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인비저블맨] 독특해서 좋네요 & 결말 분석(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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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3-27 00:48:08
다른 저예산 호러 영화들과 다르게 점프 스케어가 많지 않고 투명인간의 특징을 살려 집요하게 공포심을 주입하는 영화입니다. [할로우맨]처럼 기술력을 과시하지 않고 주인공의 심리 표현을 주무기로 삼아 긴장감을 주는데, 주연 엘리자베스 모스의 연기력이 매우 빛나 잘 먹히네요.
중반 이후로 가면서 '왜 더 똑똑하게들 행동하지 않는 거야!'하는 답답함이 조금 있긴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을 상대하는 입장이니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결말 스포 있습니다)
결말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답이 하나더군요. 모든 걸 계획한 사람은 애드리안, 그리고 동생 톰은 공범이었다가 뒤에 가서 죽고난 뒤 이용당한 겁니다.
우선 톰이 단독 범행을 저질렀고 애드리안은 억울한 희생자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이때 단독범 톰의 동기는 당연히 형의 재산이겠죠. 하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요.
1. 형의 아내인 세실리아가 미치게끔 만들고 범죄자나 금치산자로 몰아 재산을 양도하도록 한다? 뭐하러 그렇게 힘든 방법을 쓸까요? 형의 죽음을 위장할 정도면(이것 역시 단독 범행이면 매우 힘듦) 형의 유서를 조작해 동생인 자신에게 넘기도록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죠. 안 그래도 세실리아는 남편에게서 도망쳐 잠적한 상황이고 톰은 변호사이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이 훨씬 쉬울텐데요.
2. 게다가 톰에게는 그렇게 끈질기고 악랄하게 세실리아를 괴롭힐 동기가 없습니다.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게 목적이라면 그렇다 쳐도 임신한 아기를 낳으라고 협박한다? 애드리안과 공범이 아니라면 이런 말을 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그렇다면 왜 애드리안이 주범인지를 짚어보겠습니다.
1. 초중반과 후반부의 투명인간 범행 스타일이 다릅니다. 초반에 애드리안은 아주 치밀하고 끈질기게 세실리아를 괴롭히죠. 무결점 투명인간 마스터라서 주변 모든 사람들이 세실리아가 미쳐간다고 믿게끔 만들고요. 그런데 중반에 세실리아가 동생 에밀리를 찾아갔을 때, 그는 그대로 에밀리의 목을 그어버립니다. 그리고 빠르게 칼을 세실리아 손에 쥐어주고 빠지죠. 아주 철저하게 계산적인 놈입니다.
그런데 동생은?(정신병원 결투부터 동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실리아에게 깜짝 기습을 받고 난동을 피우다 경비원들이 들이닥치는데, 자신의 모습을 일부분 들킨 상황인데도 한사코 살인을 피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목격자가 본인을 봤는데도 총으로 다리를 쏘고 마는 장면이 뻔히 나오죠. 세실리아 친구 제임스의 집에서 제임스와 맞붙을 때도, 그는 살인을 하지 않고 제압하는 선에서 그쳐요. 한번 거리낌없이 살인을 해놓고 그뒤에 가서는 죽이길 꺼린다? 동일인이라고 한다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죠. +영화속 투명인간 슈트에는 캠코더 기능이 있습니다. 애드리안은 톰이 죽는 걸 보고 바로 납치된 척 준비에 들어간듯.
2. Surprise! 이 대사는 총 네 번 나옵니다. 세실리아가 제임스네 다락방에 숨겨진 애드리안의 폰에서 보고, 동생 에밀리가 죽은 후 세실리아가 병원에 갇혀 몽롱해질 때 뜬금없이 허공에서 들리며, 세실리아와 애드리안이 마지막 만찬을 가질 때 애드리안이 말하고, 마지막으로 죽어가는 애드리안의 눈을 보며 세실리아가 말하는 것까지, 총 네번이죠. 이걸 근거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연이 여러 번 겹쳤다고 하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의도적으로 이런 영화적 장치를 만들어놨으니 당연히 진범이 애드리안이라는 암시라고 생각해요.
요약하면 죽음 위장의 효율성 문제, 아기를 원하는 이유, 범행 스타일의 변화, 서프라이즈 대사 암시 이렇게 압축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네요ㅎㅎ
님의 서명
혐오는 광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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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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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에서 세실리아의 마지막 표정 때문에라도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그냥 작중에서 보여진대로 애드리안 주범 + 톰은 공범으로 보는게 가장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