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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감상기] 보랏 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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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0-25 13:16:09

(스포일러는 없지만 조금도 내용을 알고싶지 않으시면 읽지말고 나가세요. 

그리고 2편을 보시려면 1편을 먼저 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절대로 미성년자랑 같이 보시진 마시고, 

막가는 영화 싫어하시는 분들과도 같이 보지 마세요) 

 

사실 이 영화의 미국 내 제목은 Borat Subsequent Moviefilm(보랏 무비의 후속편 정도로 번역될까요?)이고,

영화 속에 나오는 제목은 "보랏: 포르노스타 원숭이를 부통령 마이크펜스에게 선물로 바쳐서 망해가는 나라 카차흐스탄에 이익을 주자" 입니다. 하지만 이조차도 초반의 제목일 뿐, 영화는 중간에 제목이 두 번이나 바뀝니다. 그리고 제목은 갈수록 길어집니다(...)

 

1편을 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그 영화가 얼마나 막가는 영화였는지. 저는 최근에 다시 봤는데 정말 "도랏" 소리가 절로 나오죠. 그 영화의 막가기, 모두까기에 라이벌은 "사우스파크" 정도가 비벼볼만 할까요.  정치적 올바름 따위는 개나줘버리는 1편은 페미니스트도 조롱하고, 남부 백인도 조롱하고, 카자흐스탄도 조롱하고, 동성애자도 조롱하죠. 그리고 영화의 형식은 가짜 다큐인데, 사실 진짜 다큐적인 성격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당수의 장면이 진짜로 일반인을 출연시켜서 보랏의 골때리는 행동에 그들의 반응을 담은 일종의 몰카거든요. 

 

근데 2편에 오면 문제가 생깁니다. 영화 초반에 나오지만 1편의 대성공으로 미국에서 보랏(캐릭터)은 정말 유명해졌고, 이제 곱슬머리에 콧수염을 기르고 펑퍼짐한 회색 양복을 입은 거구의 아저씨는 누구나 알아봅니다. 보랏이 등장해서 일반인이나 유명인을 대상으로 몰카를 찍을수가 없게 되었다는 거죠. 

 

그래서 이 영화는 세 가지 전략을 택합니다. 첫번째는 분장을 하는거죠. 토르처럼 뚱뚱이 복장을 하고 가발을 쓰고 사람들을 속입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남부 백인들의 주 청사 앞 시위장면 등에서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두번째는 보랏을 빼고 몰카를 찍는 겁니다. 이번에 등장하는 딸이 주로 이 역할을 맡습니다. 여기에 넘어간 전 뉴욕시장이자 트럼프의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는 그만 엄청나게 곤란한 상황에 빠져버렸죠. 보시면 알게 됩니다.

 

마지막으로는 그냥 영화처럼 연기자를 섭외하는 겁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죠. 많은 인물과 상황들, 이를테면 코로나를 가짜라고 믿는 남부 똘아이 백인들은 아무리봐도 여기에 속합니다. 설사 전편을 못봐서 보랏을 모른다 쳐도 이상한 억양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잡겠다고 프라이팬으로 벽을 때리고 있는 외국인 아저씨를 집에서 먹여주고 재워줄 사람들이 어딨겠어요 ㅋㅋㅋ

 

영화는 초반에는 1편과 마찬가지로 막나갑니다. 여전히 카자흐스탄은 딸은 다들 우리에 넣어서 기르는 나라로 묘사되고 (카자흐 사람들은 어차피 2편 나온다 했을 때 마음의 준비를 해서 별 분노도 없을 겁니다) 보랏의 딸은 보랏보다도 더 막나갑니다. 이들의 엽기행각은 고색창연한 남부의 무도회장 장면에서 그 극단을 선보이죠. (뭐 그래도 1편의 남자 둘이 벌였던 행각에 비하면야...)

 

그런데 중반 이후가 되면 영화는 급격히 착해(?) 집니다. 1편의 모두까기와 달리 여기서 까는 대상은 정밀폭격으로 딱 한 점에만 집중됩니다. 바로 트럼프와 공화당 지지자들이죠. 정말 지독하리만치 이들이 얼마나 멍청하며 미국에 해악을 끼치고 있는지를 집요하게 까댑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근데 영화는 1편에서 깠던 나머지 - 그래서 엄청나게 욕먹은- 에 대해 일종의 자기반성 내지 사과를 시도합니다. 유대인에 대해 사과하는 장면은 좀 작위성이 심하고, 1편에서 페미니스트를 깠던 것은 아예 페미니즘을 영화 전면의 주제로 내세우며 " 나 철들었다"고 내세우죠. 

 

후반에 집중되는 이 장면들은 그래서 초반의 1편과 맞먹는 막나감과 부조화를 이루며 영화의 재미를 떨어트립니다. 너무 착하고 웃김과는 거리가 멀어지니까요. 

 

정치적 비판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나 직설적인 프로파간다가 이어지다 보니 1편의 가장 큰 미덕인 "외국인의 눈으로 본 미국의 이상함"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장점은 사라지고 그냥 (민주당) 미국인이 (공화당) 미국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에 보랏 캐릭터를 감추기위해 미국인으로 분장시키니 그런 느낌이 더 강화되죠)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깜짝 반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어차피 보랏의 유명세로 설정이 망가진 상황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영화는 어쨌거나 1편에서부터 지켜온 "가짜 카자흐스탄 다큐멘터리"의 형태는 유지하면서 진행합니다. 늘 한 발짝 떨어져 찍거나 몰래 찍는 카메라, 뭔가 엉성한 화면구성 등이 그렇죠. 

 

그런데 마지막에 반전을 만들어내는 순간 영화는 이미 식상하기 짝이 없는 반전을 밝혀내는 영화적 기법 - 서스펜스 깔린 음악, 단서를 하나씩 클로즈업하는 카메라, 흑막에 가린 인물 등장 - 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가짜 다큐의 틀을 포기하고 나는 극영화라고 선언해버리죠. 

 

제 생각에 이는 앞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후반부에 사라져버린 웃음을 이 반전으로 다시 한 번 만들어내고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나온 무리수인거 같습니다. 물론 그 반전 이후 나오는 화면들은 좀 웃기긴 합니다. (카메오로 나오는 분이 특히 큰웃음을 주시죠.) 하지만 뭔가 씁쓸한 맛을 남기는 건 사실입니다. 

 

어쨌든 아마존은 10월 말, 대선을 불과 2주 남기고 극렬 정치 프르파간다 영화를 풀었습니다. 미국인 1억명이 넘게 가입한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서요. 그것도 모자라 아마존 첫 화면과 아마존 프라임 첫 화면을 이 영화로 도배했습니다.  이래도 안볼꺼냐며. 

 

 그야말로 트럼프에게 날리는 빅엿인데, 하루만에 트럼프의 반응도 나왔습니다. 

 

"무슨 영화인지는 모르겠지만 몇 년전에 그 친구(사샤 바론 코헨)은 나를 속여먹으려 했고 나는 거기 넘어가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야. 그는 사기꾼이고 사실 웃기지도 않아. 똘아이지."  하지만 그의 변호사는 속아넘어갔고, 지금 전 미국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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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10-25 13:46:10

이 영화 기대되는데, 볼 방법이...

2020-10-25 14:00:30

아마존 프라임에 오리지널로 올라왔습니다.

2020-10-25 14:01:17

무엇보다 코로나로 이상한 음모론 펼치고 마스크 안쓴다며 광광대는 놈들 시원하게 조롱하고 까버리는게 좋더군요. 다같이 조심해도 살기 어려운 시국에 저런 놈들 때문에 더 많이 감염되고 죽어나가니...

2020-10-25 14:59:51

두번째는 보랏을 빼고 몰카를 찍는 겁니다

2020-10-25 15:00:47

이 부분 뉴스기사로 봤는데,,, 미국은 요런 걸로 고소 안할까요?ㅎㅎ 트럼프 변호사 무진장 화났던데

2020-10-25 16:02:54

줄리아니 시장 실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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