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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초미의 관심사(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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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5-31 19: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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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출신 남연우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 [초미의 관심사]는 모처럼만에 개봉관에서 공개된 상업영화스러워 보이는 한국영화 신작이다. 비교적 제 때 개봉관에서 선보이게 돼 작품에 대한 불만과 별개로 개봉 소식 자체는 반갑고 흥행을 기원한다.

 

10년간의 연예 활동에서 연기 경력이 전무한 가수 치타가 본명으로 연기에 도전한 첫 작품이고 조민수와 공동 주연이라 예산이 적게 들어간 상업영화 계열의 저예산 기획이겠거니 싶었는데 찾아보니 순제작비도 아닌 총제작비가 10억이 채 안 든 독립, 예술영화 계열의 작품이었다. 코로나로 개봉을 미룰 여유가 없을만하다. 그나마 코로나 때문에 황량해진 극장가 상황 덕에 이 정도 배급망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분장]으로 독립영화 기대주로 주목 받은 남연우의 연출 신작인만큼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부문에서 먼저 공개됐다.

 

영어 제목은 [Jazzy Misfits]이다. 마릴린 먼로와 클라크 게이블의 유작인 [기인들](혹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야생마])의 원제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다. 극중 김은영이 분한 순덕이 재즈 뮤지션이고 그 철없는 엄마도 젊은 시절 이태원에서 재즈 뮤지션을 꿈꾸던 여자인데이 둘이 고단한 현실로 사회와 충돌할 때가 많아서 재즈 부적응자란 영어 제목을 지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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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모녀 서사로 기본 골격을 맞췄다. 흔히 볼 수 있는 모녀 이야기다. 애증 관계였던 모녀가 일련의 사건을 함께 겪으면서 교감하고 화해하며 결핍을 채우는 따뜻한 정서의 홈드라마 구성이다. [초미의 관심사]에서 조민수가 연기한 엄마 역은 왕년에 이태원 지역을 주름잡았던 날라리였다. 음악에 재능이 있었고 재즈 뮤지션을 꿈꿨으나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자녀를 낳고 인생이 꼬인다.

 

엄마는 아이 둘을 낳고도 철은 들지 않았고 개버릇 남 주지도 못한다. 모성애를 행동으로 실천하지도 못하는 무책임한 여자다. 쪽방에서 살면서 아무 남자나 끌어들였고 엄마의 방탕한 삶에 질려버린 순덕은 중1 때 독립을 한다. 나중에 순덕은 아비가 다른 여동생도 데리고 나와 3년간 뒷바라지를 해줬다. 자식 둘이 미성년자 때 집을 나갔지만 이 엄마는 자기 몸 하나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해 물질적으로건 정신적으로건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엄마의 권리만을 내세우는 한심한 여자다.

 

어느 날 고등학생 딸이 가게 월세로 낼 300만원과 언니인 순덕의 돈까지 들고 종적을 감추자 딸과 딸보다 더 중요해 보이는 돈을 찾기 위해 관계가 서먹했던 장녀 순덕과 엄마는 어쩔 수 없이 하룻동안 이태원 곳곳을 뒤진다. 내키지 않았던 하루의 여정에서 모녀의 사이가 왜 그렇게 망가졌는지가 하나 둘씩 밝혀지고 둘째 딸을 찾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둘째 딸의 비밀도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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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사이가 틀어진 모녀의 관계 회복은 모녀 드라마의 고전적인 설정이다.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이런 드라마가 집중력을 발휘하려면 캐릭터로 승부를 봐야한다. 코미디의 속도로 개성과 경쾌함을 얹은 [초미의 관심사]도 특징이 두드러진 엄마와 딸의 외양적 모습과 상반된 성격을 극대화시켜 생동감있는 모녀 드라마를 의도했다. 캐릭터가 섞이고 충돌하는 지점에서 대부분의 드라마가 형성된다. 모녀 기준에선 거금인 300만원 이상을 들고 튄 둘째 딸을 찾기 위해 이태원 곳곳을 뒤지고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모녀의 개성은 극 흐름의 기폭제가 된다.

 

관건은 캐릭터인데 무엇보다도 [초미의 관심사]의 문제는 캐릭터 조율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끔찍한 캐릭터가 일으키는 불협화음으로 인내력의 한계를 시험 당한 악몽의 92분이었다. 보기에 따라 과묵하고 시크하다는 순덕, 모든 상황에서 행동이 앞서는 엄마의 무개념 폭주가 매력적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너무 지나치다. 너무 막나가서 캐릭터로 움직이는 드라마 구성의 균형을 잃었다. 특히 조민수가 연기한 엄마는 끝까지 비호감이어서 도무지 공감할 수 없다. 이기적이고 무례한 행동 때문에 보는 내내 짜증만 났다.

 

남연우는 조민수가 비호감으로 전락할 수 있는 엄마의 캐릭터를 탁월한 배역 해석과 관록의 연기력으로 없애줬다며 찬사를 보냈는데 결과를 보면 젊은 감독이 경력 많은 선생님급 중견 배우의 조언과 의견 제시에 그냥 눌려버려서 연기 통제를 전혀 못한 실패한 디렉션으로 보인다. 이 작품 속 엄마는 화가 너무 많고 무례하며 무개념이다. 이년 저년 욕을 입에 달고 사는데다 자기가 나이가 많고 이태원 지역을 잘 안다고 처음 보는 사람한테 반말에 욕설을 기본으로 깔고 간다. 정말 보고 있기가 거북한 모습이었고 연기였다.

 

이 작품의 엄마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예의가 결여된 글러먹은 여자이다. 타투샵의 미혼모에 동병상련을 느껴 몇만원 적선하고 게스트하우스 위치를 찾는 외국인에게 복잡한 이태원 지리를 설명해주기 위해 오지랖을 부리는 등의 인정 어린 모습 몇개만으로 인간성을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다. 장면마다 소리를 질러대고 반말과 욕지거리를 하며 상대방에게 발부터 나가는 무례함에 너무 짜증났고 조민수 특유의 답답한 발성도 답답해서 듣고 보기가 고역스럽다. 참아줄 수 없는 아주 끔찍한 캐릭터인데다 배우의 의견을 지나치게 존중했는지 연기가 배역을 짓눌러 조민수 연기력이 거칠게 붙어 버렸다. 조민수는 영화 전작인 [마녀]에 이어 [초미의 관심사]에서도 연기가 겉돈다.

 

본명으로 이름을 올린 김은영의 연기는 후반의 감정 표현은 괜찮았지만 후반으로 가기까지 어설픈 연기를 견뎌야 한다. 그저 서툴 뿐이다. 영화는 이걸 시크한 모습으로 이겨내고 싶은 모양인데 배역의 감정 흐름 자체를 잡아내지 못해서 답답하다. 표정 연기도 안 되고 대사 처리는 놀라울 정도로 미숙하다. 대사도 별로 없지만 정말 입만 열면 몰입이 확 깨진다. 촬영을 거듭하면서 연기가 발전돼 후반부의 감정 표현이 가능해진 것 같은데 중반 이후까지도 김은영은 래퍼 치타가 보여주는 3분짜리 무대 호흡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제작사인 레진 스튜디오는 음악 영화를 기획하고 엄마 역에 조민수를 가장 먼저 섭외했고 이후 사운드트랙 작업으로 교접했던 치타와 얘기가 잘 통하면서 음악은 물론이고 배우로도 치타가 참여하게 된것인데 18년 전 사투리 교정을 위해 석달간 연기 학원을 다닌게 연기 경험의 전부였던 김은영은 주연으로 서기엔 연기가 너무 약하다. 영화에서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을 부를 때만 매력적이다. 그나마 치타 기용으로 음악은 건졌다.

 

출연진이 결정되고 난 뒤 작업에 합류한 남연우는 이태원 풍경을 잘 담아낸 [분장]에 힘입어 [초미의 관심사]의 연출로 섭외된건데 남연우의 거주지가 이태원이고 이태원에 대한 애정이 깊은만큼 지역 영화로는 홍상수 지역 영화들처럼 이태원의 후미진 공간까지도 정겹게 그려냈다. 개성 강한 이태원 클럽 풍경과 전혀 다른 온도차를 보여주는 낮과 밤의 대조된 모습들을 인상적으로 잡아냈다.

 

[초미의 관심사]는 남연우를 연출로 섭외한 것은 성공했지만 연기를 너무 못하는 치타를 주연으로 기용한 것은 실수였고 조민수에 대한 예우가 지나쳐 모녀 캐릭터극의 개성 강한 질감도 얻어내지 못했다. 극 전반에 배치한 사회 소수자에 대한 연민도 너무 튀는 조민수의 모습 때문에 희멀건하게 묻을 뿐이다. 돈 3백만원의 여유도 없어서 그 난리를 치는 와중에도 9만원 가까이 나온 택시 요금을 지불하면서 택시 기사한테 1만원 넘는 팁을 주는 엄마의 한심한 모습을 반으로 죽였다면 보다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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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5-31 20:12:26

본명으로 이름을 올린 김은영의 연기는 후반의 감정 표현은 괜찮았지만 후반으로 가기까지 어설픈 연기를 견뎌야 한다. 그저 서툴 뿐이다. 영화는 이걸 시크한 모습으로 이겨내고 싶은 모양인데 배역의 감정 흐름 자체를 잡아내지 못해서 답답하다. 표정 연기도 안 되고 대사 처리는 놀라울 정도로 미숙하다. 




예상 그대로... ㅜㅜ 예고편부터 느낌이 싸~했습니다.

2020-05-31 20:33:18

전 뭔가 가족 소동극을 좋아해서 그런지 어딘가 덜그럭 거리는 면이 있었지만 재미있었고

요즘은 유나의 거리 극본 쓴 김운경표 드라마가 적어서 그런지 나름 괜찮게 봤습니다.

Updated at 2020-05-31 21:01:00

보는 내내 <멋진 하루>가 얼마나 좋은 작품이었는지만 생각났습니다.

치타 관련해서는 괜찮았다는 글이 많던데...... 영화에서 연기를 보여줬는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자기 본캐 직업인 가수였다라는것을 보여주려는듯 노래를 3곡이나 부른거를 제외하면 인상만 쓰다가 들어가서....

Updated at 2020-05-31 21:15:25

과한 설정의 연속이고 어설픈 연기들도 많이 보였지만 그냥 소소하게 재밌는 진부한 영화로 신작이 정말 요즘 극장가에서 그나마 나름 괜찮게 감상했네요. 좋았던 점은 묘하게 이태원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 몇몇 존재했었고 치타의 노래가 매력적이라서 집에 오자마자 검색해서 들었다는 점 정도?

2020-05-31 23:43:16

포스터만으로는 눈을 사로잡는 맛이 있어서 일단은 보러가게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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