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대장정 끝의 달콤함. (노스포)

2017년 개봉했던 <저스티스 리그>는 DC 확장 유니버스의 4번째 작품이었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닥 좋은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님의 한줄평을 가져오자면, "팀을 만들었으면 팀 플레이를 해야 할 텐데". 제일 적절한 리뷰였다고 생각합니다.  

슈퍼맨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했고, 액션은 보잘것없었으며 스토리라인은 뻥뻥 뚫린데다 유머 타선조차 낮았습니다.  

원 감독이 복귀해 감독 입맛대로 맞춰 재창조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본래 작품의 모든 단점을 제거한 녀석이 아닙니다.  

흐느적거리는 플래시의 달리기도 여전하고, 타선 낮은 유머들도 가득합니다. 심지어 러닝타임은 무려 4시간 2분. 제 평생 이것보다 긴 상영시간을 보여준 영화는 4시간 23분짜리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감독판이 유일합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기존 극장판이 가지고 있던 산재한 단점들을 대부분 몰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첫째, 팀의 비중 배분이 훌륭합니다. 원더우먼, 아쿠아맨, 플래시, 배트맨, 사이보그, 슈퍼맨까지 모두의 비중이 완벽히 함축되어 있습니다. 원더우먼은 액션을, 아쿠아맨은 떡밥을, 플래시는 주요장면을 연출하고 배트맨은 팀의 리더가 되었습니다. 사이보그는 더 나아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고, 슈퍼맨은 최종병기의 몫을 톡톡히 합니다. 

둘째, 액션이 크게 강화되었습니다. 배트-찐따는 기술의 힘을 빌려 드디어 배트맨이 되었고, 플래시는 드디어 속도를 낼 수 있으며 아쿠아맨은 병풍이 아닙니다. 저마다의 액션을 완벽히 수행하죠.  

마지막으로, 드디어 이야기가 말이 됩니다. 더 이상 그들은 시덥잖은 이유로 모인 오합지졸이 아닌,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모인 "팀"이 되었습니다. 그 어마무시한 러닝타임을 허투로 잡은게 아니듯 각자의 사연에 충실하고 떡밥도 뿌리면서 악역의 이야기 또한 보강됩니다. 날림공사로 지은 건물을 재건축하듯 말끔히 지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전 잭 스나이더 감독의 큰 팬이 아니었고, 스나이더컷 자체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인물이었습니다. "그 망작 바꿔봐야 뭐하겠어?"였죠. 그런데, 이 생각은 4시간에 걸친 영화 끝에서 사실이 아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이 영화는 드디어 수작 슈퍼히어로 영화 라인업에 들어갔으며, DCEU 영화중 가장 높은 평가를 주고픈 영화입니다.  

여전히 개인적으로 잭 스나이더 감독 최고의 작품은 <왓치맨: 얼티메이트 컷>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것. 그건 확실히 알겠네요. 

 P.S. 1.33:1 IMAX 화면비, 대만족입니다. 영화보는 내내 속이 뻥 뚫린 기분이네요.

추가:

조카에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위대한 외삼촌, 벤 파커를 기리며........?

형이 왜 거기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