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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 노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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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2-28 13:43:53

 

 

 

 

 

 

-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자기 주제 파악이 아주 잘 된 케이스에 속합니다. 

 

- 감독인 홍원찬은 영화판에서 나름 굵직한 시나리오를 각색해서 선보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입봉작이자 전작인 [오피스]에서는 그의 각색 능력이 머쓱해질 정도로 용두사미인 모습을 보여줬죠. 당시 씨네21에서 올라온 20자평 중에 '우리 사무실이 더 무서워'라는 평이 있었는데, 진지하게 이 영화에 대해 명확히 표현한 한문장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그는 감독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무기들을 모두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주조연들과 홍경표라는 괴물같은 촬영감독을 말이죠. 보통 둘 다 쥐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 정도면 다른 감독들이 질투에 미쳐 버려도 이해가 갈 정도입니다. 

 

- 자, 남은 건 감독 본인이 어떻게 하냐 밖에 안 남았습니다. [강철비2 : 정상회담]처럼 본인이 쥔 걸 마음 껏 휘두르냐, 아니면 [반도]처럼 투자자들 눈치나 보며 몸을 사리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홍원찬이 놓이게 된 겁니다.

 

 

 

 

 

 

- 재밌게도 감독 홍원찬은 그 어떤 것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감독으로서 최대한 뒤로 빠진 채 배우들과 홍경표 촬영감독을 지원하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뿐 입니다. 자기가 배우들을 어찌하고 촬영감독을 맘대로 통제하겠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버리고 철저하게 조력자로서 역할만을 충실히 하고 있죠. 

 

 

 

- 영화 초반부는 촬영감독 홍경표의 무대입니다. 이 구간에서 카메라는 극도로 정적이며, 구도에 모든 걸 집중 시킨 채 황정민이 연기한 주인공 김인남이 어떠한 인물인지 관객들에게 차분히 설명하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 합니다. 심지어 이 구간에서 모그 특유의 과잉되고 귀가 아픈 음악은 아예 쓰이지 않습니다. 

 

- 이 구도란게 단순히 멋있어 보이려고 잡는게 아니란게 일반 관객인 제 눈에도 보일 정도로 아주 친절하고 명확하게 잡아주는지라 개인적으로 꽤나 재미가 있더라구요. 가령 초반 김인남이 마룻바닥에 널부러져 자고 있는 장면에서 구도는 지상위 공간은 매우 갑갑하게, 그리고 바닥은 건너편 방 까지 조망할 수 있도록 넓게 찍음으로서 김인남의 현주소가 어떠한지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 초반부 구도들이 전부 이래요. 그냥 사람 패고 칼로 찌르고 폭파시키는 영화나 보려고 왔다가 눈호강 한 번 거하게 하고 가게 되는 지라 이미 이 시점에서 이 영화에 대한 제 감상은 합격점에 들어갔습니다. 후반부에 인남이 갑자기 길바닥에 주저 앉아서 이정재가 연기한 레이한테 까까 사달라고 졸라대는 저세상 장면이 나와도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사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진주인공 유이를 연기한 박정민

          보통 농담삼아 진주인공이라고 하는 편인데, 

          이 영화에서는 진짜 유이가 진주공입니다.

 

-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중후반부에서는 배우들을 위하여 시나리오와 촬영, 음향까지 모두 희생하는 측면에 매우 큽니다. 

 

- 특히나 초반부에 많은 공을 들여 구축한 주인공 인남과 이 영화의 진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유이의 존재감이 대단합니다. 영화사 홍보물에서도 아예 스포일러 취급하면서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저도 말을 아끼고 있는 박정민의 유이는 이 영화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 할 수 있겠네요. 

 

- 자칫 관객들을 계속 몰아세워 지치게 만들 수 있는 영화의 완급 조절은 물론이거나, 나머지 주연들 둘이 비현실적 존재이기 때문에 지극히 문어체로 말하는 지라 이 영화에 현실성을 부여 하도록 구어체로 연기하는 유일한 주연이므로 오히려 황정민, 이정재 두 사람보다 박정민이 이 영화에 키를 쥐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이가 없으면 이 영화는 꽝이에요. 

 

- 그리고 당연히도 배우 박정민은 유이라는 까끌스런 인물을 영화 목적에 맞게 연기 해 냅니다. 요즘 영화판에서 연기력에 비해 완벽히 과소평가 받는 남자 배우 둘을 꼽자면 주저하지 않고 예능에서 이미지가 너무나도 강한 이광수와 은근히 실없는 개그배역을 자주받는 박정민 둘을 선택할 건데, 역시나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듯이 연기를 잘 해주어서 기분이 좋더라구요. 

 

 

 

 

 

 

- 이정재가 연기한 레이는 뒷 배경이 별로 나오지 않는데, 이건 이 영화에서 잘한 선택 몇가지 중 하나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보통 이런 류의 영화에서 악당은 구구절절 사연이 있으면 맥이 빠지기 마련이니깐요. [에이리언]의 출저불명이'었'던 괴물 에이리언이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밑도 끝도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안톤 쉬거가 그 좋은 예 겠네요. 

 

- 여튼 김인남과 레이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질 수록 영화는 상업 영화에서 부릴 수 있는 기교란 기교는 몽땅 부립니다. 푹푹찌는 더위에 상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김인남과 대체 어디서 빨래를 했는지 멋들어지는 밝은톤의 옷을 입고 눈에 띄게 돌아다니는 레이의 모습을 대비 시키며 모그의 음악이 쉬지 않고 흘러나옵니다. 카메라는 느리게 감기와 빨리 감기를 감각적으로 사용하며 액션 장면을 아주 있어 보이게 만들죠. 

 

 

 

 

 

 

- 사람패고 죽이고 다니는 영화 치고는 은근히 잔인하지 않다는 점은 또 하나의 잘한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잔인하게 만들고 싶으면 밑도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요소들이 꽤 있는 영화 였는데 15세 관람가를 준수하기 위해서 자제를 한 감이 없잖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게 더 좋더라구요. 

 

- 주인공 둘 다 총질이나 도끼질 같은 거 보다는 짧은 흉기를 휴대하고 급소만을 노리는 액션을 중반부에 보여주는데 간결하고 왠지 멋있어 보이는 효과가 있더라구요. 게다가 의외로 잔인하지도 않구요.

 

- 총기를 사용하는 후반부 장면들은 대부분 헐리우드식 총질쇼와 접점이 맞닿아 있고 시원시원한 느낌이 큽니다. 다만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왜 조연들은 원샷 원킬에 폭탄 맞고 다 쓰려지는데 주연들은 수십 수백발 쏴도 안 죽는 건가?'에 대한 대답은 이 영화에서도 똑같이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굳이 할 필요 없긴 하죠. 이 장르가 원래 이런 거니깐요.

 

 

 

 

 

 

-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적당한 타협과 적당한 감독 개인의견이 들어간 영화입니다.

 

- 투자자들을 위해 후반과 이야기을 바치고, 감독 본인의 성취를 위해 초반 러닝 타임을 태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덕분에 영화의 전체 전개는 엉망에 가깝습니다. 

 

- 하지만 이건 전개를 희생함으로서 촬영과 배우들, 그리고 장르 영화로서 정체성을 지켜 낸 케이스에 가깝습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반도]처럼 자신을 잃어버리고 투자자들 구미에 맞춘 영화를 만들거나, 아니면 [강철비2 : 정상회담]처럼 자신의 영화스타일을 지키기 위해 관객수를 희생한 것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어요.

 

- 전 이런 영화 아주 좋아합니다. [리틀 포레스트], [완벽한 타인], [사바하]같은 영화들 처럼 중간에서 줄다리기를 잘한 작품이라 칭해도 문제가 없죠. 그리고 이런 영화들이 잘 되어야 상업 영화나 예술 영화 모두 사이좋게 숨통이 트이지 않나 싶네요. 

 

- 그런면에서 봤을때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추천하고 싶어집니다. 이 영화 팝콘 뜯으면서 생각 없이 봐도 재밌게 볼 수 있고, 각잡고 봐도 홍경표나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 그리고 조연들 보는 맛이 쏠쏠하거든요.

 

 

 

 

 

 

 

 

 

 

님의 서명
끄앙숨즴 ㅠㅠ
7
Comments
2020-08-15 15:57:10

감상기 잘 읽었습니다. 이런 영화는 당위성 개연성보다는 스타일이나 때깔이 좋으면 당위성이 좀 안 맞고 주인공 보정이 좀 심해도 괜찮다고 보는지라... 유이는 자칫 무거운 영화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이었고 또 너무 튀지않게 박정민이 중심을 잘 잡았다고 봐요.

WR
1
2020-08-15 18:48:50

유이라는 캐릭터가 없거나 박정민이 연기를 제대로 못 했으면 바로 핵노잼 영화가 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죠 

Updated at 2020-08-15 18: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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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
2
Updated at 2020-08-15 18: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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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7 01:11:17 (112.*.*.19)

강철비도 소재가 그래서 그렇지 막상 보면 연출은 충분히 대중적이죠.

2020-08-17 09:17:26

쥬금님의 심도있는 리뷰...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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