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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차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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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 - 노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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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7-12 13:03:37

 

 

 

 

 

 

 영통 8관 -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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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식상한 모습을 초반 5분 동안 보여줍니다.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시끄러운 노래가 화면과 대사들을 뒤덮을 정도로 흘러 나오고, 대체 왜 보여주는지 모르는 오므라이스 요리 장면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으로 보이는 존재가 중2병 걸린 거 마냥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를 읊죠. 

 

- 첫인상만 놓고 보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만 잔뜩 나왔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정신 사나운 노래와, 의미 없는 요리 장면과, 밑도 끝도 없는 등장인물들의 헛소리에 시달릴 생각을 하니 갑갑해 지기 시작하더군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진 이후 거진 반년만에 큰맘먹고 마스크 까지 써가며 영화관 나들이에 온 건데 상영 시작 5분 만에 이런 걸 보게 될줄이야. 실수했구나 싶었습니다.

 

- 특히나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개똥철학을 또 보게 될 까봐 정말 무섭더라구요. 요즘 나오는 작품들 태반이 뇌를 오염시킬 것만 같은 이상한 논리로 무장되어 있는 편인지라 특히나 두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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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도 초반 5분이 지나고 나서 보여주는 모습들은 첫인상 덕분에 생긴 선입견과 악감정(?)을 불식시키기에 충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일본 영화/애니메이션 특유의 감정과잉이 남발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주 맘에 들더라구요. 사실 한국에 신파가 있다면 일본에는 끝간데 모를 감정괴잉이 있는데 이를 최대한 절제 하고 이야기를 전개 시켰다는 점에서 저는 이 작품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 서핑이 좋아 대학까지 바닷가 앞에 있는 곳으로 온 주인공 히나코는 긍정 에너지가 뿜뿜 하고 나오는 인물입니다. 긍정 에너지를 플러스로, 부정 에너지를 마이너스로 놓고 본다면 항시 플러스 오십퍼센트 정도는 가뿐하게 유지하는 부류에 속하죠. 게다가 자전거를 타고가다 훈련하고 있는 소방관이 실수로 소방호수에 물을 자신에게 뿌려대도 화 한번 내지 않는 무지하게 착한 사람입니다. 

 

-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이 이 긍정 에너지 덩어리에게 주는 시련은 어찌보면 개인이 감당하기에 쉽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이 시련을 뽐내거나, 그 속에 있는 주인공 히나코와 주변인물들이 겪는 감정을 현미경을 들이대듯 샅샅이 보여주며 애니메이션 속 인물들과 관객들이 감정과잉에 빠지도록 유도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이 어떠한 행동을 하고 그 이후 대화를 나누는지 보여주는데 집중하죠. 

 

-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주는 체험요소 중 하나인 대리만족 측면에서 봤을때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은 아주 훌륭한 편에 속합니다. 세상살이 하면서 시시때때로 하는 실수가 바로 한 입으로 두 말 하거나 말만 번지르르 하게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데, 적어도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패나 실수를 할지언정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개똥철학이나 던지지는 않거든요.  

 

 

 

- 감정과잉. 개똥철학.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전 저 두가지를 너무 싫어합니다. 이런 건 건담 만들던 토미노옹 같은 사람이나 호소력있게 잘 써먹는 거지, 다른 사람들이 써먹으면 그냥 민폐입니다. 홍상수 따라한다고 홍상수 되는게 아니고, 나가이 고 처럼 넌센스와 아이러니 무개연성으로 일관한다고 해서 그 사람처럼 멋진 작품이 나오는게 아닙니다. 토미노 홍상수 나가이 고 정도 되니깐 본인 맘대로 하는 거죠.

 

 

 

- 아, 참고로 초반부 의미 없어 보이던 노래는 이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소재로 쓰입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의 중2병 걸린듯한 대사도 실은 중2병이 아니라 이유 있는 복선 중 하나로 사용 되죠. 심지어 오므라이스도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요소로 자그만하게 사용 됩니다. 처음에 선입견을 가지고 본 것들이 알고보니 버릴게 없는 작품 내 주요 장치들이었어요.

 

 

 

 

 

 

 

 

 


 

 - 3 -

 

- 코로나 바이러스 시국에 영화관을 가지는 못 했지만, 그와중에도 나름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 예열은 꾸준히 해왔습니다. 장르도 딱히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보기도 했구요. 하지만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만큼 달달한 영화를 최근에 본 적이 없습니다. 

 

- 미나토와 히나코 두 사람이 보여주는 연애 장면은 연애 세포를 깨운다거나 하는 기능 보다는 너무 달달해 정신적으로 당뇨에 걸릴 것만 같은 느낌에 더 가깝다 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 초중반에 몰려 있어 망정이지 중후반까지 이 달달함이 계속 됐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 그래도 두 사람이 꼴불견이 아닌지라 보고 있노라면 커플 다 망해버렸으면 보다는 그래도 둘이서 잘 됐음 좋겠다는 기분이 드는게 사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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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떨어지는 두 주인공의 모습(매우 흔함).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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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를 보고 있는 제 모습(매우 흡족).gif

  

 

 

 

 

 

 

 

 


 

- 4 - 

 

-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에서 등장인물들은 뚜렷하게 성장해 나갑니다. 특히나 주인공 히나코는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고 사는 푼수 대학생에서 나보다 소중한 존재인 미나토를 만나 자신이란 틀을 깹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나한테는 소중하지 않고 사실상 남남이자 다른 사람들에게만 소중한 사람들을 바라보고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가죠. 


- 비단 주인공 뿐만 하니라 미나토의 후배인 와사비와 미나토의 동생인 요코의 성장도 주인공 히나코의 긍정 에너지 만큼이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흐뭇하게 만드는 면모가 있습니다. 다만 두 사람의 이야기가 사족에 가까운지라 꼭 필요했냐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본다면 좀 갸우뚱한게 사실이지만요. 

 

 

 

- 어찌보면 히나코가 겪는 일도 개인에게 있어서 재난이라 볼 수 있고, 영화 내에서도 실제 재난 상황인 부차적 소재로 등장하긴 하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문화 컨텐츠에 녹아든 재난에 대한 묘사와는 그 결이 달라 흥미로웠습니다.

 

- 단순히 재난이 일어나고 이를 정신으로 극복하자는 식의 이야기는 많이 봤어도 주요 등장인물들이 소방대원으로 나오고, 구난(救難)활동과 이를 준비하는 단계가 일본 문화 컨텐츠의 핵심 소재 중 하나로 나오는 건 처음 봤습니다. 사실 이런 걸 보며 AED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올줄도 몰랐어요. 여튼 여타 일본발 문화컨텐츠와는 문학적 언어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 저에게는 아주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 5 -

 

- 소위 개연성이란 측면에서 봤을때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은 잘 만들어진 축에 속합니다. 무엇보다 사람과 주변 환경이 상호작용을 한 이후 일어나는 결과물를 보여주는 디테일이 좋더라구요. 가령 주인공 히나코가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화장실로 급하게 피신해 변기와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문이 다 닫히지 않은 장면을 앞에서 보여주고, 그 뒤에 문이 닫히지 않아 같이 일하던 여직원이 얘가 무슨 문제가 있나 열린 틈새로 바라보고 있는 있는 장면 같은게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작은틀에서 디테일 뿐만 아니라 복선처럼 깔아놓은 장면들이 뒤에 가서야 밝혀지는 식의 전개가 의외로 촘촘하게 배치 되어 있다는 점도 보는 재미를 배가 시켰습니다. 심지어 엔딩 장면에서 마저 앞에 깔아놓은 복선을 깔끔하게 회수하고 마무리 하는 걸 보면 정말이지 이야기꾼들이란 보통 사람들과는 생각하는게 다르구나 싶더라구요. 

 

- 물론 모든 장면에서 완벽을 기하며 개연성에 집착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굳이 개연성이 필요하지 않은 장면에서는 과감하게 생략하고 갑니다. 물론 이것 또한 장면이 보여주는 시각적 즐거움에만 몰입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라는 걸 봤을때 용인해도 충분한 생략이므로 크게 문제가 없는 편 입니다. 

 

 

 

 

 

 

 

 

 

 

 

- 6 - 

 

-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은 싱거운 이야기를 구구절절 하고 있는 작품에 가깝습니다. 

 

- 신카이 마코토 작품들 처럼 섬세하게 파고들지도 않고, 호소다 마모루 작품들 처럼 현실 판타지를 보여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감정보다 행동을, 현실 판타지 보다는 넘어지고 주저 앉았다 다시 일어나는 현실을 보여주고자 하는 측면이 큽니다.

 

- 그리고 감정과잉이 없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영화를 보며 크게 웃거나 울만한 장치들이 제거 되어있는게 사실입니다. 

 

- 하지만 반대로 보고나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잔잔한 여운이 있는 작품이죠. 

 

- 간만에 영화관 가서 두세편 몰아서 보려고 했는데, 이거 보고 만족하고 그냥 돌아왔으니 제 입장에서는 합격이었습니다. 다만 작은 관에서 봤는지라 되게 아쉽더라구요. 예쁜 장면들과 함께 음향효과에도 꽤 신경을 쓴듯한데 이를 제대로 즐길만한 환경은 아녔거든요. 

 

 

 

 

 

 

 

 

 

 

 

 

 

- 그리고 꼭 짚고 넘어가야할 사실 하나. 배급사가 그 악명높은 미디어 캐슬입니다. 혹시라도 보실 거면 지금 가서 보세요. 이놈들 지금까지 해온 짓만 놓고 보면 DVD나 블루레이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는게 좋습니다;

 

 

 

 

 

 

 

 

 

님의 서명
끄앙숨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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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7-12 06:03:26

쥬금님 영화리뷰 정말 오랜만이네요.
급관심이 갑니다. ^^

WR
2020-07-12 13:09:22

반년만에 영화관을 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하더라구요. 짱신기...

Updated at 2020-07-12 21:22:35

밤짧걸의 명랑 코믹이나 루의노래 같은 감동물에 비해서는 작품이 약하더군요. 캐릭터 영상미 분위기는 좋았는데 이야기가 좀 난잡하다는 느낌도 들었고...ㅜㅜ

포카리스웨트 광고마냥 시작된 영화가, 일본 소방청 홍보물 같았다가, 죽창대기 연애물이 됐다가, 치정물로 변하는건가 싶다가, 결국 유감독식 환각형 판타지와 익숙한 성장물로서 마무리되는 ;;

다만 2D애니임에도 시각적으로 멋진 부분들이 있고. 작품 전반의 여름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코로나만 아니었음 개봉시기가 딱인데요. ㅎㅎ

(미캐가 그래도 극장용 애니들은 블루레이 잘 내주지 않았던가요 ^^;)

WR
Updated at 2020-07-12 21:28:04

그나마 등장인물들이 때려주고 싶다기 보다는 그래도 열심히 사는 애들인데 뭐라하긴 거시기 하지에 가까워서 다행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미디어캐슬은 내주는게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암덩어리 같은 애들이라서...게다가 관객수가 폭망이라 안 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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