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창작자의 무리수, "남산의 부장들"
박통-오다 노부나가
김재규(극중이름 김규평)-아케치 미츠히데
전두환(극중이름 전두혁)-도요토미 히데요시
로 치환해도 별로 안어색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갈등구조는 단순하고 도식적입니다.
절대 권력을 지키려 불안한 최고 권력자와 언제든지 쓰고 버려지는 장기말인 측근들
쓰고 버려진 자, 쓰고 버려질 자들, 앞으로 쓰일자
우민호 특유의 냉랭하고 건조한 긴장감 가득한 분위기, 신경쇠약에 걸릴듯 늘 불안한 눈빛의 이병헌식 김재규는 블랙코미디 성향이 강했던 임상수 작품과 차별되므로 역사적 사실이나 원작 자체로만 재현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우민호의 "욕망" 3부작의 한자리를 메우기 위한 목적에서인지 영화적 혹은 극적 각색이 많이 들어간 것이 되려 너무 불편합니다. 특히 창작자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한 무리수 설정이 과다하여 몰입감을 해칩니다.
거슬렸던 설정이 꽤 많은데 무려 중정부장이 손수 궁정동 안가서 박통-차지철(극중 이름 곽상천) 간 독대를 도청하면서 권력에 집착하여 냉혹하게 인성이 파탄난 박정희의 실체를 알아챈 장면, 게다가 실제 김재규는 5.16 가담자가 아니므로 박통 사살에 있어 혁명의 대의 따위 명분으로 내세울 인물이 아님에도 박통에게 총쏘는 순간까지 "혁명"을 입에 달고사는 걸로 묘사하는 것 또한 실제와의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구요.
무엇보다 참모총장도 아닌 고작 보안사령관 주제에 대통령 주재회의마다 중정부장-청와대 비서실장-경호실장과 동석하고 있는 "대머리 새끼"에 이르면 영화 시작 때 "실화에 근거했다"는 표현과 영화 후반부 김재규 육성 재생이 걍 코미디가 되는 겁니다.
차라리 "내부자들"과 같이 "정인숙"까지 등장시켜 박정희와 그 무리들의 엽색행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권력에 취한 소인배들의 "형이하학적" 욕망을 추악하고 역겹게 묘사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차라리 고증 잘했다는 평가라도 나오겠지요.
무려 궁정동 안가까지 가서 김재규-박통 혹은 박통-차지철 등 주군과 부하 단둘이서 시바스 리갈 마시다 "막사"(막걸리+사이다) 만들어 먹는 장면도 여럿 들어가있는데, 그 고요한 분위기 만큼이나 깹니다. 그럴거면 걍 청와대서 둘이 조용히 마시지. 영화에서 감독이 묘사하고픈게 주군에게 믿음을 배신당한 "지사"로서의 김재규라서 박정희에게 가졌던 개인적 충성과 애정을 보여준다는 장치로서의 기능을 의도한 건 알겠습니다. 그래도 감독이 서민적인 대통령 박정희썰의 신봉자는 아닐텐데 궁정동 안가가 박정희와 측근들의 개인 요정이었다는 거 모르는 국민이 있나요? 리얼리티도 떨어지지만 연출과 묘사에 성의없다는 느낌이 물씬...일단 고증은 물건너 간 겁니다.
김-차간 충성경쟁의 전리품이 된 김형욱의 살해 장면 묘사가 이를 소재로한 국내 창작물 중 최초로 2005년 시사저널에 게재된 공작원의 증언 거의 그대로라는 건 그럭저럭 의미가 있겠습니다.
그나마 이희준이 분한 차지철의 해석이 의외로 개중에 나아보이는 건 우민호식 인물 재구성을 덜 당한 탓이랄까? 실존 인물과의 비교시 중 외모 버프가 젤 큰 탓도 있겠지만... 물론 연기력은 다른 배우들에 밀립니다.
사실 모든 분들이 일관되이 평가하시듯 배우들의 연가는 다 좋습니다.
그게 더 아쉬워요. 저런 배우들과 소재를 가지고 겨우 저정도 결과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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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와 다르다고 무리수다라
공감이 전혀 안되네요
다큐 추천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