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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지구를 지켜라 , 지구의 가치는 무엇인가? (스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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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7-07 21:26:24


 

어릴 때 사건 하나가 떠오릅니다. 만화영화는 항상 지구인이 외계인과 싸우는 스토리였죠. 어느날 제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왜 외계인과 싸우지?" 찰나의 침묵 후에 모두가 터졌습니다. "그러게 왜 싸울까?"

어릴 때 만화영화의 단순한 플롯은 요즘 영화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화성침공, 인디펜던스 데이... 수많은 작품에서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는 지구인의 대응이 기본 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외계인이 외계인이 지구를 맘대로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지구가 파괴되는 그 순간 지구를 파괴하면 안된다고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지구의 가치는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서사가 '지구를 지켜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지구를 지켜라를 끝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예상과는 다르게 고문과 피가 뿌려지는 과격한 씬을 버티기 어려웠습니다.  이 작품을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을 먹고 각잡고 끝까지 봤는데요. 다 보고난 다음 진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 작품은 난해한 작품이 아닙니다. 오히려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목부터 엄청난 스포일러죠.   


이 영화를 잘 이해할 수 있는 키는 강만식(백윤식)에게 있습니다. 그에게는 두가지 역할이 녹아있습니다. 하나는 약자에 군림하고 그들을 착취하는 유제화학 사장 강만식입니다. 병구(신하균) 어머니를 식물인간으로 만들었고 병구가 사랑하던 애인이 용역업체의 폭력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강만식사장은 병구에게  "넌 나를 절대 못 이겨"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죠.  

“너는 절대 나를 못 이겨.. 세상 탓만 하고 환경 탓만 하고 피해의식에만 젖어서... 그래서 니들은 발전이 없는 거야!”  그가 납치되어 강제로 앉은 고문용 의자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피라미드 정점에 앉아 노예를 부리는 이집트제국 파라오의 왕좌입니다. 머리를 깍고 우스꽝스러운 드레스를 입은 모양새가 파라오와 유사하지 않습니까? 

 

또 다른 역할은 외계인입니다. 외계인 연락책인줄 알았는데 정체가 드러난 그의 모습의 외계인 왕자였습니다. 이 작품을 단순 반전영화로만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외계인 왕자는 강만식사장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외계인 왕자는 지구를 멸망과 존속을 결정하는 심판자의 모습입니다.왕자가 우주선에 올라가서 큰 모자와 통짜옷을 입은 모습은 판사를 연상시키며 그가 앉은 의자는 지구의 운명을 판결하는 절대자의 왕좌임을 표현합니다. 

 

병구도 병구 어머니도 외계인이 실험하는 4500여개의 피실험체의 일부였습니다. 병구와 병구 어머니에 대한 실험은 실패로 판정을 내립니다.

"저 푸른 행성을 어떻게 할까요?" 하는 신하의 말에 왕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실험을 중단해. 저 행성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어." 여기서 중요한 점은 4543개의 다른 실험체가 남아있음에도 병구와 그의 어머니 두 명의 실험 결과로도 지구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기에 충분했다는 것이죠.

우주선에서 쏜 광선에 의해 일상을 살던 인류는 갑자기 사라지고 지구도 산산조각이 나서 가루가 됩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우주공간에서 TV가 날라오더니 병구의 어린시절부터 행복하게 자라가는 영상이 흘러갑니다. 엔딩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이 영상은 병구와 어머니에 대한 실험이 성공했다면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정답을 의미합니다.  

 

병구는 입버릇처럼 "지구를 지켜야 한다"고 하고 마지막 죽어가면서도 "이제 지구는 누가 지키지?"라는  말을 남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켜야할 것은 병구와 그 가족들이었다고.   

 

이 영화와 대조되는 작품은 매트릭스입니다.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는 대사는 매트릭스를 오마주한 것 같은데요. 매트릭스는 인간을 바이러스라고 정의하는 AI에게 인간이 멸망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납득시키려고 하고 결국 네오의 메시아적 희생에 의해 설득에 성공합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구를 지켜라는 외계인에게 지구를 멸망키지 말아야 할 이유를 납득시키는데 실패합니다. 

 

장준환감독이 하고싶은 이야기는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구의 가치는 무엇인가? 푸른 별의 아름다움인가? 우주에 희귀한 산소와 물, 골디락스 행성이라는 희귀성인가? 70억이 넘는 인구와 수천억종의 생명체인가?

지구가 지구인 이유는 약자에 대한 자비와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었겠죠.   


 끝으로 지구를 지켜라와 주제의식이 닿아있는 마태복음 구절로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저주를 받은 자들아 나를 떠나 마귀와 그 사자들을 위하여 예비된 영영한 불에 들어가라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지 아니하였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지 아니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지 아니하였고 벗었을 때에 옷 입히지 아니하였고 병들었을 때와 옥에 갇혔을 때에 돌아보지 아니하였느니라"  

"주여 우리가 어느 때에 주의 주리신 것이나 목마르신 것이나 나그네 되신 것이나 벗으신 것이나 병드신 것이나 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공양치 아니하더이까"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니라" 

님의 서명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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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7-08 15:19:29

정말 쇼킹한 영화였죠. 여러 의미로... 

WR
2020-07-08 18:41:20

네. 주제의식까지 쇼킹했어요.

 
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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