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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스포, 노매드랜드 감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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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4-19 03:33:42


1. 하늘 아래 혼자다.

 

'노매드랜드'의 강렬한 서사를 처음 느낀 것은 초반에 철조망 기둥 옆에 쭈그려 앉아 소변을 보고 일어나는 장면부터였다. 펀은 엉거주춤하고 두 발을 굴러 '털어내는' 동작을 했고 그 장면을 화면은 고스란히 관객에게 보여준다.

 

같이 시청하던 아내가 '리얼하네'했다. 여성이 그렇게 느꼈다. 공감했다. 사실 남성인 내가 그 부분을 뭐라고 언급하기에는 부적절한 신체적 다름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훈을 그리 좋게 보지 않는다. 남성적인, 가부장적인, 강한 것, 등등 떠오르는 메타데이터가 별로 내 맘에 들지 않는 소설가이다. 얼마 전에 시정게에서 유명한 누군가가 호텔에 체크인할 때 가명으로 김훈을 사용했다니 그를 추종하고 좋아하는 어떤 부류에 대한 더러움을 소설가에게서 느낀다면 그것은 조금 미안할 일이다. 

 

김훈의 소설(아마도 현의 노래?) 중에 소변을 보고 발을 굴러 오줌 방울을 털어내는 장면을 읽고부터 그에 대해 별로 좋다 판단하지 않게 되었다. 김훈 자신 또한 남아선호 환경에서 자란 무의식적인 결과물인지도 모를 일이다. 

 

마이클 온다치의 유명한 소설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묘사 장면에서 환자의 성기를 쭈그러든 해삼으로 표현해서 그 아름다운 작품을 읽을 흥미를 잃었다는 여성 독자들이 많았다는 글을 본 적 있다.

 

김훈이 남성이 소변 보고 성기를 터는 장면을 묘사하면 덜 문학적이었을까?

영국인 환자를 돌본 여성 주인공 간호사의 시점 묘사가 해삼으로 쓰인 것이 여성 소설가의 묘사였다면 여성 독자들이 더 공감했을까?

 

다시 노매드랜드로 돌아간다. 여성 제작, 주연과 여성 감독이었기에 가능한 영화 아니었을까? 드넓고 황량한 땅에 그리움 하나 말고 무엇이든 혼자 해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인 배설 또한 그렇다. 일부러 철조망 기둥이 있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을 의지해 붙잡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 아마존의 해피 뉴 이어. 등 떠밀려가는 노매드의 시작.

 

주인공은 엠파이어를 떠나야 했다. 광산이 문을 닫고 우편번호 조차 사라진 후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 그는 떠나고 싶지 않지만 파도에 밀리듯 떠나가야 했다, 그것이 외압에 의한 노매드(유목민이라는 번역은 구태의연하다)의 시작이다. 출발은 아마존의 분류센터였다. 배송이 밀리는 연말연시, 크리스마스 부터 새해까지 임시증원을 하는 곳이다. 

 

주인공은 그 곳에서라도 정착하고 싶어했다. 광산이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다. 구직센터의 상담원은 그런 펀의 희망에 조금의 공감도 해줄 수 없었다. 그런 건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지 좀 더 따뜻한 곳으로 가면 일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귀뜸해준다. 노매드는 그렇게 시작된다. 버팔로가 새싹이 올라오는 초원을 따라 끊임없이 이동하듯 주인공은 일자리를 찾아 뱅가드를 몰고 떠나가야 한다. 실상은 현실 속에 부유하는 것이다. 일자리를 찾으려고 이동해야 하고 이동하려면 기름값을 벌어야 한다. 시지프스의 천형은 21세기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계절이 일순하고 다시 아마존에 와서 해피 뉴이어를 머리에 얹고 있게 된다.

 

3. 린다 메이(다큐)

린다메이는 RV캠프의 호스트였다. 주인인 줄 알았는데 린다 또한 노매드. 펀은 가공인물이고 린다는 실존인물이다.

 

4. 부트캠프(다큐)

밥 웰스의 연설

 And the odd thing is that we… We not only accept the tyranny of the dollar, the tyranny of the marketplace, we embrace it. We gladly throw the yoke of the tyranny of the dollar on and live by it our whole lives. I think of an analogy as a workhorse. The workhorse that is willing to work itself to death and then be put out to pasture. And that’s what happens to so many of us. If society was throwing us away and sending us, the workhorse, out to the pasture, we workhorses had to gather together and take care of each other. And that’s what this is all about. The way I see it is that the Titanic is sinking and economic times are changing. And so my goal is to get the lifeboats out and get as many people into the lifeboats as I can.

 

영화 시청 하루 전 읽은 톨스토이의 인생독본 4월 16일자의 두번째 인용, 헨리 죠지의 '보호냐 자유 거래냐'의 구절이 생각났다.

노동자를 소에 비유했었다. 소를 키우는 농부는 소를 보호하고 소를 이용하고 결국 소를 먹는다. 밥 웰스가 말한 워크호스하고 무엇이 다르겠는가?

 

밥 웰스 인터뷰(영문)

 

 

5. 데릭(다큐)

청년이라기엔 어려보이는 데릭에게 담배를 주고 라이터를 선물한다. 애띤 데릭이 하늘 아래 혼자임을 또 다른 노매드임에 공감하는 펀

 

6. 스왕키(다큐)

스왕키의 서사,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우리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

 

7. 여동생

여동생과의 해후, 리얼터와 대립하는 펀, 우리는 어느 편에 있는가? 아파트 값에 일희일비하지 않는가?

 

8. 데릭, 데이브

데릭을 다시 만나고 데이브를 다시 만나고 결국 이해와 배려, 아이의 웃음을 바라보고 아직도 바위를 깨뜨리려는 듯 분노한 파도를 바라본다.

 

9. 엠파이어 

엠파이어 창고에 있는 과거를 청산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겠지만 그리움을 버린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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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WR
2021-04-19 07:00:16


Updated at 2021-04-19 08:21:44

정성스런 감상기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스웽키가 자신의 죽음에 대한 계획을 속사포처럼 펀에게 쏟아내는 씬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WR
2021-04-19 09:02:03

그것도 실화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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