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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데드 링거 - 분리, 결합, 그리고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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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0-15 15:58:25

크로넨버그 감독의 대표작 '플라이' '비디오드롬' 이 두 작품은 크로넨버그가 어떤 감독'이었'는지 확실하게 알려주는 작품입니다. 그로테스크한 신체고어요. 그런데 후기 대표작 '폭력의 역사'를 기점으로 크로넨버그 감독은 신체변형물 대신 인간의 드라마에 더 집중한 작품을 내기 시작합니다. 다소 뜬금없을거 같은 이 변화는 이 영화 데드링거를 보고나면 전혀 뜬금없는 변화가 아니란걸 알 수 있습니다.

 

영화 사전 정보를 검색했을때 프로이트 라던가, 다른 심리학적 분석이라던가 이런 리뷰글들이 많아서 좀 난해하고 복잡한 영화일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영화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단지 장르가 멜로드라마인지 스릴러인지 알 수 없긴 한데 개인적으론 이 영화는 사이코드라마 장르라고 봐야 될거 같네요. 

 

서로를 바꾸는게 너무나 익숙한 쌍둥이 베벌리와 엘리엇 형제.  이 둘 사이에 카트린 니브라는 여배우가 끼어들게 되고 의존적이었던 베벌리가 엘리엇에서의 독립을 시도하면서 형제의 운명은 파국으로 도달합니다.  베벌리는 카트린에게서 멀어지라는 엘리엇에게 반항하지만, 그는 형제와의 결합을 카트린이 끊어버리는 악몽을 꿉니다.

 

엘리엇은 초반부엔 베벌리를 이용하는 성격의 유들유들한 형으로 나오지만, 갈수록 그는 동생과의 관계에 집착하면서 마침내 동생이 약물중독이면 자신도 약물중독에 걸려야 된다는 집착에 이르게 됩니다.

 

두 형제는 여자와의 잠자리조차 서로 바꿔가며 공유할 정도로 상호의존적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떨어져서는 살아갈 수 조차 없죠. 이 부분을 가장 잘 드러내는 대화가 참 인상깊었습니다.

"왜 날 이렇게 보살펴주는거야? 자기만의 삶을 살지 않고?

"최초의 샴 쌍둥이 이야기 기억해? 어떻게 죽었는지도?"

"창과 앵 말이지. 창은 허약했고 술 중독자였지. 어느날 창이 자는 도중 죽었고... 엥은 그걸 보고 놀라 죽었어'

"네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까?"

"...불쌍한 엘리엇"

"불쌍한 베벌리"

그리고 결말부의 수술씬,  "분리되는게 무서워...", 그리고 하워드 쇼어의 아름다운 음악. 자아 붕괴와 그 죽음을 이토록 처연하고 아름다운 앙상블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산부인과 의사라는 그 누구보다 섹스에 가까운 이들이, 성(性)에 의해 파멸한단건 아이러니합니다. 성과 현실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으면서, 정작 자신들의 운명은 다룰 수 없었던 걸까요. 철학이나 이쪽 방면으로 아는 지식이 좀 있으면 글을 더 써볼텐데 그럴만한 지식도 없고, 글빨이 없으니 너무 안타깝네요. 지금 제 실력으론 이 영화가 준 감동을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논할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게 제레미 아이언스의 연기죠. 솔직히 이 영화가 왜 아카데미 후보에도 못들었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약쟁이와 교수를 한 화면에서 혼자 연기하는걸 보면 너무나 저평가 받은 배우란 생각밖에 안듭니다. 이 영화는 제레미 아이언스의 연기만 본다 해도 2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88년도면 지금처럼 자연스러운 합성도 안됐을 시기라 오직 연기력만으로 승부를 봐야 했을텐데 어우...

 

영화는 무척 서정적이고, 잔잔하고, 슬프고, 그리고 잔혹합니다. 개인적으론 인생영화 탑5에 당당히 놓을 수 있을거 같은 영화네요. 

 

ps.1975년, 산부인과 의사 시릴과 스튜어트 마커스 형제가 벌거벗은 시체로 발견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네. 데드링거의 모티브가 된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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