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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 다시 봤는데 기존과 다른 느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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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2-25 12:44:53

...어제 VOD로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을 다시 봤습니다.

밤 10시에 감상 시작했더니 정확히 12시가 좀 안 되서 끝나서 여운을 안고 잠이 들었네요.

(물론 제 꿈은 항상 그렇듯 멜로가 아니라 호러였습니다만...)

 

이걸 3번째 정도 감상하는데 기존과 몇몇 다른 느낌이 있네요. 마지막 감상이 2015년쯤이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마음에서 받는 느낌의 차이란 건 제가 타인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겠죠.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전 감상때는 주인공들의 감정들을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았고 그냥 따라갔다면 지금은 왜? 가 몇 가지 생기네요. 그만큼 제 감성이 각박해졌다는 거죠.

스포일러 따위는 신경 안 쓰고 쓸 테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1. 주인공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는 왜 가족들에게 조제를 소개하는 것을 망설이게 됐는가?

그 동안 이 부분을 생각 안 해 봤는데 이런 큰 규모의 외출을 처음 해 보니 생각외로 장애인 데리고 다니는 게 힘들구나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깨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와중에 고생하는 츠네오의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업힌 상태에서 징징대거나 운전하는 옆에서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행동들... 이런 게 복합적으로 쌓여 가뜩이나 직장생활을 하며 현실적인 면을 조금씩 봐야 할 츠네오의 입장에서는 마음만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한계를 느끼지 않았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2. 영화 마지막에 조제와 이별한 츠네오는 이전 연인 카나에(우에노 주리)와 길을 걷다가 멈춘 상태에서 오열을 하죠. 근데 전 이 상황이 조제와 이별한 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상태에서 카나에와 만나서 길을 걸었던 걸로 기억했는데 어제 보니 조제 집에서 나와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카나에를 바로 만난 걸로 보이더군요.

갑자기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물론 츠네오는 원래 연인도 있는데 거기에 S파트너도 있었고 거기에 연인을 조제로 갈아탄 거였으니 그냥 그때 그때 감성에 충실하게 사는 사람이라는 건 이해하고(사실 이거 땜문에 국내판 리메이크를 걱정했습니다. 남자주인공의 이런 모습이 얼마나 각색이 돼 버렸을지) 영화를 보는 거지만 그래도 한때나마 조제를 정말 좋아했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이별하는 거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카나에를 만나서 다시 잘해 보자는 느낌으로 동행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말하자면 츠네오는 "좀 있다 조제하고 이별하고 올 거니까 어디서 기다리고 있어" 카나에는 "알았어,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잘 왔어" 이런 느낌인데... 이게 쿨한 감성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좀 받아들이기 힘들더군요. 

 

3. 예전엔 눈여겨보지 않았던 배우들이 눈에 보이네요. 츠네오의 S파트너로 두씬 정도 나오는 여배우가 한자와 나오키 시즌2에 여성 정치인으로 나왔던 에구치 노리코였네요. 얼핏 보고 안도 사쿠라였나 싶어서 찾아보니 에구치 노리코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강간범으로 구속수감돼 있는 재일교포 박경배도 참 영화에 많이 나왔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 때는 다 그냥 주연배우들만 집중해서 봤으니 못 느꼈네요. 

 

아, 그리고 이번 주말은 같은 감독의 메종 드 히미코 보려고요. 아직도 이 영화 못 봤는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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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바뀐 버거킹 로고 반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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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2-25 12:51:04

어떤 호러꿈을 꾸셨길래~
혹시 벽장문 열었더니 숨어있던게 조제가 아니라 척희?

오래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만..
츠네오가 카나에 처음 만났을때는 마음을 연다는게 어떤건지 몰랐다는 느낌?
그러다가 조제를 통해 그걸 알게 되었지만..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그걸 조제도 알기에 헤어졌다기 보다는 원래자리로 돌아온 느낌?

그랬던거 같네요 비련의 주인공은 없고 모두들 성장해버린 그런..

WR
2021-02-25 12:54:07

맞아요. 사실 주인공은 조제가 아니라 츠네오라고 볼 수 있죠. 

조제는 이미 사랑이나 인생에 대해서 자신의 가치관이 정해져 있는 사람이고, 츠네오는 철없던 상태에서 점점 성장해 가는...  

의견 감사합니다~

2021-02-25 12:55:30

처키님께 받은 소중한 "감사"

2021-02-25 13:04:44

저는 나이 들고 츠네오가 크게 이해됐습니다.

WR
2021-02-25 13:07:23

전 반반이랄까요.

제가 쓴 것 중에 1번은 나이 먹고 이해가 된 거죠. 처음 볼 때는 그래도 열심히 조제랑 살지 그래... 싶었는데 지금은 역시 안 되겠구나 싶었고

2번은 처음엔 츠네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갔는데 지금은 살짝 의문이 생기더군요. 이래서 멜로영화는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되나 봐요

2021-02-25 13:25:15

내가 츠네오였다고 하도 저렇게 똑같지 않았을까.. 싶은 부분이 대단했던것 같아요..
최근에 원작을 읽어보고 이렇게 각색을 해서 만들다니 또 감탄을.. 원작은 조제가 주인공이고 감성이 많이 다르더군요 그쪽도 그쪽대로 괜찮긴 한데

2021-02-25 13:36:29

사람 마음이 움직이는 건 자연의 순리이나
나와 다른 상대의 매력에 매려돼 너무 앞뒤 안보고 만났다가
후회할 일을 도모하다가는 크게 미안하게 될 일도
생길 수 있다는 걸 아직은 순수해 모르고서 그럴 수 있는
청춘은 지나서 나는 다행이네...
라고 예전에 개봉 때 극장을 나서면서 생각했던 게 기억나네요

WR
2021-02-25 13:55:39

전 오히려 처음 감상할 때는 그나마 순수했나 봅니다. 조제랑 노력하면서 열심히 잘 살아보지... 하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그런 순수한 감상 따위 사라지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요.

2021-02-25 15:23:42

저도 처음 봤을때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DVD 감상을 강력 추천합니다
 | 조제호랑이물고기 DVD 감상기  |  블루레이‧DVD

WR
2021-02-25 15:25:22

오오오... 근데 DVD가 지금 구해질런지 

2021-02-25 16:54:51

1번 상황은 처음부터 서로 감당이 안되는 커플이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전 최근 한국판 조제를 보고 일본판 조제를 다시봤는데.. 마지막에 오열하는 장면도 그렇지만.. 중간에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이름은 기억안나는 야한 잡지의 주인공 후배를 두들겨 패는 장면이 가슴에 와 닿더라고요. 겨우 잊었는데 너 때문에 생각났다고..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되지만 결국에는 안되는건 안되는거였죠.

2번은 시기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갔다는 장면연출이라고 이해합니다. 

 

WR
2021-02-25 18:05:51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한국판도 야한 잡지 원래 주인이 후배로 들어오나 보죠?

2021-02-26 04:44:02

한국판에서는 후배 에피소드는 삭제되었습니다. 일본판 말씀드린거예요.

2021-02-25 18:03:44

살아온 날 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짧은 나이인 지금에
재개봉때 보면서 많이 울었네요
젊은 시절 내가 도망친 모든 것들을
회상하면서......

WR
2021-02-25 18:10:52

난 왜 저런 추억조차 없을까 생각하면서 봤어요. 부럽습니다...

2021-02-26 00:52:55 (211.*.*.79)

카나에는 계속해서 츠네오에게 조제와 끝내라고 닥달했을 것이고 그 날은 아마 츠네오가 결단을 내리기로 약속한 날이었겠죠. 그래서 카나에가 조제 집 근처에서 안방마님인냥 기다리고 있었던 거구요. 카나에는 그 전에 조제와 대면하는 장면에서도 장애인 비하 발언을 서슴치 않고 하는 인물인걸 보면 충분히 그럴수있는 이기적인 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WR
2021-02-26 08:58:25

아... 이런 생각은 못 해 봤네요. 전 카나에가 자신의 전공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나름대로는 많이 자존심의 상처를 받았구나 생각은 했지만 츠네오에게 계속 닥달을 했을 거란 생각은 못 해 봤습니다. 그리고 카나에가 좀 철이 없었지 장애인 비하하는 이기적인 여성이라고 보지는 못 했어요. 나중에 시간 되면 카나에의 관점에서도 한번 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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