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1
프라임차한잔
ID/PW 찾기 회원가입

[영화리뷰]  [인비저블맨] 독특해서 좋네요 & 결말 분석(스포)

 
6
  2581
Updated at 2020-03-27 00:48:08

다른 저예산 호러 영화들과 다르게 점프 스케어가 많지 않고 투명인간의 특징을 살려 집요하게 공포심을 주입하는 영화입니다. [할로우맨]처럼 기술력을 과시하지 않고 주인공의 심리 표현을 주무기로 삼아 긴장감을 주는데, 주연 엘리자베스 모스의 연기력이 매우 빛나 잘 먹히네요.


중반 이후로 가면서 '왜 더 똑똑하게들 행동하지 않는 거야!'하는 답답함이 조금 있긴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을 상대하는 입장이니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결말 스포 있습니다)


결말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답이 하나더군요. 모든 걸 계획한 사람은 애드리안, 그리고 동생 톰은 공범이었다가 뒤에 가서 죽고난 뒤 이용당한 겁니다.

우선 톰이 단독 범행을 저질렀고 애드리안은 억울한 희생자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이때 단독범 톰의 동기는 당연히 형의 재산이겠죠. 하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요.

1. 형의 아내인 세실리아가 미치게끔 만들고 범죄자나 금치산자로 몰아 재산을 양도하도록 한다? 뭐하러 그렇게 힘든 방법을 쓸까요? 형의 죽음을 위장할 정도면(이것 역시 단독 범행이면 매우 힘듦) 형의 유서를 조작해 동생인 자신에게 넘기도록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죠. 안 그래도 세실리아는 남편에게서 도망쳐 잠적한 상황이고 톰은 변호사이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이 훨씬 쉬울텐데요.

2. 게다가 톰에게는 그렇게 끈질기고 악랄하게 세실리아를 괴롭힐 동기가 없습니다.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게 목적이라면 그렇다 쳐도 임신한 아기를 낳으라고 협박한다? 애드리안과 공범이 아니라면 이런 말을 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그렇다면 왜 애드리안이 주범인지를 짚어보겠습니다.

1. 초중반과 후반부의 투명인간 범행 스타일이 다릅니다. 초반에 애드리안은 아주 치밀하고 끈질기게 세실리아를 괴롭히죠. 무결점 투명인간 마스터라서 주변 모든 사람들이 세실리아가 미쳐간다고 믿게끔 만들고요. 그런데 중반에 세실리아가 동생 에밀리를 찾아갔을 때, 그는 그대로 에밀리의 목을 그어버립니다. 그리고 빠르게 칼을 세실리아 손에 쥐어주고 빠지죠. 아주 철저하게 계산적인 놈입니다.

그런데 동생은?(정신병원 결투부터 동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실리아에게 깜짝 기습을 받고 난동을 피우다 경비원들이 들이닥치는데, 자신의 모습을 일부분 들킨 상황인데도 한사코 살인을 피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목격자가 본인을 봤는데도 총으로 다리를 쏘고 마는 장면이 뻔히 나오죠. 세실리아 친구 제임스의 집에서 제임스와 맞붙을 때도, 그는 살인을 하지 않고 제압하는 선에서 그쳐요. 한번 거리낌없이 살인을 해놓고 그뒤에 가서는 죽이길 꺼린다? 동일인이라고 한다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죠. +영화속 투명인간 슈트에는 캠코더 기능이 있습니다. 애드리안은 톰이 죽는 걸 보고 바로 납치된 척 준비에 들어간듯.

2. Surprise! 이 대사는 총 네 번 나옵니다. 세실리아가 제임스네 다락방에 숨겨진 애드리안의 폰에서 보고, 동생 에밀리가 죽은 후 세실리아가 병원에 갇혀 몽롱해질 때 뜬금없이 허공에서 들리며, 세실리아와 애드리안이 마지막 만찬을 가질 때 애드리안이 말하고, 마지막으로 죽어가는 애드리안의 눈을 보며 세실리아가 말하는 것까지, 총 네번이죠. 이걸 근거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연이 여러 번 겹쳤다고 하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의도적으로 이런 영화적 장치를 만들어놨으니 당연히 진범이 애드리안이라는 암시라고 생각해요.

요약하면 죽음 위장의 효율성 문제, 아기를 원하는 이유, 범행 스타일의 변화, 서프라이즈 대사 암시 이렇게 압축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네요ㅎㅎ

님의 서명
혐오는 광기다.
18
Comments
2
2020-03-27 00:09:04

엔딩에서 세실리아의 마지막 표정 때문에라도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그냥 작중에서 보여진대로 애드리안 주범 + 톰은 공범으로 보는게 가장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ㅎㅎ

WR
2020-03-27 00:12:09

해석의 여지를 둬서 재밌긴 합니다. 세실리아가 이참에 평소 죽이고 싶었던 남편을 죽였을 수도 있죠ㅎㄷㄷ;;; 

2
2020-03-27 00:12:23

저는 정신병원 파이트까진 애드리안이고 거기서 부상 입고 슈트도 손상된 애드리안이 동생한테 연락해서 자기 대신 제임스네 집에 가라고 한 줄 알았는데 시카리오 님 말씀도 설득력이 있네요. 제가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좀 황당하긴 한데, 병동에서 보안요원?이랑 싸울 때 스타일이 뭔가 찌질한 톰보단 영악한 애드리안 같던...;;; 사실 영화 본 지 좀 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WR
1
Updated at 2020-03-27 00:22:09

여동생을 그렇게 가볍게 죽여놓고 병원에서는 최대한 안죽이길래 뭔가 이상했습니다.

 

그런데 호불호님 말씀도 일리가 있는 게, 병원에서 반쯤 고장났던 투명화 기능이 제임스네 집에서는 정상적으로 작동했죠. 이런 디테일은 일부러 논쟁하라고 놔둔듯ㅎㅎ;;;

1
2020-03-27 01:59:02

기억이 안 나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애드리안이 정신병원 사람들을 굳이 죽일 필요는 없었던 것 같아요. 식당에서 목을 그어버린 건 단순히 상해를 입히는 정도로는 세실리아를 궁지로 몰아넣기 힘들어서인 것 같고, 정신병원에선 슈트가 손상되고 모습이 드러났을 때 어차피 전부 감시 카메라에 찍혔을 테니 목격자를 다 죽여봤자 소용이 없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보안요원들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면서 화풀이를 한 게 아닌가 싶은... 사실 도중에 충분히 따돌리고 도망갈 수도 있었는데 굳이 요원들 기다렸다가 한 명씩 조지는 거 보면 애드리안일 가능성도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런 원초적인 악랄함은 톰보단 애드리안한테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만약 톰이 맞다면 소시오패스 형 밑에서 조종당하며 억눌러왔던 잠재된 폭력성을 병동 파이트 때 분출한 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WR
2020-03-27 02:03:19

그러고 보니 정신병원에서 격투 벌일때 분명히 감시카메라도 있던 게 기억나네요! 왜 굳이 안 죽인 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애드리안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아요. 투명 슈트가 제임스네 집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도 그렇고요ㅎㅎ

1
2020-03-27 02:11:10

저도 그 부분은 여전히 의아합니다. 부상을 입히는 것보단 죽이는 게 훨씬 깔끔하고 편할 텐데... 댓글 적다가 생각난 건데, 어쩌면 애드리안은 죽이는 것보단 서서히 고통을 주는 걸 더 좋아하는 타입일지도 모르겠어요. 사디스트 기질이라든지..;;

WR
1
2020-03-27 02:16:26

하긴 아내 통제하려 드는 소시오패스 천재니 그럴 수도...

1
2020-03-27 00:25:22

솔직히 기대하고 봤는데 실망이 컸던 영화였습니다. 할로우맨 처럼 좀 더 스릴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었지요
영화 전개등등 너무 단순해서...

WR
1
2020-03-27 00:32:41

전 뭔가 놀래키는 씬이 거의 없고 은근하게 사람 피말려가는 부분이 독특하고 신선해서 좋았습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같은 호러물을 좋아해서ㅎㅎㅎ;;; 물론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요.

 

[할로우맨]은 폴 버호벤 특유의 애로영화 같은 느낌이 강해서 [인비저블맨]과는 전혀 다른 장르 같아요. 물론 이 작품도 꽤 재밌게 봤습니다ㅎㅎ

2
Updated at 2020-03-27 01:15:31
- 본 게시물은 읽기 전 주의를 요하는 게시물로서 내용이 가려져 있습니다.
- 아래 주의문구를 확인하신 후 버튼을 클릭하시면 게시물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본 경구문구는 재열람 편의를 위해 첫 조회시에만 표시됩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WR
3
2020-03-27 01:29:38

사실 언급하신 부분은 영화적 허용으로 넘겨야 속 편하죠ㅎㅎ

 

제 생각엔 애드리안이 세실리아에게 칼 쥐어줄 때 반대손으로는 세실리아 손을 확 움켜쥐게끔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뒤 세실리아는 동생이 피 흘리는 거 보고 너무 놀라 칼 그대로 쥐고 있던 것 같고요.

 

애드리안 죽이는 장면에서는 처음부터 애드리안이 칼 들고 있었습니다. 그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뒤에서 힘쓰면 당할 수도 있겠죠. 아마 여동생 죽인 방식 그대로 되갚아줄 생각에 감시카메라 앞에서 그리한듯?

1
Updated at 2020-03-27 02:12:17
- 본 게시물은 읽기 전 주의를 요하는 게시물로서 내용이 가려져 있습니다.
- 아래 주의문구를 확인하신 후 버튼을 클릭하시면 게시물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본 경구문구는 재열람 편의를 위해 첫 조회시에만 표시됩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WR
2020-03-27 02:14:19

슈트의 파기에 대해선 생각을 안 해봤는데 그 장면이 있었다면 훨씬 깔끔했겠네요ㅎㅎ 아마도 여러 해석의 여지를 남기느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갑분다크나이트짤 폭탄이라뇨ㅋㅋㅋ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걸로 설득하면 반칙입니다

2020-03-27 06:41:45

이걸 극장에서 단 두명이서 관람했습니다 ㅋㅋㅋㅋ 신선했지만 빤한 전개에 좀 실망했어요.

WR
2020-03-27 08:39:24

아이디어만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영화긴 하죠ㅎㅎ

2020-03-27 18:49:56

슈트를 파기하지 않는 것은 전형적인 영화적 결말 아니겠습니까?

만약 파기한다고 하면.... 영화는 소금기 빠진 음식물처럼 밋밋했을 것 같아요.....

 

너무나 단순하지만, 그리고 다소 상업적이지만, 많은 감독들이 사용한 결말이지만

그래도 사용하는 것은 사용 안하느니만 못하단 생각이 드네요....

 

WR
2020-03-27 18:56:07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를 두려고 그런 것 같아요ㅎㅎ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