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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뉴스]  배용균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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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2-21 23:20:52

배용균 감독이 파주로 간 까닭은?

https://www.koreafilm.or.kr/kofa/news/notice/BC_0000055770

영화는 동자승 해진, 속세를 등지고 출가한 젊은 스님 기봉, 해탈의 경지에 이른 노스님 혜곡을 통해 삶과 죽음이라는 존재론적 고찰을 완벽한 구성과 화면으로 담아 국내외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특히 제작, 감독, 촬영, 각본, 미술, 편집 등을 감독 혼자 감당한 괴력의 1인 제작 방식과 무려 4년에 걸친 제작 과정이 알려지면서 그의 완벽주의적 면모는 더욱 큰 화제를 모았고, 여전히 전설처럼 회자되곤 한다.

 

당시 한국영화계와 영화산업은 영화가 ‘감독의 작품’이라는 의식보다는 ‘제품’이라는 의식이 더 지배적이었고, 영화는 감독이 모르는 새 조악한 화질과 색감, 맞지 않는 화면비로 여러 차례 DVD 등으로 출시되었다.

하나의 씬을 위해 몇 날, 몇 개월, 또는 1년을 기다려 한 장면 한 장면을 고심하여 완성했던 그에게는 이런 일들은 큰 상처로 남았다 했다.

 

단 두 편의 작품만을 남기고 기나긴 은둔에 들어갔던 배용균 감독께서 본인 작품의 필름 복원을 위해 다시 세상에 나타나셨군요.

달마가..는 여러번 감상했었지만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은 개봉 당시에도 감독이 2개월인가 극장에 상영하고 이후 필름을 아예 봉인시켜버려 재개봉은 커녕 2차 매체로도 나오질 않아 영상자료원인가 직접 가야만 볼 수 있다하는데 기회가 안생겨서 아직 보질 못했네요.(몇년 전 상영회는 한 번 가졌다는데..)

달마가..의 배우분들은 다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인이며 특히 노스님을 연기한 분은 교회 장로셨다고..

감독이 수 개월을 좇아다니며 부탁한 끝에 영화를 찍게 되었다죠.

 

달마가..가 자연 배경에 자연광이었던 것과 달리 두번째 작품인 검으나..는 전작과 전혀 다르게 가공의 실내 세트 위주라 감독이 직접 해외 원서 영화조명 교본들을 독학으로 탐구하며 3개월 동안 무대가 되는 공장 폐허 지대에서 야간 조명을 연구해 조명 하나하나를 일일이 다 직접 설치하면서 영화를 촬영했다는데 당시 개봉하고 영화를 본 한 유명 조명감독이 한국 영화판에 있는 조명 다 가져와도 이 영화 한 편을 못찍는다며 혀를 내둘렀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검으나..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극치의 관념영화라고 하는데 감상해본 달마가...도 감독 특유의 뚜렷한 드라마 없이 사유와 선문답으로 이어지는 대사들과 그보다 더 사색적이고 정적인 화면이 계속되지만 표면에 드러난 묘사가 무색하게 정작 내용이 되는 서사 전개는 감독의 끝을 알 수 없는 함유로 웅장히 요동칩니다.

그래서 결말도 달마가 동쪽으로 왜 갔느냐에 대한 답 없이 그저 동쪽으로 가기 시작하는 열린 결말로 끝나며 그렇게 영화는 주장이나 메세지가 아닌 물음을 던지죠.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란 제목은 그대로 감독의 영화를 만든 동기이고 목적이었습니다.

물음이 목적인 영화.

어떤 답도 준비되어있거나 논의되지 않은 물음.

그래서 너무나 근원적일 수밖에 없는 물음의 내용.

그것을 위해 불교를 빌어오지만 어떤 기존의 장르와 기법도 배제하며 갈등과 기승전결의 드라마가 아닌 동자승 출가승 노승 이 세 스님의 교집합을 통해 영화는 물음의 논리를 전개하는 게 아닌 물음의 인격을 혼신을 다해 부여합니다.

마치 현대사회는 물음이 해답과 공식에만 함몰되어 논리에만 갖힌 체 물음 자체는 도리어 전멸해버렸으며 세상은 오직 미리 답이 없을 물음이란 무의미하기만 할 뿐 어떤 물음의 자유와 발상도 허용치 않는다는 듯 감독은 그러한 속세를 떠난 산중 절간을 무대로 가장 세상의 도구인 영화를 통해 과감히 자신의 문제의식을 불교적 근원의 물음으로써 구현해낸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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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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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1 22:19:12

달마가 영화를 개봉하는 날 극장에서 봤습니다

앞줄에 스님들 열댓분이 단체관람 하러 앉아 계셨던 것이 기억에 남아 있고요,

그 색감은 엄청났습니다. 아직까지 그 영화보다 때깔 좋게 나온 걸 본 기억이 없고요,

장면마다의 구도도 한 프레임 프레임이 전부 작품사진을 보는 듯 했던 강렬한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디비디 출시되자마자 직구했었는데 계속 보관했었으면 좋았을텐데 중간에 중고로 팔았습니다.

 

블루레이로 재출시 되면 필구 타이틀인데 꼭 발매되었으면 좋겠네요

2020-02-21 22:24:01

저와 같은 경험이시네요. 빨리 복원판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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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1 22:26:03

"승려복의 회색이 너무 추하다”, “계곡 물살이 더욱 힘이 느껴지는 색이었으면 한다”, “마룻바닥이 너무 날라 보여 공허하게 비추어진다”, “하늘의 빛깔이 여름 날씨의 느낌이어야 한다” 알 듯 모를 듯한 그의 디렉션에 컬러리스트의 고심은 몇 배로 커졌다.

 

색감 잡는데 고생 좀 했겠다 싶습니다ㅎㅎ 결과물이 기대되네요.

Updated at 2020-02-21 22:51:01

이 영화와 당시 비 충무로 영화로 주먹을 끌었던게 “뻘”이라는 영화가 생각이 나는군요. 왜 우리 엉화는 충무로를 못벗어나는가? 에 반기를 든 영화이기도 하죠. 그러나 역시나 충무로의 수십년의 보이지않게 묵묵히 이어온 충무로의 시스템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이 달마~ 영화가 LD로도 나온걸로 아는데 감독이 일인다역으로 어렵게 영화를 만들었다는 후기를 본적이 있습니다. 저 역시 보지 못한 작품입니다.

2020-02-21 23:32:19

뻘은 제가 극장에서 봤는데요. 세상에 둘도 없는 엉터리 영화입니다. 그 때 같이 보러가자고 한 여자애가 미워져서 헤어졌습니다.
‘달마~’ 는 아무도 보려는 사람이 없어서 허리우드극장에서 혼자 봤는데요. 내용과 촬영 모두 황홀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영화 보고 너무 마음이 들떠서 집까지 걸어갔네요.

2020-02-21 23:12:31

이 영화 고3때 개봉관에서 봤습니다. 영화 끝나고 제 뒤에서 어떤 분이 일어나 정확히 어떤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가물한데 대충 "뭐꼬? 예술은 개뿔, 뭐라카는기고!" 하며 나가시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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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2 00:31:20

이왕 하는 김에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도 해 주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이겠죠?

이 영화는 극장에서 보지 못했는지라...

 

"그가 처음부터 혼자 작업한 것은 아니었다. 지극히 짧은 기간이지만 충무로의 스태프 가운데 그와 작업해본 사람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들이 함께 작업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는 정해진 기간 안에 작업을 끝내는 제작방식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한달이고 1년이고 만족스런 장면을 얻지 않으면 그 장면은 영원히 보류될 뿐이다. 실제로 2년 만에 촬영에 성공한 장면도 있다. <달마…>에서 기봉의 도반이 파계를 선언한 뒤, 새벽빛을 받아 회청색으로 빛나는 반쯤 물이 찬 논 사이의 논두렁으로 걸어가는 인상적인 장면이 그것이다. 이 장면은 경상도 북부 어느 시골에서 찍었다. 배 감독은 평소 날짜가 찍히는 자동 카메라로 그림이 되는 곳을 찍고 다니는데, 1년 뒤 사진에 찍혀 있는 날짜를 좀 지나서 갔더니 처음 그 장소를 발견했을 때의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는 1년을 더 기다려 사진에 찍혀 있는 날짜에 근접해서 그곳을 다시 찾아갔다. 그렇게 얻은 장면이 한두개가 아니다.

장면만이 아니라 소리에 들인 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부 영화진흥공사의 음향 자료를 사용한 것도 더러 있지만, 산까치, 소쩍새 울음소리와 물소리 등 현장에서 그가 직접 녹음해 사용한 음향도 적지 않다. 산새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그가 직접 녹음기를 들고 1km 이상 계곡을 따라 헤매기도 했다.

그는 이 모든 작업을 독학으로 배웠다. 가령 촬영을 직접 하기 위해서는 조명까지 배워야 했다. <검으나…>의 포스터에 나오는, 창 밖의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주인공이 전화하는 장면엔 모두 25개의 조명기가 동원됐다.박광수 감독은 <검으나…>를 본 뒤 “한국의 조명기를 몽땅 동원해도 이 영화를 못 찍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http://legacy.h21.hani.co.kr/h21/data/L000529/1p7m5t04.html

WR
Updated at 2020-02-22 06:09:45




경상북도 시골에서 2년여의 기다림 끝에 완성했다는 장면이 이 씬의 마지막 저 장면이죠.

2020-02-22 00:41:35

개봉 당시에 극장에서 봤었는데요. 

마지막에 새 한 마리가 창공으로 날아갈 때 스크린 가득 하늘이 나오던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블루레이로 나오면 저도 구입하고 싶어지네요.

2020-02-22 13:58:21

 블루레이로 꼭 출시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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