에 이병헌이 키스하는 장면은 블러 처리를 넘어 아예 삭제됐다.

 

극중 이병헌이 다니는 단골 비디오 대여점이 전경으로 비춰질 때는 화면 전체가 블러 처리된다.  

 

 

이병헌 방에는 온갖 영화 배우들의 브로마이드와 입간판, 외화 포스터가 걸려 있다. 전부 블러 처리됐다. 

 

 

뿌옇게 블러 처리하는 것을 넘어 초상권에 더 민감한 사진들은 이런 식으로 이병헌을 제외하고 배경 자체를 새까맣게 처리했다.

 

 

한류 장사의 운명으로 [지상만가]는 dvd로 넘어가면서 완전히 2차 가공이 됐다. 이병헌이 추락하는 장면에서의 cg는 그 당시 기술력을 고려했을 때 이해할만한 수준이지만 다시 손 본 오스카 합성 장면은 민망할 뿐이다.  

 

포스터로 써먹은 들판 질주 장면. 장면상으론 멋있고 청춘물의 파괴력도 느껴지지만 극에서 느닷없이 등장하는 질주라서 굉장히 뜬금없다.   

 

 

 

개봉 당시만 해도 나중에 문제가 된 오스카 수상 합성 장면은 신문 광고로도 활용되었다. 그만큼 [지상만가]는 저작권이나 초상뭔에 대한 국내의 인식이 무지했던 시절에 제작된 과도기의 산물이다. 이해에 [비트]가 해외 음악 무단 사용으로 벌금을 물었고 2차 시장에서 수정된 상태로 출시되었다. 반면 같은해 가을에 개봉한 [접속]은 영화에 사용된 해외 음악에 대한 저작권을 사전에 깔끔하게 해결하여 선례를 남겼다.     

 

 

 원본이 난도질 당한 상태로 출시된 국내판 [지상만가] dvd

 

 

이게 다 한류 장사 때문에 벌어진 어쩔 수 없는 원본 훼손

 

[지상만가]는 1997년 2월 22일 개봉하여 서울 관객 33,587명을 동원하며 쫄딱 망했다. 1995년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를 기점으로 영화만 하겠다며 2년간 영화만 찍던 이병헌은 [지상만가]까지 주연작 4편이 전부 망하면서 박스오피스 폭탄으로 낙인찍혔다. 영화 4편이 줄줄이 실패하면서 스타성도 위협받았다. 결국 영화만 하겠다던 선언을 번복하고 [지상만가] 개봉 후 드라마 [아름다운 그녀]의 출연으로 우회했고 이듬해에는 대작 [백야 3.98]에 참여하느라 영화에 참여하지도 못했다. 1999년 [내 마음의 풍금]에서 전도연보다 비중이 적은 역으로 영화계에 복귀하기까지 2년간 영화 출연작이 없었다. 정선경도 [지상만가]에 출연했을 때만 하더라도 영화 배우로 잘 나갔지만 1996년 [그들만의 세상], 1997년 [지상만가] [삼인조]가 줄줄이 망하면서 주연급 영화 배우로 단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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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2-18 19:45:27

VHS 를 구하면 다 남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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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9 00:13:22

비디오는 있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없네요 

 

2020-02-18 19:52:50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020-02-18 20:05:36

이거 ost 지금도 집에 있는데.. ^^

2020-02-18 20:47:46

너무 궁금해서 알라딘에서 DVD바로 구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2-18 21:30:20

 당시 이병헌주연의 '그들만의세상'에 너무나 필이 꽂혀버려

차기작으로 엄청난기대감을 가지고 극장에서 보다가 졸았던 기억이 나는군요..

p.s 

그러고보니 당시영화들 중... 이병헌의 '그들만의세상', 박중훈의 '게임의 법칙'같은

끈적한 90년대감성의 영화들이 생각나는군요..-ㅂ- 


2020-02-18 22:55:20

 저는 이병헌 주연의 런어웨이 부터 좋아 했던거 같습니다.

극장에서 보고... 좀 잘만들었다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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