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자동
ID/PW 찾기 회원가입

[영화리뷰]  <카이에 뒤 시네마> '곡성' 평가

 
7
  3466
Updated at 2020-02-29 12:08:48

 <카이에 뒤 시네마> 평론가 뱅상 말로사 - 모두가 좋아하는 영화는 이상한 영화다

http://www.cine21.com/news/view/?idx=2&mag_id=89406

적어도 지금까지 나홍진의 최고작은 <곡성>

 

"<곡성>은 ‘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탐구다."

"감히 말하건대 악에 대한 모든 것을 탐구하는 영화다."

"미스터리가 계속해서 증가해 결국엔 뭔가 해결되지 않은 미완의 상태 속으로 점점 침잠해 들어간다. 나는 나홍진 감독의 영화에서 그런 식으로 에너지가 소진되어가는 과정을 사랑한다. 어떤 에너지가 분명하게 느껴지고, 그것이 끊임없이 분출되며, 끝내 고갈되어가는 과정. 그러니까 내러티브가 아닌 어떤 상태를 좋아한다고 볼 수 있다."

"인물 개개인이 악의 전달자 혹은 매개가 되어서 악이 순환하는 과정을 보여준 것"

"무당이나 무명인, 일본인, 마을 사람들이 가진 대립마저 모두 뒤섞이고 인물들은 단지 악의 전달자로서만 역할을 하게 된다."

"<곡성>에서 좋아하는 장면은 일본인이 숲속에서 추격을 당하다가 낭떠러지 끝에서 현기증을 느끼는 장면이다. 서사적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악이라는 달아날 수 없는 것으로부터 느끼는 현기증. 악의 이미지로서 수렁 내지 낭떠러지의 이미지가 인상적이었다."

"악은 늘 가까이에 있고 산동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지만 끝내 그걸 찾지 못하고 헤맨다. 핵심은 바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노에 있다. 그런 감성은 <황해>나 <곡성>에서도 다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장르와 예술은 마치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분리되어 있다. 반면 한국영화는 그 두 가지를 융화시키고 있었다."


 

나홍진 감독의 세계는 '악의 탐구'로 정의할 수 있을 겁니다.

'추격자'에선 은폐된 연쇄살인마를 통해 체제의 위선 이면에 방치되있던 악이 사회로 전이돼 괴사되어버린 속살을 질병에 대한 기록처럼 끔찍하고 서늘히 그려냈었고

'황해'에선 그런 사회를 조장시키는 근본적인 권력의 폭력성과 그로 인해 붕괴된 사회성 및 인간성 간 충돌에 따른 인간애 상실을 비감히 다뤘으며

'곡성'에선 이후 내재화된 공포(폭력) 아래 상호간의 불신과 배척으로 갈라진 사회 균열에 무관한 불특정 대상들이 빠져버리는 데서 오는 혼돈과 무의미한 희생들 그리고 이로 인하여 끝내 재생산되고마는 악의 연쇄작용을 기술해냈습니다.

여기서 황정민이 분한 '日光'이란 캐릭터는 곧 사회에 내재된 폭력적 속성(두려움)을 이념과 법치로 가장하고 민족적 국가적 단결로 기만시키면서 권력에 기생하며 부합해가는 일종의 위장된 사회 체제(왜구?)라 할 수 있을 테죠.


이런 선상에서 작중 사건들은 단순히 한 개인의 비극적 참사나 장르적 소재 정도가 아닌 시대와 권력에 내재돼있던 악의 무력한 사회로의 재생산이라는 연쇄현상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감독이 늘 세계의 잔혹한 비정성을 이야기 무대로 삼는 이유는 상업적이거나 악취미적인 취향 탓이 아닌 저 사회악의 연쇄작용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자 의도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서사에서 사실적으로 선명히 재현되는 현실성만큼 악의 초상과 그 현장 또한 지옥도와 같은 처참함과 기괴함을 가감없이 그려냅니다.

그것이 눈쌀이 찌푸려지게 불쾌감이나 역겨운 거부감이 들지않고 섬찟하면서 어쩌면 비감하게도 전달되는 이유는 낭자하는 유혈이 단지 공포와 폭력임을 강조하기 위한 소모적이고 자극적인 묘사의 '소재성'에 그치는 게 아닌 서사의 분명한 개연성으로 '주제성'을 설득해내는 장면이 되는 까닭이죠.


지옥도 같은 악의 자화상인 나홍진의 핏빛 사회는 문명이 출산한 정치 이념 국가 이전 오로지 선과 악의 본질적인 잉태를 남녀의 결합처럼 격렬하고도 본능적인 몸짓으로 좇습니다.

살인과 폭력은 감독이 추구해온 그 작가적 세계관과 작품관의 실증적인 소재라 할 수 있죠.

 

8
Comments
1
2020-02-29 12:28:32

황해보고서 참 별로다 했는데....
곡성보고 소름이 돋았었네요. 정말 엄청난 영화라 생각합니다.

1
2020-02-29 12:51:48

진짜 <곡성>이 칸 영화제 경쟁 부문 갔었으면 상 하나 탔을 것 같은데... 평행 우주 지구-3 같은 곳에서는 <곡성>이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려나? 

4
2020-02-29 13:57:04

네러티브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우리나라 관객과는 달리
영화를 총체적인 예술의 총합체로 보고
그 전체로써의 느낌이나 분위기에 촛점을 맞춘 점이 인상적이네요

3
2020-02-29 14:39:35

그 해 최고의 영화였어요 극장에서 보고 진이 다 빠지더군요

2020-02-29 14:48:49

황해도 후반에는 약간 아리송해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곡성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죠. 그렇다는 건 천하의 게으름뱅이 나홍진 감독의 다음 작품은 혼돈의 카오스가?! ㅎ

2020-02-29 22:14:40

곡성은 걸작이죠.

2020-03-01 00:16:59

공포영화 안좋아 하는데 이상하게 곡성은 뭔가에 끌리듯 극장에서만 세 번을 봤고, 유튜브나 블로그 해설도 엄청 찾아보게 되더군요. 뭐라 형언키 어려운 영화적 서사적 매력이 넘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2020-03-01 10:57:15

 곡성.. 지 린 다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