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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게]  [감상기] 남산의 부장들 - 혹시나가 역시나...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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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2-22 17:43:33

일단 저는 우민호 감독의 연출력을 별로라고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단 한편의 성공작이었던 '내부자들' 조차 나체쇼 장면과 이병헌의 애드립 곁들인 원맨쇼가 흥행원동력이라 봤구요, 거기에 플러스 알파로 조우진의 씬스틸 정도를 제외한다면 감독의 역량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차기작인 '마약왕'에서 제 판단이 맞았음을 입증해줬고요...

 

'남산의 부장들'은 작년에 책으로 다 읽었습니다. 정치에 대해 잘 모르고 살다보니 근현대사에 대해 공부한다는 기분으로 접근했고, 시간들여 읽은 가치가 있었습니다. 감독이 우민호란 얘기에 또 박통의 여성편력이나 건드리며 눈요깃거리로 가는거 아닌가 우려했는데, 다행히 직접 보니 그쪽 방향은 아니더군요.

 

영화를 다보고나서 든 생각은 이렇게 알맹이없는 영화를 왜 만들었을까... 였습니다. 시종일관 배우들의 클로즈업으로 잔뜩 무게만 잡다가 끝나더군요. 영화를 통해 할 얘기나 보여줄게 없었던 거죠. 이상하게 안좋은 점들만 계속해서 생각이 나는 영화였어요.

 

1. 이병헌은 미스캐스팅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외모와 목소리가 역할에 전혀 안어울려요. 실제 박통시절 고위직들 대부분 군장성 출신이고 서슬퍼렇던 시절 힘깨나 주던 사람들입니다. 나이에 비해 동안이고 너무 샌님같은 이미지라 아무리 목소리 깔고 무게를 잡아도 그냥 사회물정 모르는 애같아요. 중정부장이란 막강한 권력자의 이미지에 감정이입이 전혀 안되더군요.

 

2. 대사, 즉 시나리오가 별로입니다. 박통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나 고위공직자들간에 이루어지는 대사들이 너무나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저같은 서민들은 그렇게 높으신 양반들이 사석에서 어떤식으로 대화를 나누는지 알 길이 없죠. 그래서 이런 영화를 통해 엿보는 재미가 있을겁니다. 감독이 자료조사를 많이 했다고 하는데, 대사들을 보면 도대체 무슨 조사를 했는지 의심스럽더군요. 인물들간 대화들이 전체적으로 별 알맹이가 없어요. 제가 각하 곁을 지키겠습니다... 임자가 알아서해... 같은 이런 뜬구름잡는 피상적인 대사가 대체 몇번이나 나오는건지... 그만큼 할 말이 없다는거죠.

 

3. 씬과 씬들의 연결이 전후맥락과 연결고리가 없습니다. 감독의 역량이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인데,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지고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지 못합니다. 이 영화는 김재규가 왜 박통을 쏘았나 하는 이유에 대해서 파고들었다는 점은 잘 알겠습니다. 근데 이유만 파고있어요. 김형욱 암살도 슬쩍 끼워넣어봤지만, 결국 다른 이야깃거리가 없는거죠. 그래서 차지철의 도발과 박통의 면박 에피소드들만 계속해서 나열하고 있습니다. 시종일관 같은 얘기 반복... 이래서 김재규가 폭발한거다... 이걸 말하고 싶은거죠. 이런 역사적 사건에서 정말 이것밖에 할 얘기가 없었던건가요?

 

4. 배우들에게 묻어가는 영화. 시나리오 자체가 그럴싸한 스토리텔링을 가진 구조가 아니다보니, 필연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력에 의존하는 영화가 되는거죠. 대사들이 알맹이가 없다보니 배우들은 쓸데없이 표정연기로 무게만 줄창 잡아댑니다. 결국 차지철에 밀리고 왕따가 되서 열받아 죽이는 모양새로 만들어놓고, 죽이기 전에 하는 말이라곤 '우리가 왜 혁명을 했습니까?' 라는 뜬금없는 대사입니다. 앞뒤가 안맞죠. 그 말인즉슨, 개판오분전이었던 나라를 바로 일으켜세우고자 516쿠데타를 일으켰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뜻인것 같은데, 그 말이 울림을 가지려면 그전에 서사를 차근차근 쌓아갔어야죠.

 

5. 알고보니 초중반 김형욱은 그냥 암살액션씬 넣기위해 소모적으로 쓰인 캐릭터고, 데보라심은 그냥 통으로 들어내도 무방한 불필요한 캐릭터... 주요 등장인물들이 별로 인상적이지 못하더군요. 저는 중반 암살씬에서 차지철이 죽이려고 하는데, 김재규가 막으려고 하는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보니 충성경쟁으로 먼저 죽이려고 했던것... 참나... 어차피 놔둬도 죽을 사람 몇시간 먼저 죽인다고 설마 박통에게 칭찬받을거라 믿었던건지... 감독의 상상력이 딱 그정도 수준이었던거죠. 그럼 차지철이 그에 대해 김재규에 대해 뭐라도 액션을 취하는 부분이 나와야 정상이지 않나요? 뒤에 아무 설명없음... 그래놓고 박통은 친구 죽인놈이라고 몇번씩이나 같은 말 반복하고... 김재규가 비맞아가며 옷장에서 직접 도청하는 장면에선 정말 할말을 잃었습니다. 대중정부장이...ㅎㅎ 차라리 나중에 거사치를때 같이 도와주는 부하들의 심리묘사에나 신경쓰지... 부하들이 뭘믿고 김재규에게 목숨걸고 명령에 따랐는지, 전 궁금하거든요.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은 왜?가 빠진 영화죠. 근데 이 영화는 왜?만 말하는 영화였습니다. 왜?만 있고 나머지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 왜?에 최태민과 박근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다른 이유들도 많이 있을것인데, 감독은 이것을 왕따학생의 치기어린 복수극으로 단순하게 만들어놨습니다. 김재규가 어떤 성품과 능력이 있었으며, 부하들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는지 등 다룰 부분이 너무나 많은데, 이 영화는 왕따 에피소드 나열만 하다 기술 들어간 롱테이크 한번 보여주는 걸로 끝냅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다음 영화도 전혀 기대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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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3
2020-02-22 01:24:52 (211.*.*.60)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김형욱과 데보라심 부분은 영화가 늘어지게 되어서 

많이 들어냈다고 들었는데 삭제 장면도 궁금하더라구요 

5
2020-02-22 01:34:24

저도 심히 공감합니다 차라리 유투브에 있는 제5공화국 1부를 보는게 나을 정도록 연출력이 형편 없더군요

3
Updated at 2020-02-22 01:46:33

혁명을 왜 했냐는 의도적인 뜬금없는 대사입니다.
박부장과 김부장의 대화에서도 혁명을 서로 따라서 했다고 하면서 막상 누가 이야기를 꺼냈는지 기억못하는 장면에서 혁명의 의미를 흐립니다. 즉 혁명이 큰 의미가 있는것 처럼 말하지만 속 빈 강정처럼 쓰이는 단어입니다. 이는 김재규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에 의문을 재기하는 장치로 쓰입니다.

1
Updated at 2020-02-22 01:45:08

재미 없게 본 영화를 길게도 설명하셨네요.. 의도는 재밌게 본 사람들에게 전하는 바가 있는 글인가요??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봤습니다 글쓴이와 비슷하게 느끼는 부분도 많구여..

WR
7
Updated at 2020-02-22 11:19:51

영화에 대해 악평을 하려면 그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좋게 본 분들에 대해 도발하려는 의도같은건 전혀 없구요... ^^;

2
2020-02-22 14:45:08

이전부터 느꼈던건데요..이상하게 남산의 부장들 영화에 대해 비판(?)적인 후기를 남기면 어김없이 비난(?)적인 느낌의 답글들이 달리더라구요..그래서 뭔가 영화적 이야기를 하기가 꺼려지는..느낌이랄까요..어차피 영화는 개취인데..그러면 안되는데 그럴때마다 정치색이 느껴지는..느낌이였어요.제가 괜한 오바해서 생각한 부분일수도 있지만요^^

2020-02-22 22:25:24

주제가 조금 예민 하니 그럴지도 모르죠..

2020-02-22 22:32:30

일면 동의 하는 바입니다만.. 영화의 평론 이라는게.. 지극히 주관적인 부분이 많을텐데.. 안본 사람 또는 저같이 영화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일종의 색안경을 쓰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서... 영화 자체를 순수하게 감상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조금 꽈서 글을 읽었네요...

4
2020-02-22 01:46:16

저 역시 대단한 영화 같지 않은데 호평이 많을 걸 보고 의아했습니다. 굳이 지금 왜 이 얘기를 하는 것인가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감독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가 보이지 않았거든요.
차라리 역사의 중요한 순간은 이렇게도 나약한 이유와 원인으로 우연히 작용하기도 한다라면 그러려니 할텐데 이도저도 아닌 캐릭터와 상황만 남아버렸습니다.
“임자가 알아서해” 란 대사가 자주 반복되는데 이를 통해 김재규의 선택이 대의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 권력자의 눈에서 벗어난 패배자의 마지못한 선택이라 보여집니다. 그리고 김형욱이라는 인물에 대한 팩트가 왜곡된채 소모됩니다. 우민호라는 사람이 바라본 김재규, 김재규의 어떤 면모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가 그려지지 않습니다. 사실 마약왕에서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한 인간의 양면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서 그게 그 인간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창작자가 그럴듯한 때깔을 그럴듯한 연기로, 이차원적으로 나열하는 능력은 있으나 내가 만드는 창작물에 대해 삼차원적으로 바라보지 못 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이라고 봅니다.

4
2020-02-22 07:01:34

공감합니다.
정말 별로 였습니다.

2020-02-22 07:59:31

뭐 사람마다 다를 수 있죠.
전 매우 괜찮게 봤습니다.

4
2020-02-22 08:16:12

 뭐 그냥 재미도 없었습니다

2020-02-22 08:57:08

전 재미있게 봤지만 콩이엄마님의 지적들엔 동감합니다.

2
2020-02-22 09:48:05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감독의 부족한 연출때문에 무너질뻔 한 것.... 배우들... 특히 이병헌, 이성민이 살렸습니다..

그점 확실히 공감합니다..

2
2020-02-22 10:47:59

무난하게 감상했습니다만 글의 모든 부분에 공감하는 바입니다. 내용의 알맹이도 없고 이 영화가 왜 나온거지? 라는 의문만 계속 남더라구요. 내부자들, 마약왕의 이상하리만치 과잉되고 격앙되었던 톤보다는 본작에서 보여준 드라이함이 훨씬 나았고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만, 감독 본인의 역량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보네요.

4
2020-02-22 10:51:04

“그때 그사람들”이 재조명되는 영화..그 이상 이하도 아닌 어정쩡한 영화..하긴 영화 자체는 어차피 별 기대는 없었는데..배우들 연기 특히 이병헌배우님 연기의 대해서 “최고의 연기다”라는 평이 많아 정말 기대를 안고서 감상했었는데..전체적으로 심심했던 작품이었네요.필요 이상으로 고평가 받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어차피 개취이니 존중해야되는 부분이구요.

WR
3
Updated at 2020-02-22 14:11:09

저도 채홍사 역할이나 하는 자신의 처지에 염증을 느끼던 한석규와 상관에 대한 충성심으로 무장한 김응수 등 김재규를 모시던 심복들의 시선으로 접근했던 '그때 그사람들'이 훨씬 더 설득력있는 묘사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2
2020-02-22 14:40:05

'그때 그사람들'은 정말 걸작이죠.

2020-02-22 11:22:16

굳이 이렇게까지 표현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아~~  저는 아직 안봤습니다만..

4
Updated at 2020-05-06 00:20:44
2020-02-22 22:26:23 (218.*.*.46)

감독의 ‘내부자들’이 소 뒷걸음 치다 우연히 얻어걸린 영화인 듯...

2020-02-23 07:15:32

이렇게 조목조목 단점을 지적하고 싶은
영화가 있어요. 보고 나면..
저도 콩이엄마님의 감상에 동의합니다. ^^

 
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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