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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웃기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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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평론가 인터뷰 (이창동,봉준호 최근평가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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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0-27 06:46:04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인터뷰 글을 소개합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그의 영화를 바라보는 입장에 관한 정성일의 답변 및

 이창동 감독,

봉준호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인터뷰 자리를 통해 언급을 하였답니다.

 

 

 | https://www.readersnews.com/…

        

  

‘‘ 영화는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의 문제다 ’’ 

 

 

 

평론가 정성일 인터뷰 中.

 

Roman Polanski

 

성범죄 혐의로 수십 년간 도피 생활을 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를 소비해야 하느냐, 포기해야 하느냐에 관해 지난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창작자와 예술을 분리해야 하는 게 맞는가?


 

(정성일)

나는 예술과 예술가의 사회적 삶은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이 도덕적으로 문제를 저질렀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예술을 다 분서갱유(焚書坑儒) 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예술이 불타버려야 하지 않을까?

슈베르트는 성매매하다가 매독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죽었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아름답다.

어느 누구도 성매매하러 다니는 슈베르트를 떠올리며 그의 음악을 듣지 않는다.

도덕과 윤리의 문제는 다르다.

우선 그 둘을 구분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책 『필사의 탐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2002)에 관한

혹독한(?) 비평문이었다.

<오아시스> 이후 이창동 감독의 영화들이 진일보했다고 생각하는지?


 

 Directed by Lee Chang-dong

 <버닝>  이창동 감독

 

 

(정성일)

나는 이창동 감독이 훌륭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한국영화계의 소중한 존재다.

특히 <박하사탕>을 찍은 이후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다만 <밀양>이나 <>를 보면서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

말하자면 그 영화들에서 영화적인 순간을 발견하지 못했다.

스토리텔링을 뛰어넘는, 영화만이 가능한 어떤 순간이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예컨대 <밀양>은 우아한 영화다.

좋은 이야기이고, 이청준 작가의 원작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부분들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이 영화의 미덕이지, 내가 말하는 영화적 순간과는 결이 다르다.

말하자면 <밀양>은 너무 투명한 영화다.

‘이걸 보고 이해 못 하는 사람도 있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평론가의 입장에서 영화에 질문을 던지거나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에 반해 <버닝>은 굉장히 불투명한 영화다.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그 이전까지 이창동의 영화는 모두 투명한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버닝>은 모든 게 불투명했다.

투명성에서 불투명성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대답을

내가 아직 찾지 못했다.

그래서 <버닝>에 관한 판단은 보류 상태다.

나는 영화를 보자마자 즉각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을 때까지 생각해야 한다.

<버닝>은 다른 사람에게는 이미 상영이 끝났을지 모르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아직 상영 중인 영화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이 칸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뤄낸 성취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Parasite

 <기생충> 봉준호 감독

 


(정성일)

나는 상에 관심이 없다.

그리고 상은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다.

상을 받았다고 해서 영화가 더 좋게 보인다거나,

상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안 좋게 보이거나 하는 일은 적어도 나에겐 없다.

단지 영화가 궁금할 뿐이다.

나는 <기생충>이 봉준호 감독의 최고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봉준호의 가장 세련된 영화인 건 사실이다.

봉준호를 만나서 “당신의 두 번째 데뷔작 같다”는 말을 했다.

봉준호는 <옥자>까지 계속 같은 얘길 반복했다.

모든 영화의 줄거리가 ‘seek and find’다.

<플란다스의 개>는 잃어버린 개를 찾으러 다니는 영화다.

<살인의 추억>은 살인범을 찾으러 다니는데, 제대로 찾은 건지 알 수 없는 영화다.

<괴물>은 잃어버린 딸을 찾으러 다니는데, 너무 늦게 찾은 영화다.

<마더>는 살인범을 찾으러 다니는데, 제대로 찾아서 문제인 영화다.

<설국열차>는 탈출문을 찾으러 다니는데, 그 문이 바로 옆에 있었던 영화다.

<옥자>는 빼앗긴 옥자를 찾고 다시 돌아오는 영화다.

봉준호에게 물었다.

왜 맨날 같은 얘기를 반복하느냐고.

그러자 그가 “다음 영화는 다를 거예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어디 한번 보자”라고 했는데, 진짜 다른 얘기였다. 말하자면 구조는 같은데 패턴이 달랐다.

봉준호의 영화는 항상 절반으로 나뉜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절반이 됐을 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리는 거다.

속으로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라고 생각했다.

나는 거기서 문광이 등장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전반부는 너무 지루했는데, 그때부터 영화가 굉장해지더라.

일곱 번째 장편을 만들었는데,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을 주는 감독은 흥미롭다.

그의 다음 영화가 궁금하다.

 


 

최근 주목하고 있는 한국의 신인 감독은 누구인가?
(정성일)
안타까운 얘기인데, 나는 아직 포스트 봉준호를 발견하지 못했다.
 

한국 독립영화 진영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감독들이 있는데 어떤가?
(정성일)
표현 그대로 ‘나름대로’다.
 

     홍상수 감독

 

이를테면 96년도에 등장한 홍상수를 떠올려보면, 등장하는 순간부터 홍상수였다.
누구와도 겨룰 수 없는.
비록 두 번째 영화이긴 하지만 봉준호가 <살인의 추억>을 갖고 등장했을 때도 그랬다.
근데 지금 그 이름들과 겨룰만한 영화를 들고 나타난 사람이 있나?
물론 작은 별들은 많다.
근데 호랑이가 궁금한 거지 고양이가 궁금한 건 아니지 않나?
“봉준호는 이제 이전 세대야”라고 말할 수 있는 누군가가 나타나야 하는데 적어도 내가 볼 땐 없다.
나는 한국영화의 뉴웨이브가 홍상수로 시작해서 봉준호에서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누벨바그가 계속된 게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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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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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6 20:43:37

정성일 평론가의 글은 공감하지 않는 내용임에도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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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0-26 20:50:06

요즘 젊은 영화감독분들을 보면 다소 학생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상을 좀 받습니다.

영화를 기술적으로 완숙하게 찍는 게 우선인 듯 어떤 도전과 발견은 영화적 미학 말곤 그리 관심 없어 보일 때가 꽤 있어요.

영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 보다 목적의 훌륭한 수단인 건데, 비교적 대자본과 예술적으로 달성해낸 위엄의 영향 때문에 기가 죽어 그런지 영화 자체가 목적이 되고 좇기 바빠 막상 주가 되야할 실제의 것들은 그저 소재와 수단이 되고 만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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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0-27 02:04:57

저는 눈에띄는 미학이 없어서 문제인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전하고자하는 '텍스트'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화질좋은 카메라, 정해진 조명과 세팅으로 깔끔한 화면이야 요즘은 누구나 뽑아내죠.

그런데 그게 미학은 아닌것 같아서.

 

뭐...저도 그렇게 열중해서 한국의 독립영화들을 찾아다니는게 아니니 이런 얘기하는것도 주제넘어보이긴 합니다만.

 

Updated at 2020-10-27 08:24:33

아, 미학이 어떤 심오한 게 아니라 성급하게 먼저 잘 꾸미는 걸 우선하느라 내실 보단 겉멋이 앞서버리는 듯하단 뜻이었습니다.

반대로 내실을 또 우선하는 경우는 너무 정직하게 바르기만 한듯해서 따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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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6 21:01:38

마지막문장이 참 가슴서늘하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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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6 21:29:58

오랜만에 학생때읽던 키노 생각이나네요.
뭔지 모를글중 딱 하나 나의궁금증을 정확하게 풀어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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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6 21:35:18

확실히 평론가라는 직업에 걸맞는 대단한 안목의 소유자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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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6 21:58:14

정성일 평론가가 이창동 감독님에게 유독 비판적인 이유가 뭔가 했는데 의문이 약간 해소가 되네요..그래도 마냥 나쁘게 보지는 않으시는 것 같아요..

2020-10-26 23:40:28

사실 [ 오아시스 ]를 보면서
내내 느꼈던 것은 ''불쾌함"이었죠
비록 그것이 감독이 의도한 바이기는 했지만요

그래서 하케네 감독의 영화같다고도 생각합니다
이후 작품들은 그런 요소가 없죠

2020-10-27 08:29:06

그렇네요. 만약 정성일 평론가의 지적을 이창동 감독이 메꾸게 된다면 한층 더 영화 역사의 거장이자 걸작의 자리로 올라서는 거겠죠. 정성일 평론가의 이창동 감독에 대한 불만은 아마 그 마지막 하나를 얘기하는 듯..(눈이 너무 높아..)

Updated at 2020-10-26 23:21:45

‘seek and find’에 오? 그러네~하고 읽다가...

생각해보니 사람이든 사물이든, 자아, 사랑, 자유와 같은 개념이나 관념같은 것까지 끌어오면, 

많은 영화들이 다 저런식으로 ‘seek and find’ 줄거리로 가능하다고 깨닫고 김빠짐...

봉준호 감독님 이야기가 나와서 박찬욱 감독님이 떠오르는데 마찬가지로 'seek and find'로 적용 가능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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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8 01:52:28

여기서 봉준호 영화의 "seek and find"를 그렇게 확장하시면 안될것입니다. 환원주의적 시각에 빠질 뿐이죠.

봉준호 영화가 "seek and find"를 추구하는 가장 큰 증거는 그의 영화에서는 반드시 추적 장면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플란다스의 개>부터 <옥자>까지 다 쫓고 쫓기는 장면이 반드시 들어갔죠.

2020-10-28 04:28:34

공감합니다. 상대적으로 심심한 플란다스의 개조차도 이러한 실질적인 쫓고 쫓기는 장면이 굉장히 재미있죠.

Updated at 2020-10-28 19:33:04

공통점을 이해했기에 '오? 그러네~'하고 공감했던 것이고 영화 속 ‘seek and find’를 몰라서 그런건 아니었어요.^^;; 

어쩌면 ‘seek and find’는 '플란다스의 개' 이전 독립영화인 '지리멸렬'부터 시작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우유 훔쳐먹는 남자와 신문배달원 에피소드에서 재밌게 진행되죠. 그리고 위에선 언급안되었지만 '도쿄!'에서도...

 

제가 seek과 find의 의미 차이 때문에 광의적으로 이해했나 봅니다. 

‘seek and find’로 영화의 줄거리를 너무 파편적이고 단순하게 표현했기에 틀어서 말한 거였는데...

생각해보니 인터뷰 중 작품들의 공통 요소를 말하기 위해서 줄거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것일 텐데, 제가 생각이 거기까지 닿지 않았네요. 의견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20-10-27 00:45:12

살추는 살인범을 못찾고, 마더는 살인범을 찾았는데 너무 제대로 찾아서 문제ㅋㅋ 진짜 그러네요.

저는 나홍진 감독이면 다음 세대라고 생각하는데 (곡성같은 영화는 그가 아니면 못 만들었을 겁니다.)

어느 시점에서 시기를 나누는게 맞는지 모르겠네요.

포스트 누구누구를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이따금씩 누군가는 또 멋진 작품을 갖고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영화 만드는 환경이 선배 세대랑은 좀 달라진 것도 감안해야겠죠.

2020-10-27 02:27:41

 동시대 다음세대....나홍진 이라고 봅니다.  물론  정평론가 특성상 절대 좋아하지 않을 감독이지만..

대중적으로 볼때 가장 주목할 만한 감독이라고  봅니다...영화 턴이 너무 긴게 아쉽다는...

2020-10-27 11:00:23

역시 영화를 보는 깊이가 다르군요.
이번 글은 저도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이네요.

2020-10-27 11:10:59

글에 동의는 안되는데 공감은 되는 잘 쓴 신기한 글이네요... 평론은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2020-10-27 11:34:09

정은임 아나운서랑 하던 평론들은 아직도 녹음해서 가끔 듣습니다.

2020-10-27 14:44:05

제일 대단한건 저 분은 본문이 다듬은 문장이든 아니든 즉석에서 질문해도 저렇게 답할거라는 거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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