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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프록시마 프로젝트(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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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8 01: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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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중심의 우주산업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 우주비행사의 생존기 보다는 할리우드를 벗어나면 쉽게 접할 수 없는 유럽의 우주 영화여서 [프록시마 프로젝트]에 관심이 쏠렸다. 우주산업은 미국의 전유물이 아님에도 극영화로는 미국 외, 특히 유럽권에선 우주 관련 소재의 작품들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

[프록시마 프로젝트]는 프랑스, 독일 합작의 우주 개발 탐사 소재 극인데 이 작품에 담긴 많은 촬영지는 실제 유럽 우주국의 훈련 장소를 빌려서 찍은 것이다. 모처럼만에 유럽권에서 제작되는 우주 탐사 소재의 극이고 긍정적으로 담았기에 유럽 우주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독일 쾰른에 있는 유럽 우주국 시설과 모스크바 근교의 스타 시티에서 우주비행사들의 훈련 장면을 찍을 수 있었는데 덕분에 익숙했던 할리우드 영화의 우주비행사들 훈련 모습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영어 연기로 더 익숙한 프랑스 출신의 에바 그린이 대부분의 대사를 불어로 치는 유럽의 우주비행사들 훈련 얘기라는 것도 소소한 매력을 일으킨다. 굳이 안 벗어도 되는 장면에서 세 번이나 가슴 노출을 불사한 에바 그린의 몸매 보는 즐거움도 있다. 그러나 할리우드 우주비행사 소재와는 또 다른 질감을 선사하는 유럽권 우주 영화의 경쟁력은 초반 10~20분이 지나고 나면 희멀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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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탐사 얘기가 아닌 우주 탐사에 앞서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는 대원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여기에 모성애가 유난스러운 아줌마 우주인이 겪는 고민과 갈등을 억지로 포갰는데 정말 공감이 안 돼서 인내력의 한계를 경험했다.

화성 탐사를 하는 유럽 우주국의 프록시마 프로젝트 대원으로 선발된 세 우주인의 훈련 과정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고 영화는 우주선이 뜰때까지만 다루고 있다. 우주선 뜨고 나면 끝난다. 각종 시각, 특수효과를 결합시킨 우주 영화가 아니라 우주 탐사 훈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훈련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긴 했지만 이미 할리우드 영화에서 익숙한 우주 탐사 훈련 모습이라 새로운건 없다. 다만 유럽 우주국을 무대로 유럽권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 유럽 우주국의 무대 자체만으로 신선한 경쟁력은 갖추고 있다. 작품의 매력은 딱 이 정도까지다. 다큐멘터리적 화법으로 풀어낸 훈련 모습은 언어와 무대의 차별화로 집중력을 일으키지만 극 영화로는 제 자리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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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극 소재로 삼은 것은 남성 중심의 우주산업에서 선입견과 차별 속에 놓인 여성 우주비행사의 용기와 결단력, 워킹맘으로서의 고충이다. 영화는 어떤 것도 제대로 우려내지 못했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주비행사 엄마들에게 바치는 헌정물이지만 [프록시마 프로젝트]에 나오는 사라의 모습으로는 헌정물의 성격을 띄기에 무리가 있다.

사라는 남성 중심으로 맞춰진 우주산업에서 여성이라고 차별 받고 배제되는 인물이 아니다. 영화가 여성 우주비행사란 이유로 사라가 차별 받는 모습을 그렸다면 동정의 여지가 있겠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사라는 여자라는 이유로 놀림을 받고 따돌림을 당하고 훈련에서 배척되지 않는다. 남자 대원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훈련을 이수하며 신체 능력도 뛰어나서 훈련 점수도 높다. 사라는 오히려 여자라서 배려를 받는 인물인데 여자인 이유로 배려를 받을 때는 거부하는 일이 없다.

사라는 성차별을 받기는커녕 남녀차별한다는 사회적 규탄을 막기 위한 용도로 성비를 맞추기 위해 낙하산 등용된 우주대원처럼 보인다. 극에서 특별히 우주비행사의 능력이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함에도 공평성을 위해서 각국의 우주비행사를 고르게 분포시킨 것처럼 사라가 여자이기 때문에 화성 탐사로 설명되는 프록시마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것이다. 덕분에 사라는 젊은 나이에 극소수에게만 기회가 갈 뿐인 우주비행사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

사라는 우주대원으로 선발된 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훈련에 임한다. 훈련 과정도 문제없이 흘러가고 남자 동료들과도 허물없이 지낸다. 남자 대원들이 사라가 여자이기 때문에 무시를 하거나 따돌리거나 성희롱을 일삼는 것도 아니다. 극이 시작되면 이미 능력을 인정 받은 상태의 사라는 아무런 고비 없이 프록시마 프로젝트의 우주비행사로 선발되고 다큐멘터리적 화법으로 녹여낸 훈련 과정에 투입된다. 훈련 과정도 사건, 사고 없이 무사히 진행된다. 극영화로써 [프록시마 프로젝트]는 단조롭다.

진짜 문제는 사라의 유난스러운 모성애에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사라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시대 워킹맘의 문제로 확대시키기엔 맹점이 있다. 사라는 선택받은 여성인데 선택받은 여성이 받는 특수한 혜택과 상황을 전체로 확대시키고 있으니 상대적 박탈감만 불러 일으킬 뿐이다. 드라마로 삼은 모녀애가 방향성을 잃다보니 공감도 안가고 짜증스럽기만 하다. 이런 모성애, 모녀애를 보고 공감을 할 워킹맘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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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물에게 공감이 안 가는 영화도 오랜만이다. 사라는 대체 뭐가 문제인 것일까. 이 작품이 차별 받는 여성 우주비행사의 고충을 그리고 싶었다면 진짜로 차별 받는 모습을 그렸어야 했다. 여자 감독이 만든 여성 우주비행사 얘기에서 중심축으로 잡은건 우주산업에서 차별 받는 워킹맘 우주비행사의 고충인데 극을 보고 있으면 도무지 고충을 겪는 부분이 없이 무사하고 안전하고 특별 대우만 받기 일수라 배부른 투정으로 보일 뿐이다.

공과 사를 구분 못해 생기는 슬픔과 아픔의 모성애도 우리가 이해를 해줘야 할까. 국가산업인 우주개발이 사라의 극성맞은 모성애를 어디까지 받아들여줘야 할까. 일곱 살 딸은 어리니까 우주비행사 꿈 이룬다고 장기 출장 가는 엄마를 찾으며 울먹이는거 이해하지만 엄마는 사리분별을 해야 할게 아닌가.

애 봐줄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주대원으로 선발되고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훈련에 참석하기 위해 장기 출장을 가게 되자 어린 딸은 별거중인 남편이 맡게 된다. 잘 맡는다. 공동 육아에 대한 불만도 없다. 아이도 아빠를 잘 따른다. 다만 아이는 아이이기 때문에 엄마도 찾을 뿐이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우주개발이라 아이의 심리치료 겸 보육도 담당해주는 전문가도 붙여준다. 훈련 중간중간에 훈련 장소에 가족을 초대해 만나게도 해준다.

아이를 성의껏 봐줄 사람이 둘이나 되는 상태에서 선망의 대상인 우주비행 일에 참여하기 위해 훈련을 떠나는데 이 과정에서 유별난 모성애로 워킹맘들의 공감대를 사겠다? 일반 워킹맘들은 이 여자의 직업 환경과 공동 육아에 박탈감만을 느끼지 않을까? 아이가 보고 싶어 눈물을 짜내던 사라는 장소 구분 못하고 훈련 장소에 아이를 데려와 회의에까지 참석시키다가 아이가 없어지자 회의에서 이탈한다. 아이 찾는 것을 도와주던 남자 동료가 일과 사생활을 구분지어야 한다고 잔소리 하는건 듣기 싫어 면전에 대고 욕설을 내뱉기까지 한다. 사라의 모성애가 무개념으로 폭주할수록 그 딸 스텔라의 어리광도 밉상짓을 떠는 걸로 밖에 보인다.

실제 워킹맘들은 출퇴근하면서 아이 등하교 시키기에 바쁘고 퇴근 후 남편과 집안일 분담 문제로 으르렁거리며 고단한 일상을 버티고 사는데 [프록시마 프로젝트]의 사라는 상위 0.0001프로의 여성 우주비행사라고 국가가 훈련 시작부터 우주 탐사 끝날 때까지 전담 치료사도 붙여주고 치료사 외에도 별거중인 남편이 군말없이 공동 육아에 동참해준다. 훈련 소화 능력도 뛰어나서 일터에선 남자 대원들에게 뒤쳐지는 것도 없다. 동료 남자 대원들도 훈련 받고 우주비행 준비하느라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건 마찬가지다. 사라의 수퍼우먼 콤플렉스에 피해를 입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공평한 조건에서 훈련 받고 여자라서 무시 당하는 것도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혈육인 일곱 살 딸은 남편의 양육에 국가에서 붙여준 치료사까지 보장돼 있는데 대체 뭐가 문제인건지 모르겠다. 아무 문제 없는 상황에서 일 욕심 많고 모성애도 유독 강한 여자가 두 가지 다 만족시키려고 애를 쓰니 주변엔 민폐만 끼칠 뿐이다.

크레딧에 역대 여성 우주비행사가 자신의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이 펼쳐지는데 이 시대 워킹맘의 고충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싶었다면 다른 분야를 파헤쳐야 했다. 성차별의 시선에 놓인 여자의 생존기를 그리고 싶었다면 다른 직업을 찾았어야 했다. [프록시마 프로젝트]의 세상에선 성차별도 없고 육아 문제는 국가에서 발벗고 나서서 해결해준다. [프록시마 프로젝트]의 워킹맘에게 공감할 워킹맘은 극소수의 여성 우주비행사 밖에 없을 것이다. 일반 워킹맘 엄마들에겐 배부른 소리나 지껄이는 비호감 워킹맘으로나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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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10-28 07: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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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8 08: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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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8 0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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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8 16:52:27

 인터스텔라 부녀와 비교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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