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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그룹 영어토익반(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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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0-28 02: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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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받는 여자들의 연대와 여성의 주체성 회복, 잠재력 발굴, 여성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작품이 나오면 필요 이상으로 추켜세우는게 요즘 평단의 추세라 이런 작품들의 언론 평가가 나오면 일단은 걸러서 보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자꾸 완성도와 무관한 작품 외적인 요소에 입각하여 결과가 아닌 작품의 태도, 목적과 결부시켜 우쭈쭈 빨아주기부터 하는 것이다.


멀리 봤을 때 아주 길을 잘못 들여 놓는 방식인데도 어느새 고질병으로 굳어진 것처럼 여성 중심의 서사만 만들어지면 덮어 놓고 포장하고 칭찬하기에 바쁘다. 그런 태도는 거북할 뿐이다. 그 바람에 여성중심의 작품이 새로 나오면 작품 자체에 거리를 두거나 보기도 전부터 선입견이 생긴다.


무난한 [전국노래자랑]으로 장편 연출을 끊었으나 이후 차기작이 암담한 [도리화가]여서 그후의 활동을 전혀 기대할 수 없었던 이종필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그 애매한 입지 때문에 언론 평가가 뜨기 전까진 기대작이 아니었다. 요즘 영화 치곤 비교적 크랭크 업 하고 제때 개봉한 편이어서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이 있나 싶은 생각은 들었지만 주연 삼인방이 상업영화를 지탱할 수 있는 스타성과 거리가 먼데다 감독 전작으로 인한 불안감도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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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별점 평균 점수가 별 다섯 개 만점에 셋 반, 10점 만점 기준으로 일관되게 7점을 받았으니 최근 개봉한 국산 상업영화 중에선 가장 점수가 좋다. 최근으로 좁힐 것도 없다. 올해 개봉한 국산 상업영화 중에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보다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한 작품이 없었던 것 같다. 독립영화까지 포함하면 극영화 중에선 [남매의 여름밤][도망친 여자] 다음으로 가장 점수가 높은 것 같다. 곧 11월이라 일일이 찾아보진 않았지만 상업, 독립 영화 중에서 괄목할만한 전문가 점수를 올린 것은 분명하다.


이 정도 평가면 웰메이드의 기대를 갖게 마련이지만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시작부터 가산점을 먹고 들어가는 여성영화라는 점, 여자를 을로 세워놓고 회사 내 경쟁구도를 통해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이야기란 점에서 전문가 평점에 또 거품이 낀건 아닐까 싶어 본능적으로 걸러 보게 됐다. 기획의도 자체에 힘을 실어주는게 전문가 집단이라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10점 만점 7점 결과에서 1점을 빼고 그만큼의 기대치를 낮춘 상태로 개봉관을 찾았다.


결과는 이 정도 수준이면 7점이 아니라 8점을 받아도 좋겠다라는 것이었다. 평단의 고질병에 따른 선입견으로 괜한 오해를 하고 평균 평점을 걸러 받아들였는데 이 작품에 한해선 평점 거품같은건 없었다. 충분히 7점을 받을만한 수준의 구성력과 호흡이라서 모처럼만에 흡족감을 채워주는 웰메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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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활용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효과적으로 중첩시킨 구성력이 매우 뛰어나다. 제목에서 예상되는 구성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영어완전정복]같이 영어 수업 성인반의 영어 학습 과정을 그리지 않았다. 삼진그룹에서 비서로 근무하는 고졸 여사원들이 듣는 영어토익반의 수업 과정이나 영어 학습 과정이 중심이 아님에도 제목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될 수 밖에 없는건 불법 폐수 유출 사건을 알리는 내부고발의 아슬아슬한 과정에서 듣기는 되는데 말하기가 안 됐던 영어 울렁증의 시대상이 절묘하게 겹지기 때문이다.


대기업 영어토익반은 상고 수재들이 모여 있어서 수업 진도도 빠르고 다들 참고서 상에선 이해력이 무지 빠른다. 그러나 회화가 안 된다. 이는 고졸 여비서들만 듣는 영어토익반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 나온 회사 간부들 조차도 외국인 고용 사장인 빌리박과 대화를 나누는데 쩔쩔 맨다.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영어로 일상 대화가 가능한 사람들도 많아졌고 특히 홍상수 영화에선 이 부분이 아주 쉽게 극복되고 있는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초점을 맞춘 1995년, 1990년대 중후반만 해도 토익, 토플에 각종 비디오, 오디오, 굿모닝 팝스까지 영어 학습이 열풍이었음에도 회화에 있어선 걸음마 수준인 사람이 태반이었다. 그 결과 2003년에 [영어완전정복]같은 영화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2010년대 들어 여행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연예인들이 외국인들과 쉽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 한국 사람들의 회화 능력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듣기는 되는데 말하기는 안 된다는 것은 내부고발자의 고충으로 겹쳐진다. 자신감, 용기가 부족하여 영어로 말해야 하는 순간 버벅대며 난감해 하는 것처럼 회사의 불법 폐수 유출과 각종 비리를 알고 있음에도 폭로하는 순간 동료들한테 따돌림 당하거나 직장도 잃게 될까봐, 혹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될까봐 전전긍긍하며 끙끙 앓는 것이다.


두 가지 상황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극 흐름과 사회고발성 소재를 다루는 방식, 고졸 여비서를 통해 그려내는 사회적 차별과 설움, 그늘 등을 통제하는 호흡이 무척 매끄럽다. 을들의 연대의식을 통한 통쾌한 마무리도 깔끔하고 회사내 치열한 경쟁구도, 임금, 학력, 성차별 등 각종 차별과 편견의 시선에 맞선 IMF 이전 시대의 사회적 구도를 오늘의 시대로 관통시키는 줄기도 단단하게 배치하였다. 그러면서도 1995년이란 시대적 공기를 재현시키는 꼼꼼한 고증과 시대극의 낭만적 매력도 아기자기하게 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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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 쥐어 짜내는 사회 구도, 온갖 경쟁의 한복판에서 사회적 박탈감, 소외감을 느껴야 하는 힘든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것도 없지만 시간의 힘으로 지금과 달리 경기가 좋고 낭만과 여유가 있었다고 미화되기 일수인 IMF 이전 시대의 풍요로움을 적정선의 수위로 조절하여 복고풍 매력을 살려내는 솜씨도 일품이다. 고아성이 연기한 이자영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구성에서 세 주인공의 개성도 입체적으로 살려냈고 이들 주변의 인물 배치와 고졸 여비서들의 연대의식을 균형있게 그려내 배역의 스핀오프 가능성까지 일으켰다.


특히 정유나를 연기한 이솜은 당시 비서 복장을 완벽히 살린 옷맵시로 화면을 장악하더니 외모와 연기에서도 폭발력을 일으킨다. 온갖 상황에 다 치이는 이자영 역의 고아성 연기는 5년 전 [오피스]의 말단 사원 역과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박혜수와 유대감을 다지는 봉현철 부장 역의 김종수는 요즘 자꾸 이런 처연한 중년 역을 맡아서 이미지 고착의 우려가 있다. 잘 하긴 하지만 다작의 이력에서 이런 역이 자꾸 반복되니 서서히 질리기 시작한다. 제작진이 자꾸 [1987]의 박종철 아버지 역에 기대려는게 더 문제다.


감독이 언론 인터뷰에서 원작이 있는 것처럼 발언을 해서 각색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창작 각본이다. 감독도 각색에 참여하긴 했는데 정확히는 홍수영이 쓴 각본 초고를 각색한거지 원작을 각색한게 아니다. 작가 본인이 1990년대 직접 겪은 경험과 실제 일어났던 폐수 유출 사건을 결합시킨 사회고발물에 가까운 각본을 감독이 밝고 경쾌한 시대극으로 탈바꿈시켰다. 감독의 재해석은 성공적이다.


초고 각색의 과정에서 영화는 [워킹걸][에린 브로코비치][노마 레이][노스 컨츄리][82년생 김지영][모나리자 스마일]같은 여성 영화의 계보에 놓이지만 이들 작품의 기시감은 결코 들지 않는다. 고졸 출신의 사회적 약자에 여성이란 이유로 엉뚱한 피해의식을 갖다 붙이며 분노를 쏟아내지 않으면서 온갖 차별의 상황에 놓인 여자들의 상황을 충분히 현실적으로 담아내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게끔 균형있게 조성시켰다. [82년생 김지영]같은 작품이 비탄에 빠진 사회적 차별을 전혀 다른 질감과 온도로 구성하면서도 보편적 공감대와 재치를 끝까지 잃지 않는 힘과 합이 우수하게 맞물린 올해의 한국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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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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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6 20:37:09

좋은리뷰네요. 대체적으로 공감됩니다.
개인적으로 후반부에 조금 힘이빠지긴하지만, 매우 재밌게봤습니다.

글쓴분께서 언급도하셨지만, 저도 여성3인방주연이란점에서 관람을 매우고민했던만큼, 뻔-한영화가 아니란점 꼭 강조하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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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6 20:40:51

물론 흠을 잡고 구멍을 찾자면이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디 하나 모난 구석없이 잘 빠진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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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6 22:12:46

후반부가 너무 구질구질.. 초반부는 좋았고 캐릭터와 배우들연기도 다 좋았어요

2020-10-27 03:53:52

동감!

2020-10-31 09:14:20

잘나가다가 후반부에 김이 좀 빠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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