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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게]  한국 하드보일드 영화의 최고봉 '킬리만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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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8-12 16:27:57

스타일리쉬(맛깔나는 인스턴트) 하드보일드 영화 '다만악'을 보고 아쉬움이 남아 기억을 더듬다가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냉혹한 현실의 비정한 하드보일드 영화로는 2000년 작인 '킬리만자로'야말로 국내외를 통틀어 최고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30대 젊은 시절의 오승욱 감독이 만든 무시무시한 데뷔작이었지만, 끝없는 어두움과 우울함으로 결국 10만도 넘기지 못하는 흥행 참패를 했습니다.

 

처연함 그 자체인 박신양과 노랗게 물든 안성기가 피를 뒤집어쓰며 삶의 바닥끝까지 추락하는 비극을 보고 나면 한동안 그 먹먹함에 몸서리가 쳐집니다.

 

특히..

박신양은 2004년 '범죄의 재구성'에서 창혁과 창호라는 이질적인 성격의 형제를 유머러스하게 연기했다면, 킬리만자로에서는 해철과 해식이라는 의식과 무의식의 구분조차 모호한 쌍둥이를 내면의 혼돈과 분노를 끌어내어 연기합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박신양만의 진중하고 깊이 있는 좋은 연기를 보여왔지만, 이 영화만큼은 대체 가능한 배우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무서운 연기를 보여줍니다.


 

 

오승욱 감독은 15년의 긴 공백을 지나 2015년 '무뢰한'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안타깝게도 겨우 40만 관객에 그치면서 또다시 흥행에 고배를 마십니다.

 

 

전작이 미쳐 날뛰는 수컷들의 피바다를 보여주는 생짜배기 하드보일드 느와르였다면, 이번엔 하드보일드에 멜로라는 정서를 녹여 칸의 여왕 전도연과 달콤 쌉싸름한 김남길로 방향을 살짝 틀어 대중과의 거리를 좁혀보려 합니다만.. 어김없이 마지막엔 비루한 인생들의 잔인한 파탄을 소름돋게 보여줍니다. 

 

전작에서 박신양이 폭발하듯 끓어 오르는 연기를 보였다면 이 작품에서 전도연은 차갑게 식어가는 메마르고 건조한 연기를 보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거친 세상과 악다구니로 맞서던 혜경은 자신을 사랑했던 준길과의 관계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을 무렵, 어디선가 스며들듯 나타나 주변을 맴돌던 재곤이 어느 날 집으로 찾아와 하룻밤을 보낸 후 불쑥 던진 한마디에 그만 흔들리고 맙니다. 그 순간 전도연의 알듯 모를듯한 표정 연기는 숨죽이며 지켜보는 관객 모두를 한순간 울컥하게 만드는 이 영화 최고의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오직 전도연이라는 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명연기.

 

아시는 것처럼 재곤 역은 이정재에서 김남길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박신양이 이 배역을 맡았다면 1998년 작 '약속'에 이어 또 어떤 둘만의 앙상블을 보여줬을지 궁금합니다.

 

 

 

오승욱 감독은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의 감상주의적 작가라는 비판적 시각(평식 형님..)도 있긴 하지만..

저에게만큼은 처연한 하드보일드 영화에서 그 어떤 감독도 넘어설 수 없는 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또 한 번 관객의 심장을 서늘하게 할 작품으로 다시 돌아오시길 빕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디피님들이 계실까 봐 씨네21 기사 링크합니다.

 

-  형사가 깡패가 되어 돌아온다

http://www.cine21.com/movie/info/?movie_id=4029

 

- [코멘터리] “피바다 영화에 위안받은 관객들 고마워”, <킬리만자로>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37081 

 

 

 

- 피아노 전주부터 가슴이 먹먹해지는.. 박신양이 부른 OST [너에게]

  ( ※ 스포주의 : 4분 20초 동안 영화의 전체 내용이 다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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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0-08-11 22:13:06

이분이 이런 글도 써 주셨지요.. (먼산..)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6861

WR
2020-08-11 22:18:57

생각지도 못한 오승욱 감독의 글이네요!

결국 인생은 먹고사니즘...TT

1
2020-08-11 22:55:17

린-정

재감상이 힘든 영화 꼽을 때 전 무조건 이 영홥니다.

다른 영화들, 그러니까 복수는 나의 것이나 악마를 보았다 같은 영화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이 영화는 재감상을 몇번 시도는 했지만 결국 끝까지 못보는 영화네요.

WR
2020-08-12 13:12:46

말씀하신 대로 '복수는 나의 것'도 참 만만치 않은데..

'킬리만자로'는 정말 후유증이 무서운 영홥니다.

2
2020-08-11 22:59:47

킬리만자로 마지막 1분정도 짧은 시간이지만 정은표가 보여줬던 연기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죠.

"노리쇠후퇴, 탄약일발장전!!!"

WR
2020-08-12 13:15:57

이 영화를 본 이후로..

예전에 아들, 딸과 함께 버라이어티에 나온 정은표 배우를 보면 어느 한순간 갑자기 홱 돌변하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더라는~^-^;;

1
Updated at 2020-08-12 13:47:18

무뢰한, 킬리만자로 둘중에 뭐가 더 좋냐 하면 둘다 좋다 할수 있내요. 킬리만자로는 박신양의 내면의 모습을 볼수 있지 않았나 생각 합니다. 무뢰한은 또다른 분위기의 나쁜남자 드라마 느낌의 하드보일드 한 김남길의 모습. 두작품 다 좋아하는데 감독님이 같았군요. 흥행은 아쉬워도 이런 취향저격 작품 또 만들어주시길 바래 봅니다.

WR
2020-08-12 13:19:20

저도 공감합니다.

대자본이 투자되는 영화가, 혼자 머리 싸매고 써 내려가는 소설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거기서 거기인 영화들 천지인 지금 같은 시기에 오승옥 감독같은 작가가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
2020-08-11 23:39:16 (59.*.*.161)

대사들도 재미있죠. 의외의 코미디 요소도 많아요. 킬리만자로 좋아합니다. ^^

WR
2020-08-12 13:21:23

데뷔 초기 김기천 배우의..

'내복이 갑옷이냐!?' 이 대사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ㅎㅎ

1
2020-08-12 00:03:06

 킬리만자로는 못 보았지만...무뢰한는 좋게 보긴 했지만  조금 아쉬움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대중적으로 만들었다면 저정도 흥행으로 끝날영화는 아는데 많이 아쉽더라구요

WR
2020-08-12 13:24:06

성룡최고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대중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감독 자신만의 작가주의..

물론 저는 지지와 찬사를 보내지만.. 사실 안타깝습니다~TT

3
Updated at 2020-08-12 01:15:38

20세기 최고의 하드보일드: 킬리만자로(2000)

21세기 최고의 하드보일드: 복수는 나의 것(2002)

WR
2020-08-12 13:26:28

두 작품 다 대중에게는 외면받았지만..

요즘 나오는 낭만시대 홍콩느와르를 짜집기한 우라까이 영화에 비하면 정말 탁월한 작품들입니다. 

1
2020-08-12 01:14:02

무뢰한은 킬리만자로의 감성으로 멜로를 찍으면 이렇게 된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었죠. 저도 킬리만자로 때문에 오승욱 감독 팬이되서 무뢰한도 개봉 첫날에 달려가 봤지만 흥행은 힘들것 같다는 생각에 반가움과 안타까움이 공존하더군요

WR
2020-08-12 13:28:18

저와 꼭 같은 심정이십니다.

더 많이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크지만 주변에 쉽게 추천은 못하겠더군요.

씁쓸...

1
2020-08-12 01:14:25

무뢰한 정말 좋아하는데. 킬리만자로 언젠가 봐야겠네요. 배우들도 쟁쟁하네요.

WR
Updated at 2020-08-12 14:03:28

추천합니다!

단 20년 전 만듦새는 감안하시길..

 

근데 삶이 지칠 때 보시는 건 금물입니다.

우울함의 바다에 빠지실지도~^-^;;

1
2020-08-12 01:28:30

겨울 바다가 떠오르는 영화죠.

WR
2020-08-12 13:34:05

그렇죠.

기타노 다케시의 '하나비' 바닷가 씬들과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1
2020-08-12 02:05:46

좋은 영화들... 근데 볼때 괴로워서 두번 보기가 힘든 영화들을 만드시는 분!...

WR
2020-08-12 13:35:50

'살인의 추억'은 적어도 50번 이상은 각 잡고 정독(?)으로 봤는데..

킬리만자로는 20년 동안 5번을 못 본 것 같네요..

1
2020-08-12 04:25:03

제게는 별로였던 영화입니다.
극장에서 봤는데 와닿지 않더군요.
뭔가 저랑은 핀트가 안 맞는...
인물들이 왜 저리 난리치지?
공감 대신 이런 마음만 들더군요.

WR
2020-08-12 13:41:35

평식 형님께서 '복고와 퇴행 사이'라고 깔끔하게 까셨죠~^-^

정서가 맞지 않으면 보기 불편하실 수 있을만합니다.

저도 한참 기대했던 대런 아로노프스키 '마더!' 보고 식겁했던 기억이...

1
Updated at 2020-08-12 05:50:04

무뢰한은 정말 좋앗습니다.
음지에 놓여진 남녀의 분위기와
심정을 날 것 느낌으로 담아내서
좋앗어요. 로케이션도 한 몫 하더군요
인천 뒷골목의 음침한 공간들..

WR
2020-08-12 13:46:10

말씀대로..

익숙한 듯하면서도 시퍼렇게 날이 서 있는 공간들이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를 잘 살려준 것 같습니다.

반대의 예로 '차이나타운'은 한국인데도 너무 이질감이 들어서 좀 비현실적이더군요.

1
2020-08-12 09:59:10

무뢰한은 호평이어서 봤는데, 저하고는 안 맞더군요. 영 이상한 영화.

언젠가 다시보면 느낌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요.

WR
2020-08-12 13:47:46

뇌피셜이지만..

영화관을 찾은 관객 40만 중 20만은 아마 쿠우님과 같은 생각을 하지 않으셨을까 합니다ㅎㅎ

1
2020-08-12 12:09:48

최고입니다. 열혈남아, 야수 그리고 킬리만자로 손꼽습니다. 안성기랑 박신양이 소주잔 들이킬때... 그리고 연극같은 횟집 총격씬... 주조연 명연기. 강원도 주문진을 좋아하게 된 그런 영화였어요.

WR
2020-08-12 13:51:27

강원도가 배경이면서 어느 누구도 강원도 사투리 연기를 하지 않는..

요즘 시대라면 온갖 악플이 달릴만한 어설픈 설정도 많지만..

그 횟집 총격 씬은 정말 무시무시했습니다!

1
2020-08-12 12:15:02 (210.*.*.167)

무뢰한을 볼 때마다 박성웅씨가 주인공을 했으면 (제목과)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김남길씨는 연기는 잘 하지만 선이 좀 얇은 느낌이 들어서요.

WR
2020-08-12 13:57:30

아! 상상을 뛰어넘는 캐스팅이네요.

박성웅 배우가 '신세계'로 주목받은 후 계속 악역으로 소비되던 시기의 캐스팅이라..^-^;;

저도 김남길 배우는 한 70% 정도만 만족합니다.

1
2020-08-12 15:28:45

킬리만자로 이 영화 진짜 박신양 최고작으로 꼽습니다 범죄의 재구성도 좋지만 쌍둥이형제를 정말 잘 연기했었죠 말투가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

WR
2020-08-12 16:13:29

맞습니다!
예를 들어..

대화 중에 '그만해라!'를 '그만합니다!'라는 식으로 어법과 상관없이 '~습니다'를 계속 붙여서 이야기하죠.

감독의 디렉션인지 배우의 애드립인지 모르겠지만 박신양의 독특한 말투가 계속 귀에 맴돌죠.

1
2020-08-14 13:19:50

킬리만자로 10번정도 무뢰한은 3번정도 본거 같네요..

참 안타까운 감독님인데 이렇게 안만들면 전 안볼거 같네요...^^


WR
2020-08-14 18:31:12

'킬리만자로' 10번 보셨으면 만렙 찍으셨네요!
저도 오승욱 감독만은 대중 친화적으로 타협하지 말고 이대로 계속 밀고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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