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뉴스] 배용균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복원
배용균 감독이 파주로 간 까닭은?
https://www.koreafilm.or.kr/kofa/news/notice/BC_0000055770
영화는 동자승 해진, 속세를 등지고 출가한 젊은 스님 기봉, 해탈의 경지에 이른 노스님 혜곡을 통해 삶과 죽음이라는 존재론적 고찰을 완벽한 구성과 화면으로 담아 국내외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특히 제작, 감독, 촬영, 각본, 미술, 편집 등을 감독 혼자 감당한 괴력의 1인 제작 방식과 무려 4년에 걸친 제작 과정이 알려지면서 그의 완벽주의적 면모는 더욱 큰 화제를 모았고, 여전히 전설처럼 회자되곤 한다.
당시 한국영화계와 영화산업은 영화가 ‘감독의 작품’이라는 의식보다는 ‘제품’이라는 의식이 더 지배적이었고, 영화는 감독이 모르는 새 조악한 화질과 색감, 맞지 않는 화면비로 여러 차례 DVD 등으로 출시되었다.
하나의 씬을 위해 몇 날, 몇 개월, 또는 1년을 기다려 한 장면 한 장면을 고심하여 완성했던 그에게는 이런 일들은 큰 상처로 남았다 했다.
단 두 편의 작품만을 남기고 기나긴 은둔에 들어갔던 배용균 감독께서 본인 작품의 필름 복원을 위해 다시 세상에 나타나셨군요.
달마가..는 여러번 감상했었지만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은 개봉 당시에도 감독이 2개월인가 극장에 상영하고 이후 필름을 아예 봉인시켜버려 재개봉은 커녕 2차 매체로도 나오질 않아 영상자료원인가 직접 가야만 볼 수 있다하는데 기회가 안생겨서 아직 보질 못했네요.(몇년 전 상영회는 한 번 가졌다는데..)
달마가..의 배우분들은 다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인이며 특히 노스님을 연기한 분은 교회 장로셨다고..
감독이 수 개월을 좇아다니며 부탁한 끝에 영화를 찍게 되었다죠.
달마가..가 자연 배경에 자연광이었던 것과 달리 두번째 작품인 검으나..는 전작과 전혀 다르게 가공의 실내 세트 위주라 감독이 직접 해외 원서 영화조명 교본들을 독학으로 탐구하며 3개월 동안 무대가 되는 공장 폐허 지대에서 야간 조명을 연구해 조명 하나하나를 일일이 다 직접 설치하면서 영화를 촬영했다는데 당시 개봉하고 영화를 본 한 유명 조명감독이 한국 영화판에 있는 조명 다 가져와도 이 영화 한 편을 못찍는다며 혀를 내둘렀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검으나..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극치의 관념영화라고 하는데 감상해본 달마가...도 감독 특유의 뚜렷한 드라마 없이 사유와 선문답으로 이어지는 대사들과 그보다 더 사색적이고 정적인 화면이 계속되지만 표면에 드러난 묘사가 무색하게 정작 내용이 되는 서사 전개는 감독의 끝을 알 수 없는 함유로 웅장히 요동칩니다.
그래서 결말도 달마가 동쪽으로 왜 갔느냐에 대한 답 없이 그저 동쪽으로 가기 시작하는 열린 결말로 끝나며 그렇게 영화는 주장이나 메세지가 아닌 물음을 던지죠.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란 제목은 그대로 감독의 영화를 만든 동기이고 목적이었습니다.
물음이 목적인 영화.
어떤 답도 준비되어있거나 논의되지 않은 물음.
그래서 너무나 근원적일 수밖에 없는 물음의 내용.
그것을 위해 불교를 빌어오지만 어떤 기존의 장르와 기법도 배제하며 갈등과 기승전결의 드라마가 아닌 동자승 출가승 노승 이 세 스님의 교집합을 통해 영화는 물음의 논리를 전개하는 게 아닌 물음의 인격을 혼신을 다해 부여합니다.
마치 현대사회는 물음이 해답과 공식에만 함몰되어 논리에만 갖힌 체 물음 자체는 도리어 전멸해버렸으며 세상은 오직 미리 답이 없을 물음이란 무의미하기만 할 뿐 어떤 물음의 자유와 발상도 허용치 않는다는 듯 감독은 그러한 속세를 떠난 산중 절간을 무대로 가장 세상의 도구인 영화를 통해 과감히 자신의 문제의식을 불교적 근원의 물음으로써 구현해낸 것일지도 모릅니다.
글쓰기 |
달마가 영화를 개봉하는 날 극장에서 봤습니다
앞줄에 스님들 열댓분이 단체관람 하러 앉아 계셨던 것이 기억에 남아 있고요,
그 색감은 엄청났습니다. 아직까지 그 영화보다 때깔 좋게 나온 걸 본 기억이 없고요,
장면마다의 구도도 한 프레임 프레임이 전부 작품사진을 보는 듯 했던 강렬한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디비디 출시되자마자 직구했었는데 계속 보관했었으면 좋았을텐데 중간에 중고로 팔았습니다.
블루레이로 재출시 되면 필구 타이틀인데 꼭 발매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