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영화 가로보기] 밀레니엄 전후의 미국의 여고생을 그린 영화 두 편
우연치않게 비슷한 시기에 보게 된 두 작품에 연결고리가 지어질 때가 있습니다.
[영화 가로보기]라는 타이틀로 두 편 이상의 영화 감상기를 올리려고 생각하고 글을 써 보다 보니 이제는 영화를 보더라도 그냥 보고 끝나지 않고 연결고리가 될 만한 것들을 자꾸 찾아보게 되더군요.
이번 작품은 아메리칸 뷰티(Anerican Beauty, 1999)와 레이디 버드(Lady Bird, 2017) 입니다.
레이디 버드는 시얼샤 로넌이 2002년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거주하는 여고 졸업반 학생을 연기한 작품이며, 제90회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등 많은 호평을 받았다죠.
아메리칸 뷰티는 제75회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흥행에 성공한 작품으로 카이저 소제로 빅히트를 쳤던 케빈 스페이시가 단란한(것 처럼 보이던) 가정의 가장으로 나와 무기력하면서도 마음 속 열정을 발산할 기회를 찾아 대 변신을 꾀했던 역할을 멋있게 해 내었죠.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글에서의 주인공은 아메리칸 뷰티의 그 가정의 여고생 외동딸 및 그의 친구입니다. 두 작품 모두 장르가 '드라마' 이긴 하지만 느낌은 확연히 다르죠. 아메리칸 뷰티는 예쁘게 만들어진 느낌이 더 강한것 같고 레이디 버드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담백함 마져 느껴졌습니다.
레이디 버드의 주인공 크리스틴은 부모에게 받은 이름이 아닌 스스로에게 지어준 이름 '레이디 버드'를 사용할 정도로 독립심이 강하지만, 고향에서 탈출하기에는 힘이 부쳐 보입니다. 배경이 된 새크라멘토 시는 감독 그레타 거윅의 고향이라죠. 제가 얼마전 쓴 다른 글 [세상의 구석구석]새크라멘토 @캘리포니아 에서 혁이네 님께 추천받은 작품입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2425738
캘리포니아 주에 워낙 국제적으로 유명한 도시가 많다보니 이 도시는 듣보잡 까지는 아니어도 그냥 그런 중소도시 정도로 인식되나 봅니다. 여주인공 레이디 버드가 동경해 마지않던 동부지역(뉴욕)의 문화와 활력은 찾아볼 수 없는... 나이든 자신의 부모와 같은 모습으로까지 느껴지더군요. 여고를 졸업하면 대학이던 취업이던 독립을 해야할 상황이 될 터인데 벗어나고픈 "철로변 구린 동네" 그런 곳이 바로 새크라멘토 의 모습이었습니다. 친구와 수영을 하다가 내 뱉은 대사에도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 있죠. "난 새크라멘토를 벗어나야해! 여기선 숨이 막혀"
(치마길이 지적받은 친구와 함께 학교수녀님 차에 복수 중인 치기어린 여고생들)
근처의 Rancho Seco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던 1975~89년 까지는 이 도시의 경제상황이 괜찮았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다운타운에서도 활기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여서 관광을 갈 경우 심야에 밖을 나오지 말라고 할 정도라는군요. 지금 시대의 여고생 '레이디 버드'들은 영화에서 보다 더 치열하게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메리칸 뷰티의 배경은 밀레니엄의 몇년 전 쯤 될 것 같고, 장소는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미국내 지역번호(847)로 보건데 일리노이주 시카고 바로 윗동네 정도인 것 같습니다. 뉴욕 만큼은 아니더라도 인근의 디트로이트와 함께 경제대국으로의 미국을 이끌었던 지역으로 레이디 버드의 고향 새크라멘토 보다는 훨씬 세련된 지역임에 분명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여고생(여주의 친구)은 성공을 위해선 변두리 촌닭들은 이해 못 할 방법(사진작가와의 부적절한 관계)이라도 해야 한다고 허세 쩌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네요. 여주 또한 가출한 이웃집 남사친이 함께 가자고 하자(공교롭게도 레이디 버드와 똑같이 뉴욕!) 선뜻 따라나서려 합니다.
이 전에 썼던 [1960년대 미국을 살아간 두여성 이야기]에서의 여성들 보다는 많은 면에서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이제 막 세상을 향해 첫 발을 디뎌야 하는 어린 숙녀들에게 세상은 여전히 녹록치 않게 보이는 곳임에는 분명하겠지요.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movie&wr_id=2549126
(뱀다리1) 레이디 버드의 한 장면... 댄스파티 도중 화장실을 갔는데 여자화장실에 대기자가 많아서 곤란한 상황... 여주는 과감하게 남자화장실로 향합니다. 거기에는 줄이 없다면서... (하지만 못볼걸 본...)
왜 여자는 남자보다 화장실에서 오래 기다려야 할까요?
(뱀다리2)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동성애와 관련된 내용이 가볍지 않게 등장합니다. 그럼에도 양쪽 모두 혐오의 대상이 되죠. 그런데 모두 남성동성애자들인것도 공통점이 될까요? 죄악으로 봐야할 지 비정상으로 봐야할 지 취향으로 봐야할 지... 우리 사회도 피해갈 수 없는 과제노트를 이제 막 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Veritas liberabit vos.
ἡ ἀλήθεια ἐλευθερώσει ὑμᾶ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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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저도 좋아하는 아름다운 영화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