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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카페 누아르를 '드디어' 봤습니다! (충분히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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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7 06:21:20

저는 그냥 언젠가 '정인선'이 나온다고 하고(ㅋㅋ 아마 제가 어렸을 때 제일 처음 이름 외운 배우가 정인선인 듯), 뭐 약간 작품 영화라는 말도 있고... 그래서 언젠가 봐야지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저녁 식사를 하면서 보려고 켰습니다.

문제는 ㅋㅋ 식사를 끝내고 할 일을 한 뒤 자기 전에 한 시간 이상 더 보는데도 이야기가 이상하게 펼쳐지기만 하고 정리되지를 않더군요. 그제서야 런닝타임을 봤더니... 네... 2시간 78분이랍니다. ㅋㅋㅋ (방금 유투브에서 라디오 인터뷰 듣는데 2시간 78분이라고 해서 무슨 말인가 했었...) 

 

 

아래는 감상기입니다. 충분히 내용 스포가 있다는 점 감안해 주시고, 특히 영화 이미 보신 분들은 제 의문점에 답변을 해주셔도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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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고 한 20분간... 상황 판단이 잘 안되더군요.

영상미가 너무 이쁘고, 독일에 오래 살고 있는데 배경으로 제가 그리워하던 딱 그 시절의 서울 모습이 나오고...

뭔가 마음만 들뜨고 다음 장면은 기대되는데 뭐가 뭔지 모르는 심정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누가 누군지도 감이 잘 오지 않고, 상황이 뭔지... 거기다가 인물들은 왜 말투가 꼭 시를 읽는 느낌인지... 편지 뿐만 아니라 일상 대화까지 말투가 왜 저런지. 타인의 대화는 들을 수가 없어서 이게 주인공들만을 부각시키는 화법인지 아니면 그냥 '저기 영화 속 세상'은 말투가 그런지...

 

 

 

그냥 반가운 서울과 뭔지 모를 호기심 때문에 20분을 버티고 나니, 빠져들기 시작하네요.

솔직히 지금도 100% 스토리라인이 이해가 되는 게 아닙니다. 한 75% 정도 이해했고, 15% 정도는 이런 거 같다... 이런 걸 의도한 것 같다, 그리고 나머지 10%는 그냥... 이해 못하라고 한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퀵서비스 아가씨의 역할은 단순 메신저인지, 흑백인 상황과 칼라인 상황이 정확히 어떤 구분이 되는 것인지... 뭔가 는 정확히 이해가 가지 않네요. 장면 장면은 이해가 가지만 이 두 가지는 지금 끝까지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영화에는 복합적인 요소가 섞여 있더군요. 어떻게 보면 많은 영화에 있는 여러 메타포와 심볼들을 싹 가져다가 온 것 같습니다. 시적이고 몽환적인 요소, 순수한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다고 보기 어려운 사랑, 말이 없어도 하고 싶은 말이 그냥 들리는 장면들, 섹스 심벌, 외설적인 듯 하면서 아닌 듯한 장면, 절대 도를 넘지 않는 노출, 뻔한 클리셰, 뻔하지 않은 클리셰, 애매한 위치의 미성년자, 가학적인 듯 아닌 듯한 장면들, 낭만, 꾸며낸 낭만...

정신 없으려면 정신 없을 정도의 많은 영화들에서 보던 여러 심볼들을 싹 다 엮어두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딱 한가지... 제가 (예술) 영화를 그렇게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보통 누군가가 저런 '진부한' 심보들을 중구남방으로 섞으면 보통 제 머릿속에는 '저거 저거 그냥 있어 보이려고 다 갖다 붙이는구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가 않더군요. 제 기준에서 상당히 잘 어우러지고, 오히려 솔직하게 '나는 일부러 있어 보이려고 하지만 진심이다'라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보통 사람 관계에서도 누군가가 진솔하게, 일부러 약간 과장을 섞어서 무엇인가 자랑을 하면 밉보이지 않고 오히려 같이 장단을 맞춰주고 싶은 그런 친한 친구의 느낌이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이 점이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더더욱 편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은 뭔가 불편하려고 하는 장면들을 적당히 커트 시키거나 위트있게 넘어간 것입니다. 그 선을 넘으면 외설적이 된다던가, 그 선을 넘으면 잔인해질 수 있는 부분에서 적당히 커트 되더군요. 가장 가학적인 장면은 그 남편이 부인과 애한테 폭력을 휘두른 장면인데, 솔직히 그 역시도 적당한 선에서 멈췄다 보이고,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외설적일 수 있었던 미성년 아이의 탈의 장면이 적절히 끊겼고 다른 암시도 크게 없었죠. 그나마 가장 외설적이었던 부분은 한 번 등장한, 그리고 한 번 간접적으로 보여진 영화관 내 애무 행위 뿐이었죠. 이나마도 청소년이 아닌 입장에서 볼 때 외설적이지만 도를 넘지 않는(? ㅋㅋ 여러분 영화관 가서 그러지는 마세요...) 그래도 나도 외설적인 장면 있다 하는 정도의 느낌이었고요.

그 이외에 제 3자가 선물을 불태우는 장면이 불이 나긴 했지만 그 이후에 뭐가 다 타버린다던가 누군가 다치는 것으로 이어지지도 않고, 여인숙 아가씨 이야기 역시 외설적인 듯 시작해서 낭만으로 끝이 나죠. 

 

개인적으로는 딱 '제 취향'입니다. 적당히 치고 빠지는 '사회적 합의에 어긋나는 행동의 묘사'. 어떠한 '쾌감'을 느끼지만 도를 넘지 않아 불편함까지 가지 않는 정도. 간접적으로 카메라를 돌림으로써 상상에 맡기는 것도 아닌 스토리상 거기서 깨끗하게 끝나서 결국 선을 넘지 않은 인물들...

 

 

 

3시간이 넘는다고 했는데 솔직히 3시간 넘는다고 생각하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제가 요새 조금 일이 있어서 식사와 취침 전 정도에만 영화 시청을 할 수 있는데, '아, 이 장면까지만 봐야지.'하고 끊을 수 있었고, 그렇다고 '아, 지겨운데 또 봐야지'가 아니라 '이따가 자기 전에 또 볼 거 기대된다!'라는 식이었습니다. 아닌 듯 하면서 자극적인 내용 때문에 계속 보고 싶어지고, 이야기의 전개, 다음 행동이 궁금해지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부분 부분 매듭이 있기 때문에 '아, 멈춰야 하는데 1분만 1분만'이 아닌 매듭에서 멈출 수 있었던.

 

 

 

 

 

 

아쉬운 점은 어딘지 모르게 2% 부족한 전개와 편집입니다. 뭐라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손편지 등으로 묘사되는 인물간의 감정 또는 시간 변화 자체는 좋으나 그 부분 부분이 2%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뭐라 해야 하나... 스토리가 주욱 이어지는 상황은 영상미가 너무 아름답고, 그 무엇보다 친근한 서울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나타나며, 인물간의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이야기에 저 역시 푸욱 빠지는데, 장면이 바뀌는 순간 뭔가 '음... 2% 부족하네. 뭔지 모르지만, 나보고 만들라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니 내가 만들면 딱 이렇게 만들었을 거 같긴 한데, 뭔가 2% 부족해...'라는 느낌이 계속 들더군요.

이 부분은 의도한 건 아닐거라 봅니다. 그런데 그런 2%까지 부족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에 대한 여운이 이렇게 남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2% 부족한 느낌이 감정 이입을 순간 순간 깼으니 언급을 하긴 해야겠죠.

 

 

 

 

 

프차에서 어떤 회원님께서 말씀해 주셨듯이 서울이 너무 아름답게 표현되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그게 당시 나이 때문인지 아니면 낭만 때문인지 2006~2010년 사이 서울이 제일 아련합니다. 어쩌면 그 시기가 제가 타국 생활을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살았던 곳을 그리워하던 시기,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와 겹쳐서 머릿속에 그렇게 남아있을지 모릅니다.

아니면 그 당시 서울이 '현대'와 '현재'를 잇는 그런 뭔가 애매한 도시 분위기였을지도 모르고요.

제가 그 당시에 몇 번 방문했던 서울과 최근에 자주 방문한 서울은 모든 것이 같은 듯 하면서도 분위기와 그 느낌이 다릅니다. 물론 이건 당시의 제 나이와 여러 추억이 뒤섞여서 그럴 수도 있다는 점 다시 한 번 밝힙니다.

하여튼 아련한, 그리고 답답한(?) 주인공들의 이야기 뒤에 비치는 서울은 제게 남은 아련함, 그 시절에 대한 향수여서 그런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더욱 좋은 감정들을 남긴 것 같습니다.

그냥 짧게 글 하나 쓴다는 게 생각보다 길어졌네요.

 

 

여튼 제가 확실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1. 컬러와 흑백의 차이로 나타내고자 한 차이... 

2. '사랑' 퀵서비스 아가씨의 메타포적인 역할. 마지막에 다시 나타난 것 역시 메타포인가?

3. 방에서 죽은 듯한 사람이 신하균인가? 죽은 것이 맞는건가?

4. 에피소드는 그냥 시간 순서가 맞는지 아니면 흑백의 경우 더 이른 시간인지...

 

이 세가지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1시간 반의 '오프닝' 이후에 영화 이름 나오고 나서 화면이 바뀌는데 이 부분에서 암시하고자 한 걸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건 한편으로는 영화를 제대로 이해 못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잘 이해가 안 된 건 안 된 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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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3-07 07:34:30

우와 제목도 오랜만에 보는거 같네요 개봉때 관찾아 삼만리해서 봤고 dvd도 산거 보면 분명 제 취향이었던거같은데... 내용이 기억에 없는거보니 그것도 아닌거같고..정유미님 치아교정기 끼고있는 롱테이크씬만 어렴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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