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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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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2-20 00:24:38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그렇게까지 뛰어난 퀴어 멜로물은 아니었다. 곧잘 비교되는 [캐롤]만 못한 것 같다. [타오로는 여인의 초상]이 단순히 첫사랑 정서의 레즈비언 퀴어 멜로를 감성적으로 엮었기 때문에 평단의 찬사를 받은 것은 아니다. 다행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계급 갈등으로 퀴어 소재를 풀어낸 [모리스]같은 작품처럼 퀴어물에 접근하는 방식은 제법 성숙하고 폭넓은 시선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극에서 주목할건 18세 후반 여성 예술가에 대한 편견 속에서 정체성 확립과 주체성 회복을 위해 여성연대를 도모하며 한 단계 성장해나가는 주인공의 행보에 있다. 이 때문에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에 대적할 걸작이란 호평을 받은 것 같다. 그러나 [피아노]와 같은 숙성된 맛은 없다.
 
 
이 작품에서 첫사랑 퀴어물의 감상주의를 균형있게 잡아주는 것은 시대의 한계 속에서 주변을 돌아보며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여주인공의 의식 때문인데 주제와 소재의 부조화로 충돌하는 순간이 있어서 문제다. 오르페우스 신화를 비튼 각본의 발상이 극의 비밀스러운 설정들을 은유시켜주는 도구로써 효과적이긴 하지만 전체 구성을 놓고 봤을 때 과연 이야기에 유기적으로 섞였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고전이나 신화를 접목시킨 각본의 창의력에 유독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다. 오르페우스 신화를 가져다 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접착력은 그렇게까지 끈기있지 못하다.

여성에 대한 시대의 억압과 차별로 잊혀지고 기록되지 않은 여성 예술가에 대한 따뜻한 관심은 주목할만하다. 다만 구성 면에선 새로운 요소는 없고 퀴어 로맨스를 풀어나가는 속도도 뻔해서 주제에 대한 의욕이 극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진 못했다.

 
전반적으로 퀴어 멜로 구성으로 틀을 잡았고 여성에게 가혹한 시대의 속박 속에서 여성 예술가, 하녀, 귀족 가문의 딸이 연대하며 주체성 회복과 자아성찰을 실현시키는 것에 주목한다. 이런 심리적 여정 속에서 극은 페미니즘적인 주제 의식을 내포하고 있지만 퀴어물의 감정이 느닷없고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은 허술하게 처리됐으며 페미니즘 주제를 드러내는 수법도 너무 익숙해서 별로 감흥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평단을 약하게 만드는 여성의 자아 회복이란 전형적인 설정과 도식성으로 물든 퀴어 소재를 교묘하게 집어 쓴 효과로 필요 이상의 점수를 딴 과대평가 받은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성 화가 마리안느가 비밀리에 엘로이즈의 초상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마리안느의 정체가 들통나기 전까지 엘로이즈가 물감 냄새 하나 맡지 못하고 속아 넘어간다는 것도 허술한 설정 중에 하나다. 엘로이즈가 일부러 모른척 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럴만큼 마리안느가 치명적인 매력을 풍기는 것도 아니다. 바닷가를 산책하다 난데없이 키스를 하는 장면도 너무 급작스럽다. 시대상과 레즈비언 첫사랑 퀴어물 구성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려고 신경은 많이 썼지만 자연스럽게 교집합 시키진 못했다. 구성의 힘보단 아름다운 영상미에 빚진바가 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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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0-02-19 20:35:32

순하게 표현하셨지만 제 생각도 같습니다.  

교묘하게... 그러나 너무 작위적인 티가 나버렸죠.

하지만 급작스럽게 불붙는 둘의 애정은 이성애자가 공감하기에는 어려운 영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20-02-19 20:49:31

상영초기 디피의 호평이 많아 보러갔더니 생각보다 그냥저냥 했습니다. 기대치를 낮춰야 했었는데...ㅜㅜ

1
2020-02-19 21:07:48

영화보는 안목과 글솜씨가 부럽습니다. 저도 상영 초기 영화관에서 봤는데요..제가 내공이 부족해서 깊이 있게 비평은 못하지만..이 영화도 다른 퀴어물과 어떤 면에서 다른 지점이 있는지 잘 모르겠더군요...부당한 시대로 인해서 동성애가 억압받고 차별받았다는 클리셰는 이미 기존의 퀴어물에서 너무 많이 나왔으니까요..

2020-02-20 00:21:25

저는 알면서 모른 척 해준 걸로 보이더군요.
일부러 손을 포개잡고 의자에 앉고...
초상화 그리러 온 화가란 거 눈치채고 있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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