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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꿈에서나 그리던 영화,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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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2-20 19:30:40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원 테이크는 아니지만, 원 테이크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졌다.
확연하게 컷이 나뉘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주인공이 기절하면서 컷이 끊길 때가 거의 유일하다.
이외에도 컷이 나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들이 있으나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어, 영화 전체가 거의 원 컷처럼 느껴진다. 


이런 시도가 최초는 아니다.
버드맨이 있고, 버드맨이 있었고......... 버드맨이 있었다. 

하지만 전쟁 영화를 원 테이크처럼 찍는다?
상상으로나 해봄직한 꿈과 같은 일이다.
아니, 장면 연결이 안되서 상상으로도 그리기 힘든 일이다.
이런 시도는 창작자에게 매우 흥분되는 일이지 않았을까.
 
 
 

인류에게 최악의 재앙은 단연코 전쟁일 것이다.
절대 해서는 안될 전쟁이, 영화라는 엔터테인먼트 속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많은 전쟁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대부분은 2차대전이었다.

2차대전은 다이나믹했다.
1차대전에 비해 과학기술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현대전의 전략전술도 급격하게 진일보했다.
흡사 스포츠의 역전 버저비터 같은 짜릿한 역전승의 전투가 많았고
영화라는 엔터테인먼트로 옮겨지기 적격이었다.

그러나 1차대전은 그러지 않았다.
현대전의 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았던 1차대전은
참호를 파고, 한칸씩 전진했다 후퇴했다를 반복하는 지리멸렬한 전쟁이었고
그 속에서 인간만 갈려나간 전쟁이었다.
사실 반전의 의미를 담기 위해서는, 1차대전이 훨씬 적합한 것이다.
 
 
 

 
1차대전은 참호전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참호를 원 테이크처럼 찍은 1917은
지금껏 그 어떤 영화보다 참호의 압도적인 규모를 관객에게 생생히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거대한 전투 장면은 없지만,
거대한 참호만으로도 전쟁의 규모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다.
 

1917은 정의가 승리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획기적인 전략과 전술로 독일군을 무찌르는 이야기가 아니다.
멋진 연설로 가슴을 뛰게하는 그런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편지 한통을 전달하는 이야기다.

심지어 그 편지는, 전쟁에 마침표를 찍는 그런 편지도 아니며 
기막힌 승리를 가져다준 편지도 아니다.
역경을 뚫고 편지를 전달했지만
임무 수행의 결과는 훈장도 아니고, 꺼지라는 말 뿐이다.

 
작전을 중단하라는 그 한통의 편지는,
1차대전 동안 수없이 반복되었던 편지들 중 한통이었을 것이다.
아마 1600여명의 그 연대는, 다음주에 진격하라는 또 다른 편지를 받고
다시 불길 속으로 들어갔으리라.
 
 
 

진격과 후퇴를 반복했던 지리멸렬한 1차대전의 양상.
미로 같고, 뫼비우스 같은 참호.
 
롱 테이크로 끝 없이 이어지게 찍은 것은, 단순히 기술 과시가 아니라 
이 영화의 메시지와 가장 부합한 연출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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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2-20 14:55:20

잘봤습니다. 그부분은 수개월간 세트 준비하고 2시간만에 영화를 다찍었나 싶을정도더군요.

WR
2020-02-20 15:37:46

영상만으로도 압도되는 무언가가 있더군요!

1
2020-02-20 16:07:48

1차대전 참호전을 보면, 

그 시대, 그곳에 태어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WR
2020-02-20 17:45:45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앞으로 달려나갈 수 있는 군인들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2020-02-20 16:13:12

흥미로운 감상이었고 아이맥스에서 한번 더 보려고 합니다.

WR
2020-02-20 17:46:16

저도 아이맥스로 보고 싶은데

멀어서 고민이네요 ㅠㅠ

2020-02-20 17:55:33

 '역경을 뚫고 편지를 전달했지만

임무 수행의 결과는 훈장도 아니고, 꺼지라는 말 뿐이다.'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혹시나 이 부분이 스포가 되는 것은 아닐런지 조금 걱정되는군요. ^^;;
WR
2020-02-20 19:31:20

스포일러 체크했습니다.

2020-02-21 11:19:22

앞으로는 하늘에서의 공중전 , 우주전쟁을
롱텡크로 찍으면 아카데미상 확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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