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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게]  [밀리잡담] 1917. 알고 보면 더 몰입하게 해주는 1차 세계 대전의 짤막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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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2-23 01:58:17

 이걸 프차에 적어야 하나 영게에 적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영화에 대한 평도 짤막하게 적어야 하기 때문에 영게에 적습니다.

 

영화 1917 영상미가 참으로 아름다운 작품 

 

개인적으로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에 대한 지식이 빠삭하지는 않은 관계로 롱테이크 같은 기술적인 이야기 보다는 영화에 나오는 장면 위주의 1차 세계 대전의 참호전에 관해서 적어보겠습니다. 

 

사실 2차 세계 대전에 관해서는 한국과도 관계가 있고 여러 영화에서 제법 자주나오는 소재이지만 1차 세계대전은 그렇지 못합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배경 같은 역사적 지식이 아니라 1차 세계대전의 전장에 관해서 물어본다면 그래도 좀 안다하는 사람은 참호전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죠.

 

사실 1차 세계대전에서 처음부터 참호를 파고 야만 그 자체라고 불러야 하는 지독한 소모전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양측은 격럴하게 움직이고 치열하게 싸웠죠. 흔히 1914년 9월에 시작되었다고 보는 참호전이라는 형태 이전에도 진지 구축은 있었지만 영화에 나오는 거대하고 여러 물품들로 보강한 참호의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적당히 머무를만한 최소한의 간이호 형태였죠. 그런데 왜 참호를 파고 몇년간 끔찍한 소모전을 하게 되었을까요? 

 

철조망과 신무기 이 둘의 정면으로 뛰어가는 행위는 형태만 다른 자살이라고 할 수 밖에...

 

처음 참호전이 시작되었을 때 먼저 참호를 파기로 결정한 독일군은 평야지대에서 요충지라고 할 수 있는 낮은 언덕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었고 이는 영국군을 진흙구덩이에 처박아버릴 수 있는 결정이었습니다. 초창기 참호를 파던 지역의 대다수는 해수면보다 딱히 높은 평야가 아니었을 뿐더러 다른 지역에서도 강, 운하, 수로시설과 날씨적 요인으로 인해서 상호간의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끔찍한 진흙구덩이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위의 두 요소와 끔찍한 자연환경이 만났을 때 전장은 인세에 강림한 지옥이 된다. 

 

1917 영화 초반부에 참호에서 겪어야만 하는 끔찍한 상황의 대다수를 함축해서 관객들에게 보여줍니다. 실제 전쟁기간 내내 좁은 진흙구덩이에서 휴식을 취하고 음식조차 '3일 이내에 구운 빵' 이라면 신선한 것으로 간주되었고 하늘을 가리는 끔찍한 파리 때와 시체를 갉아먹고 비대해진 쥐. 위의 사진에서 나오듯이 생활하는 참호와 포탄 구멍조차 병사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개미지옥이었습니다.

 

블레이크는 밥은 잘 줄줄 알았다고 하지만 스코필드에게 빵을 어떻게 구했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나오죠. 3일 이내에 구운 빵' 이 신선한 것으로 간주되는 배식환경과 ㄹ 자로 트레버스와 파이어베이가 구축된 참호, 그에 따른 대피호와 지휘소, 통상적으로 4일간 참호에 투입되고 4일간 후방 막사생활을 하기에 이 둘을 보고 교대해주러 왔냐고 물어보는 '레슬리 중위', 포탄 구멍에서 운영되었던 청음초와 양측진영사이에 방치된 시신들과 파리떼와 쥐떼들. 

 

사실 안나왔지만 이도 끔찍한 문제중 하나였죠. 이 영화는 짧은 시간 동인 디테일을 살려서 관객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정상적이라면 스코필드가 철조망에 찔리고 그 손을 시체에 박는 순간 손모가지 날아가는 행위입니다. 잘모르면 그냥 전쟁의 끔찍함을 보여주는 갑다 하고 넘어가겠지만 말이죠. 

 

참호족과 같은 질병들도 병사들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영국군이 점령한 아라스의 미궁(Arras labyrinth) 병사들 입장에서는 5성호텔이 부럽지 않은 잠자리.

 

그리고 영화가 더 진행되면서 블레이크는 독일군의 대피호 안에서 침대가 있는 것을 보면서 이런것도 있다고 삐걱거리며 놀라워하죠.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왜냐하면...

 

불편해 보이지만 그래도 양호한 잠자리 1

 

불편해 보이지만 그래도 양호한 잠자리 2

 

참호생활은 로테이션이 돌아갔습니다. 위에서도 적었지만 4일간 참호에 투입되고 4일간 막사에 지내는 그러한 생활이죠. 물론 이 로테이션은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만 다르게 말하면 20~30Kg 에 달하는 군장을 지고 비가오나 눈이오나 참호에 물이차고 각종 오물이 넘쳐흘러도 최소 4일간 참호를 못 떠난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참호생활을 하면서도 소소한 즐거움을 찾기 마련이고 그 중 하나가 우편물입니다. 영화 초반에 블레이크와 스코필드가 하는 이야기중에 우편물에 관한 이야기도 있죠.

 

삭막한 참호 생활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던 우편물들

 

주로 사용되었던 포스트 카드 

 

이 영화의 다음해인 1918년 무렵에는 매주 1000만 통이 넘는 편지와 소포들이 전선에 보내졌고 대다수의 편지는 2~3일이내 대다수의 소포들도 일주일이면 전선으로 보내졌습니다. 이렇게 보내진 편지와 소포들은 주변병사들과 나누어 읽어졌고 보내진 소포들도 놀라울 정도로 공평하게 서로에게 분배되었죠. 

 

존 엘리스가 지은 책인 참호에서 보낸 1460일에 있는 편지를 적어보자면

 

'우리가 갖고 있는 그 모든 저주 받은 물건들은 우리가 등에 짊어지고 운반해야만 한다오. 일부 동료는 소포로 받은 설탕이 있고, 다른 동료는 양말이 여섯 켤레지! 슬기로운 병사들은 그런 물건을 동료들에게 줘버린다오. 내가 직접 작당을 하지 않더라도 소포가 도착하면 다른 전우가 틀림없이 나를 불러줄 것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음식을 먹을 수 있소. 알겠소?'

 

'당신의 친절하고 애정 넘치는 편지에 먼저 고맙다고 말해야 할 게요. 여러모로 유용한 두 개의 예쁜 소포에도 감사하오. 케이크는 거의 망가지지 않았소. 나와 동료들은 참호에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오. 사랑하는 아내여, 우리는 6일 낮과 밤을 포화 속에서 버텼소.

 

 하지만 독일군이 가까이 진격하지는 않을 게요. 그들도 우리의 라이플 화력을 두려워하고 있으니, (중략) 우리는 지금 후방으로 빠져서 휴식을 취하고 있소. 그럭저럭 잘 보내고 있지만 밤마다 포화 속에서 참호를 파야 한다오. 곧 다시 참호에 투입될 거요. 그러고 나면 휴가를 갈 수 있겠지. 당신과 사랑하는 두 아이를 만날 걸 생각하면 꿈만 같소. 이 전쟁이 끝나면 우리도 다시 좋은 시절을 보낼 수 있겠지. 정말 지긋지긋하오.

 

 하지만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한다오. 사랑하는 당신, 검열관이 군사 기밀의 누설을 막기 위해 편지를 점검하니 이만 줄여야겠소. 건강하기를 바라오.'

 

이렇게 사실상 거의 모든 것을 공유하던 참호 생활에서 전우이들이야 말로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이는 영화내내 표현이 되죠. 우리병장님을 쳤다고 화내는 병사와 영화 내내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하는 다른부대 병사들의 모습이 영화 내내 나옵니다. 

 

L'Illustration 에 소개된 참호 생활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병사들에게 있어서 자신들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같이 참호에서 구른 병사들과 반대편에서 똑같이 진창에 빠져있는 적들이었죠. 고립감을 느끼고 동질감을 느껴서 1914 년 크리스마스 휴전이라는 일이 생겼고 몇몇 전선에서는 암묵적인 동의하에 기념일에는 무기를 쏘지 않기도 합니다. 이런 전우애는 다른형태로 참호 생활 내내 여러 형태로 나오게 됩니다.

 

나는 우정을 얻었다.

그러나 행복한 연인들의 옛 노래와는 다른것.

사랑이란 고운 입술과 

그리움이 담긴 비단결의 눈빛을

 

기쁨으로 묶어주는 것이 아니다.

기쁨의 매듭은 풀리기 마련이니.

그러나 튼튼한 말뚝에 감긴 전쟁의 질긴 철조망과

선혈 흐르는 팔의 붕대와 소총 멜빵의 올실로 묶은 우정을.

 

그러나 그들과 더불어 지옥속에서

지옥의 슬픈 암흑을 같이 나눌 수 없다면

그들의 세계는 조명탄의 진동일 뿐

그들의 하늘은 포탄의 진로일 뿐

 

당신은 그들의 환희를 들을 수 없다.

내가 아무리 농을 쳐대고 그들이 만족하고 있다고

절대로 생각지 말라, 이 사람들은

당신의 눈물 값을 한다.

당신은 그들의 즐거움 값을 못한다.

 

-윌프레드 오웬- 나의 시를 위한 변명 

 

불안하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부엌의 탁자가 싫다. 책에도 집중할 수가 없다. 조용한 전원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전선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허공에서 으르렁대는 포탄의 소리, 황량한 계곡에서 울려퍼지는 메아리 소리를 다시 들어야겠다. 중대원들에게로 돌아가야만 한다. 다시 죽음의 땅으로 가야 한다.

 

-헬무트 츠슐테- 1917 사망

 

무엇이 이들을 망설임 없이 돌격하게 하는가?

 

그리고 이러한 형태의 우정이야 말로 죽을 것을 알면서도 돌격하게 하는 마음가짐이 됩니다. 전장이 무섭지만 더 무서운 것은 전투에서 전우들을 실망시키는 것이었다는 것이죠. 영화 후반부에 신호와 함께 주저하지 않고 돌격하게 만드는 애국심보다 더 강력한 마음이었을 겁니다.

 

참호에 대한 이야기는 대략 이쯤하고 영화 이야기를 하자면 이 영화는 잘 만든 영화입니다만 재미있는 영화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아니라고 할겁니다. 물론 영화내내 고증 잘했다는 감탄은 계속 나왔지만 오락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여타의 전쟁영화보다 재미있다는 말은 못하겠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레버넌트가 떠오릅니다. 그래 디카프리오가 저렇게 고생했는데 이번에는 상을 줘야겠다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조금 더 볼거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느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제 점수는 5 점 만점에 4 점 입니다.

님의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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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2-23 01:37:18

전 전쟁영화를 극장에서 처음봐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글 읽는 재미가 있네요. 새벽에 잘 읽었습니다. 

WR
2020-02-23 01:48:57

재미있게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2020-02-23 07:11:57

자주 접하지 못한 1차대전 참호전의
여러가지 이야기들 잘 읽었습니다.
2차대전 관련 영화나 드라마만큼은
아니어도 1차대전 관련하여 더 많은
컨텐츠가 나오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2020-02-23 07:54:34

메리 크리스마스 추천드립니다
믿기지 않는실화라서 더 큰 감동이 오더군요

WR
2020-02-23 10:42:27

사실 저도 영화보는 내내 미술팀이 고생 참 많이했구나를 느꼈습니다. 외나무가지로 보강한 참호벽이나 여러 디테일이 참 훌륭했거든요. 그런데 그런게 다 돈이라 아마 나오기는 힘들지 싶습니다.

2020-02-23 09:59:43

 정성글엔 추천이죠!!^^

크리스마스 휴전에서는 영화 '워호스'도 떠오르고 다른 1차대전 영화들이 소환되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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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3 10:45:48

사실 적어놓고 보니 적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깜빡한 저격수  이야기도 있고 해서 좀 아쉽습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02-23 10:02:05 (211.*.*.49)

추천드리며 스크랩합니다.

이 영화를 보며 소싯적 읽은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없다 가 떠올랐어요.

저에게는 작가 미상과 함께 2020년 상반기 감상 영화 중 최고의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WR
2020-02-23 10:49:54

영화의 디테일과 영상미는 정말 나무랄데 없이 좋은 영화였습니다.

2020-02-23 11:28:39

 믿고 보는 실버불릿님의 밀리이야기입니다

WR
2020-02-23 13:02:11

믿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02-23 16:32:52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이제 1917을 보러가면 되겠네요.

WR
2020-02-23 17:28:22

저는 어제봤는데 극장안에 딱 6명 있었습니다. 조심하시고 잘보고 오세요.

Updated at 2020-03-25 22:39:42

1차 대전 참호전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영화를 보고나서 유익하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WR
2020-03-26 14:44:21

모자란 글이 도움이 되었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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