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돈 들어갔다는데 알고보니 중국자본 들어가지도 않았더군요. 그냥 중국 돈 벌고싶어 배경을 중국으로 선택했는데, 중국에서 돈 벌고싶으면 최소한 중국에서 좋아할 내용으로라도 만들었으면 이해될텐데 중국인들도 황당해하는, 서양식 오리엔탈리즘으로 떡칠한 영화를 만들어내놨으니 양쪽에서 외면당하죠. 후궁들이 대전에서 대신들처럼 도열해있질 않나, 신하가 황제한테 눈 똑바로 뜨고 대들지 않나. 중국 황제가 지들처럼 중세봉건시대 영주 대표쯤인줄 아는지. 그리고 페미니즘이고 pc고 그 옛날의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더 퇴보한 수준인 게 더 불쾌합니다. 애니메이션 뮬란은 '여자로서 시집 잘 가는 것만이 가문을 빛내는 것이다'는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꼭 그 길만이 아닌 다른 방법, 온전한 스스로의 모습 그대로 가문을 빛내고 효를 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모와 조상에 대한 효와 자아를 찾는 것이 대치되지 않아요. 선머슴같은 기질이지만 특별히 힘이 세지도 뛰어난 능력이 있지도 않았던 평범한(그러나 상황판단능력과 끈기, 강철같은 멘탈을 가진) 소녀가 주어진 상황에 어떻게든 적응하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능력을 개발하며 점점 성장해갑니다. 처음엔 그녀를 경시했던 동료나 상관에게도 인정받고, 결국 그들과 협력해 나라를 구해요. 뮬란 혼자서만 잘나서 영웅이 되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 한군데쯤 모자라보였던 동료들도 함께 성장하며 그들과의 협력으로 그 어려운 일을 해냅니다. 이보다 더 페미니즘적이고 pc한 내용이 어디있단 말입니까? 이런 좋은 내용을 실사화하면서 말아먹은데 분노를 금할 수 없어요.
실사에서 뮬란은 기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특별한 존재이고 영웅이 된다는건데, 이게 스타워즈의 포스도 아니고 동양에서의 기가 무슨 특별한 존재만 갖는 개념이랍니까? 기에 대한 책 한권도 안 읽어봤대요? 오히려 혈통,특별한 존재의 개념에선 서양이 동양보다 더 계급적인 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혈통, 타고난 존재, 신이 내린 능력 등등. 서구에선 영웅이 되려면 탄생부터 특별해야되고, 신이 점지하든지 특별한 뭔가를 갖고 태어나든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거 같아요. 오히려 동양에선 기연을 만나면 만났지 태어날때부터의 특별함을 강조하는건 덜한데요. 유가의 개념에서도 누구든 배우고 익히면 군자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치고요.
'코코'를 만들면서는 스태프들이 몇년이나 멕시코에 살며 그 문화를 배우려 했다면서, 뮬란 스태프들 중엔 중국인이 하나도 없다는 것부터가 웃기는 일이죠.
고증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서구권 영화제작자들이 아시아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얄팍하고 오만한 시선을 깔고있는지가 적나라하게 보여서 불쾌한 작품입니다. 쫄딱 망했으면 좋겠어요.
사실상 지금의 디즈니가 이해한 동양의 신비죠
감독은 어차피 거의 꼭두각시일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